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8382602
오타니에 메이저리그는 푹 빠졌다. 일본인 선수치고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는다. 사람들은 어설픈 재능으로 어설픈 실력을 구가하며 자만하는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캐릭터를 원한다. 오타니는 자격이 있다.
시대를 풍미했다 해도 그 누구든 내리막길이 있다. 인간의 누적사망률이 100%이듯, 스탯 하락률 역시 100%이다. 아무리 관리하더라도 이치로가 결국 사회인 야구에서 뛰듯, 폼은 유한하다. 농구 그 자체로 평가받는 마이클 조던도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워싱턴 위저즈 시절은 전성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종합격투기의 효도르, 앤더슨 실바 역시 10년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각 체급을 제패했지만 은퇴를 수차례 번복하며 전적을 망쳤다.
전성기에서 은퇴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나에겐 저런 전성기가 있어본 적도 없지만 능히 짐작된다. 한껏 주가가 올랐을 때에 더 가지 않을까 싶어 파는 것도 잘 못하는데 인생 자체가 절정인 시기를 스스로 놓을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모두 한창 전성기일 때 잠적해버리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원한다. 지금 소개할 인물 이야기다.
호로비츠의 추천으로 출전한 콩쿨에서 우승하며 미국을 들끓게 했던 동구권(불가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시스 바이렌베르크. 그는 이후 10년간 종적을 감췄다. 이유는 간명했다. "연주하기엔 철학이 부족해서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나고 나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이 최강대국으로 떠올랐지만 문화예술의 저변은 약했던 1900년대 중반. 그들은 스포츠로 맞붙었다. 스포츠 국가주의를 대표하는 태릉선수촌의 원류가 미국과 소련의 선수촌이다. 서로의 올림픽에 불참하기도 하고 겨루기도 하며 스포츠에 정치이데올로기를 입혔다. 그런 살벌하던 시기의 절정인 1958년, 소련은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자국의 위대한 예술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을 딴 콩쿨을 개최했다. 한 청년이 수줍은 미소로 입장하여 관객들에게 인사한 뒤 온화하게, 한 음 한 음 관객에게 말을 건네듯 차이코프스키 1번 협주곡을 연주했고, 우승했다. 그의 이름은 반 클라이번. 국적은 미국이었고 미-소 양국이 뒤집어졌다.
양국 화합의 상징이 된 그가 너무 많은 부담을 느꼈던 탓에, 연주는 점점 힘에 부쳤고 그는 잠적하기에 이른다. 실질은, 잠적했다기보다 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사회가 필요로 했던 것은 냉전 가운데 적지에서 우승하여 미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 애국주의, 그런 미국의 실력을 인정한 소련의 포용주의, 이를 통한 양국 관계의 진전이었을 뿐, 그 이후의 연주엔 큰 관심이 없었다.
10년 뒤에 모습을 드러낸 바이렌베르크와 10년동안 잊힌 반클라이번. 이런 걸 보면, 은퇴에 적절한 시기란 없는 것 같다. 그저 최선을 다해 즐기되, 내려놓고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을 것이다.
은퇴 뒤 뜬금없이 복싱에 출전한 앤더슨 실바가 얼마 전 불세출의 챔피언 세자르 차베스 주니어를 복싱으로 잡아냈듯이.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왜 히라가나로 완다호이 적혀있음? 원더랜드의 완다 니까 가타카나여야하는거 아님?
-
의대 사정이 하도 안좋으니까 최상위권들이 치대로 가서 그런가요?
-
기차지나간당 0
부산역행
-
약속이 생겨버린
-
학원만 다니다 겨울방학때 처음으로 인강으로 공부하고 있는 현역입니다 모고 성적은...
-
다이어트 종료 4
103일 걸림 18.5kg 감량 비만 → 저체중 끝
-
아 오늘 레전드 가슴하고 수학 하는 날인데..
-
1.화작 기하 한지 세지 하려고 하는데 화작을 언매로 바꾸는게 좋나요? 2.한의대는...
