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을 안 해봐서 그래~" 양적 기준과 질적 기준, 꼰대와 불행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368072
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외동인 저로 이루어져 있어서 3명인데, 은근한 삼파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닮은 저는, 종종 아빠와 같이 공동으로 엄마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참 지나서 엄마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반성과 후회를 하면서 "어휴 난 왜 이렇게 깨닫는게 늦지" 라고 스스로 푸념을 하면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사회 생활을 안 해봐서 그래~"
다만 여기서 곧장 심각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미리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얼핏 들어보면 "넌 나잇값도 못하고 사회 생활도 안 해보고 머리에 피도 안 말라서 정신을 못 차리고 철없는 짓이나 한다" 는 말로 들릴 수도 있는 위험한 말인데, 정작 제 아버지는 매우 전통주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가장으로서의 당연한 덕목과 역할은 약자인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이고, 여성은 여러가지 면에서 약자이기에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아 마땅하다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여성관을 가지신 분입니다. 여성 또한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남자와 동등한 대우와 조건을 동일하게 받아야 한다는 주체적인 서구적 여성상을 지지하는 저와는 다소 대비되는 생각을 가진 분입니다.
아버지가 저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쉽게 풀어보자면 '사회 생활이라는 것을 안해봐서 그러한 영역에 대해서 지식이 별로 없으니, 내가 좀 더 잘 배려하고 보호를 해주고 설명을 잘 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가 소위 살면서 '머리에 피도 안 말랐다' '철이 없다' '나잇값을 못한다' '군대를 안 가봐서 정신을 못 차렸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냐' 등등의 소위 꼰대 마인드의 훈계조를 들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필자는 중학생 때 학생회장을 한 덕분인지 특히나 선생님들과의 토론, 논쟁에서 논리가 부족하고 밀리는 선생님들이 최후의 비장의 카드로 이러한 말들을 자주 쓰는 것을 목격해 왔습니다.
얼핏 보면 꼰대처럼 들릴 수도 있는 "사회 생활을 안해봐서 그래~"라는 말을 종종 배우자한테 하시는 저희 아버지는, 오히려 남을 가르치려고 들고 함부로 조종하고 강요를 하는 꼰대에 대해서 매우 큰 반감을 드러내는 성격을 가지셨습니다. 그러니까 저 말이 겉보기에는 꼰대처럼 보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상호간의 가정 환경과 교육 수준, 자라온 배경 등등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 대한 인정과 배려의 필요성에 대한 표현으로 저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 아버지가 종교에 대한 깊은 의문을 대학생 시절 회식 자리에서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나이차가 5살 정도 나는 동기 형님이 훈계조로 "니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냐" 면서 소위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기에 그따위 고민이나 하고 있다고 꾸짖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남에게 함부로 우월의식을 가지거나 표현하지 않는 아버지는 당시 매우 크게 화를 내면서 "눈물 젖은 빵 먹은 것에나 집착하니까 형님 언행 수준이 그따위 아닙니까" 라면서, 자신의 경험과 기준을 들이대며 남들을 아래로 보고 깔보는 태도에 대해서 크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우리는 꼰대가 되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조선불반도 헬지옥으로 만들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일까에 대해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해당 5살 차이 형님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핵심은 '양적 기준과 질적 기준을 크게 혼동'하는 것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필자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기에 특히나 이러한 구분을 잘 하고, 어떤 것이 비교 불가능한 질적인 요소인지, 어떤 것이 하나의 줄세우기로 서열화를 할 수 있는 양적 요소인지 고민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dreamnurse7/222115289252
양적인 것은 쉽게 말해서 객관적인 수량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상호간의 비교를 통해서, 하나의 기준으로 줄을 세울 수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예컨데 키 몸무게 성적 IQ 등등등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동일한 차원' 입니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것들은 같은 잣대로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뒤에 오로지 동일한 단위가 올 때 비교가 가능합니다. 어느 국가의 GDP가 달러로 몇 달러이고 이는 다른 나라보다 얼마나 더 크다 라는 식으로요.
