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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6-03-15 23:06:44
조회수 79

다전공(학생설계전공, 복수전공 등)은 어떻게 성공하는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910094



 저는 지난번 글 중 <AI 기술은 뇌과학적 혁신이 필요하다! - 왜 뇌과학을 하는가에 대해서> 에서, 남들보다 빠르고 선제적이며 앞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안목(또는 학문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힘?) 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퍼뜩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글을 쓰게 됩니다.


https://orbi.kr/00077729605



 아무리 융복합의 시대이고(딱 제가 중학생이던 2010년 전후로 해서 융복합!이 엄청나게 자주 언급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필자 또한 이제는 T자형 인재보다 V자형 인재가 더더욱 필요해지는, 통섭과 다학제적 시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단일 전공을 깊이 파는 사람들이 바보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보통 단일전공은 해당 분야의 60학점을 요구하지만, 복수전공 등의 다전공은 72학점을 요구해서 일단 표면상으로는 필요 학점이 많기에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72 / 2 = 36 학점으로, 다전공을 이수할 때 120학점 이상의 전공 학점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어느 한 분야에 대한 깊이는 당연하게도 단일 전공보다 못합니다. 융복합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사람들이 다 다전공을 선택하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일전공, 그 다음으로 좀 더 관심분야를 넓히고 싶으면 복수전공, 필자처럼 극단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고 한번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세상에 정면도전을 해보겠다! 라는 소수 정도는 학생설계전공이라는 특이한 제도를 선택할 것입니다.



 특히 학생설계전공은 2개의 학문을 전공으로 삼는 이중전공 즉 복수전공과는 달리, 3개 이상의 학과를 조합하면서도 심지어 단순히 학점을 채우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느 교과목을 수강할 지를 모두 다 미리 정해야하는 허들이 대단히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필자 또한 직접 해본 입장으로서 웬만한 각오와 의지 없이는 절대 이 길을 선택하지 말것을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저점이 낮으면서도 고점이 극단적으로 높은, 특이한 코스입니다. 복수전공은 별다른 큰 걱정이나 고민, 계획 없이 그냥 다른 학과에 이름을 걸쳐둔 상태에서 자유롭게 학점을 채우면 되지만, 학생설계전공은 미리미리 어떤 교과목을 이수해야 할 지 정해야 한다는 점, 즉 각 학문의 주안점이 무엇이며 주요 철학으로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교과목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등에 대한 사전조사가 막대하게 요구된다는 점에서 정말 힘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요샌 무전공으로 학과를 정하지 않고 1학년 입학을 하던데, 사실 말이 무전공이고 선택권 보장이지 1학년 교과목은 또이또이하기에 편의상 학과를 정하지 않았을 뿐 그다지 창의적이거나 새롭고 참신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교 3학년 즈음 되어서야 정말 진지하게 하고 싶은 분야를 정했는데, 전 무전공으로 입학했어도 빨리 제 진로를 정하지 못했을 듯 합니다

https://www.etnews.com/20250702000382




 당연하지만 단일 전공으로 이수하는 학생들이 다 바보라서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trade off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으며, 복수전공이나 다전공 학생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단일전공을 이수한 학생보다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와 전문성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융복합의 시대라고 하지만 특정 분야를 깊이 알고 전문성을 갖추어 희소성을 바탕으로 대체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고 몸값을 올리는 것은 인류가 여태 발전해온 전통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필자는 학부생 인턴이라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자리, 그러니까 대략 한 분야를 3학년이나 4학년 정도로 그저 주어진 교과과정만 성실히 밟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고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부생 인턴이라는 자리조차 20번이나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고 정신적 충격을 겪으면서 고생을 심하게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통계학과 교수님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니 당연히 거기에 딱 맞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 정상 아니겠느냐" 라면서 저를 위로해주시면서도 제가 가진 약점을 정확히 진단하여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셨으며, 부산대에서 저를 감사히도 높이 평가해주신 이현수 교수님은 제가 색깔이 대단히 강하기에 학부생 인턴 탈락을 많이 했던 것 아니겠냐고 하셨습니다.



