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점 [418219] · MS 2012 (수정됨) · 쪽지

2016-12-15 19:29:58
조회수 11,910

유대종 국어 연구소입니다.(머벨)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0120439

그동안 글을 쓰지 못하는 불가항력적 이유가 있었습니다.(ㄷㅍ ㅋㅋ) 양해 바랍니다.


사실, 강의 시작 시기에 이런 글을 써서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홍보하려고 슬슬 오는군. 이런 거요^^ ㅎ

그런 생각은 이제 1도 없습니다.


올해, 제가 부족한 강사임에도 올 한 해 학생들이 많이 사랑해 주어서,

정말 감사드리고

저는 현재 마지막 자리에 있든, 중간 자리에 있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 '성장', '성숙'하는 것을 제 삶의 즐거움으로 살고 있습니다.


또한 제게 얻어진 기회는 또한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마련된 것일 수 있으므로,

언제나 조심하고, 또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가끔 댓글에 언급되는 제 교재비와 관련하여, 제 의견을 표출하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교재비가 싸면 참선생, 교재비가 비싸면 그렇지 않은 선생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합니다.


교재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려됩니다.

문항에 대한 개발 비용, 수 많은 이들의 인건비, 검토비, 디자인비, 조판비, 인쇄비, 유통 회사와의 비율 산정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과정들을 거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완성본 역시, 1도 인쇄냐, 2도 인쇄냐, 4도 인쇄(풀컬러)냐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또한 500권, 1000권, 2000권, 10000권을 찍느냐에 따라 또한 원가가 다를 수 있지요.


그래서 오르비 북스를 제가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 중 하나는 모험심이죠.


500부, 1000부라는 소량도 찍어내는 데, 그렇게 비싸게 팔진 않습니다. 대단한 벤처 정신입니다.  


2015 국치독도 소량 인쇄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재고의 위험이 도사립니다. 

책이 남으면 그대로 손해로 꽂히지요.

근데 웃긴 것이 이미 나온 책은 팔린 것으로 간주되어

세금으로 때려맞습니다. 콰콰쾅


아무튼, 교재를 내는 작업은  

어떤 목재를 목공에게서 재료로만 살 때와는 달리, 좋은 책상을 만들어 집으로 배송하기까지의 과정과도 같은 것입니다. 훨씬 많이 손이 갑니다. 


저도 인강 교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어떻게 고생해서 만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내내 고생하면서 수학 문제 만드시는 동료 선생님이 계십니다.

만날 때마다 수학 10년 동안 손 놓은 저에게 이 수학 문항 어떠냐고 검토 받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물론 저는 다 맞습니다만.)



즉,

1) 문항을 직접 개발한 것들에 대해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수학이나 영어, 혹은 국어 실모 정도는

그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어야 합니다. 전 회사 패스 시대에 강사의 소득 보전이 대단히 어려워진 것은 팩트이니까요.


그러나,


2) 국어 교재 중 기출 문제만 복붙 때리고 재구성도 없는 그 얇은 책을 비싸게 파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제 견해이기도 합니다.(단언컨대, 저희 사이트에는 그런 분들 없습니다.) 이건 사실 개발비가 별로 안 들거든요.




그러면, 저같은 경우는 어떠하냐?

작년에, 저는 완벽히 재구성해내고 문항 개발도 직접 하지만 대단히 싸게 파는 '전략'으로 갔습니다.

특히 1도 인쇄는 배송비보다도 싸게 갔지요. 

그래서 유대종은 참선생이냐?

아닙니다. 전혀 아닙니다. 그런 호칭은 넘나 과합니다.


제 행동에는 사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제가 교재비 이렇게 했을 때 얻어지는 저변 확대입니다. 

어쨌든, 제 강의가 접근성이 뛰어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끄트머리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강사가 할 수 있는 좋은 포석이지요. 

즉, 현실적인 측면이 큽니다.

그러므로, 저를 다른 과목 타강사 교재비 언급 시 

저와 대비하여 지목하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굳이 언급해 주시려면 다른 타사의 국어 강사들과 비교하여 붙여주십시오. 

 

둘째, 그럼에도 '국어 시장'에 대한 

제 이상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들 ㅁㅊㄴ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저 메이저로 넘어온 미꾸라지 새끼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을 직접 옆에서 들었을 때에도,

선생님이 깃발 드실 거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최소한 국어 기출 문제를 그대로 복붙하거나 

지금도 집에서 쉽게 인쇄할 수 있는 수능 기출을 과하게 섞어서 매달 배송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경종은 알리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요?

지금은 미약하지만요.


아무 세력 없는 선생님이 깃발을 드실 거냐는 말씀에,

'들면 들 것'이라고 읊조렸던 제 다짐이,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주리라 생각했던 제 다짐이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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