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527264] · MS 2014 · 쪽지

2016-04-10 00:24:04
조회수 1,866

수능 국어 19번 문제 이의제기에 대한 반론 글 하나 올려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254623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 분의 신원을 밝히지 않으셨기에 신뢰도면에서 다소 떨어질 수 있고 이원준강사님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반박 가능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저 하나의 '반론'입니다.

현재 오르비에 19번 문제 이의제기에 반대 측 입장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과 저도 어쨌든 반대 측 견해를 가지고 있기에 올려봅니다.

개인적으로 허락받을 방법이 없어 글을 일단 가져왔는데 작성자 분도 수험생분들이 의견을 나누는 것에 환영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문제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A형 19번 문항, 출제 오류 없다!
- 이원준 강사의 이의 제기에 대한 반론


 
2016년도 수능 국어시험과 관련하여 메가스터디 국어강사 이원준씨가 평가원에 이의 신청을 통해 수능 국어 A형 19번 문항의 정답지 ②가 ‘논리적, 과학적 오류’를 범하고 있으므로 평가원 측은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언론,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해왔다.

필자는 이원준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다음 두 가지의 반론을 제기한다.


(1) 19번 문항에 대한 이원준씨의 출제 오류 주장은 문항 이해 실패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19번 문항은 논리적, 과학적으로 아무런 하자 없는 지극히 합당하고 정상적인 문항이다.) 이는 이원준씨 평가원가 전혀 다른 정답코드를 해당 문항에 무리하게 적용한 데에서 비롯된 논란이다.  

(2) 그는 19번 문항의 답지 ②가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 정답을 예시하였으나, 흥미롭게도 논리적 오류는 답지 ②가 아닌, 그가 예시한 대안 정답에 있다. 이는 이원준 씨가 논리적 오류 중 후건긍정의 오류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소모적 논란에 지나지 않는다.  



(1) 문항 이해 실패에 대하여


먼저 이 문항의 문두부터 살펴보자.

19.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이 문항은 평가원의 출제 지침에 따르면(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4)) 사실적 사고로 분류되는 내용일치 문항이다. 답지가 지문의 내용과 일치하면 정답, 일치하지 않으면 오답이 된다.


'일치'의 개념부터 짚어보자.

일치 : 비교되는 대상들이 서로 어긋나지 않고 같거나 들어맞음.()


평가원에서는 일치/불일치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반복’에 있음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2004), p28.)
다시 말해 답지가 지문의 내용을 사실 그대로 반복하고 있으면 일치, 반복하고 있지 않으면 불일치라는 것이다.

‘지문과 관련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답지’가 있다면 그것은 지문의 내용을 사실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므로 추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불일치에 해당한다. 지문 사실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내용을 연역하거나 귀납한 것은 행동영역별 평가 목표를 고려해 볼 때 사실적 사고가 아닌, 추론적 사고로 분류된다.


내용일치 문항과 내용 추론 문항의 비교


내용일치
: 사실적 사고-지문 내용의 정확한 이해를 요구하는 문두-지문의 내용의 사실 반복 여부-지문 관련 사실 불일치 또는 반복의 수준을 넘어선 추론은 오답.  


내용추론(미루어알기)
: 추론적 사고-지문내용을 바탕으로 추론을 요구하는 문두-지문 관련, 논리적 추론의 타당성 여부-지문관련 반복의 수준에 그치거나 추론 규칙에 어긋난 논리적 오류는 오답.

(2004) 참고.



19번 문항처럼 내용 일치를 묻는 문항은 글 내용의 정확한 이해를 요구하는 문항으로 지문내용을 사실 그대로 반복하는 답지가 정답이 된다.
따라서 이런 문항의 정답을 맞히기 해서서는 지문 내용-답지 간의 ‘반복’ 여부를 잘 판별해야 한다. 반복을 반복이 아닌 것으로 보거나, 반복이 아닌 것을 반복으로 본다면 당연히 정답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19.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19번 문항은 이렇게 내용 추론 문항이 아닌 내용일치 문항임을 한눈으로 쉽게 알 수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원준씨는 이 문항을 내용일치 문항이 아닌 내용 추론 문항인 것으로 받아드리고 문항해결을 시도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0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양공 쌍이 발생한다고 해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반드시 광자가 입사되어야만 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0 논리적으로 볼 때, 지문의 진술은 개연적인 데 반해 선택지는 지나치게 단정적이라서 지문으로부터 선택지를 타당하게 도출할 수 없습니다.

