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 FCU와 모듈성에 대해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973239
아마 이번 글은 컴공과 전공 학생들이 보면 "풉 ㅋ 글쓴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겨우겨우 어설프게 아는 척 하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반면 컴공 전공을 지망하는 컴퓨터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는 고등학생 이하의 학생들은 "아 정말 그런 것 같다!" 라고 평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계층적' 혹은 '계층구조'라는 말을 재료공학에서 배운 것은 약 3학년 때의 일로, 이때 바이오 미메틱스 그러니까 자연 모사 공학에 관련된 당시 재료공학부 최창순 교수님이 본인의 연구를 소개하시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로 하면 좀 더 익숙할 수 있는 hierarchy라고도 하는데, 이 개념 자체가 저에게 대단히 많은 힌트를 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지금의 저의 연구와 관련되어 대단히 지배적인 단어입니다.

당시 실제 교수님의 연구 소개인데, 코일 구조가 꼬이고 꼬여서 코일 구조가 자기 유사적인 반복 구조를 가지는 것을 슈퍼코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DNA 이중 나선 등이 정보를 압축적으로 효율적으로 잘 보관하는 구조적 원리 중 하나가 바로 계층구조입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18-08016-w
계층구조라는 말은 대단히 단순한 원리를 의미하면서도, 특히 자연의 보편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구조이기에 필자가 오랫동안 이것이 아마도 자연의 기본적인 구성 원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이오 미메틱스라는 학문을 통해서 자연에 보편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관찰되는 구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하니까, 계층구조가 오히려 아닌 것을 찾기가 대단히 힘들고 오히려 아닌 것은 그럼 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애매할 정도로 계층구조는 다소 뜻이 넓으면서도(완벽한 자기유사성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그냥 뭔가 뭉치고 뭉치어서 모이는 것이 반복되기만 해도 계층구조라고도 하더라구요) 다른 유명한 개념과도 연결이 됩니다.
바로 필자가 환장하는 모듈성과 프랙탈 구조입니다. 프랙탈 구조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많이 이야기해왔었고, 앞으로도 자주 이야기할 것 같으니 모듈성에 대해서 말을 해보겠습니다.
필자가 계층구조라는 단어를 재료공학도로서는 3학년에 처음 배웠지만, 컴공과 학생들과 같이 소프트웨어 공부를 시작하면서는 1학년 그것도 거의 교양이나 전공 교과목 초입 부분에서부터 바로 배웠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설명하는 단어가 '컴퓨터는 계층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말에서부터 아! 바이오 미메틱스에서 배운 그 구조가 컴공과 학생들에게는 1학년부터 듣는 진부한 개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한편으로는 운이 좋고 좋은 개념을 처음부터 배운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또한 워낙 전공 교과목의 무게에 대해서 잘 모를 때 가장 첫 번째 시간에 듣는 개념이니까 다들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제가 수능 국어 비문학 가르치면서 뭐라했습니까. 가장 확률적으로 첫 문단 첫 문장부터 핵심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학생들의 긴장도는 초반에 가장 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되도록 초반에 집중하는 습관에 대해서 자주 강조한 바 있습니다
https://dict.wordrow.kr/m/20140/

마치 역사에서 배운 왕족 귀족 양반 평민 천민 등의 사회적 계층구조부터 시작해서 온갖 요소에서 자주 등장하는 계층구조는 대표적으로 컴퓨터 구조를 설명할 때도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https://ftpdocs.broadcom.com/cadocs/0/CA%20ControlMinder%2012%206%2001-KOR/Bookshelf_Files/HTML/idocs/1357545.html
저도 어릴때 레고를 상당히 좋아했는데, 레고 또한 계층구조나 모듈성을 설명하는 매우 훌륭한 예시입니다. 우리가 레고 블럭을 쌓고 쌓아서 어떤 큰 덩어리를 만들고, 그 큰 덩어리들을 다시 합쳐서 더더욱 큰 덩어리로 만들죠. 마찬가지로, 컴퓨터 공학에서 기초적으로 배우고 중요하게 다루는 '함수'는 이러한 모듈성을 의미하는 최소 단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차근차근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볼때 컴공은 부지런한 학생보다는 똑똑하면서도 게으른 학생들에게 가장 천부적인 과목이라고 생각하는데, 근면성실과 노력보다도 괜찮고 적절한 발상과 아이디어로 노력을 크게 줄이면서도 컴퓨터가 소모하는 자원이나 걸리는 시간 등을 많이 단축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존재합니다. 근면성실함만을 강조했다간, 일일이 모든 기능을 세부적으로 다 세워야 하는데 게으른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아! 반복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걸 좀 압축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련의 행동 과제를 함수라는 형태로 자동화 기기를 하나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만약 니가 연산을 수행하다가 니 머리에 없는 새로운 기호의 함수 g(x)라는 것을 만나는 순간, x라는 입력값에 대해서 어떤어떤 행동을 수행하라! 라고 앞에다가 정리를 해두는 것입니다.

