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피램국어 [476057] · MS 2013 · 쪽지

2026-01-06 21:26:14
조회수 7,785

나는 학폭 피해자였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6902061

*영상이 편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글이 편하신 분들은 글로 보시면 됩니다. 내용은 똑같습니다.*



*오늘 글의 결론도 "공부 열심히 하자."입니다. 지겨우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이 이야기를 제가 공개적으로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제가 중학생일 때입니다. (정확히는 중학교 1학년)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명백한 '학교폭력'의 피해자였어요.


당시에 같은 반이었던 인간에게 매일같이 맞았고,

(코피가 나서 병원에 갔는데 장난치다 그랬다는 거짓말을 했던 게 참 비참했었네요.)

집에 가는 길에 가방을 대신 들어줬어야 했어요,

영상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는데, 그 인간의 친구들이 밤에 우르르 몰려와서

집앞 놀이터에서 제 바지를 벗기고 동영상을 촬영했던 일도 겪었었네요.


그런데 이런 기억들보다도 제일 끔찍했던 건,

다름 아닌 '메이플스토리'였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pasta4065/221905010383


당시의 메이플스토리는 지금과는 다르게 레벨업을 하기가 무지하게 어려웠던 게임이었습니다.

레벨 50만 넘어도 PC방에 온 동네 초딩들이 모여 구경하고 우와우와하던 시절이었죠. (무려 해적이 없던 시절...)


그 인간이 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일주일에 3레벨업 정도씩 해놓으라는 식의 미션을 줬었죠.

주말에 부모님이 놀러 가신 날, 1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사냥하고 물약 사고 했더니 겨우 63레벨에서 64레벨이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레벨업을 하고 나면 혹시나 스탯/스킬 잘못 찍어서 맞을까봐 몇 번이고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클릭했던 기억도 나네요.


아무튼, 이렇게 되니 친구 관계도 조금씩 끊기게 되고, 그래도 평균 이상은 했던 성적도 곤두박질쳤습니다.

저를 오래 봐 오신 분들이라면 제가 중학교 때 공부를 엄청 못했다는 것을 아실 텐데, 

물론 공부를 안 한 제 잘못이지만 이런 이유가 숨어있었던 것이었죠.


어쨌든 틈만 나면 메이플스토리 현질도 시키고, 무작위로 머리스타일 바꿀 수 있는 아이템 써서 이상한 스타일 나오면 운 없다며 맞고... 뭐 이랬던 기억이 있는데



놀랍게도, 당시에는 제가 심각한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별로 없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전이라 선생님들 자체도 폭력적이었고, (안 그런 좋은 분들도 정말 많았지만)

또 제가 살던 동네가 워낙 험한 동네였던지라 나처럼 싸움 못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외출할 때 진짜 쓸 돈은 양말에 넣어놓고, 주머니에는 뺏길 용도로 몇 백원 치 동전을 넣어두고 다녔었습니다. 돈을 안 뺏기는 날에는 운이 좋다며 신나게 500원짜리 컵라면을 사 먹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그러다 대학에 오고, 동기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의 이런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했었습니다.

제 딴에는 그냥 웃으라고 한 이야기였는데, 

동기들이 되게 심각한 표정으로 저를 보면서

"진짜 힘들었겠다..." 라고 말을 해주더라구요.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라고 하면서..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던 세계가 특별한 세계였다는 걸 말이죠.


그와 동시에, 


"나는 과연 떳떳한가?"


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던 것 같습니다.


단연코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괴롭히거나, 어떠한 종류의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적은 없지만(그런 찝찝함이 있다면 이 일을 할 수도 없겠죠.)


그래도 아무래도 '그런 동네에서 자랐다'라는 핑계를 대 보면, 

나보다 약한 친구를 저도 모르는 사이에 괴롭히고 아프게 했던 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기꺼이 비난을 받고 싶어요.



어쨌든 그 다음부터는,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절대로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당시에 제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인식은 없었지만,

어쟀든 그 당시의 저는 학교를 가는 게 두렵고 힘들었거든요.

