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행정소송을 하는가 - 인권감수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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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편
'요새 국가 기관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데 썰 좀 풀어봄 - 2.5편 이대로 지는거에요?'
이번 편은 보면서 약간 낯부끄럽기도 하고, 아마 읽으시면서 공감이나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 많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과 경험에서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가 만약 15만원짜리 도검이 아깝고 물적 손실을 회복하고자 했다면 약 30~50만원에 달하는 인지송달료(대학생에게 너무나도 비싼 금액이더군요..)를 내면서까지 행정소송을 제기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덤으로 변호사 비용도 궁금해서 확인해봤는데 행정소송은 1000만원을 훌쩍 넘기더군요 당연히 저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제 글을 최근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도검소지 허가증'과 관련하여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역시 국가의 일이라는 것이 참 시간이 오래 걸려서, 행정소송 변론 기일이 얼마 전 잡혔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두근거리고 긴장이 되며, 마치 제가 피의자 범죄자가 되어서 심문을 받는 것 마냥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듭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재판부에 요청드린대로, 제가 독일에 가 있는 12월까지 출석이 곤란하니 기일을 2026년 1월 이후까지로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게, 제가 상태가 호전이 되어도 너무나도! 호전이 많이 되었거든요. 다음 진료날짜가 무려 3월 6일로 잡혀 있습니다.
이 날이 아마도 첫 변론기일 이전에 마지막으로 정식 소견서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날짜라서, 재판부에 정중히 다시 한번 변론 기일 변경을 요청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재판부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3월 이후로 기일이 최종 변경이 되었습니다. 여러 번 배려를 해주신 재판부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게 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어쩌다가 행정소송까지 하게 되었고, 어떤 이유에서 몹시 두렵고 개인적인 시간을 소비하고 금전적으로는 손해인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요.
여러분 대학교에 가면 아마도 '인권센터'라는 이름의 센터가 하나씩 꼭 있을 것입니다(마치 중고등학교의 WE class 처럼요). 제가 다니는 동국대에도 하나가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링크가 걸려 있습니다.

https://skku.asia.qualtrics.com/jfe/form/SV_3KOhsiwuah9fXc9
혹시 시간이 나면 한번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을 공유해드린 국가인권위의 인권조사관님도 처음 해보셨는데 정말 깜짝 놀라고 재미있었다고 평하시더군요
거기 문제로 이런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한번 보시죠.





여러분도 정말 깜~짝! 놀랍지 않으십니까? 우리가 소위 초등학생 때 누구나 생각하는 정답을 고르면 100점을 맞을 수 있던 도덕 문제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여러가지 신념과 가치가 충돌할 때 우리가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습니다. 문제를 풀어보면서 하나같이 어렵고 난해한 상황 속에서 정답을 골라야 하는 미묘한 긴장감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 문제들을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크게 반성하게 됩니다. 평소 입으로 인권 인권을 외쳤으나 과연 나의 인권 감수성은 정말 바람직하고 잘 형성되어 있었는가? 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쟁사를 공부해왔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저 앞에 살아왔던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지금의 물질적 정신적 풍요를 느낀다는 것에 크나큰 부채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적으로 625 전쟁에서 이겼기에 우리가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누리는 것이고, 가까이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시민들이 국회로 뛰쳐들어가서 군경을 막아버렸기에 계엄령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만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석가탄신일의 공휴일 지정에 대한 만화입니다. 원래 석가탄신일은 공휴일이 아니었고 성탄절만 공휴일이었는데, 만화에서 소개된 용태영 변호사 분의 활발한 문제제기 덕분에 석가탄신일도 공휴일이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6064823
특히 행정심판을 하면서 국가 인권위의 도움도 받게 되었는데요, 최 모 조사관님께 제 어려움과 고통을 토로하기도 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송부해드렸었습니다. 비록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본 경험은 없지만, 목소리와 내용을 들어보니 상당한 인권감수성을 바탕으로 무장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어렵고 고된 일을 하는 훌륭한 조사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앞서 글들에서 말한 것처럼 보충서면만 30건씩 제출할 정도로 매우 격렬하게 경찰 측과 논쟁을 벌였는데, 그 많은 자료를 성실히 모두 받아보시고 신중하게 고민을 하시더군요.
특히 개인적으로 이번에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사유로 도검을 뺏기고 나면서, 그리고 경찰의 답변을 받아보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이 참으로 처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질환자는 한국에서 거의 미치광이, 욕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욕으로 통용될 만큼 떳떳이 드러내는 것조차 매우 어려울 정도로 인권이 열악하기로 유명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2262
특히 개인적으로 영등포경찰서 측에 격분하게 된 계기가 뭐냐면, 저는 2020년경 코로나 블루로 인해서 중증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현재까지 약 5년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처음에는 3주에 한번씩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약도 아침 점심 저녁 약을 챙겨먹을 정도로 증상이 심했지만 이제는 2달에 한번씩만 가도 될 정도로 증상이 매우 호전되었습니다. 저는 행정심판 중 보충서면에 이러한 사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적어냈습니다.
그랬더니 영등포경찰서는 반박을 하는데, 문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 체포조를 운영하던 영등포경찰서 본인들이, 12.3 비상계엄으로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저의 의무기록 사본을 아무런 의학적 증거나 식견, 면담 없이 가져와서 낙인을 찍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보통 성폭행 성관련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것이 종종 보도가 되곤 하죠. 제가 그 2차 가해의 피해자가 될 지는 몰랐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불법적인 계엄령에 부역했던 영등포경찰서가, 다름아닌 12.3 비상계엄으로 정신적 건강이 악화된 사람을 낙인을 찍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후 저는 영등포경찰서 측에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민원을 10건 정도 제기하였고, 행정심판에서는 분노에 차서 약 30건의 보충서면을 최종적으로 제출할 만큼 격분했습니다. 아마 제가 태어나서 2번째로 가장 격분한 사건이 이 사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화가 났습니다.

국가인권위에서도 해당 사건을 따로 진정을 넣으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여러분 만약 제가 자식이 있었다면 제 자식에게는 절대로 국가랑 싸우지 말라고 권유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저는 여러분이 낄낄거리면서 읽을 수 있을만큼 재미있고 쉽게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확실히 진행을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짓을 하느냐? 하면 우선 첫 번째로는 개인적인 억울함, 의사 선생님이 일본도라고 잘못 알아듣고 써준 의무기록 사본이 소견서로 둔갑하여 행정심판에서 기각의 근거로 쓰였다는 점, 두 번째로는 분노, 비상계엄 가해자가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행위를 공문서에 당당하게 적었다는 점, 세 번째로는 인권의 입장에서 어쩌면 제가 이김으로 인하여 정신질환자의 보편적인 인권이 좀 더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큽니다.
앞서 말했듯이 오히려 저는 이제 물질적 손해에 대해서는 초연해진 상태입니다. 영등포경찰서가 제 도검을 뺏어가준 덕분에, 뺏겨도 사실 아무런 영향이 없구나! 내 삶에 필요하지는 않은 것이었구나! 를 느끼게 됩니다 ㅋㅋ 현자타임이라도 온 것 같습니다. 물질적인 것을 추구했다면 30~50만원 정도 드는 인지송달료를 아예 포기하고 15만원짜리 도검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식으로 돌려받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앞서 말했죠 전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앞선 세대에 대해서 부채의식을 많이 느낀다고요. 그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희생과 진전이 있었기에 역사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저도 이번 일을 통해서, 나중에 후손이나 후배들에게 당당하게 '나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공의 이익이 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 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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