처음 코딩을 배울 때 함수의 약속 방식 또한 정해져 있으며, 그 형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약속을 해줘야 컴퓨터가 이해를 합니다
https://www.tcpschool.com/c/c_function_basic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 흑역사 중 하나인데, 중학생 때 수학의 기초 개념과 정의를 충실하게 공부하지 않고 고등학교 넘어갔다가, 고등학교 선생님이 '함수가 뭐냐?' 라고 하시길레 당시 중학교 선생님들이 자판기를 비유한 것을 토대로 '기계장치요~' 라고 답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필자처럼 수학을 이상하게 이해하고 대충 넘어가지 맙시다
https://velog.io/@-hsw9724/%ED%95%98%EB%A3%A85%EB%B6%84%EC%BD%94%EB%94%A9-%ED%95%A8%EC%88%98
이처럼 함수로 행동 메뉴얼을 미리 약속해두는 것의 장점이 뭐냐면, 함수가 진짜 괴랄해서 막 서로 곱하고 지지고 볶고 과정이 정~~말 길어진다면, 만약 함수라는 것을 공통된 약속으로 정하지 않고 숫자가 나올 때마다 그 과정을 일일이 다 타이핑을 해야한다면 쓸데없이 반복만 되겠죠. 그래서 입력하는 미지수는 그때그때 달라지니까 어쩔 수 없고, 그 미지수가 들어왔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에 대해서 미리 함수로 정의를 해두고 선언을 해두면, 컴퓨터가 알아서 그 함수 이름만 마주치는 순간 알아서 위로 올라가서 함수의 정의를 살펴보고 그 함수의 과정에 따라서 자동으로 일을 하게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약속을 해두는 것입니다.
당연히 뭐 x + y 같이 간단한 식이면 그냥 인간이 '+' 기호를 넣으면 되지만, 뭔가 복잡한 행동 과정을 임의로 정해서 이게 내용이 길어지는 순간, 일일이 타이핑을 하기에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어떤 과정을 함수로 잡고 그걸 그냥 '함수 호출한다' 라는 식으로 축약을 해서 해두면,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일일이 다 타이핑을 안해도 되니까 편하고 좋고 컴퓨터는 지 기준으로도 특정 함수가 등장할 때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함수를 확인하고 그 과정대로만 연산을 수행하면 되니까 틀릴 일도 없죠.

과거 기초 교양인 '컴퓨팅사고'에서는 이런 식으로 초보적이고 직관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함수를 구현하여 작동을 시키기도 하였는데, 상당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지금은 뭐 여러 절차지향, 객체지향 언어를 통해서 좀 더 전문가 느낌나게 작성을 하지만요
https://docs.playentry.org/user/block_function.html
때문에 오늘 할 이야기는 특히 컴공과 친구라던지 중학생때부터 컴퓨터 공학 진로를 정해서 관련 프로그래밍 언어 등을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지나치게 진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계층구조, 모듈성, 분할정복 등등이 비슷한 사고방식과 철학을 공유하며, 마치 레고 블럭을 순서대로 잘 쌓아서 큰 결과를 만들어가듯이 효율적인 코딩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방법론입니다.
이러한 효율적인 분업 구조라던지, 모듈성을 통한 업무의 단순 구조화와 체계적인 분류, 각 파트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숙련화, 제조 공정의 효과적인 분리 배치를 통해서 과정 프로시져를 체계화한 사고방식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바늘을 만드는 이야기와, 포드의 자동차 공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작업 가내수공업이 흔하던 시절 이러한 분업 구조와 모듈화는 당시 파격적인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습니다.

