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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6-04-03 13: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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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성적 사이의 trade off 관계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100696




 필자는 호기심이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이 중학생 때 제 친구의 비유였는데, 당시 에라토스 테네스가 지구 둘레를 측정한 문제를 가지고 제가 틀렸다고 주장하던 친구랑 토론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토론 외적으로 저의 태도에 대해서 이렇게 비유한 적이 있엇습니다. "빨리 앞으로 가야 하는데, 왜 여기에 흙이 잇는지 묻고 있다"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남들은 다 단거리 전력질주를 하는 상황에서 전 흙바닥에다가 코를 박고, 질문을 해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호기심이 굉장히 강한 필자에게 한국의 입시 과정은 고문 그 자체였고, 고1때는 부모님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미국 유학을 계획한 적도 있었습니다. 확실히 저한테는 외국이 나아보였던 것이, 초등학교 5학년 1년을 미국에서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막연히 영화에서 등장하는 창의적이고 자유롭고 상상력을 존중하는 미국 사회에 대한 환상이 거품으로 끼어있던 것이 아니었거든요.



 호기심이라는 것은 상당히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강한 집착과 관심, 흥미는 불쾌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긍정적이고 그렇다고 긍정적이기만 하다고 하기에는 입시 등 목적지향적 활동에 그닥 도움이 안되는 감정입니다. 물론 적절한 수준의 호기심은 학습 의욕을 높이고 자기주도적인 태도의 근간이 되지만, 딱 입시에 몰입할 정도로의 적당한 호기심 자극을 넘어가는 순간 호기심은 거꾸로 입시에 발목을 잡기 시작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어서, 호기심과 창의성을 풍부하게 겸비하면서도 성적 등에서도 탁월한 성취를 발휘하는 사람들(외계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폰 노이만인데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그 사람은 외계인입니다. 외계인이 아닌 이상, 호기심을 지향하고 이 감정이 커지면 현실적인 목표와 목적지향적인 입시에서 더 많은 손해를 보기 시작합니다.






마치 속도와 정확도의 trade off 관계처럼, 적절한 수준의 균형이 딱 사는 데에 최적화가 되고 입시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이상이나 이하로 호기심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작아지면 오히려 입시에 불리해지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경험적으로도 느낍니다. 현대 인공지능에서도 이러한 적절한 균형점인 sweet spot을 찾아내는 것이 주된 업무 중 하나입니다

https://www.ibm.com/kr-ko/think/topics/overfitting-vs-underfitting




 미리 변명을 해두자면, 읽는 이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필자는 자격지심을 가진 것이 아닌가? 뭐 성적을 잘 받고 성실한 모범생들은 영혼 없이 질질 끌려다니는 삶을 산다고 폄하하는 것 아닌가?'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며, 약간 한국 사회의 전반에 깔린 냉소적인 시선으로 좀 필자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유추하면 그러한 식으로 생각이 수렴할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 사실을 설명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설명함으로서 근간에 가지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별 생각 없이 관찰하고 느낀 바를 서술하는 사람도 있고 이번 칼럼도 그러한 내용입니다.



 절대로 호기심이라는 또 다른 하나의 기준으로 줄을 세워서 사람의 우열을 가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책을 읽다가, 당시 흥미로운 문구를 발견했었는데, 동료 의원의 추천사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못하여(정청래 의원이 나온 건국대는 당대 기준으로는 운동권의 핵인 서울대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죠) 운동권의 비주류에 속한 정청래 의원은..." 이라는 말이 굉장히 신기하고 몹시 불쾌하게 여겨졌습니다. 운동권 자체가 계급 타파를 위한 것인데, 그 자체 안에서도 또 다른 계급을 만들어서 주류 비주류가 나뉜다? 참으로 코미디 같은 말이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좀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호기심이라는 추상적이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요소를 가져와서, 필자는 서열 및 줄세우기 교육을 비판하면서 호기심이라는 또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또다시 줄을 세운다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 절대 필자가 호기심 등의 정성적인 요소를 또다시 사람을 줄 세우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오해만큼은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재수 삼수를 할 때도 도저히 이 호기심을 버리지 못해서, 과탐 시간 특히 과탐은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20문제를 빠르게 푸는 타임어택 성향이 점점 극단적이고 지나치게 되어 있어서 어느 과목보다도 문제 풀이 스킬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탐 시간에 문제를 풀고 속도를 최적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놈이, 전 이런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퀘이사의 원리는 알겠는데, 그럼 대체 왜 4개만 뜬다는 것이냐 중간이 뻥 뚫린 원으로 보여야 하지 않느냐' 라고요.