0 선택지로부터는 지문을 연역적으로 추론할 수 있지만, 지문으로부터 선택지를 연역적으로 추론할 수 없습니다.
                       - 이원준, <2016학년도 수능 국어  A형 19번 논리적, 과학적 출제오류>(2016. 11. 15. 오르비)


‘단정할 수 없’다, ‘도출할 수 없’다, ‘연역적으로 추론할 수 없’다는 주장은 그가 19번 문항을 일치문항이 아닌 추론문항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일치 문항의 정답코드를 추론 문항의 정답코드로 바꿔서 정답을 찾았기 때문에 이원준 씨의 다음과 같은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풀면서 처음에 답이 없어 당황했다.”

지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답지를 찾으려고 하지 않고, 지문으로부터 타당하게 추론된 답지를 찾으려고 할 경우 누구나 예외 없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이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는 이원준 씨가 본인이 정답코드를 자의적으로 오용한 잘못을 간과한 데에서 빚어진 문제인 것이다.  


강조하건대, 19번 문항은 내용 일치를 묻는 문항이다.
이 점을 확고히 하고 해당 문항에 접근했을 경우 누구나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본인의 이의제기로 인한 반발을 무마하려고 이 문항의 정답률이 95% 높았기 때문에 전원 정답처리해도 정답자들이 손해볼 게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이 문항에 대하여 절대 다수의 피험자가 내용 일치형 문항임을 확인한 후 평가원의 정답코드에 맞게 지문 내용을 사실 그대로 담고 있는 답지를 정답으로 삼으려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면 답지 ②가 어떠한 이유에서 정답이 되는지 확인해 보자.


답지 ② 애밸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지문 흡수층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제2문단의 두 번째 문장)



가독의 편의를 위해 이원준씨는 답지와 지문을 아래와 같이 간추려 놓았다.



답지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지문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답지와 지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각각 담고 있다.


답지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귀결)                     (조건)

지문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조건)                   (귀결)



이렇게 답지를 지문에 대응해 볼 때 형식은 바뀌었으나, 내용은 바뀌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답지는 광자가 입사되어야 전자-양공 쌍이 생성된다는 것이고 지문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문은 ‘조건→귀결’ 순으로, 답지는 ‘귀결→조건’ 순으로 어절 순서가 바뀌었지만,
지문, 답지 모두 광자 입사가 ‘전자-양공 쌍 생성의 조건이라는 사실, 혹은 전자-양공 쌍의 생성에는 광자 입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답지의 명제가 지문의 사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지문 내용’ - ‘답지(명제)’ 간의 일치/불일치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문의 귀결절에 있는 ‘-수 있다’가 답지의 조건절에 있는 ‘-어야 한다’로 바뀐 점에 근거하여 지문-답지 간의 내용일치를 부정하는 시각이 대두될 수 있다. 이원준 씨의 이의 제기에서도  이러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논리적으로 볼 때, 지문의 진술은 개연적인 데 반해 선택지는 지나치게 단정적이라서 지문으로부터 선택지를 타당하게 도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측면에서의 보면 지문의 서술부가 ‘-수 있다’에서 답지의 서술부 ‘-어야 한다’ 로 바뀐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이원준씨의 주장대로 이원준씨의 우려와는 달리 의미상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

의미의 심층을 보면 ‘-수 있다’는 ‘-어야 한다’로 바뀐 게 아니다. 지문의 귀결절 서술부 ‘-수 있다’는 답지의 귀결절 연결어미 ‘-하려면’(할 수 있으려면)으로 바뀐 것이다.
답지의 조건절 서술부 ‘-어야 한다’ 역시 지문의 귀결절 서술부 ‘-수 있다’의 변형이 아니다.
지문의 조건절 연결어미 ‘-되면’의 변형이다. 지문의 조건절 ‘-되면’이 어절 순서가 도치되어 답지의 조건절 서술부 ‘-어야 한다’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표현상의 변화일 뿐, 여기에는 그 어떤 의미상의 변화도 나타나지 않는다. 정답지 ②는 지문의 내용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문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조건)                       (귀결)

답지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귀결)                         (조건)



지문의 ‘-수 있다’와 답지의 ‘-어야 한다’에 변화 분석


‘-수 있다’              ?       ‘-하려면’(할 수 있으려면)
(지문의 귀결절 서술부)        (답지의 귀결절 서술부)


내용 및 의미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표현과 서술 순서만 바뀌었음. → 내용 일치


‘-되면’             ?             ‘-어야 한다’
(지문의 조건절 서술부)       (답지의 조건절 서술부)




이 원준씨는 지문과 답지를 다음의 예시에 견주어 “독약을 먹으면 죽을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부터 “죽기 위해서는 독약을 먹어야 한다.”라는 것을 도출할 수 없고,
또 두 문장이 논리적 동치관계를 지니지 않으므로 답지②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오르비 댓글 참고)

답지가 지문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관계랴면 양자는 논리적으로 전제와 결론과의 관계라는 것이다. 두 문장이 논리적 동치관계로 성립한다면 이 역시 사실적 일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이원준씨가 제시한 근거보고는 일치/불일치 관계를 따져야하는 문제와 관련없다는 것이다.