 예컨데 저희 학교에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상당히 명성이 있으신 김준태 교수님과의 면담에서, 양정모 학생은 3~4학년 정도 되었으나 컴퓨터공학 기준으로 볼 때는 1~2학년 전공 지식까지 밖에 가지지 못하지 않았느냐. 최소 3학년 정도의 전공 지식을 갖춰야지 학부생 인턴이든 뭔가를 할 수 있다 라고 하시면서 정중히 거절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제 지도교수님께서는, 학부생 인턴이나 대학원에 필요한 것은 전공지식의 양이 아니기에 그러한 허들이나 자격 요건은 그다지 필요없고 극단적으로 고등학생 또한 가능하다고 많이 다른 의견을 내신 적이 있기도 했었는데 하여튼 대부분 교수님들은 김준태 교수님의 말씀과 비슷하게 생각을 당연히 하시곤 합니다.





 그렇다면 한정된 시간과 체력, 하루 24시간이라는 동일한 자원 속에서도, 단일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의 전문성을 따라잡으면서도, 다른 학문을 배워본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야와 사고방식을 겸비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는 방법이 아예 없느냐? 있다고 생각하며 그간 필자는 그러한 방식을 깨닫긴 하였으나 뭐라 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왔습니다. 이제야 좀 말로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을만큼 예시라던지 비유 등이 생각이 나서 글을 쓰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뜬구름 같은 소리이긴 하지만 근본적일 수 밖에 없는 원리를 강조하려고 합니다. 예시로 빠르게 넘어가보겠습니다.



저도 쿠르츠게자크 영상 가끔 보고 재미있고 유용하게 과학 지식을 교양삼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es4Nq9b9dc



 저희 아버지는 의사입니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주로 젊은 시절에는 두개골을 여는 등의 강도 높고 어려운 외과 수술을 자주 하시곤 했었고, 나이가 들어 개원을 하시고 나서는 이제 되도록 비수술 요법을 이용해서 시술 등을 하여 통증 관련된 일을 하시고 계십니다.



 저희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보면 내과가 아닌 외과이며 동시에 외과 중에서도 신경외과이기에, 주로 머리나 척추 어깨 등의 부분에 대해서 수술을 하시거나 처치를 하셨었습니다. 가끔 교통사고가 난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을 저에게 보이신 적도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광견병 바이러스? 리사 바이러스 어쩌구랑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예전에 신기한 적이 있었는데, 광견병 바이러스의 특이한 전염 방식과 그 무서운 위력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니 알고 계시긴 하시더군요. 아마도 의대에서 수련과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본 교양 정도로 배우셨을 법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그닥 광견병 바이러스의 기작이나 원리에 대해서 몰라도 일하시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분야를 하고 계십니다. 다만 의대를 나오고 의사에게 요구되는 기본 교양이나 소양에 대한 공통 공부를 하신 것들은 어렴풋이 기억을 하시는 정도이죠.



 바로 이 부분에서 오늘 제가 말하고 싶은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만약 제가 의대를 나오진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제도적인 격변이 발생하여 의사가 되었고 특히 저희 아버지처럼 신경외과 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당연히 평소 하던 일이나 다른 공부를 했었으니 정통 의사만큼 기본적인 의학적 소양이나 교양을 겸비하긴 힘들 것입니다. 광견병 등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필요가 적고요 그거 몰라도 어차피 외과의로서 두개골 뚜껑을 열고 긴 외과수술하는 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린 목적지향적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즉 우리는 어느 한 분야를 전공하고 전문으로 공부를 하더라 하더라도, 나중에 하게 되는 일이 반드시 1~4학년 동안 배운 모든 것을 다 응용해서 쓸 수는 없습니다. 당장 아버지도 광견병 바이러스의 특이하고 흥미로운 작동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이 있었지만 외과의사로 일함에 있어서 그닥 핵심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으로 광견병에 대해서 배울 시간에 더 놀 수도 있었거든요.



