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5619354
독일을 다녀오니 오르비가 많이 좀 바뀌었군요! 8월 출국해서 11월 엊그제 귀국했는데, 독일에서는 오르비에 접속해도 다 깨져서 글을 하나도 못 썼습니다 전부 블로그에 쓰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여러 번 누차 말해왔듯이 만년 4~5등급을 왔다갔다하던 수포자였습니다. 재수를 한 이유도 삼수를 한 이유도 수학 때문이었는데, <수능 국어 비문학의 과학적 학습법>을 깨닫고 쓸 수 있는 내공을 쌓을 때 쯤 국어 뿐만 아니라 수학을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풀어야 잘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서 1등급을 계속 찍게 됩니다(그래서 2등급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ㅋㅋ).
제가 독일에 있으면서 재미있는 영상 썸네일을 하나 보았는데요, 내용이 '수학자들이 엄선한 신발끈 묶는 방법'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그 가짓수가 무려 352,152,252개 였습니다. 이걸 보는 순간 느꼈습니다 아! 확률과 탐구 문제를 예시로 한번 썰을 풀면 되겠구나! 라구요.

쉬운 확률과 통계 문제는 무슨 특징이 있나요? 바로 '문제를 파악하는 순간 딱 한방에 풀린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문제가 나와다고 생각해봅시다. 전체 경우의 수는 3x3으로 9가지 인데, 그 중에서 내가 이기는 경우는 내가 낸 각각의 3가지 경우에 대해서 상대방이 딱 나한테 지는 대응을 하는 것으로, 승률은 3/9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확률과 통계의 쉬운 문제들을 보면, 문제를 파악하는 순간 그냥 곱셈 몇 번 하면 바로 게임이 끝나는 쉬운 문제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확률과 통계에서도 어려운 문제로 넘어갈 수록 이렇게 문제를 관통하는 수식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x4! 3x3! 이런 식으로 한방에 안풀리고, 경우의 수를 세세하게 나눠서 어떤 경우,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각각 나눠서 계산하고 맨 마지막에 더해야 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됩니다. 그러니까 문제 풀이의 단계가 생기는 것이죠.
제가 기억하는 확통 문제 30번 문제(30번 문제가 제일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제 시절에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는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경우를 세세하게 나눠서 일일이 구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곱셈 한방에 손쉽게 풀리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제 왜 제가 수학자들이 엄선한 신발끈 묶는 방법을 가져왔는지 알겠나요? 저 숫자가 큰 숫자인 것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딱 보이지 않죠.
그러니까 경우를 세세하게 나눠서, 각 경우에 대해서 곱셈을 처리해서 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5x4! 8x3! 이런 식으로 한방에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 신발끈을 어디에 위치했느냐에 따라서 분기점이 갈라지고 다시 생각을 하고 각 경우에 대해서 곱셈을 처리하고 그걸 나중에 다~ 더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너무 설명만 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저한테 상대적으로 쉬웠던 19학년도 21번 문제를 가져와서 좀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문제의 형태인 (가) 만 잘 보고 뭘 해야할 지를 알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전 그래서 이 문제는 30초만에 풀고 넘어갔습니다. (가) 식을 자세히 보면, 맨 앞에 f(x)가 원래는 제곱이었는데 그걸 미분한 꼴로 되어 있습니다. f(x)^2 를 미분했을 때 2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속미분을 해서 f(x)의 미분형태가 나와있죠. 뒷 부분도 보면 f(2x+1)^2을 미분한 꼴이 나와 있습니다 계수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 문제는 (가)식을 보고 원래 이 식은 뭔가를 미분한 식이며, 그래서 양 변을 적분한 다음 (나)식에 주어진 함숫값을 일일이 대입해서 적분상수 c를 찾아서 원함수를 찾고 -1을 넣으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은 절대 여러분을 놀리는 것이 아니고, 단지 문제의 형태를 보고 힌트를 통해서 어떤 짓을 하면 되는지만 알면 몇 단계 거치지 않고 바로 풀 수 있는 문제였기에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좀 다른 예시로 맨 위의 과학 채널에서 다른 영상을 가져오겠습니다. 제가 한창 고등학교를 다니던 2014~2015년 경 노벨상을 받은 연구가 '파란색 LED' 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LED를 보면 원래는 빨간색과 초록색만 있었답니다. 