중력에 의한 굴절 효과는 이해를 하겠는데 그럼 대체 왜 4개만 보이느냐, 8개 16개도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하니까 당시 과탐을 정말 잘하던 형님이 "성적 잘 받으려면 그런 호기심과 질문은 좀 접어두라 ㅋㅋ" 라고 조언해주시곤 하셨습니다

https://www.cc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940




 전 오히려 방향이 좀 다르더라 하더라도 어느 기준으로든 1등이라는 것을 해본 사람들을 무척이나 존경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주어진 틀이 그게 뭐 맞건 틀리건 건전하건 다소 불건전하건, 글로벌 스탠다드에 안맞건 맞건 간에 어느 기준으로든 1등을 해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필자 또한 월드오브워쉽이라는 비주류 마이너 게임을 한국 및 세계 1위를 각각 찍어본 것을 가지고 막 자랑을 하듯이, 아무리 마이너한 분야라 하더라도 거기서 1등을 해보는 것은 충분히 어렵고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이너한 분야, 비주류 게임일수록 공략집이 적다는 역설에서 볼 수 있다시피 꼭 메이저한 분야에서 1등을 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분야마다 1등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재능과 노력은 다 다르겠지만, 어느 분야에서든 한번 인간의 한계를 뚫고 최고를 찍어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박수를 받을 만한 일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 되어 자기 통제감이나 효능감 등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분야에서도 응용 가능한 튼튼한 기초 자산이자 체력이 됩니다.



 요새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으면서 시간 압박을 받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학점을 위해서 호기심을 희생합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아이디어와 연결이 되서 깨닫게 되는 것도 많고 새롭게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도 많이 찾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요새 한번 글을 쓰면 1만자를 쭉 써버리고 대충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거 한 편 쓰면 하루의 1/24가 날라갑니다. 여유롭게 오늘 사색한 내용을 글로 적을 시간이 없습니다 하도 바빠가지고.



 호기심은 풀고싶고 성적은 욕심이 나다보니 메모장에다가 급히 아이디어와 개론을 적어두고, 가끔 지금처럼 약간의 여유가 나거나 과제 다 끝냈을 때 보상 차원에서 하나씩 꺼내서 쓰게 됩니다.






필자는 평소 수시와 수능 등을 비판하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수능이 차라리 수시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학생의 창의성과 다양성 어쩌구를 외치면서 '어설프게' 대학식 구조를 따라가려는 현재의 고교 교육 체계를 보니까 진짜 저건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어 참 애매하고 차라리 저럴꺼면 그냥 3년간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수능 공부에 올인하는 것이 학습능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2899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할까 말까 고민을 굉장히 심각하게 했는데, 당시 저 스스로나 아니면 저를 잘 아시는 선생님들은 이런 비유를 하셨습니다. '그릇에 물이 넘쳐 흐르는데 그 넘쳐 흐르는 물이 아까워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제 심정과 조급함 답답함을 참으로 명쾌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당장 가진 열정과 창의성, 호기심을 희생하고 상실하는 것이 아깝고 영영 복구를 못할 것 같다! 지금 당장 수능 문제나 풀어버리면 내 호기심이 죽어버리고 이후에는 절대 회복이 안될 것 같다! 라는 초조함과 조바심이 들어있었던 평가입니다.