죽으려면 독약을 먹어야 한다.(답지)


여기엔 독약이 아닌 것에 대한 판단이 담겨있는 건 아니다. 즉 독약이 아닌 다른 걸 먹으면 죽는다, 죽지 않는다 말한 바 없으므로, 죽으려면 독약만을 먹어야 한다는 단정은 아닌 것이다. 독약이 아닌 다른 걸 먹고 죽었다고 해서 이 명제(답지)가 거짓이 되는 건 아니다.


독약을 먹으면 죽을 수 있다.(지문)


이건 이원준 씨가 질의 응답에서도 밝혔듯이, 독약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고,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도 참(A)이 되고, 독약을  먹으면 죽지 않는다도 참(B)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답지는 지문의 A와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죽으려면 독약을 먹어야 한다는 명제는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라는 명제가 어순만 도치된 내용 반복이다.


답지는 지문의 A, B 모두와 일치하지는 않으나 지문의 한부분인 A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지문과 답지간의 내용일치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 있다' 개연적 진술 ㅡ지문
'-어야 한다' 단정적 진술 ㅡ답지
 

이 경우 지문에서 답지를 도출하는 건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논리적 측면에서 비약된 것 맞지만, 이 점 때문에 내용일치가 부정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의 '-어야 한다' 가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단정적 표현이지 오직 독약만을 먹어야 죽는다는 뜻의 단정적 진술은 아니고,
'-수 있다'의 경우 개연적 진술인 건 맞지만, 엄밀히 말하면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A)는 단정과 독약을 먹으면 죽지 않는다(B)는 단정 모두를 참으로 열어둔 개연적 진술이다.


요컨대, 답지의 단정과 지문A의 단정은 같은 것이므로
19번 문항의 정답지는 지문과 정확히 내용일치인 점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독약을 먹었는데에도 약에 대한 내성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렇게 되면 죽으려면 독약을 먹어야 한다.(답지)가 지문A와 일치한다는 반론이 제기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독약을 먹으면 죽지 않는다(B)는 지문B와 일치하게 되므로, 일치/ 불일치 여부를 정답/오답 판단의 기준으로 보고 이 문항을 이해했다면 이 문항은 평가원의 정답코드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므로 19번 문항은 올바른 출제이다.
 




(2) 논리적 오류에 대하여



먼저, 정답지 ②가 정답임을 입증하는 지문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지문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이러한 형태로 진술된 문장을 논리학에서는 ‘가언명제’라고 한다. 가언명제란 정언명제와 대비되는 것으로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젖을 것이다).”와 같이 가설적 조건하에서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이 책상은 무겁다.”처럼 주어에 대하여 술어를 단정적으로 나타내는 ‘정언명제’와 대비된다.(정영기, (2012,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p58.)


가언 명제를 간단하게 형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A이면 B이다.’


여기서 ‘A이면’을 ‘전건’이라고 하고, ‘B이다’를 ‘후건’이라고 하는데, 전건은 ‘조건절로, 후건은 ‘귀결절’로 각각 분류된다.

가언명제를 전제로 삼아 어떤 결론에 도달할 때에는 논리적 오류(후건긍정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대전제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 : ‘A이면 B이다.’
소전제  땅이 젖었다.     : ‘B이다.’
결  론  그러므로 비가 왔다.    : ‘∴ A이다.’


이와 같은 추론에는 논리적 오류가 담겨 있다. 그 이유는 땅이 젖었다고 해서 비가 왔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온 것 외에 누군가 물을 뿌렸거나 눈이 녹아서 땅이 젖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가 오면(전건) 땅이 젖는다.(후건)
땅이 젖었다.(후건 긍정)
그러므로 비가 왔다.(전건 긍정)  


후건 긍정의 오류는 후건을 긍정한 것을 근거로 성급하게 전건을 확정한 데에서 비롯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답지 ②는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한 게 아니다.