 특히 대학원을 가고 박사를 하게 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부를 알기보다는, 해당 분야의 다양한 부분 중에서도 어느 한 미세하고 지엽적인 부분을 콕 찝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만 깊이있게 팝니다. 뭐 예시로 초파리의 6번째 다리에 대한 연구라던지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다전공을 하거나 저처럼 학생설계전공이라는 특이한 제도를 이수하면서, 단일전공 학생의 전문성을 100% 따라잡지는 못하지만 절대로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원리는 그 분야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버려도 되는 부분을 과감하게 버리고 필요한 지식을 우선적으로 요약하여 집약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때 바로 글의 서두에서 말한 지혜라던지 거시적인 안목이 크게 발휘가 되는 부분입니다. 내가 가보지도 않은 길, 해보지도 않은 경험이 과연 도움이 될지 안될지를 구분하는 것은 직접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일일이 그짓을 했다간 4년간 다양한 학문을 깊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1학년 기초들이 배우는 지엽적인 상식 수준의 지식만 얕게 공부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적절한 추론과 예측, 힌트를 바탕으로 그 부분이 나에게 정녕 필요한지 필수적인지를 판별하는 능력이 요구가 됩니다. 당연히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고, 저도 제 나름의 기준으로 필요한 것부터 우선 집어넣었는데 여전히 욕심이 나는 부분도 있고, 미처 제가 보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실수로 중요한데 버린 과목도 있을 것입니다.






예컨데 저를 뇌과학에 꽂히게 만든 이대열 교수님은, 학부를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부전공으로 심리학을 공부하였고, 석사때야 비로소 뇌과학을 전공하여 이후 박사부터 현재의 교수직까지 신경경제학이라는 다소 새롭고 특이한 분야를 개척, 연구하고 계십니다. 당연히 경제학만 죽어라 판 학부생, 심리학만 죽어라 판 학부생, 뇌과학만 죽어라 판 학부생 각각보다 지엽적인 상식이라던지 개념, 지식들은 부족할지 몰라도 석좌교수라는 높은 지위에 도달하여 훌륭한 연구를 계속 수행하는데에 반드시 필수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느 전공이든 반드시 그 분야의 핵심적인 철학이나 원리, 이후에 주구장창 쓰이게 되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원리를 가르치는 주요 교과목이 존재하며 주로 2학년 전공 수업에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가끔 예외적으로 1학년부터 주요 전공을 집어넣어서 1학년 애들 멘탈을 부숴버리고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고난도로 교과과정을 짠 곳이 있었는데 바로 컴퓨터공학과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겠습니다.



 물론 복수전공이나 학생설계전공은 태생적으로 학점 등에서 극도로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해당 전공을 듣는 학생들은 그것만 파왔던 학생들이고, 해당 교과목을 이수하는데에 전반적으로 필요한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선이수교과목을 다 이수한 상태이기에, 그 사람들과 정면 대결해서 이긴다는 것은 극도로 힘듭니다. 저도 지금 성적표를 돌이켜보면 정말 나름의 최선을 다해서 쥐어 짜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A+는 좀 적은 편입니다 학생설계전공 시작하고 나서 말이죠. 요새도 미치겠습니다 아마 태어나서 가장 바쁘고 격렬한 학기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강도로 복습을 하면서 부족한 기초를 메꿀려고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데 제가 만났던 통계학 교수님은, '수리통계학'과 '회귀해석' 교과목이 반드시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과목이라고 적극 추천하시면서, 해당 교과목들이 통계학의 가장 근본적인 사고방식과 태도 등을 가르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기본적으로 R 프로그래밍도 공부하려고 R 프로그래밍 관련 교과목도 신청한 상태였는데, 상대적으로 그 교과목을 크게 중요하게 보시진 않으셨고 확실히 해당 교과목 내용 자체도 고등학교 수학의 연장선에 불과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회귀해석 수업에서 가르치는 Simple Linear Regression Model 같은 것들은 이후의 다양한 3,4학년 교과목의 어려운 응용에 기초적이고 펀더멘털하게 쓰이는 근본 원리이며, 심지어 얼마 전 열심히 소개한 TEM 논문에서도 회귀해석의 논리와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논리를 중요하게 전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처럼 당신이 어느 분야로 어느 학문으로 넘어가려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학문에서도 필수적이거나 비필수적인 교과목이 계속 변동되고 달라집니다.