반면 줄세울 수가 없는 것을 우리는 질적 요소라고 부릅니다. 예컨데 누구 인생이 성공적이었냐!는 철저히 주관적이고 해석자에 따라서 기준이 모두 다 다르기에 우열을 애초에 가릴 수 없거나 가리려고 해도 대단히 애매한 것들입니다. 스트레스 없이 무병장수하여 오랫동안 산 것과, 굵고 짧지만 역사적인 업적을 남기는 것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매우 애매합니다. 수학 100점 맞은 사람과 국어 90점 맞은 사람 중 어느 사람이 더 똑똑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학 100점과 국어 90점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나름 존재합니다. 수능의 경우 표준점수라는 것이 그것인데, 상대적으로 얼마나 시험이 어려웠으며 내가 다른 응시자보다 얼마나 더 잘했는가를 수치로 환산한 점수입니다. 그것을 모두 더해서 총합을 메긴 뒤라면 그것들을 일렬로 줄을 세워서 우열을 메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래는 비교 불가능한 질적인 요소들을, 뭔가 나름의 양적 요소로 전환시키거나 아니면 질적 요소의 다양한 양적 요소들 중 하나를 일부 떼내와서 임시로 비교를 합니다.
예컨데 의사와 변호사 중에 어느 직업이 좋은 직업인지 바로 비교해서 알기는 어려우니까, 직업이라는 질적 요소를 구성하는 다양한 양적 요소 중 대표적인 '연봉'을 가져와서 비교를 하면 됩니다. 최소한 물질적인 기준에서 어느 하나의 직업이 좀 더 높다면, 해당 양적 요소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무엇이 더 낫고 더 높거나 큰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능이라는 줄세우기 양적 기준에 쩔어있는 한국인은 급기야 모든 것, 원래는 질적인 것들이라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 것들까지 양적인 요소를 임의의 기준으로 주저앉혀서 비교를 하기 시작했고 전 이렇게 양적인 기준과 질적인 기준을 혼동하는 것이 아마도 한국인이 가장 불행한 이유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비교할 수 없는 질적인 것들을 비교할 수 있는 것 마냥 양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핀란드 사람들이 보기에도 ㅈ같다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3953496
양적 기준이라는 프레임에 들어가면 사람은 타인을 평가하거나 나보다 우월한지 열등한지(?)를 가늠하기 시작합니다. 예컨데 모두가 초중고대를 다녀야 하는 사회라면, 대학을 나온 저는 중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중학생을 하대할 것입니다. 원래는 대학까지 꼭 가야 하고 곧 가야 하는데, 아직 중학교까지 밖에 가지 않았으니 나보다 경험도 적고 생각도 미숙하며 미성숙하다는 우열을 가릴 수 있습니다.
군대가면 철이 든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군대라는 것은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모두 가야 하는 것인데, 가본 사람은 안 가본 사람에 비해서 그 통과 의례를 지나왔으니 경험이 더 많고, 그 경험이 더 많은 만큼 지적 능력(?)에서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직업은 원래 질적인 것이어서 서로 우열을 메길 수 없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직업을 비교하고 싶어했고, 비교를 위해서 여러 차원이 섞인 질적인 요소에서 하나의 양적 요소만을 가져와서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치 중에서도 물질적 가치가 최고로 중요하니, 연봉이라는 단편적인 기준으로 한번 직업들 간의 줄을 세워보자! 원래는 비교 불가능한 직업이 연봉이라는 한 임의의 양적 기준으로 줄을 세울 수 있고, 줄 앞에 있는 직업은 따라잡히지 않을까 조마조마 불안하고 뒤에 있는 직업은 열등감을 느끼는 세상이 와버린 것입니다. 모두가 불행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니까 소위 꼰대가 무엇이냐면, 인간이란 원래 질적인 존재로 여러가지 양적인 요소에 의해서 형성되어 있는데, '나이' 등의 양적 기준을 임의로 가져와서 그 기준을 근거로 남이 나보다 더 낮거나 부족하다는 시각에서 자신은 그보다 더 우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남을 가르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이란 원래 다양한 것이라서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나이나 연배 연차 등의 양적 기준을 하나 들고와서 그 기준으로 사람에게 등급을 메기고 줄세우기를 시전하는 것이죠.