애덤 스미스를 겉핥기로 배웠다면(필자 또한 잘 모르던 시절의 생각이기도 하였고) 무한 경쟁과 정글 자본주의, 자본을 등에 업고 패권을 마구잡이로 휘두루는 극단적인 천민 자본주의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자본주의의 대가인 애덤 스미스나 마스 베버의 사상을 들어보면 그런 저급한 인식과는 궤를 달리 하는 당대의 사상가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sisyphe/183

애덤 스미스는 핀 만드는 공정을 적절히 분리하고 분업화, 모듈화하여 각자가 맡은 단순한 일을 극도로 숙련시켜서 전체 생산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동시에 노동자의 창의성을 억제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자본론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 참으로 유명한 개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OcQXUBdKUQ
핀을 만들 때 한 핀을 한 사람이 담당하면, 하루에 몇 개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하던데, 핀의 제작 업무를 비슷한 수준에 따라서 분류하고 각 부분을 다른 사람이 담당시키고 한 공정을 여러 사람이 나눠서 작업하니까 전체 생산량이 훨씬 더 많네?? 이야 신기하다! 가내수공업이라는 전통적이던 방법의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대량 투입 대량 생산식 공장의 유행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로 유명한 사람이 바로 미국의 자동차 회장 포드입니다. 앞서 핀 공장의 사례와 비슷하게 이전에는 자동차를 소수의 인력이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방식을 고수했으며 이 덕분에 극악의 생산량은 극악의 가격을 자랑하였는데, 본격적인 컨베이어 벨트식 구조와 노동자들의 모듈화, 분업 구조가 도입되면서 그야말로 정신나간 효율과 생산성을 달성, 자동차가 널리 대중화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지금도 포드 자동차라고 하면 자동차 잘 모르는 사람들도 포드라는 이름에서 기시감을 느끼곤 합니다.

흥미롭게도 지금의 공교육 체계는 이 당시에 만들어졌는데 이는 곧 컨베이어 벨트식 분업식 공장 구조의 노동자를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기르기 위한 정신을 은연 중에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분명 생산성 증대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찰리 체플린도 비판한 손해를 동시에 얻기도 하였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보겠습니다
https://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8/2017060800236.html
이처럼 산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분업화와 모듈화라는 개념은 대량 생산의 핵심적인 원동력이 되었으며, 컴퓨터 공학이든 산업공학이든 효율성과 일관성 등을 추구하는 학문에서는 가장 기초적으로 깔고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는 최근 미국 제식 권총으로 선정된 sig사의 m17 m18 권총의 이야기와도 연관된 부분이 있어서 필자가 좋아하는 전쟁사 소재로 엮어서 더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총기 특히 그 중에서도 소총이 아닌 권총, 그러니까 핸드건은 작은 사이즈에 총탄을 발사시키며 동시에 버티고 다음 차탄을 장전하는 등의 복잡한 운동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물건인데 소총과 달리 작은 사이즈에 꽉꽉 눌러담았기에 대체적으로 휴대성이 매우 높지만 전반적인 성능은 당연하게도 소총보다 낮습니다. 따라서 주무장은 소총이 되지만 부무장은 권총이 되는데, 넉넉한 부피와 안정적인 작동 방식을 달성할 수 있는 소총보다 권총은 더욱 민감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슈터들은 핸드건에 더더욱 많은 신경과 공을 씁니다.
부무장인 권총은 비록 주력인 소총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소총이 고장이 나는 등 유사시에 빠르게 뽑아서 대체 사격을 가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지막의 비장 카드로, 대체로 명중이 어렵다는 점(소총은 무게 덕분에 반동 흡수 등이 용이함), 지속적인 숙련이 어려워서 대체로 사용자들의 숙련도가 부족하다는 점 등 때문에 권총은 자결용(흑은 명령 불복종하는 부하를 즉결처형하는 용도?)으로 오해를 받아오기도 하였습니다. 권총으로 숙련된 민간 슈터들은 정말 혀를 내두룰 정도로 작은 타겟을 멀리서도 명중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권총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던 1911 시리즈는, 당대 권총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현대식 구조를 채용하여 지금의 권총들과 비교를 해보아도 큰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시대를 적절하게 앞서 나갔던 권총으로 미군의 제식 병기로서 오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1~2차 세계대전 전후로 해서 미국은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위하여 여러 공장에 발주를 넣었는데, 오리지널 제조사인 콜트사가 만든 것이나 다른 민간 용품을 만들던 레밍턴 등의 회사가 만든 것이나 서로 부품의 차이가 없었으며 조립을 제대로만 한다면 작동이 가능하였기에 부품의 정밀한 규격화와 모듈화가 얼마나 현대 산업의 생산성에 직결되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필자가 환장하는 취미 중 하나인 에어소프트건의, 고가 스틸 컨버전 킷. 대략 300~400만원 정도 하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마이너한 취미에서 나타나는 거품 현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h-yfBETemU