특히 뇌과학처럼 그 학문 자체로서도 대단히 다학제적이고, 분석 방법이나 연구 방법 등이 다른 분야에서 넘어온 것들이 혼합되어 있는 분야는 커리큘럼만 보아도 상당히 짬뽕이 되어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도 저런 커리큘럼을 흉내내느라 철학부터 통계학, 생물학, 재료공학, 교육학, 컴퓨터공학 등의 교과목을 적절히 짬뽕을 했었습니다

https://bcs.kaist.ac.kr/korean/sub060101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철학의 경우 '과학철학'과 '인공지능 심리철학' 2개를 딱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이 2개의 전공 교과목을 충실히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제가 가고자하는 뇌과학에 충분한 수준의 철학적 안목, 거시적인 사고방식, 다양한 쟁점을 철학의 기준으로 명료하게 언어화하고 논점을 정리하는 능력을 길렀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철학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며, 철학을 4년 내내 지독하게 배운 학생을 쉽게 따라잡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들보다 부족하지만 심각하게 부족하지는 않을 정도로, 철학에서 (주로 이공계열에 관련된) 태도와 학문의 근본적인 방향, 정체성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는 최소한 얻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철학에는 시간을 쏟아붓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 쏟아부으면, 정작 뇌과학에 필요한 다른 교과목을 희생하였기에 철학과 전공보다도 부족하면서도 뇌과학 전공생보다도 부족한,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다 놓쳐버리는 꼴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컴퓨터공학의 경우 1학년에 배운 '기초프로그래밍'이 상당히 빡셌고 컴퓨터공학의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효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 태도를 충실하게 잘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c언어를 바탕으로 손코딩부터 여러 어려운 포인터 등의 개념까지 배우게 되는데, 이때 꽤 열심히 했고 단순히 학점을 잘 받은 것이 아니라(근데 비쁠받음 ^^ ㅠㅠ) 공부를 하면서 오만가지 경우의 수에 대해서 철저한 준비와 질문을 했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후 배우게 되는 자료구조 등의 2학년 이상 교과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비가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난이도가 재료공학 4학년 전공 수업보다도 어렵다고 느껴서 와 미친 내가 살던 세계는 온실 속의 화초였나? 하는 걱정이 든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약간 사연이 있습니다. 사실 처음 예전에는 교과목 설계를 그다지 빡세게 하지 않아서, 중간고사 이전의 중반 그러니까 1/4 학기에서 바로 배우게 되는 이중 for문조차 가르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되면 공부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가 2학년,3학년이 되어서야 깨지고 나서 뒤늦게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는데 그럼 너무 늦게되는 것 같아서, 1학년부터 빡세게 훈련시키고 깨지게 만들자는 교훈에서 상당히 어려운 내용까지 다 쑤셔박은 것이라고 하십니다. 저만 못한 것은 아니고 평균이 20~30점에 불과하긴 했어요 진짜 중간고사 이후에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더불어서 필자는 삼반수를 하면서 부산대를 1학기 다니면서 컴퓨팅사고라는, 공대생 대상의 교양과목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이때 열심히 배운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제 나름의 역작이라고 자부하는 <수국비>가 이때 배운 컴퓨터과학의 논리와 사고방식,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학습 방법에 대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수능 국어 비문학을 결합한 컨텐츠입니다. 당시 교양과목이었기에 당장 손코딩을 직접 하면서 특정 언어를 깊이있게 다루진 않았지만, 어째서 프로그램이 이런 식으로 짜였으며 어떻게 오류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지, 과거 프로그래머들이 왜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지 그 근본 사고방식과 철학을 열심히 배운 덕분에 마치 사골을 우리듯이, 가장 핵심이 되는 본질 즉 뼈다귀를 잘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응용 교과목은 그 뼈다귀를 잘 우려내느냐에 비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교육학의 경우 교육심리라는 기초 전공 교과목을 듣고 싶었는데 시간표가 안맞아서 포기하였습니다. 당시 '기업교육론'을 전공으로 수강하였고 '평생교육론'을 청강으로 수강하였는데 이때 배운 이 두 교과목 또한 상당히 좋은 근본적인 힌트를 주었습니다. 