 호기심은 미쳐서 압력 밥솥이 터질 것처럼 넘쳐 흐르고 있는데, 당장 주어진 공부는 너무 많으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고 양 극단적인 선택지(완전히 수능만 집중할 것이냐, 아님 그냥 자퇴를 해버리고 대안학교 등을 갈 것이냐) 밖에 생각을 못했는데 나름 우연하게 절충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깊이 파고드는 습관과 몰입, 집중력, 호기심 등은 RnE 대회라던지 동아리 활동으로 풀고 적절히 스트레스 관리를 하면서 완전히 고등학교를 자퇴를 하지는 않으면서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첫 수능을 쳐보니까 생각보다 저보다 항상 내신을 잘 받던 친구들은 기대만큼 잘 보질 못했고, 오히려 저는 꽤 잘 받았고 당시 제가 가진 지식 수준에서 거의 최대치를 받아버렸어요. 이때는 뒤늦게 수능 점수에 대한 욕심이 발동하여, 그간 3년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재수 삼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앞에서는 미국식 창의성 자율성 어쩌구 하더니만 이제 뒤늦게 아까우니까 다시 한국식 입시에 열중하게 된 스토리가 참 역설적이죠?



 다만 삼수를 끝내고 나니까 확실히 부작용이 있긴 했습니다. 당시 입시를 치르면서 알게 된, 독해력과 과학적 학습법에 대한 전자책도 쓰고 오르비에 간간이 글도 쓰다보니까 예상 독자층이 입시, 수험생으로 한정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예상 독자는 성인이나 일반인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수준 높은 학자들을 대상으로 학문적 리더쉽을 발휘하는 논문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진로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나 글만 계속 생각하니까 시야가 굉장히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이에 대해서 같이 전자책 작업을 하신 국어 선생님께서는 수험생이 아니라 본인 같은 성인 이상의 대중에게도 먹힐 수 있는 다양한 글을 써보라는 식으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보라고 적극 조언해주셨습니다.



 필자는 에어소프트건이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데, 아마 제가 미국에서 태어나서 총기가 합법화된 환경에서 자랐거나 소말리아 같은 나라에서 자랐다면 건스미스가 되어 총기에 대한 책이나 발명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즉 단지 한국에 태어났고 교육과 입시가 인생의 주된 목표이자 본질로 여겨지는 환경에서는 그 길을 걷다보니까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입시에 관한 전자책을 쓴 것 뿐이죠.






 대학에 들어와서는 약간 시야가 더 넓어져서 이번에는 대중과 성인 일반인을 상대로 한 책이나 매체를 쓸 수 있는 과학 칼럼니스트 내지 교수직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감사히도 저를 높이 평가해주시는 제 학부 지도교수님은, 교수사회마저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다면서 일론 머스크마냥(실제로 일론머스크에 절 가끔 비유를 하시곤 했었는데 깊은 의미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쓴 글 중에서 패러다임 어쩌구 를 찾아보십시오) 창업을 하고 더더욱 넓고 큰 세상, 교육계에서 교사나 학생을 가르치고 자극을 주는 일보다 더 넓은 물에서 놀아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이상하게 던파라는 게임에서도 거너 9캐릭을 전부 키울 정도로 어려서부터 총에 진심이었던 저는 이후 밀덕 역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https://www.fmkorea.com/index.php?document_srl=5780844408&cpage=1