지문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전건)                       (후건)

답지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후건 긍정(×)/후건 반복(○)      전건 긍정(×)/전건 반복(○)



이원준씨는 19번 문항의 답지 ②가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답지 ②는 후건을 긍정을 근거로 전건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추론을 이끌어낸 게 아니라, 후건과 전건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정답지 ②는 이원준씨의 지적과는 달리 후건 긍정의 오류를 저지른 답지가 아니며,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한 답지는 흥미롭게도 이원준씨가 예시한 대안 답지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원준씨가 예사한 대안답지


정답지 ②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대안 답지  전자-양공 쌍이 발생했다면 광자가 입사되었을 수 있다.
         


위의 추론 단계를 형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대전제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 ‘A이면 B이다.’
            (전건)                 (후건)
소전제  전자-양공 쌍이 발생했다.                                              : ‘B이다.’
           (후건 긍정)
결  론  그러므로 광자가 입사되었다.(광자가 입사되었을 수 있다.)   : ‘∴ A이다.’
           (전건 긍정)                      

이처럼 후건 긍정을 통하여 전건 긍정을 도출할 경우,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데 그 본보기가 이원준씨의 대안정답인 것이다. 전자-양공 쌍이 발생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광자가 입사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예외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논리적 오류인 것이다.


“전자-양공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정답 ②)는 “광자 없어도 온도, 압력, 소리 등으로도 전자-양자 쌍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과학적 진리를 허용하지 않는, 지나치게 단정적인 진술이므로 정답 ②가 논리적 오류를 범한 추론이라는 게 이원준씨의 주장이었다.


이원준씨가 정답지 ②에 제기했던 비판의 화살은 되려 이원준씨기 제시한 대안답지에 조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이원준씨는 정답지 ②가 ‘-수 있다’(지문/개연적 진술)에서 ‘-되어야 한다’(답지/단정적 진술)로 서술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판한 나머지 답지의 서술부  ‘-되어야 한다’를  ‘-수 있다’로 바꾸어주기만 하면 오류가 하소되는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대안답지를 “전자-양공 쌍이 발생했다면 광자가 입사되었다는 것이다.”와 같이 단정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 답지  “전자-양공 쌍이 발생했다면 광자가 입사되었을 수 있다.”


단정적 표현을 개연적 표현으로 바꾼다고 해서 논리적 오류가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전자-양공 쌍의 발생을 긍정한 것을 전제로 광자 입사를 긍정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후건 긍정의 오류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19번 문항이 내용일치 문항임에 틀림없습니다만, 내용일치 문항이 아닌 내용 추론 문항이었다는 전제에서 볼 때, 이원준 씨가 제시한 대안 답안은 다음과 같이 시정되어야 논리적 오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



제2의 대안 답안 “전자-양공쌍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광자가 입사되지 않았다.”
                    (후건 부정)                          (전건 부정)




후건 긍정의 오류는 후건부정식을 위반한 데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후건 부정의 오류를 피하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후건 긍정의 오류를 후건 부정식으로 되돌려 주면 되는 것이다.


대전제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             : A면 B이다.
소전제  땅이 젖지 않았다.                    : B가 아니다.
결 론  그러므로 비가 오지 않았다.         : ∴ A가 아니다.


요컨대, 이원준씨의 출제 오류 주장은 문항 이해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가 19번 문항의 정답지에 대하여 제기한 논리적 오류 주장 역시 논리적 결함에서 비롯된 착오란 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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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의데스니티 · 622932 · 16/04/10 13:32 · MS 2015

    이번 소송엔 지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행정소송을 승소로 이끈 박현지 변호사(장안합동법률사무소) 등 3명의 변호인단이 참여한다. 박 변호사는 “국어 A형 19번 문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세계지리 8번 문항보다 오류가 더 명백하다”고 말했다.

    -국어A형 19번 소송 관련 뉴스 기사 입니다.

    소송 결과나 기다려보죠, 공부하면서...

  • 이원준강사 · 502633 · 16/04/10 13:35 · MS 2014

    어떤 분이 작년 11월22일에 평가원 게시판에 올렸던 반론이네요. 선지가 후건 긍정이 아니라 후건 반복이라는 논리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후건반복이면 후건긍정이죠. 또한 지문이 전칭이든 특칭이든 선지를 함축하지 않습니다.

  • 끝까지 간다 · 527264 · 16/04/10 14:53 · MS 2014

    안녕하세요 선생님. 후건반복이면 후건긍정이라는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이해하기는 조건을 그대로 서술한 것과 조건긍정은 확실히 다른 과정이라고 생각되어서요.

  • 이원준강사 · 502633 · 16/04/10 15:05 · MS 2014

    논리학에 후건반복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이 글의 글쓴이는 '후건반복'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셈이죠. 문장이 동일하다면 명제도 동일합니다.(문장과 명제는 서로 달라요) 따라서 후건반복이 후건을 그대로 진술했다는 의미일 경우, 후건반복이 참이라면 후건긍정도 참이 됩니다. 그렇다면 후건반복이면서 후건긍정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저는 내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후건반복이라면 그것은 후건긍정입니다.