명시지나 암묵지 등 우리가 수능 국어를 통해서 접하던 상당히 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중요한 개념들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고, 동시에 당시 교수님이 다소 친기업적인 성향과 시선을 가지셨는데 전 개인적으로 나름 흥미가 있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해당 수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다른 교육학과 학생의 수강 후기를 보면서 아~ 교육학과에서는 주로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를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재료공학은 제가 입학한 전공인데, 기초적으로 고등학생 3년 내내 물리1과 화학1을 열심히 한 덕분에(미련하게 점수 따기 어렵고 온갖 괴수들이 난무하는 탐구 교과목을 선택한 덕분에) 고딩 때 배운 지식의 연장선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기초화학 및 기초물리를 1학년때 A+를 받으며 수강하였고, 이후 2학년 때(마침 코로나로 컨디션이 박살난 시기였는데) 열역학을 배웠으며 3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유기화학과 양자화학 등을 배웠습니다. 신기한게 오히려 재료공학 전공 공부는 별로 안한 것 같은데, 워낙 고등학생 때부터 화학과 관련이 많은 활동도 하고 관련 논문도 써본 덕분인지 그다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 것 같지는 않지만 기초적으로 화학이나 재료공학도가 생각하는 사고방식 등을 잘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과가 쉬웠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고 힘들었던 교과목이 생물학과였는데, 이건 뭐랄까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라던지 근본 철학을 배울 수 있기 보다는 우리 몸이나 생물을 이루는 온갖 장기와 호르몬, 구성 요소의 이름을 딸딸딸 외워야 했기에 뭔가 공통점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압축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 원천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생물을 정말 깊이 공부한 학생들이 저를 보고 헛배웠다고 비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 가장 지엽적인 지식과 암기 위주의 학문은 생물학과였으며 도저히 이 교과 과정에서는 거시적인 안목이나 철학 어쩌구를 응용해서 뜀뛰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냥 쌩으로 해당 분야 전공자들과 100m 단기 전력질주를 했었어야 하는데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처음 뇌과학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그때 일단 뭐라도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에서, kmooc 강의 중에서 기초 생리뇌과학, 그러니까 뭐 뇌의 여러 부분이라던지 덴드라이트나 축삭 돌기 등등 구체적인 이름과 장기의 종류 등을 공부하는 인강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일단 뇌과학을 해야겠다! 싶으니까 뇌과학 학생들이 듣는 기초 전공(교양?) 교과목부터 수강하였는데 그닥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다지 기억이 나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그다지 크게 자주 쓰이지 않는 지식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배운 지엽적인 암기 위주의 지식들이 제가 논문을 읽을때 자주 등장했따면 자연스럽게 상기가 되면서 확실하게 외웠을텐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전에 글을 쓰면서 학문을 곧 언어 체계에 비유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떠오른다는 평을 받은 바 있는데, 학문을 배우고 그것을 전공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원활히 소통하기 위함이고, 따라서 그들이 자주 쓰는 중요한 개념이라던지 자주 쓰는 용어나 이름, 사고방식, 논리 체계 등을 습득하는 것이 어느 한 분야를 공부하는 근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영어를 자주 쓰고 열심히 공부하면 영어권 사람들과 쉽게 소통을 할 수 있으면서도 영어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 주장하고 싶은 바를 전파할 수 있듯이 해당 분야를 공부하고 전공하여 전문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위주로, 너무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세세한 지식들과 이름들보다도 좀 더 넓은 틀에서 자주 쓰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선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공부를 하기 전에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고 너무 많은 걱정과 잡생각을 하기 전에 우직하고 무식하게 접근하는 과감한 용기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적절히 지혜를 활용하여 압축하고 단축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서 효율성을 따지면서 적절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한정된 체력과 시간 안에 해당 분야만 전공한 사람들만큼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말이죠

https://brunch.co.kr/@jjinkuunn/40




 