 절대로 뭐 교육계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우물 안 개구리이고, 서울대를 간 학생들은 호기심과 열정 없이 영혼 없이 기계처럼 공부한 사람이라고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제 학부생 인턴 지도교수님처럼) 서울대를 가고서도 호기심과 창의성을 잃지 않고 동시에 성적 또한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달성한 이들을 참으로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고딩때 창의성과 호기심을 쫓다가 성적을 잃엇고, 삼수하면서 성적을 겨우 얻긴 했지만 창의성과 호기심이 다소 훼손되고 시야가 좁아지는 문제를 직접 경험하였는데 이러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쥔 인재들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 때 국어 단체 과외를 받았었는데 정말 과분하게도 당시 근처 일반고나 자사고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여학생들과 같이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놓고 수업을 방해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받던 스트레스라던지 방황 고민 등을 같이 터놓기도 했었는데 의외로 막 대놓고 욕을 하거나 하진 않고 오히려 나름 잘 들어주기도 해서 감사함도 있고 미안한 마음에 부모님한테 말해서 피자를 쏜 적도 있었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ㅋㅋㅋ 당시 저는 여학생들과 같이 있는 것이 대단히 어색해서 눈을 제대로 마주치질 못했었는데, 당시 과외 국어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그때 자사고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여학생이 정말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참 제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의 평가가 약간 휘둘리고 좀 왔다갔다 한 것이, 처음에는 제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대해서 순수하게 고마움과 어떤 뿌듯함이 있었지만, 이후에 건너건너 이 상황을 잘 모르는 친구나 선생님에게 들은 바로는 '전교 1등들은 보통 상당히 욕심이 많아서(절대 욕이 아닙니다 칭찬입니다) 내가 1등을 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1등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다른 의미에서 1등(?)이니까, 상당히 신기하게 보았을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아! 내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잘 들어준 것이, 어떤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그러한 욕심 등으로 인한 거였구나! 라는 생각도 드니까 약간 실망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조금만 또 생각해보니까 저 또한 제 욕심과 호기심이 원동력이 되어 살아가기에 뭐 순수성 어쩌구를 외칠 입장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순수한 어떤 학문적 열망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욕심과 욕망, 호기심이라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살아온 사람으로 쾌락과 만족감, 이기적인 편안함을 위해서 질문을 하고 공부를 하고 책도 읽고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수성이라는 것 자체도 애매모호하고 그런 것으로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준 사람을 또 폄하하고 뒷담화하는 것은 너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전 학력이나 학벌이라는 것을 기준으로써 사람을 보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높은 상관관계 그러니까 좋은 대학에 간 사람들은 주로 공부도 잘 하고 당연히 머리도 좋기에 그러한 경우가 겹치는 일이 많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많이 느낍니다. 대학을 안 나온 분들 중에서도 고등학생 시절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성적 또한 남부럽지 않았던 사람인데 어쩔 수 없이 형편 때문에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한 사람과 같이 대화를 하고 같이 공부를 하면 참으로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 입시 제도가 제대로 포착하고 발굴하지 못한 보석 같은 인재들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곳곳에서 발견이 되고, 그러한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오해를 하실까봐 누차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비난이 아닌 것이) 하루는 포항 공대 교수님에게 이러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제 절친의 아버지였기에 좀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제가 했던 질문을 그대로 가져오면 이랬습니다. "전교 1등하는 친구들은 생각이 없습니다" 즉 제 말의 의도는 뭐였냐면, 전교 1등하는 친구들이 뭐 인생을 쓰레기처럼 사네 그런 식으로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이라던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취미, 열정, 흥미에 대한 탐색이라던지 이러한 것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밀어버리고, 당장 옆의 시야를 가리고 전력질주하는 경주마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뭔가 머뭇거리고 고민을 하기 보다는 일단 주어진 트랙 즉 입시라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1등을 쟁취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해버리고 전력질주를 하는(동시에 다른 경주마보다 체력 등의 성능이 좋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말은 초식동물이라서 시야각이 엄청나게 넓고 포식자가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알아차리기 위해서 정확하게 관찰을 하기 보다는 넓은 시야각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조기에 포착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원래는 넓게 탐색을 해야 하는 동물이, 딱 주어진 트랙에서 전력질주를 해서 남들보다 빠르게 달려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니까 옆을 보는 일은 쓸데없는 행위로 간주되어 괜히 스트레스 주지 않게 하려고, 앞을 최대한 빠르게 달리려고 시야를 의도적으로 좁혀버리는 것이죠.





