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과학1 9모 16번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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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투스에서 지구과학 가르치는 안성진입니다.
올해 9모 지구과학1 16번에서 오류 논란이 있었습니다.
오류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문제에서 주어진 것은 T1~T2 시기 사이의 평균 후퇴속도이며, 이를 T2 시점의 순간 후퇴속도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주가 등속으로 팽창했다는 조건이 필요한데, 이것이 없다는 논란이었죠.
저 또한 이와 관련해 이의제기를 넣어놨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문제 없음' 이 뜰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만,
수험생 여러분들에게는 내용이 많이 어려울겁니다.
수험생 분들은 본 글을 이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평가원의 출제 의도만 이해하시고 넘어가시면 충분합니다.
본 글은 지구과학 교육 관련 종사자분들(강사, 교사, 출제진)을 대상으로 합니다.
특히, 폴라리스팀에서 제기한 오류 논란 제기 관련 글을 보고 해당 글을 작성하니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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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허블 법칙과 관련하여 입시 현장에서 설왕설래가 많이 있습니다. '허블 법칙은 등속 팽창을 상정한다.' '아니다. 허블 법칙은 우주의 가속/감속/등속 팽창 여부와는 아무 상관 없다.' 등 말이죠. 그런데,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허블 법칙이 성립한다.(혹은 허블 법칙을 만족한다.) 라는 조건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Ⅱ. 본론
1. '허블법칙이 성립한다.' 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허블 법칙은 교과서적 정의에 따르면 은하 사이 거리와 은하의 후퇴속도가 비례 관계임을 의미합니다. 즉, v=Hr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공간상에서 은하가 후퇴하는 속도나 거리를 측정할 수 없으며, 오직 적색편이만을 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허블 법칙이 성립한다.’ 라는 말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공간상 성립
① 이는 말 그대로 실제 공간상에서 은하의 후퇴속도가 은하 사이의 거리에 비례함을 의미합니다. 우주가 균일하며 등방하다는 우주론의 기본 가정에 따르면, 우주가 어떤 식으로 팽창을 하든 임의의 시점에서 은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속도는 은하 사이의 거리에 비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르면 허블 법칙은 우주의 가속/감속/등속 팽창 여부와 상관 없이 성립하는 법칙입니다.
② 이 관점에 따르면, 우주가 어떤 팽창을 하든 허블 법칙이 성립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허블 법칙이 성립한다.’ 라는 조건을 준 이유는 은하의 고유 운동을 무시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③ 혹자는 '허블 법칙의 성립 여부와 우주의 가속/감속/등속 팽창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가 아마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관점이 있습니다.
(2) 관측상 성립
① 이는 어떤 은하에서 다른 은하들을 관측했을 때, 적색편이-등급 관계에서 log(z)항의 선형성이 성립함을 의미합니다.(현대천체물리학 PART3 439p에서의 허블 법칙의 정의) 이는 곧 low-z 상황에서의 도플러 관계식인 v=cz로 구한 후퇴속도와 허블 법칙으로 구한 후퇴속도가 일치함을 의미합니다. 즉, cz=Hr이 성립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아래 그림에서 Ωm=0, ΩΛ=0인 모형에 대응됩니다.

