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0-11-16 16:59:20
조회수 2,965

수능을 치려는 한~참 어린 동생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130046

수능을 치려는 이들에게. (오랜만에 전하는 메세지 ..)




안녕하세요 Snu Roman.입니다 입시계를 한창 떠나 있어 입시에 대한 감각은 없지만
적어도 수능을 치는 이들에 대한 마인드에 대해서는 지금도 살떨리는 공감 정도는
쉽게 합니다. 수능을 치려는 이들에게 쓰고 싶었던 말은 최근에도 쓰고 싶었지만
지금에서야 쓰게 됩니다.






이번 첫번째 메세지는 제가 아끼면서도 수능을 보는 주위 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내용들
입니다. 편안하게 부담을 갖고 읽으면 필히 유의미하리라 확신합니다.
아마 이번에 수능을 치시는 분들 중에 10수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다 저보다 어릴 것이므로 다 아끼는 동생이라 생각하며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10수 이상 하시는 분은 저한테
쪽지로 왜 반말하냐고 10수하는 사람은 인간도 아니냐고 따지세요.
제가 전력을 다해 당신을 꼭 수능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드리겠습니다.


--------------------------










수능보는 이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메세지.

SNU ROMAN.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지긋지긋한 수능.
수능? 그거 정말 개같다. 그것 하나에 인생이 뒤바뀐다.



수능이 인생의 다가 아니라고? 당연히 맞는 말이다. 수능말고도
인생이 뒤바뀔만한 사건들은 당연히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너에게
인생이 크게 바뀔 일은 몇 번 되지 않는다. 그 중요한 기회중 하나가 바로
수능이다. 무얼 전공하냐. 어느 대학을 가냐. 어느 지역을 가냐. 어느 교수밑에
들어가냐. 하나하나가 모두 너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위 SKY같은 인기대학이라고 해서, 이과는 의대,치대,한의대 문과는 경영,신방,법같은
인기학과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너는 네가 가고 싶은
학교는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는 집앞에 있는 학교를 가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생전 가본 적 없는 도시에 있는 말로만 전해내려오던 그런 대학을 가고 싶을 수도 있다.



이제 레이스는 막바지다. 결과는 정해져있다. 이제 너의 점수는, 너의 본 실력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20%범위내로 나온다. 그 외의 사례는 집어치우자. 물론 없는건 아니지만 그럴 바에야 로또를 긁자고
하는 것이 나은 편이니까. 이제 네가 집중해야 할 것은 너의 실력을 100%끌어 들이는 것이다. 5등급받다가 1등급 받을 수는 없지만 3등급이라면 1등급은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이라는거다.



나 역시 수능으로 인해 정말 엿같이 고생했다. 그깟 개같은 시험, 개같은 교육부 때문에
한동안 입시계에서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고 4과목 도합 한자리개수로 틀리고도 입시정책의
혼선 때문에 가,나군 대학에 줄줄이 떨어진 경험도 있다. 대학 떨어진다는게 인생에서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 네 인생에 1년이란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며
그걸 또 한 번 대학들어가는데에 낭비하지 말길 바란다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다.
(난 내가 대학에 떨어지고 보냈던 시간들이 정말 낭비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얻는 것도 있지
근데 그건 쉽게 말하면, 군대 가서도 얻는 것이 없더냐? 답은 간단하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으면 하지 않아야 되는거다.) 대학 오면, 네가 지금 하고 싶은 게임, 오락, 이성, 동아리 수도
없이 할 수 있다. 정말 시간이 남아 돈다 남아 돌아. 그러니 지금 바짝 차려라 .



지금은 다른 분야에서 다른 일들로 매우 바쁘지만 나 또한 과거 입시계에서, 또 이곳에서
많은 활동을 했고 입시 상담을 하며 여러 애환의 탈출 미로를 함께 그려왔기에 더욱 더
이 곳의 수험생들에게는 애착이 간다.



다른 것 생각말고.
이번 한 번으로 끝낸다.

이 맘만 가져라. 이따위 수능 다시는 보지 않겠다.
이런 마음으로. 현역이든, 재수생이든 N수생이든, 모두.

----------------------------------------------------

(이 글을 읽고 "아 그렇구나" "열심히 해야지"하며 아무 의미없는
자기 발전적 암시정도로 넘기는 사람은 1000명중 999명이다.

읽고 넘기지 않을, 이 글을 읽게 될 1000명의 조회자중 단 1명은
수능을 볼 때 "이따위 수능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피떨리는 각오를 할 것이고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함의된 시니피에의 최고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사족 : 정말 이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아 전력을 다해 수능을 볼 의지가 있고
실제로 실천한 학생이 있다면 수능 뒤, 어떤 유형의 논술이든 개인적으로
문제되지 않으므로 개인적으로 케어해줄 의향이 있으니 꼭 최선을 다할 것.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시詩 · 133120 · 10/11/28 03:05 · MS 2018

    처음엔 단순한 호기였죠 재수까지 하는데 서울대 가야지
    시간이 지나면서 몇번의 실패를 겪고 점점 더 커져가는 집착.
    지금 고3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연고대에도 충분히 만족하고 다닐 것 같습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않는 실력이란게 존재할까요?
    올해 세번째로 시험을 치고 작년만큼도 못 맞았습니다.
    ...
    퍼센테이지는 거의 두세배로 떨어졌고 연고대조차 못갑니다.
    솔직히 두렵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어린날의 패기는 사라져가고
    햐,,, 그 시험장에서의 패닉.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시는 이따위 수능 보지 않겠다.
    그런 열정조차 생겨나질 않네요.
    아, 이거 죄송합니다. 힘빠지는 얘기밖에 하질 않네요.
    뭐 어쩌라고 싶은 글만 싸질렀네요.
    시간은 지금도 계속 가고 지금은 이렇게 응축된 제 절망도 언젠간 옅어지겠지요.
    뭔가가, 그래도 바뀌겠지요.

  • Snu Roman. · 69422 · 10/11/28 12:05 · MS 2004

    마음이 중요한 것 같네요.

    색다른 환경에 몸을 맡기는 게

    그런 경우엔 보통 최선이더군요

    무작정 엘살바도르에 가서 2달을 살고 온다던가 하는..

  • 어짜피만점 · 356292 · 10/12/20 09:38 · MS 2010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따위 수능을 다시 봐야 될꺼 같네요...

  • 비추해줘 · 348424 · 11/05/26 01:02 · MS 2010

    재수생 주제에 오르비질 하다가 글 봤네요.

    내신,국사,아랍어,언수외,나약한의지..

    연대붙어놓고 삼반수로 서울대갈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정말 쓰레기같은 생각이었네요 저에게나 가족에게나 다른 누구에게도.

    서울대만 목표로 하고 달립니다. 올해 안에 끝내겠습니다.

    수능끝나고 들어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