이미지로 표현하자면 약간 이런 느낌

https://blog.naver.com/leo170902/223027570842?viewType=pc



실제로 말을 동력으로 물레방앗간을 돌리는 경우, 빙글빙글 돌 때 말이 어지러움이나 인지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옆을 보지 못하게 이러한 장치를 끼우기도 합니다

https://www.britannica.com/science/Why-Do-Horses-Wear-Blinders

 



 이에 대해서 제 상상을 초월하는 답변이 포항공대 교수님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정모야, 생각이 없으니까 전교 1등을 하지" 라고요. 누차 말하지만 교수님 또한 1등하는 친구들을 비난하거나 뭐 생각 없이 영혼 없이 산다고 열등하다고 그러한 비하하는 투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입시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러한 경향이 생겼다는 것을 설명해주신 뉘앙스로 이해를 합니다. 절대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왜 하필 포항공대라는 수식어를 강조하면서 끌고왔냐면, 당시 제가 포항에 살아서 포항 공대 교수님들이 좀 주변에 있기도 했었고 포항공대 누구나 알아주는 명문 이공계 특성화 연구 중심 대학 아니겠습니까 물론 제가 다시 고3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포항공대를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막연히 공부 좀 잘 하고 욕심이 있는 친구들은 누구나 탐내는 학교입니다. 저도 한때 그랬었고요.



 특히 포항공대에서는 특이하게도 정시로 안뽑고 수시 100%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뽑았는데, 약간 순진무구하던 저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비전이나 의의랑, 실상을 경험하고 난 뒤의 그 괴리를 도저히 이해를 못하고 있었거든요. 대외적으로는 창의성 자율성 자기주도 학습능력 어쩌구 하지만 사실 1차 필터링이자 가장 중요한 지표는 내신 성적이라는 것을 얼마 가지 않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 포항공대 입학처장님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입시는 한정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빠르게 푸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는 체계인데 이거 너무 불합리하고 이상한거 같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 100%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뽑는다~ 라고 하고 처음에는 그걸 곧이 곧대로 믿었는데, 막상 깊숙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닥 창의성? 자율성? 사고력? 보다는 내신 성적이 가장 큰 가중치를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좀 창의적인 답변이라던지 창의성 테스트를 통과한 인재를 뽑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주객이 전도된 것이죠. 수시는 그럼 제한된 시간 안에 빨리 문제 푸는 것이 안중요한가요? 라고 묻고 싶더군요.






 여담이지만 오히려 전 차라리 수능이 수시, 내신보다도 더 공정하면서 그나마 동시에 역전이 가능하고 자율성이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틈이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앞에서는 뭐 문제풀이 입시 어쩌구 하면서 욕을 하더니 이제와서는 무슨 말이냐! 할 수 있는데요, 수시는 제가 보기에 너무 잔인한 제도입니다. 한 학기만 미끄러지면 전체 내신 평균 등급이 고꾸라지고 그렇게 되면 내신 성적으로 1차 단순 필터링을 할때 걸러집니다. 반면 수능은 고2까지 막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여러가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다가도 뒤늦게 문제풀이 공부를 해서 역전이라도 가능을 합니다 딱 마지막 결과만 보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이 좀 있을 수 있는데 하여튼 제가 볼 때 수시의 도입 취지라던지 수시의 모델이 된 미국을 잘 참고한 것이 아니라 그냥 껍데기만 가져와서 말만 그럴듯하게 부풀린 제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본인의 생각과 필자의 생각이 지나치게 다르다고 너무 화를 내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필자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 세상을 너무 지엽적으로 바라보는구나~ 라고 너른 양해를 해주시고 괜히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 안뺏기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죄송한데 총장님 말씀도 전 별로 안믿습니다... 정말 본인들이 추구하는 광고하는 인재상으로 뽑으려면 더 극단적으로 수시 내신 점수도 빼버리는 과감함이 있어야 좀 믿겨질 것 같네요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544