빛의 3원색은 파랑까지 있어야 하는데, 빨강과 초록만 있으니 신호등에만 쓰일 수 있는 수준이었답니다 LED가. 그런데 파란색을 만들기가 정말 까다로워서 여러 난관을 계속 해쳐나가면서 눈물겹게 오랫동안 멸시도 받으면서 파란색 LED를 개발한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멋지더군요.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크게 3가지 단계를 거쳐서 한 가지씩 문제를 풀었어야 했고 하나 하나가 절대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1. 제대로 된 결정을 만들어야 한다 2. n형과 p형 반도체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3. 일정한 빛의 출력을 달성해야 한다. 이 3가지 문제 하나 하나가 마치 수학 수능 30번처럼 어려웠는데, 하나를 해결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우리가 완성된 제품을 보기에는 '그냥 파란색 LED 개발해서 땡! 하고 만든거 아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현대의 파란색 LED 제작 공정도 상당히 복잡한 편입니다. 그 복잡한 공정을 하나하나 실험을 하고, 한 단계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 다음 문제로 넘어간 것이죠. 이야기를 들어보면(영상 시청을 추천합니다) 하룻밤 고민한다고 해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습니다. 한 문제를 무려 몇 년씩이나 헤메야지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요새 필력이 딸려서 걱정인데, 하여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게 뚝딱! 도깨비 방망이 같이 풀리는 것들은 정말 쉬운 문제들이고 출제자들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게 학생들이 넘어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 힌트를 조합해서 생각을 해보고, 경우를 나누고 단계를 나눠서 한 계단씩 올라가서 여러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풀 수 있는 문제를 어려운 문제로 출제한다는 것이죠.
제가 수학 성적을 극복하게 된 것도 결국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기'를 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에서도 어려운 3점이나 쉬운 4점은 조금만 발상을 잘 해도 한두단계만으로 간단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많지만, 어려운 문제로 갈수록 3단계, 4단계... 점점 한두가지 도구로 쉽게 풀리고 간단간단하게 풀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도구를 응용해서 조합을 할 줄 알아야지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는 것이 제 깨달음이었습니다.
여러분 자동차 정비하시는 분이라던지 뭔가 도구를 조립하거나 하다 못해 프라모델 같은 장난감을 조립할 때만 하더라도 여러 단계가 존재하고, 여러 판넬이 모듈로 나뉘어져 있으며, 딱 한 가지 도구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작이나 조립에 몇 시간이 걸리는 것들에 비하면 수능 수학은 쉬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1시간 내외의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있게 설계를 해놨으니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대단히 힘들어 합니다.
제가 독일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세상에 도깨비 방망이 같은 개념은 없어서,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A라는 아이디어가 정답 아닐까!?!??!' 생각이 들면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것의 한계와 약점이 보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B라는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다시 C라는 아이디어로 보강하고... 3개월 동안 그런 지식 노동만 반복했습니다. 이 세상은 단순한 개념으로 쉽게 움직이지 않더라는 것이 제가 느낀 점입니다.
나중에 시간과 기회가 난다면 제가 독일에서 한 연구를 통해서, 생각을 깊이 오랫동안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보여주기식의 보고서, 세특에 너무 시간 투자 많이 하는거 스트레스 받아서 정시로...
-
광운전자 이거 됨?? 2 0
26학년도 광운대식 환산점수 <- 선택과목 가산점 반영 어케하는지 몰라서 일딴 빼고...
-
시발 것
-
지리 역사도 말리긴하는데 그냥 야 하지마 하지마 이런느낌이라면 정법은 쇠파이프들고...
-
심심한데 할거 추천좀 13 0
ㄱㄱ
-
재수 사탐 뭐할까요 0 0
생윤사문 48 38 나왔어요.. 사문 딴거로 바꾸려 하는데 윤사 갠창ㅎ을까요
-
문과 가면 진로 중에 로스쿨이 압도적인데 서연고 에서만 로스쿨 1700명중에 1200명 뽑아줍니다
-
현역 정시 라인좀 잡아주셔요 1 0
사진은 진학사인데 메가에서는 국어 표점 123점으로 3등급 뜹니다 ㅠㅠ 중경외시나...
-
난 한걸음 물러서서 0 0
아무말도 안해
-
내년에 수학 공통 0 0
시즌1 기준으로 쫑느 한번 더 들을까 장재원이나 이동준이나 안가람 들을까
-
내지 디자인 어떰? 1 0
괜찮은듯 별로인듯 싶음..