미군의 제식 부무장 권총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1911은 부품간 신뢰성과 호환성이 높았고, 서로 다른 공장에서 만든 것들끼리도 치수가 일정하였기에 서로 부품을 섞어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도 툭하면 공차가 일정하지 않았던 타 국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선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https://warfarehistorynetwork.com/article/the-colt-1911/

현대에 들어와서는 한 명의 건스미스 장인이 한 개의 총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상품도 존재하는데 미친듯한 가격으로 유명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높은 고가의, 낮은 생산량의 한정된 커스텀 제품은 전쟁 같은 때에는 못 씁니다
https://www.nighthawkcustom.com/pistols

광복식 권총이라 하여 부산진 조병창에서 미군의 1911을 복제를 시도한 한국군의 무기가 소수 존재하는데, 정교하지 못하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흉내를 냈었기에 다소 조악한 모습입니다. 사진은 한 작가의 에어소프트건 커스텀 제품
https://m.blog.naver.com/zeepwrangler/222966975499

외국 리뷰어가 입수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게 전쟁사 칼럼인지 에어소프트건 장난감 총 취미 홍보 글인지...
전쟁이 나면 일단 총기가 대량으로 필요하며, 적절하고 준수한 안정성과 성능, 최저의 가격(최저가 입찰이 특히 중요합니다 군납에서), 부품 간 호환성 등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이번에 오래된 베레타를 제치고, 새롭게 제식 권총(심지어 소총도 일부 점유하게 된) SIG사의 M17 M18은 총기 간 모듈성을 극대화한 매우 유명한 총기입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이러한 방식 덕분에 납품가를 꽤나 많이 낮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IG사의 FCU 유닛은 총기의 트리거 등 핵심 부품이 포함된 부분인데, 놀랍게도 이 부분이 완전히 레고처럼 뜯겨져나가고 다른 총에 이식이 가능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총기의 핵심 파트 부분 중 하나를 완전히 모듈화에 성공하여, 그대로 다른 총기에 이식할 수 있는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그 유명한 SIG사 권총의 FCU 부분 모듈이다. 이 부분이 그냥 통째로 뜯겨져 나갈 수 있으며 그대로 다른 총기에 이식이 가능하다
https://www.basspro.com/p/sig-sauer-p320-custom-works-fire-control-unit-100957052