 대학 브랜딩의 논리라던지 어른들의 어두운 뒷사정을 고려할 것 없이 저의 푸념에 대해서 "생각이 없으니까 전교 1등을 하지"라는 현업 교수님의 생생한 증언은 그야말로 저에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입시라는 단기 경주를 할 때는 누구나 잘 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라던지 인생에 대한 명확하고 광범위한 야망과 비전 등은 부차적인 요소로 밀려나버린다는 말을 굉장히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창의성과 호기심 열정을 강조하는 한국 입시의 분위기와 대학들의 혀놀림에 대비해서, 실제 현장의 경험과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전교 1등하는 열심히 사는 친구들의 공통된 특성은 도저히 서로 양립이 불가능하였기에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이후 이 말이 혹시 포항공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그럴리가 있겠습니까 ㅋㅋ)하여, 나중에 RnE 대회를 이끌어주신 경북대 화학교육과 교수님에게도 이 에피소드를 꺼내면서 타 대학 교수님들은 과연 학생들을 어떻게 파악하며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쭙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같이 RnE를 수행하던 저 포함 4명 중 저랑 사이가 정말 안좋은 한 명이 있었습니다. 공부도 꽤 하고 똑똑하고 욕심도 많은데, 선생님들로부터는 '엉덩이가 가벼운 놈'(저도 엉덩이 가볍고 오랫동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이 평가는 좀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한다고 보아야 합니다)으로 평을 받던 저랑 사이가 굉장히 나쁜 냉소적이고 현실적이며 의도를 추론할 때 항상 악의적이고 부정적이던 애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옆에서 교수님께 드리는 제 질문을 듣더니 바로 옆에 다른 친구들에게



 "야, 얘는 지가 생각이 있어서 전교 1등을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라고 하던데 당시 굉장히 화가 났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냉소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푸념글에 대해서 비슷한 댓글과 평가가 달릴 것 같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성과 열정 등의 정성 요소를 지향한다는 포항공대의 대외적인 메세지와 달리 당장 현직 교수님도 어떤 학생이어야지 엄격하고 치열한 포항공대 입시를 통과할 수 있는지 뻔히 아시던 것을 보고, 대체 이 간극과 괴리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당시에는 굉장히 고심이 깊었는데 나이 처먹고 늙은 지금 기준으로는 사회의 이 정도 위선은 웃고 넘어갈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포항공대 교수라고 해서 입학사정관으로서 입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위가 아니라는 것도 좀 나중에서야 알고 이해를 부분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재차 말하지만 포항공대 학생들이 뭐 수준이 떨어지고 창의성이 결핍되어서 어쩌구 하면서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때 저도 가고 싶었던 유명한 학교거든요. 포항공대생들이랑 공부로 붙어서 이길 자신도 없고, 가끔 학부생이 1저자로 SCI급 논문 썻어요!! 하면서 대학에서 자랑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부럽습니다. 입시 사이트에서 본인 푸념글 올리고 자위질이나 한다고 말하면 딱히 할 말도 없고 반박할 생각도 안듭니다. 물론 저도 이번에 독일 다녀오고 나서 한번 학부생으로서 SCI급 1저자 타이틀을 노리고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요.