나이 젊은 사람은 꼰대가 혐오스럽고, 꼰대는 아랫 사람이 답답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곧 질적인 요소와 양적인 요소를 혼동하여 원래 물과 기름처럼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임의의 양적 기준을 끌고와서 우열을 메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해프닝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5살 차이 나는 형님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경험은 질적인 것이 아니라 양적인 것으로, 그것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사람의 등급과 우열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죠. 있는 사람이 무조건 없는 사람보다 낫다는 논리인데, 아버지가 지적한 것처럼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것은 분명 하나의 경험으로서 교훈 등이 있겠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남을 함부로 서열을 나누며, 유연성과 창의성을 포기하고 사고의 경직성이 강화되었으니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저 또한 한국식 입시와 수능에 찌들었던 사람으로서 서열화와 양적 기준에만 매몰되어 있던 사람인데, 여러 연구와 경험을 하면서 자연의 이치 중 하나인 'trade off'의 원리를 알아가면서 모든 경험이 다 반드시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은 안하게 되었습니다. 2년간 군대에서 예컨데 밑의 임현서 변호사처럼 카투사에서 선진적인 미군 문물을 경험하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2년간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기회비용을 지불하였기에 반드시 우월하거나 좋기만 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나쁘지 않고 낭비는 안한 2년일 뿐이지, 모든 양적인 기준에서 절대 우위를 지닌 정답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임현서 변호사라고 정말 관상부터 '나 똑똑해'를 팍팍 풍기는 분이 계신데 인생 조언을 유튜브 통해서 자주 하시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dlaustjek/videos

인생의 정답은 없다는 말이 제가 앞서 했던 말을 간결하게 요약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머이긴 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긴 한데 오답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긴 합니다
다만 처음 화두였던 '사회생활'에 대해서, 이 험난하고 잔인하고 냉정한 세상에서 잘 살아남기 위한 준비물로 누구나 사회생활은 해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필자 또한 에어소프트건이라는 레저 스포츠 용품에서 마케팅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아마 이 '사회생활' 유무는 과거에도 남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했을 것 같습니다. 성평등이 점차 확산하는 현대에서도 사회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남자의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매우 많은데 애초에 사회 진출을 억압하고 법으로 막아버렸던 과거에는 오죽 했겠습니까. '여자들이 무슨 사회를 알고 정치를 알아서 투표를 해!'라는 면박을 당하곤 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뒤집어진 것이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쟁에서 노동력을 담당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권익이 향상된 것이었습니다.
제가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회생활'과 관련하여 상당히 재미있는 통찰을 글로 남긴 것이 있어서 가져와봅니다. 이혼전문 변호사로 블로그를 통해 글을 참 잘쓴다고 소문이 난 박영진 변호사가 교대를 나온 여성들의 사건을 맡으면서 공통점을 자주 느낀 것을 바탕으로 쓴 부분이 있는데 좀 가져와보았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다양한 계약 중에서도 쌍무계약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내가 돈을 냈으니 마땅한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대가에 대한 적절한 용역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증여를 하는 편무 계약과 달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물건이나 노동력을 바탕으로 교환을 하는 쌍무 계약이 매우 보편적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쌍무 계약의 과정 중에서 갑을 관계, 미묘한 정치적 긴장 관계, 타인을 설득하는 힘 등등을 다양하게 체험합니다. 아마 아버지는 이러한 종합적인 의사 결정 및 판단 능력을 '사회생활'이라는 용어로 함축한 것 같습니다. 박영진 변호사는 이혼 소송 과정 중 '여성 교사'와 관련된 소송에서 공통점을 느꼈고,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에 비해서 이러한 복잡한 사회생활을 해볼 경험이 부족한 '여성 교사'의 사례에 대해서 그 이유를 분석하여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원본은 훨씬 긴데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으면 원본을 모두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https://blog.naver.com/pyjlawyer/222008268282?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쉽게 말해서 사회경험의 주류를 이루는 '쌍무 계약'을 몸소 체험해볼 경험이 부족하여, 매우 복잡한 이해 관계와 조정 능력, 갈등에 대처하고 타인과의 협동하거나 처벌하는 경제학적인 의사 결정 능력 등이 다소 부족하여 대표젹인 쌍무 계약인 결혼 생활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비슷한 레퍼토리와 논리로 비슷한 부분에서 불만을 가지고 이혼 소송까지 오게 된다는 관찰입니다.
