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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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현아의 〈줄게〉를 우연한 기회로 다시 듣고 있는데, 사랑 노래를 빙자한 불교 포교가 아닌가 싶다. 사랑마저 공(空)하다는 깨달음, 즉 집착의 대상이 본래 자성(自性)이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무소유(無所有)의 실천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이는 일종의 세간화된 수행론이다. 마치 원효가 무애(無礙)의 정신으로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불법을 전했듯, 대중가요라는 형식을 빌려 해탈의 논리를 읊는 것이다.
"니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이 의미심장한 대목 중 하나인데, 출신, 배경, 정체성 등 분별(分別)의 조건들을 모두 괄호 쳐두고도 사랑이 성립한다는 선언은,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해체하는 불이(不二, advaita)적 관계관의 표현이다. 연기(緣起)의 논리상 "나"와 "너"는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 관계망 속에서 성립하므로, 상대의 조건적 정보는 사랑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구절은 그 연기적 직관을 정서적 언어로 번역한 것으로 읽힌다.
물론 데리다나 레비나스를 경유한 해석을 제출할 수도 있다. 데리다는 『시간을 주다(Given Time)』에서 순수한 증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논한다. 증여가 성립하려면 주는 자, 받는 자, 선물이라는 세 항이 필요한데, 이 구조가 인식되는 순간 증여는 교환의 경제로 환원되어 버린다. 진정한 증여는 증여로 인식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는 역설이다. 후렴의 반복적 선언은 이 역설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줄게"를 선언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교환의 언어 안에 포획된다. 그러나 "남은 사랑", 다 소진되어가는, 잉여로서의 사랑은 등가교환의 논리를 벗어난 과잉(excess)의 증여에 가깝다. 데리다적으로 읽으면, 이 노래는 불가능한 증여를 향한 불가능한 욕망의 수행적 발화다.
한편 레비나스에게 윤리의 출발점은 타자의 얼굴(le visage)이다. 타자는 나의 인식 체계로 환원될 수 없는 절대적 외재성(exteriority)을 지니며, 바로 그 환원 불가능성이 윤리적 책임을 발생시킨다. 타자를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타자를 자아의 연장으로 동화시키는 폭력이다.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사랑한다는 구절은 레비나스적 타자 윤리의 정서적 표현이다. 조건과 정보를 괄호 쳐둔 채 타자의 절대적 외재성 앞에 무한한 책임으로 응답하는 것, 이것이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를 위한 존재(être-pour-autrui)"다. 앞서 분석한 불이(不二)적 관계관과 구조는 다르지만, 타자의 환원 불가능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교차한다.
세 관점은 결국 하나의 축 위에서 수렴한다. 불교의 공(空)과 무소유, 데리다의 불가능한 증여,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는 모두 소유로 환원되지 않는 관계를 가리킨다. 불교가 집착의 소멸을 통한 해탈로 나아간다면, 데리다는 교환의 경제를 초과하는 과잉으로서의 증여를 사유하고, 레비나스는 타자를 동화시키지 않는 무한 책임을 윤리의 근거로 삼는다. 방향은 다르지만 세 논리 모두, 자아 중심적 소유의 논리가 해체될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역설을 공유한다.
〈줄게〉는 그 역설을 3분 남짓의 멜로디 안에 압축한다. 사랑 노래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안에서 작동하는 논리는 수행론적이다. 원효가 저잣거리에서 춤을 추며 불법을 유통시켰듯, 이 노래는 대중가요라는 가장 세속적인 형식을 방편 삼아 소유와 집착의 해체를 노래한다. 듣는 이가 그것을 알아채든 알아채지 못하든, 어쩌면 알아채지 못할 때 더 깊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데리다가 말한 진정한 증여의 조건을 스스로 충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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