② 이 관점에 따르면, z값이 충분히 작은 근거리의 은하들을 관측하는 상황에서는 우주가 어떤 팽창을 하든 허블법칙이 근사적으로 성립하지만, z값이 큰 은하들은 선형성에서 벗어나 허블 법칙이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3) 저의 생각과 근거
저는 ‘허블 법칙이 성립한다.’라는 말이 ‘(2) 관측상 성립‘을 의미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허블 법칙은 외부 은하의 적색편이를 관측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법칙이기도 하며, 아래와 같은 근거들 때문입니다.
① 현대천체물리학 PART Ⅲ 은하와 우주 439p에서 아래와 같이 서술함
z<<1에 대해, 적색편이-등급 관계는 선형이다. 작은 z값에 대해 log(z)항의 선형성(바로 허블법칙)이 성립함이 관측에서도 확인된다. |
② 기본 천문학 제 5판 475p에서 아래와 같이 서술함. 적색편이-등급 관계에서 log(z)항의 선형성에서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 ’허블법칙으로부터 벗어난다.‘라고 표현함.
가장 최근에는 먼 은하에 속한 Ⅰa형 초신성이 적색이동 z=1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거리에서 이미 허블법칙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이 관측되었다. |
③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서론 제 4판 549p에서 아래와 같이 서술함. 실제 공간상에서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를 v라 할 때, v=H(t)l(l:측정 가능한 거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는 등방-균질성만을 가정하여 유도된 허블법칙이며, 먼 거리에서는 성립하지 않음을 설명함. ’(1) 공간상 성립‘의 입장에서는 이 서술이 설명되지 않음.
v=H(t)l 은 등방-균질성만을 가정해서 유도된 허블법칙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거리가 매우 가까울 때 성립하는 근사식이므로, 먼 거리에서는 허블법칙의 단순한 관계가 성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여러 모형을 구별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④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지구과학1 20번 문제가 다음과 같이 출제됨. 해당 문제에서는 ’허블 법칙을 만족하는 외부 은하의 거리와 후퇴 속도의 관계 ‘ l을 나타내고 있음. 이는 ’허블 법칙을 만족한다.‘라는 조건이 거리-후퇴속도 관계의 선형성 혹은 등급-적색편이 관계에서 log(z)항의 선형성을 의미한다고 사료됨.

(4) 결론
'허블 법칙은 우주가 균일하게 팽창한다면 감속/가속/등속 팽창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하는 법칙이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허블 법칙이 성립한다.'라는 말의 의미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등급-적색편이 관계에서 log(z)항의 선형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2024 6월 모의평가 지구과학1 20번 문제를 바탕으로 생각할 때, 평가원 또한 이러한 의도로 해당 조건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허블 법칙은 근거리에서는 감속/가속/등속 팽창 여부와 관계 없이 근사적으로 성립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2. 허블 법칙으로 구한 거리는 등속으로 팽창할 때의 거리?
입시 현장에서 '허블 법칙은 등속 팽창을 상정한다.'라는 말이 퍼져있습니다. 혹자는 이 표현이 '명백한 오개념'이라고도 합니다. 동의합니다. '등속 팽창을 상정한다.'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허블 법칙으로 구한 거리는 우주가 등속으로 팽창할 때의 거리(z값이 너무 크지 않다는 가정하에)' 가 되겠습니다.
혹자는 이것마저도 부정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그 말 아니냐?" 하실지도요. 설명해보곘습니다.
(1) 허블 법칙으로 구한 거리

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등급-적색편이 관계에서 log(z)항의 선형성은 Ωm=0, ΩΛ=0인 모형, 즉 등속 팽창 모형에 대응됩니다. 허블 법칙이 등급-적색편이 관계에서 log(z)항의 선형성을 의미한다면, 허블 법칙을 이용해 구한 거리, 즉 cz=Hr을 이용해 구한 거리는 곧 등속 팽창 모형에서의 거리가 됩니다. 이에따라 다음과 같은 문제가 출제된 바 있습니다. (2016학년도 10월 고3 학력평가 지구과학2 20번)