-
ㅈㄱㄴ
-
UNIVERSITY OF SEOUL.님의 장례식이 아닙니다??? 2
ㅅㅂ왜 살아있는건데
-
잇올러들 주목. 1
오늘 자율이라고 안가고 침대에서 밍기적밍기적 거리지 말고 정규시간처럼 공부하자 형은...
-
정병훈T의 승부수였다는데 ㅋㅋ
-
현역때 공통 하나 미적 3개 틀렸고 지금은 확통 세젤쉬 한 바퀴 돈 상태입니다....
-
특정당하는 꿈 꿨다 10
으악
-
!!
-
주인 잃은 레어 2개의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서울시립대 이루매"그대, 서울과...
-
안녕히 3
약 4년 전부터 오르비를 시작했습니다 힘들 수험생활을 버티게 해준 고마웠던 친구...
-
전여친만나는꿈꿈 7
근데 난 전여친이 없는데 크아악 존재하지않는기억이
-
멍청하게 선포 했는지
-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견해 - 수특 독서 적용편 주제 통합 03 0
안녕하세요, 디시 수갤·빡갤 등지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국어 강사입니다. 오늘은...
-
내 소원 0
대왕 삼색아이스크림 (고깃집애 있는거) 꼭 시켜서 퍼먹어보고싶어요 자취하면 꼭 해야지
-
받는 사람도 잇긴 하겟는데
-
죽겠다.ㅎ
-
ㅇㅂㄱ 0
나왔는데 어제보단 좀 춥네요 다들 따뜻하게 입으십쇼
-
잇올 자율등원일에 7:30부터 등원 가능이라던데진짜임? 2
진짜임? ㅡ아님 그냥 형식적으로만 말하는 거임? 그 전에 등원하면 세콤 울린다고...
-
왜냐면 아니니깐.. 이 아니고 아직도 그냥 방구석에서 머리나 벅벅 긁다가 때 되면...
-
On my bed
-
2025학년도 경찰대 영어 1차 시험 기출문제 30번 한줄해석 0
2025학년도 경찰대 영어 1차 시험 기출문제 30번 해설 ( 선명하게 출력해서...
-
행복하세요
-
평소에 자존심 센 인간들 기분 맞추면서 사는중임 본론부터 말하면 화내니까 돌려돌려...
-
수2 자작문제 1
혹시라도 해설을 원하는 분이 계시면 다음 게시물에 올려보겠습니다!
-
몇시간씩 가스라이팅 후에 휴학 실명투표 시키는거 이거 자체가 위법 아님? 전공의들...
-
이렇게 있을 때 점 Q를 삼각형 PAB에 대한 P-Humpty Point라고...
-
주인 잃은 레어 2개의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
집에 가야겟다 5
여기서 뭐 더 할게 없네
-
여지껏 정말 멍청하게 살아왔습니다 수많은 실패, 헛짓거리, 열등감, 후회, 분노...
-
계약학과 목표로 할건데 사1과1이랑 사2중에서 뭐가 좋을까요 작수 생지에서 생명은...
-
기차지나간당 6
부지런행
-
이거 ㄱㄴ?? 3
과외하는데 학교 프로젝트 때문에 수업시간을 미뤄야 될거 같아서...주말이고 그...
-
과중 학교 선배들도 생기부 괜찮다고 하는 선배랑 좀 별로라는 선배들끼리 갈려서,,,...
-
난 기억해볼려햇지만 아프지말아요 그저 웃는 모습 보여줘요
-
전자는 돈벌어도 성형못한다하면 뭐고름?
-
ㅋㅋㅋㅋ 어이없어서 말도 안나오네요,, 바이탈 넘쳐서 학생회 내용 절반을...
-
메디컬 문과로 2
작수 화작 확통 생윤 사문 21212인데 화작을 언매로 바꾸지 말고 만점을 향해...
-
매일 저격글이 1
평화로운 오르비입니다
-
네..
-
잘련다
-
내신 7등급 미인정 지각, 결석 다수 선도 다녀옴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