요로코롬 권총 격발의 핵심 파트 일부가 그대로 이식이 되어서, 정비성과 생산성, 단가 등을 성공적으로 맞추었다
https://www.abprototype.com/sig-sauer-standalone-p320-fcu/
특히 SIG사가 과거 한번 베레타에게 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p226이라는 유명한 총기는 다른 성능을 맞추었지만 하필 가장 중요한 납품가가 베레타보다 높았던 이유로 인해서 군납에 탈락했고, 이 이야기가 민간에 퍼지면서 "와! 총기 계의 롤렉스!" 라는 식으로 약간은 와전(?)이 되면서 좋은 성능과 비싼 가격 덕분에(?) 군납에 실패한 총기였지만 동시에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박히면서 민간 사이에서는 대단히 유명해졌었습니다.
이후 글록, 베레타 등 쟁쟁한 경쟁사와 대결을 하여 저렴한 납품가를 달성하였고 그 덕분에 그간 패배하였던 것을 설욕하고 당당하게 m17 m18이라는 제식명을 부여받고(앞에 붙은 m이 바로 그 상징입니다) 그 특유의 탄색 빛깔을 뽐내며 미군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좀 드는 생각이, p226은 그렇게 명품총이라는 시선을 받았는데 m17(혹은 p320)은 이상하게 파손 사례나 오발 사고 등이 발생하여 불평 불만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역시 제품의 성능은 제작자가 아니라 제작 비용이 결정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모듈화라는 개념은 곧 병렬처리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흔히들 우리가 알기로 직렬처리보다는 병렬처리가 더 효율적이고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죠. 직렬로 나열이 되어있다면, 앞의 순서가 완성되기 전에는 뒤의 순서가 시작을 못하니까, 일종의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새 인공지능 덕분에 막대한 연산 속도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당연하게도 직렬 처리보다는 병렬 처리, 병렬 구조를 통해서 여러 개의 컴퓨터를 동시에 돌려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이 기본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이러한 성질을 쉽게 관찰한 것이 바로 최근 구매한 외장하드입니다. 외장하드는 512GB부터 시작해서 일정하게 용량이 증가하는데, 신기하게도 용량이 2배이면 가격도 거의 정확하게 2배를 따르더군요. 이 때문에 네이버 최저가로 구매했음에도 갑자기 저한테 전화가 와서 시중가의 2배 가격을 치르고 구매를 했다고 무슨 정신머리냐고 얼른 구매 취소하라고 닥달하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외장하드의 구조를 살펴보면 가격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용량이 2배 증가한다는 것은 그 저장소가 병렬 구조로 같은 것이 1개가 아니라 2개가 이어서 붙어있다는 뜻이고, 재료가 그냥 정직하게 2배 정도 들어가니 가격 또한 2배가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보통 무언가 물건이 2배 크기가 된다거나 2배 성능이 난다면 그것은 가격이 2배로 뛴다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제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2배가 되면 가격은 막 2^2배 그러니까 4배 8배가 되는 것을 수두룩하게 보아왔거든요. 예컨데 조각상의 경우 한 변의 길이가 2배가 되는 순간 부피는 2^3배가 되며,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비부터 더 높은 난이도 등으로 인해서 절대로 비용이 정직하게 2배가 늘어나질 못합니다. 그렇기에 용량이 n배가 될 때 가격이 n배로 비슷하게 비레하는 외장하드 가격은 필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이는 곧 병렬적으로 연결한 메모리 구조 때문이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하찮고 당연한 이야기를 아주 복잡하게 설명하죠?

