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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民偕樂 [799988]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6-01-18 23:04:57
조회수 499

저공비행러의 한의대 본1 수업/학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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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즘 한의사가 이야기가 핫한거 같은데, 직업으로서 한의사뿐만 아니라 한의대 학업은 어떤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또 학점 리뷰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경한에서는 본1과 본3 이렇게 2년이 빡센데, 교육과정이 제 한학번 위 선배들부터 한 학기 당겨져서 제 기준으로 본1 1학기는 기존 본1 구간에, 본1 2학기는 상대적으로 편한 본2 과정에 해당됩니다.

2학기 등수는 아직 모르는데 1학기는 전체 학번 중 3/4정도에 위치한 적당한 하위권 성적이었습니다. 2학기는 물리적으로는 학점이 올랐는데 사실 체감은 훨씬 여유로웠어서 등수는 더 내려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학번 내에서 딱 저공비행하는 하위권 포지션인거 같습니다. 대부분의 동기는 저보다 열심히 하거나, 같이 공부시작해도 공부 속도가 훨씬 빠른 느낌이긴 합니다. 


본1 1학기는 해부학+카데바를 하는 해부학실습이 가장 힘든데, 이를 제외하고는 본1 내내 전과목을 1주일 전에 공부 시작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본1 1학기 OR 본1 공통과목]

1. 해부학2+해부학실습2

경희대 한의대에서 해부학은 1년 과정인데 첫학기에는 뼈, 근육, 신경 등을 모아서 각각 배우는 계통 해부학을, 두번째 학기에는 특정 부위를 전부 배우는 국소 해부학으로 다른 스타일로 2번 진도를 나갑니다.

그레이 핵심해부학이라는 교과서로 진도를 나가며, 수백 페이지의 교과서를 전부 커버합니다. 4시간 가까이 풀로 현장 수업을 하시는데, 교수님 강의력이 정말 좋으신 편이어서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물론 오후 시간에 길게 진행하다보니 다들 많이 졸기도 합니다....ㅎㅎ

다만 양이 압도적이기도 하고, 저는 해부학교실의 전 과목이 이렇게 성적이 낮을 정도로 해부를 못해서(지능, 적성 이슈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 주마다 복습도 하고 시간 투입을 했음에도 성적은 거의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동기들은 진짜 교과서를 통암기하는 수준으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해부학 학점을 잘 받고싶으면 그냥 교과서를 다 외운다(팔을 배웠으면 팔에 있는 신경, 혈관 분지들, 구조물들 그냥 줄줄 말하는 수준)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신 하위권들도 어느 정도 공부는 해서 그런지 최하가 C대고 유급은 거의 안주시는 것 같습니다.


해부학실습은 카데바 실습으로 진행하며 시험은 없는 대신 매주 해부한 내용에 대해서 조별로 PPT를 만들고 일부는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과제는 E-anatomy라는 사이트에서 해부할 부분에 대한 영상을 보고 해당 내용을 정리하는 노트필기 과제가 있습니다. 동료평가로 상당부분 실습 성적이 매겨져서 폐급짓 안하는 것도 중요한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5시간 넘게 진행되는 카데바 실습이 힘들었고 한주 한주 넘기는데만 집중했는데, 많은 동기들은 해부학의 모든 내용을 암기한채로 수업에 들어와 모든 구조물을 찾는다는 적극적인 마인드로 임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과정을 이수하고 진급했어도, 성취도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습니다. 



2. 본초학2+본초학실습2

해부와 더불어서 한의대 본1 과정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한 축입니다. 한약의 구성요소로 쓰이는 약초들에 대해 하나 하나배우는 수업입니다. 교수님 5분이 나누어서 수업하는게 특징이고, 각자의 스타일도  제각각이십니다. 대체적으로는 약재들의 효능주치, 식물학적 기원, 화학적 성분 등에 대해서 배웁니다. 시험은 효능주치 통암기를 시키는 분, 강조한 부분 여러군데에서 객관식 주관식 서술형을 섞어서 내는 분, 객관식 100문제 정도를 다양한 부분에서 내는 분, 약재의 목차를 외우게 하는 분 등 다양한 편입니다. 

본초 관련 수업들은 일정 점수 미만이면 칼같이 F를 주셔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데, 대신 그 기준이 엄격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기말고사 때 교수님 한 분의 범위가 너무 많아서 거의 보지 못했고 성적이 나오기까지 계속 유급당하는 악몽을 꾸는 등 걱정이 많았는데, 실제 성적은 예상보다 후한 편이었습니다.