 단지 전교 1등 학생들 중에서도 철학적이며 사색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들은 참으로 신기하게 여겨질 뿐입니다. 극히 드물게도 있긴 하더군요. 다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전교 1등은 규칙적이고 엄격한 생활, 지금 입시 제도가 요구하는 목적을 정확하게 타게팅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체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서 높은 수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 잔인하고 가혹한 최적화가 필요한 것 같고, 자연스럽게 인생의 꽤 중요한 요소들조차 부차적인 요소로 후순위로 밀려버리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학생회장 + 학생회장 들 중에서도 다시 또 회장 + 내신 1 + 수능 만점 조합을 이전에 한번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말했죠 외계인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 저런 친구들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저도 발가락 만큼이라도 따라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뿐입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12/05/MEB5A5SG3VCHDJOXBPQJZGFMGU/




 과거 푸념이 너무 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최근에는 태어나서 가장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때와 달리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무기력에 빠져서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놓쳤지만, 둘 다 놓쳐보니까 어떻게 하면 나름 절충해서 둘 다 잡을 수 있을지도 알겠더군요.



 그렇다고 과거를 후회만 하고 반추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인생의 테마이자 저에게 무수히 많은 연구 아이디어 자극을 준 핵심적인 철학 '바이오 미메틱스'에 대한 기초는 이미 고등학생 당시 정립되었었습니다. 그때 땅에 묻어두었던 씨앗이 당장은 현실에 도움이 크게 안되고 입시에는 당연히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그게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 10년이나 뒤가 되어서야 큰 나무가 되어서 저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한 치밀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투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술 처먹고 이상한 짓을 한 것은 아니니까 나름 돌고 돌아서 뒤늦게라도 인생에 도움으로 작용하더군요.



 고등학생 당시 직업인 진로 인터뷰 활동으로 지인의 소개를 건너 받아서 포항공대 석사를 다니시던 형님을 만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창 방황하고 자퇴 고민하던 저에게 그야말로 은인이었는데, 하라는 직업 인터뷰는 안하고 서로 자기소개 하면서 그간 역경과 고난을 말하다보니 서로 공감을 너무 잘 해서 공명 주파수가 맞아서 서로 감탄을 했습니다. 야, 또 다른 내가 이 세상에 한명 더 있엇구나!! 라고요 ㅋㅋㅋ



 당시 만난 포항공대 석사 형님(학부 졸업 이후 곧장 석사를 하진 않으신 것 같고 자기 사업도 하시다가 이후에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느껴서 석사를 하신 느낌)이 제 이야기를 듣더니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들어주시면서 동시에 저를 높이 평가해주시더군요. 형님 또한 호기심이 엄청나게 폭발했는데 다만 그게 대학을 간 이후라서, 대학생 때는 미대생으로 오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큰 스케치 캔버스를 들고 다녔는데 거기에 그림이 아니라 질문을 할 것들 호기심 목록을 적고 다녔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당시 항상 들고다니면서 질문이 생기면 메모를 하고 다녔던 노트를 바로 보여드렸습니다 아주 열광하시면서 읽어보시더군요 ㅋㅋ






 형님 본인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이러한 호기심이 막 폭발하고 사색적인 질문이라던지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났는데, 저는 그보다도 더 빠르게 고등학생 때 그 난리를 치는 것을 보고 타고난 엔진이 차원이 다르다고 하면서 서로가 낄낄거리면서 죽이 참 잘 맞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지금도 서로 바빠서 쉽게 보진 못하지만 간간이 연락을 나누곤 합니다. 하여간 절망에 빠졌던 저에게 괜찮은 롤모델이자, 아! 나 같은 사람이 지구에 한 명은 더 있긴 하구나! 를 처음 느낀 에피소드로 저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사실 대학을 꼭 가야하나 싶은 마음도 많이 들었었는데, 형님을 만나니까 그래도 대학이 좀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을 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퇴를 말리던 포항공대 교수님 또한 대학은 나와야 한다면서, 니가 호기심을 충족하고 막 연구나 공부를 깊게 하고 싶다면 아무리 못해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것을 대단히 강조하시면서 꺼져가는 엔진을 겨우겨우 붙잡고 불을 붙이던 시점이었거든요. 확실히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고민과 호기심을 푸는 것은 대학생 이후가 좀 더 나은 것 같긴 합니다.