남녀 사이의 다양한 갈등 중에서도 매우 첨예한 주제인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반응과 맥락을 본 기억이 납니다. 모두의 예상처럼 대부분의 남성은 찬성하고 반대로 많은 여성은 반대를 하는 와중에, 여성들을 인터뷰를 SBS에서 한 바 있습니다.
특히 남성으로 추정되는 댓글이 웃겼던 기억이 나는데, 여대생들은 반대를 하지만 여성 사회인 분은 앞서 말한 '사회생활'을 연상케 하는 논리를 바탕으로 남성이 군대를 가는 희생을 하고 책무를 이행하였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댓글이 달린 것이 기억이 나는게 "(여대생들과 달리) 사회생활을 해본 여성분은 참 개념이 있다" 라는 식으로 쓰여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마치 앞서 꼰대 형님처럼 "사회생활을 안해봤으니 단편적으로만 생각해서 군 가산점을 혜택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 라는 식이죠.(사회 생활의 기본인, 의무 이행과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이 세계의 기본적인 룰조차 모르는 것이냐 라는 식의 비판이죠)

이거 가지고 싸우지 말고, 필자가 의도한 대로 '사회생활'이라는 소재를 기준으로 편하게 웃고 가주시길 ^^
https://news.sbs.co.kr/news/freeEndPage.do?no=83534
마지막으로 첨언을 하나 하자면, 위에서 인용한 박영진 이혼전문변호사 분의 글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박영진 변호사가 수많은 소송을 통해 통찰력을 가지고, 각 개인이 가진 사고 체계와 배경 지식, 자라온 환경의 공통적인 특성 등을 유추하는 것을 보면 결혼은 겉보기에는 단지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이루어지는 듯 하지만 사실은 매우 복잡한 고도의 경제학적, 인간의 과학적 의사결정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를 매우 간결하게 잘 표현하는 곳이 어딜까? 하면 저는 바로 '결혼정보시장' 혹은 '결정사', 그 중에서도 소위 '등급표'를 뽑고 싶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나오는 흔하디 흔한 결정사 등급표 중 하나입니다. 소위 자본주의의 단면을 간단명료하게 명쾌하게 보여주는 끝판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영진 변호사부터가 경제학 석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이혼소송을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닌 각 개인의 합리적인 판단 능력 속에서 최대의 효용과 이득을 얻기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얼마 전 인스타에서 한국의 경제학적 불평등이 무엇을 통해서 해소되는지에 대해서 한국은행이 분석한 것을 보았는데, 서양과 달리 동양은 경제 생활을 하는 남성과 경제 생활을 하지 않는 여성의 결합이 매우 흔하며, 사회 재분배 제도를 통해서 소득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고 결혼이라는 각 개인들 간의 행동을 통해서 소득 불평등이 해소되고 있다는 결론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소위 끼리끼리 결혼해서 직업활동을 하는 남녀가 서로 비슷한 경제 수준에서 결합을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비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데 기여한다니 참 흥미로운 분석이었습니다 ㅋ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4955
그러한 맥락에서 결혼 정보 회사가 발표하는 결혼 등급표는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 진로 직업에 대한 고민, 인간의 행복 등에 대해서 다소 속물적인(?) 이해를 함에 있어서 매우 유용하고 노골적인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이혼 시장과 결혼 시장은 개인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과 의사 결정 능력이 동원되는 곳이기에, 신경경제학을 지망하는 글쓴이 또한 매우 흥미롭게 보는 소재입니다.