실습 수업은 실제 약재를 보고 맛, 향, 형태 등을 파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수업 자체는 편하게 진행되지만 100개가 넘는 본초에 대해서 기원/감상/특징 등을 쓰고 그림까지 그려야하는 노트가 부담이 큰 편입니다. 시험은 땡시를 보는데, 50개 본초를 깔아두고 30초마다 종이 치면 이동하면서 각각 그 이름을 한자로 쓰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전날 동기들 다 같이 학교에서 밤을 새고 시험을 보러가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기준치 미만이면 칼 같이 F여서 부담은 심한 것 같습니다. 


3. 원전

원전은 한의학의 이론적 배경을 형성한 <황제내경>의 원문을 가지고 진도를 나가는 수업입니다. 전통 한의학 분야의 대표적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1에 배우는 원전은 침 관련 내용을 다룬 영추편을 가지고 진행됩니다. 경혈학 과목의 기본이 되는 12경맥, 오수혈, 사암침 관련 내용 등을 배웁니다. 이 과목도 시험이 교수님 별 편차가 큰데, 일반적으로는 내용을 달달 외워서 빈칸빵, 서술형, 객관식 등을 다양한 내용을 푸는 형식과 큰 서술형 3개 정도를 서술하는 형식으로 나뉩니다. 역시 F를 주는 과목이고 학습 부담이 어느 정도는 있는 편입니다. 


4. 병리학+병리학실습

한의대에서 '생리학' '병리학' 이런 이름의 수업들은 의대, 간호대에서 배우는 서양의학이 아닌 전통 한의학 내용의 생리학과 병리학입니다. 병리학 때는 한의학적 질병 분류인 팔강변증, 오장육부변증나 병기, 병인 등에 대해서 배웁니다. 국가고시 과목에서도 이 병리학 내용을 기반으로 처방을 고르는 식의 문제가 기본이라서 꼼꼼히 공부하면 좋은 과목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벼락치기로 공부를 했어서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업이나 시험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전임으로 수업하시는 교수님과 임상에서 진료를 보며 출강하시는 교수님들이 반반씩 담당하는게 특징입니다.


병리학실습은 실제 여러 의료기기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환자를 정해서 병리학적으로 진단한 뒤 그에 맞는 한약을 써보고 그 과정을 보고서로 써보는 등 다양한 실습을 진행하는 수업입니다.


5. 양방생리학+양방병리학

의과대학이나 간호대에서 배우는 생리학, 병리학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고, 한 학기만에 생리학 그리고 병리학을 전부 배우기 때문에 양이 엄청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저는 매주 강의를 듣고 복습도 하려고 노력했는데, 막상 시험 직전에는 해왔던 것이 머리에 많이 남지는 않아서 결국 벼락치기로 얕게 시험에 나온 것만 외우고 시험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절대적인 점수 자체가 좋지는 않았는데 대신 교수님들이 상대적으로 학점을 후하게는 주시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의료인으로서 알아야 할 기본적 내용이라서 열심히 하는 동기들이 많았고 방학 때 따로 시간을 내서 정리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6. 미생물학

저희 학번은 의대 교수님이 와서 수업을 하셨고, 저는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부도 거의 하지 못해서 그에 합당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사실 뭐라 코멘트할 말은 없고 전날에라도 최소한의 공부를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성적은 주시는 것 같습니다. 


7. 의료와 사회

의료 인문학 교양 느낌으로 여러 나라의 의료 체계를 다루는 수업이었습니다. 원래는 편하게 들으면 되는 과목인데, 최근에 와서 조금 이슈가 있습니다. 참고로 학점을 위해서는 특정 교수님이 수업할 때 절대 결석해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유급자도 있었던 레전드 과목입니다. 후배님들은 참고하시길....


8. 기초의학실습

다양한 실험을 하는 부담없는 과목입니다. 과제 보고서도 전부 내고(저는 안 낸 적도 있었습니다.) 출석도 잘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본1 2학기]


9. 경혈학+경혈학실습

원래는 본과 2학년 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과목 2개 중 하나였던 경혈학입니다. 첫번째 학기에는 중간고사 전까지 12경락, 특정혈(오수혈, 원혈, 팔맥교회혈) 등 전반적인 경락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기말고사까지 수태음폐경, 수궐음심포경, 수소음심경 3개 경락의 경혈을 배웠습니다. 교수님께서 경혈학 분야에서 기초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는 분이라서 중국 등에서 나온 다양한 경혈학 관련 논문들을 통해서 그 과학적 효과를 검증하려는 다양한 방법, 연구설계 등을 위주로 배웠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건 침의 대조군인 가짜 침 자체가 경혈 표면을 자극해 부분적으로 효과를 낼 수 밖에 없어서 대조군과 차이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는 플라시보 침의 역설이었습니다. 한의학을 과학화하는데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들을 만한 수업인 것 같고, 내용 자체는 원전에서 배운 영추편과 많이 겹칩니다.

