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사상] 비형이상학적 절대 도덕 규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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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생이 재미로 윤리 공부 하다가 괜히 쓰는 뻘글이니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칸트식 의무론과 맞닿을 정도로, 매우 강한 규칙 공리주의적 입장으로 잡아봤습니다.
저는 칸트가 말한 방식의 도덕 법칙, 즉 이성 그 자체에서 도출되는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도덕 명령이라는 설명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이 틀렸다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에게는 다소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설명으로 느껴집니다. 현실의 인간 사회와 역사 속에서 도덕 규칙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왔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도덕 규칙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계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인간 사회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핵심적인 도덕 규칙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지 마라”,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살인하지 마라”, “권력이 인간을 임의로 제거 가능한 대상으로 취급하지 못하게 하라”와 같은 규칙들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규칙들은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정당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 유지된 규범 중에도 노예제, 신분제, 가부장제처럼 부당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규범이 역사적으로 오래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규칙이 무엇을 보호해왔는가입니다. 무고한 인간의 생명, 신체, 자유, 존엄을 권력과 사적 이익으로부터 보호하는 규칙들은 인간 사회의 장기적 존속과 안정성을 위해 매우 강하게 정당화됩니다. 이 규칙들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사회가 인간 사회로 남기 위한 최소 조건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러한 핵심 규칙에는 쉽게 예외를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번만은 예외다”라는 논리는 역사 속에서 너무 자주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도 되는 예외, 특정 집단을 제거해도 되는 예외, 더 큰 목적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켜도 되는 예외가 열리는 순간, 권력은 그 예외를 확대하고 정당화하려 합니다. 그 끝에는 전체주의, 숙청, 학살, 집단적 폭력이 놓여 있었습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스탈린의 대숙청은 그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따라서 저는 도덕 규칙의 절대성을 초월적 근거에서 찾기보다는, 인류가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회적 생존 조건에서 찾습니다. 어떤 규칙은 신성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건부로 만드는 순간 인간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파괴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절대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극단적인 사고실험 속에서는 예외를 상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예외가 현실 사회의 제도나 정치적 판단에서 쉽게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실의 인간과 권력은 순수한 계산 기계가 아니며, 한 번 열린 예외는 대개 더 큰 예외를 부릅니다. 그러므로 핵심 도덕 규칙은 이론적 가능성보다 현실적 위험을 기준으로 훨씬 엄격하게 보호되어야 합니다.
결국 제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도덕 법칙이 초월적으로 존재한다고까지는 확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 사회가 인간 사회로 남기 위해 거의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은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신비한 명령이 아니라, 인류가 피로 배운 생존 조건입니다. 무고한 인간을 고문하지 말 것, 사적 이익을 위해 살인하지 말 것, 권력이 인간을 단순한 수단으로만 취급하지 못하게 할 것. 이런 규칙들은 단순한 도덕적 취향이 아니라, 자유롭고 안정적인 사회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뼈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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