결혼 등급표만 보아도 해당 사회가 그 시대에 어떠한 직업을 선호했는지 즉 어떠한 가치를 선호했는지, 무엇에서 행복을 찾았고 어떤 것을 계급화하였는지, 어떤 종류의 노동을 선호하는지를 매우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결정사의 등급표와 비슷한, 대학 등급표를 보고 거기서 한 칸이라도 올리려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사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앞서 주구장창 글쓴이가 질적 요소의 양적 환원 및 서열화를 비판해온 만큼, 결정사의 결혼등급표가 선이고 정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 사회의 진실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약간은 우울한 느낌이 드는 상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우리가 고대 공룡들의 화석을 통해 생태와 환경을 연구하듯이, 먼 미래 한국의 21세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결정사 등급표를 통해서 우리의 사회상을 유추하고, 수험생들은 어떤 것을 선호하며 미쳐가는지 우리가 스스로 어떤 지옥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티격태격 싸우고 서로 서열을 나누었는지를 매우 함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라고 봅니다.
프로이트는 노골적으로 성욕과 명예욕, 그러니까 성 선택이 인간과 같은 동물들이 경쟁하고 복잡한 의사 결정을 하며 여러가지 정신 세계를 갖는 근본이라고 주장하였는데 그러한 성 선택을 다시 노골적으로 수치화 정량화를 해서 서열을 메긴 결정사의 등급표는 그야말로 그 사회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적나라한 자료인 것 같습니다.
결국 불행이라는 것은 의외로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남을 순수하게 존중하는 마음의 결여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원래는 서열화 할 수 없고 서열화하면 안되는 것들을 임의의 양적 기준으로 줄세우기를 하면서 남에게 우월 의식을 가지고 순위를 메기며 함부로 가르치려고 듭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게임에서조차 레이팅이라는 일종의 성적표를 가지고 누구의 레이팅이 더 높으니 누구 말이 더 맞다는 식으로 편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데, 질적 기준과 양적 기준을 혼동하고 무리하게 모든 것을 양적으로 평가하기에 우리는 계속 더 불행해지고 남과 비교하기 쉬운 세상이 되어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만약 질적 기준과 양적 기준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라면 타인을 함부로 평가할 생각도 안할 것이며, 각자의 가치관은 고유하며 소중하여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결국 저런 노골적인 결정사의 등급표에 일희일비 안하고 충분하고 튼튼한 자존감으로 이 세상을 잘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멘탈은 딴딴해질 것이며 무겁고 진중한 사람으로 보여질 것입니다. 그런 것을 잘 한 사람들이 우리가 칭송하는 성인들이나 위인들이고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07년생#08년생#독학생 오르비의 주인이 될 기회 37 32
-
과기원 뱃지가 나온다고! 0 0
드디어 내 모교 뱃지를 볼 수 있는거냐고! 줸장!
-
입결좀 알려주실분... 0 0
한성대 ai응용학과 한국외대 ai데이터융합학과 고려대 세종 인공지능사이버보안학과...
-
방금 좌절했음 0 1
+1을 고민하는 오르비언에게 열심히 글을 써주고 있는데 말로는 정말 잘 하는데 내가...
-
문과 생기부 설치 CC 1 0
서울대 치대의 경우 정시 모집요강에 핵심이수과목, 권장이수과목 모두 공란으로 나와...
-
어 그래서 머스크형이 스타링크 깔아줬어 단말기만 구매해 하루종일 롤 오르비 뭐 다 가능하니까
-
뱃지용으로 내년에 7 0
교과로 건동홍 이런데 써볼까요 너무 돈이 아깝나 ㅋㅋ
-
주변에서 얘기 들어보면 04 n수생이 유독 많은거같네....왜 그런거지
-
통학만 가능하면 1 0
통학이 좋음 기숙사가 좋음? 다들 생각이 궁금해요
-
제육 시킴 2 0
-
애니를 정주행하고 오프닝 엔딩을 질리도록 듣고 나무위키를 모두 읽고 며칠간...