경혈학실습은 특정한 혈자리에 침을 놔보기도 하고, 경혈학에 있는 어떤 개념을 검증하는 연구설계를 조별로 하는 실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혈학 시험은 역시 무난하게 배운 내용 전반에 대해서 객관식, 서술형, 단답형 등을 종합적으로 푸는 것이고, 경혈학실습은 혈자리를 이야기하면 그 해부학적 위치(경혈은 모두 해부학적으로 정의가 되어 있습니다.)를 달달 말하는 오랄테스트도 봤습니다.


10. 처방제형학+처방제형학실습

처방제형학 역시 본과 2학년의 쌍두마차 중 하나를 맡고 있는 과목입니다. 한약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인데, 본초학에서 배운 본초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처방을 구성하게 됩니다.(E.X 마황탕->마황+계지+행인+감초)

한의사의 대표적 치료도구가 한약과 침인 만큼, 임상과 직결된 과목입니다. 특정 처방의 효능, 주치, 임상증상, 본초들의 조합원리인 배오 등을 배웁니다. 실제로 한의사들이 쓰는 한약이 종류가 엄청 많고 다양한 상황에 쓰이는데, 수업시간의 한계로 모든 내용을 다 배우지는 못해서 따로 사설강의 같은 걸 들으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수님이 수업을 차분하게 잘 하시고, 시험도 출제 포인트를 찝어주셔서 합리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양이 많아서 벼락치기할 때 개인적으로는 피말렸습니다.

처방제형학실습은 실제로 본초들을 조합해서 한약을 달이고 맛보는 수업입니다. 몇몇 한약은 레전드로 써서 먹기가 힘들었던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경혈학과 처방제형학 모두 매우 중요하고, 대신 학습 부담은 해부, 본초에 비하면 줄어서 상대적으로 본2 구간은 본1 보다 편한 것 같습니다. 


11. 약리학, 조직학, 면역학

본1 2학기에 배우는 서양의학 과목들입니다. 조직학은 해부학 교실에서 가르치시는데 특별한 사항은 없고 시험볼 때 조직 사진이 다 똑같은 동그라미여서 구분이 안 되어 멘탈이 터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면역학은 인체 전반의 면역시스템에 대해서 배우고, 개인적으로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2025년 노벨상 생리의학상이 이 분야에서 나오기 했고, 바이오 주식 중에서 면역학 관련 기업이 많아서 이 쪽을 깊게 파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부끄럽지만 기말고사 때 범위 후반부를 잘 외우지 못하고 들어가서 역시 낮은 성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약리학은 기본적인 서양의학의 약리학과 그런 부분이 한약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전반적으로 배우는 수업입니다. 학습 부담은 본1 2학기 때는 크게 없었습니다. 


유급은 잘 주지 않지만 이런 서양의학적 내용들의 학습부담이 큰 것이 본과 1학년 2학기의 특징인데, 저처럼 학교 공부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 정말 진급만 딱 하고 내용을 깊게 알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빵꾸는 나중에 국시 공부할 때나, 임상에 나가서 고생하면서 메꿔야한다고 들었습니다. 저공비행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결국 언젠가는 져야하는 것 같습니다.


12. 각가학설

이름만 들어서는 생소할텐데, 다양한 학파를 배우고 어떻게 시대에 따라 한의학이 발전해 나갔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간단하게 여러 한약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배우는 과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병리학, 처방제형학 등과 연계되며 한의학 자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제는 교수님의 강의록을 정리해서 매주 제출하고, 시험은 괄호 빈칸빵 시험을 봅니다. 불성실하게 임하면 재시험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 쓰고 나서 보니까 글이 너무 노잼인거 같지만....개인적으로 과학 하나도 안 배운 문과 출신에 정시로 입학한 것도 아니라서 입학할 때 진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께 생생한 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 분들도 모두 축하드리고 환영합니다ㅎㅎ


관련한 궁금증은 편하게 댓글로 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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