 고등학생 당시 입시라는 트랙에서 전력질주를 해서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하는 시점에서는 호기심 때문에 방황하고 트랙 밖을 왔다갔다 하면서 비효율적으로 살다가, 막상 고3을 마치니까 꽤 괜찮은 성적에 뒤늦게 욕심이 생겨서 삼수까지 한 저의 인생은 그야말로 주객전도의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의도하고 설계한 교육과정을 좀 의도한 경로대로 살지 않았다가 좀 길게 돌아오긴 했었는데, 그때 고민하고 방황한 것이 그닥 엄청난 불이익이나 뒤처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방황을 해보고 심각한 고민과 절충점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으니까 지금처럼 극단적인 스트레스 속에서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하는 일 겨우겨우 하고 있거든요.






 특히 요새 자연어처리 전공 수업을 들어보니까 막 호기심과 상상력이 자극되고, 언어학적 모델에 대해서 들을 때마다 제가 과거에 집필한 수국비 전자책의 아이디어가 꽤 괜찮은 연구 주제라는 생각에 흥미진진해지는데, 흥미를 기준으로 비효율적으로 공부를 하면 학점이 박살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나름 적절히 조절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정 답답하고 어디에다가 감정을 좀 해소해야 할 때는 이렇게 글도 쓰는 것이구요.



 항상 교수님들과 토론과 질문을 즐기곤 했었는데, 지금 발등에 불이 떨여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이 먹고 소위 머리가 굳어서 그런건지 닥치고 공부나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의도된 설계, 제시된 경로를 벗어나는 것을 대단히 꺼려하며 그것을 벗어난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패배자나 낙오자라고 낙인을 찍는 경향이 강한 보수적인 사회입니다

https://brunch.co.kr/@haeraclass/6




 한때는 너무나도 절망해서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을 가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꾸역꾸역 잘 버티고 나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보려고 절충점을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좀 나고 시간이 남을 때는 좀 이것저것 연구 활동도 해보고 아이디어도 도출해보고 교수님들과 토론도 하지만, 당장은 좀 급하고 지금 아니면 학점은 영영 수정이 안되니까 호기심과 열정은 좀 미뤄두고 당장 주어진 현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왜 그렇게 애쓰면서 열심히 사는가? 하면 나름 희망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도 나름 잘 살 수 있다, 꼭 정해진 길만 걷는 것이 정도이며 성공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메세지를 주고 싶어서 한번 부딪혀보고 있습니다. 결말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역시 ㅉㅉ 그때 자위질이나 하더니 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나름 머리를 쓰더니 결국에는 방향을 잃지 않고 기나긴 여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왔다고 평가를 받을 지도요.



 한때는 CEO의 꿈을 꾸기도 했었지만 창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교수님들 중에서도 창업에 발을 담그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직접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교수라는 직종으로서 아래 대학원생 등을 거느리고 경영을 하면서 연구를 수행하는 것 또한 나름의 CEO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라는 직업은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에 가까워서, 학문적 역량 외에도 인적 자원 관리, 회계, 브랜딩 등의 종합적인 경영을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학문이 주된 뿌리이긴 하지만, 그 뿌리가 튼튼하다면 다른 분야로도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교수가 꽤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는 갑자기 밀리터리에 미쳐서 막 존 브라우닝이나 유진 스토너처럼 총기 개발자가 되거나 회사 차리고 밀덕으로의 삶을 살 수도 있겠고요.






 이제 좀 감정이 풀리고 호기심도 해소가 되고 만족스러워졌으니, 다시 또 열심히 학점 공부 특히 요새 어렵게 공부하는 회귀해석의 simpler linear regression을 복습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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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살 · 972123 · 11시간 전 · MS 2020

    역설적으로 한국입시에서는 호기심보다는 문제풀이가 중요하다는사실을 비관적으로 드러낸 글이군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호기심의 중요성을 알린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