-
ㅇㄱㅈㅉㅇㅇ? 2 1
-
서울대 사회 vs 상지한 9 0
님들이면 어디감요?
-
존잘 미국인이 현지에서 존예 여고생 꼬셔서 원나잇 가짐 여고생은 임신하였지만...
-
뱃지 ai로 만들면 되는거죠? 1 1
이제 지거국 뱃지도..
-
레전드레전드 2 0
-
경찰대뱃 제작 요청?? 9 1
기왕 하는거 사관학교까지 가시죠 관리자님
-
우우다뇨
-
저 내일부터 수능까지 안 들어옵니다 16 3
맹세하겠습니다 내일부터 들어와서 글, 혹은 댓글 작성 시 최초발견자에게 모든 덕코...
-
ㅋㅋ수고~
-
N수 마지노선 3 0
3수까지는 괜찮은가요? 대학간 친구들 의견이 갈리는데 N수생도 취업 괜찮다, 적응...
-
선택지 몇개 제안하면 꽤나 상관있어보임
-
문해력 저하의 원인 4 1
애새기들이 라노벨을 안읽고 미연시를 플레이 안해서
-
님들담배피는이유뭐임 1 0
네
-
궁금합니다.
-
대학 등록 다 끝나고 탈릅해도 2 1
90일 지나면 다시올듯 정들어버림 ㅋㅋㅋㅋㅋ
-
충동적으로 미국행 결정 11 2
움하하
-
명조하는 오뿡이들 와봐 0 1
너네 얼마 질렀어? 이거 쌀먹됨?
-
디지스트 유니스트 뱃지신청완뇨 4 2
ㄲㅂ 지스트도 넣었어야했는데
-
저도 신입생오티감 2 0
스태프로요..
-
내 애착인형 7 0
귀엽지 나랑 재수학원 맨날 같이와서 공부함 근데이새끼 ㅈㄴ비쌈 얼만지 맞춰봐
-
아 퇴근한건가? 2 1
기다리기 싫응데
-
[칼럼] 뱃지 만드는 법 9 10
1. 포토샵을 킨다(이때 나무위키 뒤지며 멘트를 제작한다) 2. 뱃지를 만든다 3....
-
과 번개?같은거갔더니 5 3
이미 수시놈들 다 친해져있어서 못끼면어캄?ㅠㅠ
-
아니나도새터가고싶은데 4 0
크아아아아악
-
국어 칠 때 긴장 덜할듯
-
태블릿도 로그아웃되면 오르비 진짜 못하는거라고
-
점공 윗분이 경상국립대 의대 우선순위로 해두셨는데 960.82점이시더라구요 합불등록...
-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7 0
과기원도 썼지;;
-
22개정 기하 인강 0 0
22개정 기하 강좌 찍어주신 쌤 계시나요 플랫폼 상관없어요 제가 지금 발견한 쌤은...
-
예비 17인데 8 0
점공 표본 분석 해보니 애매한 애들 다 안빠진다고 보고 암흑표본도 안빠진다고 보면...
-
오 과기원 뱃지? 2 5
-
아 심장이 쿵쾅쿵쾅 0 0
너무빨리뜀 부정적인생각만나고 공부도안되고 미치겟어요ㅠ
-
질문도 없는데 잡았더니 질문이 뭔 개소리인지도 모르겠는 질문만 연속으로 3번 잡혀서...
-
오르비 하면 안되나요?
-
수학 8시간 했더니 0 0
더이상 못해먹겠다 지구나 해야지 머리가 아예 안돌아감
-
본좌가 리만가설에 대해 생각한바 10 0
리만가설의 제타함수가 0이되는 값들을 복소평면에 늘어놓으면 실수부가 1/2인...
-
카이스트보다 못생겨서 다행이다 4 1
부러울뻔했음
-
대학 새터가서 XX하지 마세요 2 1
술김에 동기랑 키스하지 마세요
저도 외동인데
비슷한 말 많이 들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못 이해했네요.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