 제가 개인적으로 학생설계전공이라는 제도를 이수하면서 든 생각은.... 일단 대단히 어렵고 힘든 길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학부 인턴 20번 떨어졌을 때 미칠 것 같았는데 뭐 답도 없으니 이젠 슬금슬금 제 자존감을 갉아먹기 시작하더군요. 아니 내가 이런 쉬운 일자리조차 얻지 못할 만큼 게으르고 능력이 없고 헛살아왔나 ㅋㅋㅋ 라면서요.



 저희 학교에서도 쇼츠를 잠깐 찍었던데, 자소서에 쓸 것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 자소서 소재를 위한 어떤 수단 정도로 학생설계전공을 소개하더군요. 다수의 흥미 위주의 학생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축약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평가절하이며 학생설계전공의 진가를 지나치게 단편적인 목적 하나 정도로 줄여버린 다소 바람직하진 않은 광고라고 느꼈습니다.



 좀 미안하지만 그딴 나이브한 생각으로 학생설계전공을 할꺼면 절대로 하지 말고 그냥 얌전히 본인 하던 전공공부라도 좀만 더 성실하게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괜히 끓는 물에 손 집어넣었다가 화상만 입고 이도저도 아니게되어 나중에 자소서 소재는 커녕 자소서 쓸 기회 자체를 날려버리지 말았으면 싶습니다.



 부족한 선행 지식이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그 분야만 전문해왔던 학생들과 고학년 전공 교과목에서 만나서 정면대결을 해야하는데 이것 자체만으로도 학점을 따기 극도로 어렵습니다. 똑똑하고 무식한 뭐 그런 차원이 아니라, 정말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들은 심지어 서울대를 나온 제 친구들조차 하나같이 화학이 제일 ㅈ같고 어려웠다고 혀를 내두룹니다. 재능과 IQ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사고력과 사고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또한 주전공이 재료공학인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교과목과 코딩 교과목이 제일 어렵고 힘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설계전공은 자신의 유니크한 길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모든 이득과 손해, 위험과 기회가 발생하게 됩니다. 전 예상하지 못했지만 학생설계전공이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안그래도 거시적이고 철학적인 면이 강한 제가 더더욱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시적 안목을 기르는 큰 자극이자 원동력이 되었고, 학문 자체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또는 메타적이라고도 합니다) 바라보는 힘과 습관이 길러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각 학문을 깊이 파고들고, 거시적이기만 하던 기존의 태도를 극복하여 이제 미시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도 뛰쳐들어서 그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과 정면대결을 정정당당히하여, 일정한 전문성을 갖추고 세세한 디테일을 갈고 닦는 것입니다.



 당연히 학생설계전공이라는 것을 시도하기 전에는 이러한 것을 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냥 이것을 부딪히고나서 나름 생존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방식의 전략이랄까요 태도로 수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은 창의성이나 거시적인 안목 만으로는 살아남기에 대단히 거칠고 험난하며 복잡한 세상입니다. 막말로 창의성은 초등학생도 여러분보다 뛰어날 수 있습니다. 창의성이라는 감초는 전문성이라는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받쳐주어야 빛날 수 있는 것이지, 향신료에 불과한 창의성과 안목만으로는 진짜 엄청나게 극단적인 맛과 향을 내지 않는 이상, 기본 음식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향신료는 향신료일 뿐입니다. 제가 이 길을 걸으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말만 번지르르하고 글이나 좀 쓰고 협잡이나 하고 저보다 어린 사람들한테 사기치는 속 빈 강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학생설계전공만큼 결과의 편차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저점이 극도로 낮으며(심하면 모든 전공의 1학년 기초 전공만 듣는 식으로도 졸업을 할 수 있는데 ㅋㅋㅋ 그따위로 하면 대체 뭘 하겠다는 것입니까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도 하시게요? 교대를 가시지 차라리) 고점은 또 미친듯이 높고 개인의 포텐셜과 잠재력,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제도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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