모듈성, 병렬구조, 규격화, 함수, 분할정복, 계층구조,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의 개념과 class 구조 등이 서로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최근 필자가 뇌 오가노이드 연구를 하면서 교수님께서 '객체지향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막 설명해주시길레, 제가 '그거 함수 개념 아닌가요?' 라고 하면서 걱정을 했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함수 개념은 중학생만 되어도, 또는 컴공과 1학년만 되어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개념이라서 너무 초보적인 이해 수준으로 보이진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크게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찾아보니 과연 크게 이질적인 이해는 아니라고 느껴서 안도했습니다.
취미로 다룬 에어소프트건이 다시 생각해보면 <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의 핀 공장이나 포드 자동차 이야기로 이어지고 전쟁사에서도 품질이 일정한 규격화와 모듈 구조가 강조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참 이 세상의 지식이라는 것들은 서로 연관이 없어보여도 자세히 알고나면 비슷한 지헤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에어소프트건 취미처럼 마이너하고 다소 독특한 취미가 아니더라 하더라도 자투리 시간에 좀 즐길 수 있는 취미로 교양을 쌓으면서 이러한 지적 자극을 받는 것도 참 인생에 소소하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걸 적분하라고? 3 0
어케함
-
PSAT은 추리 하위호환이니까 무방하고 모든 영역에 대한 체계 초안 를 만드는게 첫 번째 목표임
-
띵곡 0 0
. The living tombstone - i cant fix you
-
안 낸지도 벌써 2년은 된거같은데
-
교육청/평가원 시험 연도 맞춰주면 좋을것같긴 한데 3 0
이미 너무 고착화되어버려서...
-
찐막 개추 하나만 눌러주세요 1 2
https://orbi.kr/00077974459 ㅈㄱㄴ
-
난 목이 너무 예민해서 3 2
미용실에서 그 가운?같은거 걸어줄때 진짜 ㅈㄴ 힘듦 막 간지럽고 그런데 이악물고 버팀 ㅠ
-
재수생 더프 서프 국어 3 0
더프 94 서프 86 작수 65점 4 정석민 그는 신이야
-
아니 오르비 구미 언제나오니? 2 0
오르비 캐릭터로 생긴 젤리구미 나오면 사먹을꺼같은데1!
-
블라인드 처리된 글입니다. 5 0
블라인드 처리된 글입니다. -
-
오르비미쿠콘기원 6 2
ㅇㅇ 미쿠임티필요함
-
정신연령 테스트 결과 1 3
????
-
하루만 기다리면 수능이에요! 3 1
왜냐면 이제부터 기다림이 24시간이 넘을 때마다대가리를 존나 쎄게 쳐서 제 머릿속을...
-
오늘은 3 1
화학을 한 16시간정도만 해야겟다
-
최애 노래 6 3
일본 : 하나땅-소나기 한국 : 성시경-희재, 경서-밤하늘의 별을 서구 : 마이클잭슨-빌리진
-
나오자마자 풀긴 했는데 후기가 늦었습니다.. 점수 : 89 (19 21 22)...
-
메가 환급!! 3 0
이거 재학증명서 있으면 학생증 필요없는거 맞나여? 해보신분들 조언좀용..
-
ㅜㅡㅠ
-
쿠키와커피 4 0
일요일 오후의 여유
-
??
-
내 이마트 레어를 승인해다오 1 0
-
당신의 최애 탄산음료는?? 9 0
ㄱㄱ 저랑 겹치면 500덕 드려요
-
ㅋㅋㅋㅋ
-
가장 좋아하는 노래 21 3
머임?
-
이틀 연속 뷔페 혼밥 2 0
힘들다
-
여러분은 옯창이신가요? 오르비 모의고사 배포 21 23
안녕하세요. 모짜렐라치즈입니다. 어제 예고한데로 오르비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
tiktok.com/8Wx9CdNm 현재 틱톡에 영상 박제되서 안지워지는중ㅋㅋ
-
지듣노) 라비라비츄 0 3
코호오비 라비 츄 아나타쟈하나시나란 헤이범
-
공부는 과탐이 재밌고 사탐이 재미없음 14 3
근데 점수는 과탐이 재미없고 사탐이 재밌음
-
글씨체가 안 좋아서 알아보실지는 모르겠지만..ㅋㅋ 풀이훈수 받습니다!...
-
옷사러 나가야하는데 3 2
그럼 씻어야하잖아
-
마마마는 진짜 6 2
본편 12화나 반역의 이야기 후반 같이 한창 감성적인 장면에서 역학적 숭고를 잘 활용함
-
의대 순위가 어캐됨? 7 0
설연 다음에 뭐임요?
-
다들 최애 견과류 2 0
머임요?
-
좋아요정 누구임 1 7
내 글에 좋아요가 계속 달리는데 댓글이 없어 키리츠구 글에 좋아요를 달았으면 트롤리...
-
문제는 이런 폼이 시험장에선 안 나온다는 것..
-
뭔가 맞출거같았음
-
가장 좋아하는 게임 6 2
월희
-
이상 요네즈 켄시 닮음 1 2
뭔가 켄시 졸업사진이랑 느낌이 비슷함 둘 다 얼굴만 봐도 예술가 같음
-
국어학원 걍 끊을까여 0 0
한달 25만원정도 내고 거의 자습실처럼 사용중인데 먼가 요즘 쓸모없는 느낌 가격...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 뭐게요 14 0
맞춰보셈
-
난 요번주는 월요일보다 2 1
화요일이 100배는 더 싫다.
-
난 왜 멘헤라가너무좋지 7 1
분명 나한테 득 될것도 1도없는데 그냥 넘 조음...
-
씹덕 주의) 0 7
에미야 키리츠구의 일을 페제로에서 보다보면 극단적 공리주의가 어떤 위험에 치달을 수...
-
다들 마마마하면 2 1
마미 모가지 날아가는것만 떠올림 반역의 이야기 후반이 ㄹㅇ충격인데
-
스블은 필기노트 미쳤다 소리나오고 프메는 이번에야 낸거라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
월요일???? 1 1
ㅗ
-
다시 자신감이 생긴다 2 2
대학 가보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충분히 발전할 수 있어
-
서킷 40분컷 이걸 어케하지 9 1
암만줄여도 47분인데 ㅅㅂ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