  • 끝까지 간다 · 527264 · 16/04/10 15:27 · MS 2014

    네 후건반복이라는 말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저또한 문맥상 조건의 재진술 정도로 이해했어요. 그 후에 따져보면 후건반복이 후건긍정과 결론을 같이 한다고 하셨는데, 이 글에서 후건반복이 가리키는 문장과 후건긍정이 가리키는 문장은 다르지 않나요? 후건반복이라는 것은 조건의 x값에 아직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 그러므로 개연성을 내포하며 후건긍정이나 부정은 x를 넣어서 결과값을 유도하는 형태. 즉 조건명제에서 단정적진술이 나오게 되니까요. (단 이 반론에서는 단정적진술이 나타내는 함축의 한계를 설명하고 있고요.)

  • 이원준강사 · 502633 · 16/04/10 16:35 · MS 2014

    P->Q라는 명제를 근거로 그 역명제인 Q->P라는 형식의 가언명제도 참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후건긍정의 오류라고 합니다. 따라서 후건긍정의 오류가 성립한다고 해서 굳이 Q가 참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끝까지 간다 · 527264 · 16/04/10 17:18 · MS 2014

    후건긍정의 오류라고해서 Q가 참이라고 단정할 수 없죠. 이 것은 어떤 부분에 대해서 반박하시는건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끝까지 간다 · 527264 · 16/04/10 17:57 · MS 2014

    그리고 이 글은 선생님의 이의제기를 같은 논리적 접근으로써 반박한 성격이 강한데 또 다른 맥락의 반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송에 사용하실 내용이라 불편하시면 다뤄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본문의 반론글보다는 다른식의 접근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명제로 바꾸면 중의적의미의 문장을 이해하기 곤란하므로 명제로 바꾸지 말고, 지문의 '~수 있다'라는 문장은 능력을 나타내는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나타내는 뜻도 내포한다. 또한 이 지문의 문맥 상 서술자는 후자의 뜻을 나타낸 것이므로 의도대로 읽어줘야한다

    이렇게 전개되는 논의인데 저는 이것이 명제화를 지양하기때문에 언어논리적 지적을 피해갈수있다고 보며 평가원의 답변을 보아도 논리적재반박보다는 이쪽을 중시하고 있는듯합니다

  • 끝까지 간다 · 527264 · 16/04/10 17:10 · MS 2014

    글쎄요. 제가 이해를 못한건지 외연적으로도 조건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과 긍정 혹은 부정하는 것은 명백히 달라보여요. 이 두가지가 같다면 선생님이 주장하시던 개연성과 확정성의 차이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은 '광자가 입사되면'이 '입사되어야한다'로 재진술된것이 개연성과 확정성의 차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제안하신 대안답지는 '입사되었을 수 있다'입니다. 원래의 답지와 대안답지의 차이는 '되어야 한다' 즉 조건과 '되었을 수 있다' 구체적인 x상황에 적용시킨 조건긍정의 차이입니다. 만약 조건반복과 조건긍정이 결론을 같이 한다면 이 두 문장은 모두 개연성을 나타내거나 모두 확정성을 나타내게 되므로 모순이 생깁니다. 이런 점에서 후건반복과 후건긍정이 같은 결론을 가진다는 말씀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설명 중에 내포적인게 섞였는데, 저는 애초에 외연적으로 같다는 게 이해가 되지않아 불가피했습니다. 명제가 같다고함은 이 문장들은 이미 명제의 상태이므로 문장으로써가 아니라 바로 명제의 동일성을 체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앞서 말씀하시는 명제가 결론이 같다는 것은 결국 내포적인 면인데 외연적인 면만으로 논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명제에서  동치라는 것은 결국 외연적으로 같다는 것이 아니라 내포적으로 같다는 뜻이니까요.

  • 이원준강사 · 502633 · 16/04/10 18:59 · MS 2014

    명제의 동치가 외연적 동일성이 아니라 내포적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 끝까지 간다 · 527264 · 16/04/10 19:16 · MS 2014

    간단히 동치란 것의 정의가 외연적으로 같거나 다르거나에 상관없이 기준에 따라서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인데 명제에서는 이 기준을 결론의 합치로 설정하며 결론이 같다는것은 외연적요소가 아니라 내포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연적인 것으로 같다를 표현할때는 일반적으로 동치라는 말보다는 그냥 같다, 동일하다라는 표현을 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