-
수능 쉬는시간 전사 2 1
보다 더 뇌절인거는 없나. 수능 파본검사의 전사 10초 : 국어 마스터 10초 :...
-
??????????????저 공포스런 메인글은 뭐냐
-
공통 주관식이 어려우면 뭐해 3 1
객관식 12 13 던지고 14 15를 44로 줬는데..
-
내가 죽일놈이지 뭐 0 1
우리가 어긋날때면
-
공3미1 84인데 진짜 미련 버려야할까요... 그래도 면접은 가보는게 맞겟죠? ㅠㅠ
-
마크 열면 감 4 1
접속만 함
-
화작 확통 쌍지로 34343 한서삼 낮과 될 것 같나요? 사실 지금 물어보는게...
-
표점은높은데 백분위는 낮으면 반대경우보다 좋은건가요? 0 0
학교마다 다른건가
-
홍대 수리논술 0 0
산업공학과 썼고 4문제종도 틀렸어요ㅠ 붙기 힘들겠져? 최저는 맞췄어요
-
근데 원래 고사실의 절반만 사용하나요? 자리마다 스티커가 붙혀져 있던 걸 보면 원래...
-
펭귄의섬할까 어비스리움할까 10 1
첨부터 항꺼임
-
나만 23학년도 9모 1 2
인터넷 검색 엔진 지문 어려움?
-
고대 1 0
고대계약이나 높공 가능할까요?
-
우리.. 1 1
전화할래요? 전화할래요? 전화할래요? 전화할래요? 전화할래요? 전화할래요?...
-
엄 2 0
-
이과애들은 집단적으로 평가원에 항의한번 해야한다니까 8 6
입시 자체가 문과기준인게 1.2년 된게 아님 1. 국어수학영어 AB형으로 나뉘어있을...
-
자취방 특) 0 0
ㅈㄴ 아늑함 누우면 못일어남
-
방금 덕소주공 엘베에서 0 1
친구집에쑥떡배달하고 내려오면서 개시끄럽게 통화중인 남자랑 같이탛능데 어떤여자랑...
-
오르비에 문의해서 효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1 0
본사 찾아가서 항의하기
-
걍 제목을 잘못쓴거아니냐? 현장에서 답 고르면서도 아 이게 맞나 싶었는데ㅋㅋㅋㅋㅋ
-
25수능은 역설적으로 2 0
국어 때문에 멘탈 나간듯... 풀어보니까 너무 쉽길래 내가 실수를 안 했을 리가...
-
사탐런 vs 투런 1 0
당신의선택은
-
옯마크가 나왔단건 8 2
옯마크 -> 옯디코 -> 옯스타 -> 옯단톡 -> 옯여행 데자뷰
-
이거 연대 가능한가요? 0 0
연대 문과 가능할까요
-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
이것만먹고 2 0
다이어트할까
-
하아 결국에는 4 1
논문도 내가 골라서 컨펌받고 발표 피피티도 내가 만들고 걍 내가 다했네
-
인증메타좀열어보셈 1 0
ㅇㅇ
-
내년 수학 예측 0 0
14번 : 귀납법 15번 : 정적분 20번 : 지로함수 그래프 21번 : 미분가능성...
-
덕코 수급중 2 1
엉엉 덕코 부자 되고 싶어뇨
-
인문논술이 경쟁률 훨 높은데 다 수리논술 얘기밖에 없네... 진짜 다...
-
사탐 고정 50 가능한과목 2 0
뭐가있을까요
-
연고대 대성예측처럼 나오면 0 0
진짜 성불할 듯...
-
2411 : 10분 더 줘도 점수 그대로 나올듯 2511 : 10분 남음 2611...
-
마크 보통 자바로 하나 11 1
기억이..
-
삼수할텐데 성적 원하는 만큼 무조건 나오는 방법 알려주세요 10 0
부탁드립니다
-
가나지문 6평 임대차 생각으로 갔는데 뭔가 진짜 사설틱했음 느낌이 그냥 아직 다시...
-
탐구 조언 부탁드립니다 3 0
아무리 그래도 과1사1 보단 한쪽 2개를 하는게 낫겠죠? 과1사1을 한다면...
-
모든 경우가 답이 아님을 논박하려하기보다는 문제의 상황상 답이 되는 지향점을 찾고...
오랜만입니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