제 자식에게는 절대로 그런 기억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내 이야기를 영화 속 이야기라 하는 동기들이 살던 동네는 도대체 어디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좋은 동네'에 대한 집착이 커졌고, 자연스레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저번에 썼던 글(https://orbi.kr/00076638029)과 같은 글을 쓰기까지에 이른 것 같아요.


정리해보면, 저는 학교폭력이라고 하는 상처로 인해서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그 동네에 대한 일종의 '결핍,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지금 저를 나름 이 정도 위치까지는 올라오게 해 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다시 돌아와서 제 학창 시절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고3이 되었을 때, 앞서 말씀드린 그 인간과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제가 중3 때 어떠한 계기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덕에 고3이 되었을 때는 학교에서 공부를 꽤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봤자 보잘것없지만)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친구들이 꽤 많았는데,

그 인간이 어느 날 저한테 와서 수학 문제를 물어보더라구요.

좀 어이가 없었던 저는 그 자리에서 딱 한마디를 했습니다.


'꺼져라'


진짜 과장없이 딱 이 한마디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인간이 아무 말 없이 그냥 돌아서 가버리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느껴보았습니다.

내가 무언갈 '성취'하고 나니까 저 무섭던 인간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구나.

더 중요한 건, 내가 무언갈 '성취'하고 나니까 저 무섭던 인간에게 강하게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구나.


사실 남학생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남자들이 학교 생활을 편하게 하려면

1. 싸움을 잘하거나 2. 엄청 재밌거나 3. 축구를 잘하거나 4. 게임을 잘하면 되는데,

그 무엇도 아니었던 저는 늘 당하던 피식자의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또 하나의 방법인 5. 공부를 잘하거나를 충족했더니

중학생 때 밤마다 그렇게 꿈꾸던 '편안한 학교생활'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여기에, 제가 최근 들어 주변 친구들에게 부동산 이야기를 꽤 많이 하고 있는데요.

고향 친구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소문이 났는지 그 인간에게 10년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처는 어떻게 안 건지...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는데 도와줄 수 있냐는 거예요.

속으로 '와 이 새끼는 진짜 아무런 기억이 없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도 


'꺼져라'


한마디만 하고 끊어 버렸습니다.

차단을 해서 그 뒤로 전화가 또 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확실하게 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많이 단단해졌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런 글을 스스럼없이 쓴다는 건, 

이런 과거가 저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렇게 큰 상처로 남아 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잘 살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램'이라는 브랜드도 만들고, 나름대로 사회에서 인간구실을 하고 있다 보니

주변에서 나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것도 느끼고, 내면의 단단한 자존감(?)도 많이 생긴 모습이에요.



물론, 정말 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한 피해를 입은 친구들,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이 글을 보면 기분이 더 나빠질 것 같아서 걱정도 되는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비슷한 상처와 결핍을 겪어 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스스로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 있게 글을 적어봅니다.


이때의 이 성취가 물질적인 성취, 남들이 인정해주는 성취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어쨌든 이 사회 속에서 한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 정도만 얻을 수 있어도 단단한 내면을 가지는 데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수험생 신분인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성취를 향한 노력은 '공부'라고 생각해요.

'성적' 말고, 본인의 '성장'을 위한 공부 말이죠.


단순히 제 강의 / 교재 팔아먹으려고 학생들한테 가스라이팅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구요.

여러분들 누구나 그랬듯이 결핍과 상처를 겪어봤고, 그걸 나름대로 극복해봤고 극복해나가고 있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면서 귀 기울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공부 말고도 중요한 거 정말 많습니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는데요.

여러분이 결핍과 상처를 가진 수험생이라면, 지금 당장 펜 잡고 무슨 책이든 '공부'해보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공부라는 게 자연스럽게 '성찰'을 유발하기에, 자신이 가진 결핍과 상처를 직시하고 극복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도 할 수 있거든요.


그런 공부의 좋은 역할을 만끽하시고, 나아가 본인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모든 결핍과 상처가 본인 내면의 단단함으로 치유되는 날이 오길.


저도 열심히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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