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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효과 [835293] · MS 2018 · 쪽지

2026-02-20 20: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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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에 8년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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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졸업을 했습니다.



입학할 때만 해도 석사 박사까지 해서 연구자의 길을 갈 줄 알았는데 어쩌다 이런 길을 걷게 되었군요.



졸업식장 주변에 사복 경찰이 엄청 깔리고, 

입장 때 공항 검색대처럼 검사를 빡세게 하길래

원래 이런건가 싶었는데 대통령이 와서 그렇군요.

24년 졸업식때처럼 해프닝은 따로 없었습니다.



여러 축사를 보며 8년 전 입학식이 생각이 나면서 학교 생활을 더 열심히 더 즐기지 못한 생각이 났습니다.

근데 그렇게 꼬리를 물다보면 '결국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며 후련했습니다.


좋은 학교에 와서 초반엔 많이 힘들었습니다. 

입시 때 마인드가 남아있어 '저 사람보다 잘해야 내가 성공해'가 강했는데,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죠.

하지만 결국에 주변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임을 느끼며 졸업을 하네요.



원하시는 입시 결과를 얻고 진학하시는 분들은 너무 축하드립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1을 이미 결심하고 공부하시는 분들께도 페이스 조절 잘 하셔서 27 수능은 꼭 원하시는 결과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정말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분들은 

'원하는 입시 결과를 얻지 못 했지만 일단 합격한 대학/학과를 진학하는 경우'입니다.


저도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쓰는 것은 처음이지만, 

사실 저도 고등학교 진학 이후 서울대 공대만을 꿈꿨습니다.


수시로는 어쩌다가 카이스트만 붙고,

정시로는 정말 애매하게 서울대 공대가 안 되는 성적이었습니다.

(카이스트는 특수대라 여기만 붙으면 정시 지원이 됩니다. 뱃지는 서울대 농대로 땄습니다.)


사실 많이 억울했습니다. 내신도 괜찮고 수능도 제 나름 만족스럽게 봤거든요.

근데 입시 결과만 딱 기가 막히게 저의 의지대로 안 된 것이지요.


제가 내신이 이과 1~2등 정도였고 수능은 현역 기준 제가 제일 잘 봤습니다.

근데 저보다 내신이 낮고 수능 못 본 친구들은 원하던 서울대나 메디컬이 되서 배가 많이 아팠습니다.


처음으로 '노력의 배신'을 겪어 보았습니다. 

게임 퀘스트 깨는 것마냥 공부 시간과 공부양이 채워지면 원하는 결과를 얻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게 제가 이후로 8년 정도 더 살아보니 결국 '운'의 영역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더라구요. 


이걸로 계속 스트레스 받으며 '나만 왜 이런건지 엉엉'하면 정병과 스트레스만 옵니다.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을 내가 어케 하겠나. 다 하늘의 뜻이군.' 

이 마인드로 있으면 자책이나 남을 시기 질투할 필요가 없어지더라구요.


매번 타석에 서다보면 언젠가 홈런을 치듯, 

계속 노력하다보면 운과 노력이 어우러져 큰 결과가 나오는 때도 나오더라구요.

(물론 노력하더라도 많이 말아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이 관점으로 보았을 때 저만 그때 속상했을 뿐이지

수시로 카이스트 합격한 것, 수능을 실수 없이 본 것 모두 큰 행운인거죠.

남들과의 비교 때문에 괴로워진 것이구요.


이게 한국 입시 구조가 결국 '본인이 잘 해서 시험 잘 보고 대학 가는 구조'라, 

'남들과의 비교와 경쟁'이 passive로 깔리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1지망이 아닌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했어도, 

스트레스 없이 대학생활을 잘 하셔서 더욱 크게 성공하셨으면 합니다. 


다니다가 맘에 정 안 들면 반수도 응원합니다. 

다만, 반수의 이유가 파헤쳐보았을 때 '악에 받친 억울함'이나 '남들과의 비교'라면 정말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이 이유라면 반수 결과가 안 좋을 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걍 더 좋은 대학 갈거 같으니 반수해야지'가 반수 동기로 더 낫습니다.


1지망으로 가신 분들은 큰 행운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그렇지 못한 분들이 노력을 덜 해서 그런 것이 아님을 꼭 알아주셨음합니다.

이 부분만 잘 알아두신다면 의도치 않게 주변 대학 동기나 친구를 긁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도  올해 더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내가 노력한다는 것을 결과로 보이는 것은 시험이든 사업이든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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