Ωm=0, ΩΛ=0인 모형, 즉 등속 팽창 모형에서 등급-적색편이 관계를 ’허블법칙으로 구한 겉보기 등급‘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허블 법칙으로 구한 거리(cz=Hr을 이용해 구한 거리)‘ 는 등속 팽창 우주 모형에서의 거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z값이 너무 크지 않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3.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할까?
‘허블 법칙이 성립한다.’는 조건이 등급-적색편이 관계에서 log(z)항의 선형성을 만족하는 상황, 즉 cz=Hr이 성립하는 상황임을 의미한다면 이는 실제 우주의 가속/감속/등속 팽창 여부와 관계없이 Ωm=0, ΩΛ=0인 모형, 즉 등속 팽창 모형과 z값이 근사적으로 일치하여 나타남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주의 팽창 양상에 대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우주가 등속으로 팽창했음을 상정하여 z값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근사적 일치’이기 때문에 등속으로 팽창한 경우의 z값을 정답으로 특정하는 것은 오류라고 반박할 수 있겠으나, 현대천체물리학 PART Ⅲ 은하와 우주 439p에서도 단정적으로 ‘작은 z값에 대해 log(z)항의 선형성(바로 허블법칙)이 성립함이 관측에서도 확인된다.’ 라고 서술함을 고려할 때 이는 그냥 일치한다고 봐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근사적 성립’이기 때문에 오류라는 논리대로라면 사실 그동안 기출되었던 허블 법칙 문제에서 z값을 다루는 대부분의 선지는 오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v=Hr 자체가 근사식이기도 하구요.
한편 실제 표준 우주 모형에 문제에 제시된 파라미터를 대입하여 우주의 나이를 구하고, 실제 해당 시기에 우주가 감속 팽창을 했으므로 등속 팽창에서의 z값을 정답으로 하는 것은 오류라는 의견도 있는걸로 압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허블 법칙이 성립한다.’ 라는 조건이 붙은 이상, 해당 문제 상황은 실제 우주의 가속/감속/등속 팽창 여부와 관계없이 Ωm=0, ΩΛ=0인 모형, 즉 등속 팽창 모형과 z값이 일치하는 상황으로 가정하여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Ⅲ. 마무리
물론 저도 해당 문제가 정상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위에 나열한 맥락을 수험생이 이해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이러한 맥락을 몰라도 문제를 풀 수 있고, 논란의 여지가 없게끔 문제를 만들어야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정하게 팽창하는' 이라는 조건 하나만 붙여도 되는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나 싶기도 하구요.
그러나 그와 별개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문제의 논리에 오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구요. 이에 따라 평가원에서 이를 인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저의 생각일 뿐이며, 실제 필드에서 활동하시는 은하 연구 관련 전공자분께도 자문을 부탁드린 상황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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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감사합니다
풀고나서 궁금했는데 ㅋㅋㅋ
솔직히 이건 평가원 입장이 이의없음이든 오류든 궁금한......ㅋ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교과서를 참 책임 없이 써놓은 듯ㅠ
근데 의문이 하나 있는데요, 해당 문항이 "Ωm=0, ΩΛ=0인 모형"임을 가정하면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과 모순 아닌가요? 어찌됐든 문항이 이상한 건 맞아보여서요
문제 상황에서 거리와 z 사이의 관계가 'Ωm=0, ΩΛ=0인 모형'과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뜻이지, 실제로 Ωm=0, ΩΛ=0라는건 아니기 때문에 모순은 아닙니다~!

선생님에 대한 나의 생각 ;평가원은 오류 있어도 오류 없다곤 하긴 합니다...
개체수 음수나와도 오류 없다고 해버리는 집단...
자고 일어나서 읽어야겠다....
잘읽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군 입영으로 인해 게시글을 늦게 보게 되어 의견을 지금에서야 남깁니다.
제 생각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데, 전체적인 흐름에는 동의하나 중간중간에 몇 가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표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지2 학력평가 문항에서 ‘허블 법칙으로 구한 거리’는 (0,0) 텅 빈 우주 선이 아닌 cz=Hr로 구한 선을 나타내고, cz=Hr은 모든 우주 모형에 대해 성립하는 식이기에 등속팽창 우주 모형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려면 내용이 조금 길어지기 때문에 원래 260916에 관해 쓰려던 글에 덧붙여, 관련된 의견을 따로 게시글로 남기겠습니다.
앙팡과 상팡님 안녕하세요! 글 읽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하신 말씀 모두 인정합니다. 다만 cz=Hr이 low-z상황에서 모든 우주 모형에 대응되는 식이라면, 어쨌든 대응되는 모형 중에 등속 팽창이 포함되어 있으니, '거리와 z사이의 관계를 다룸에 있어 등속 팽창의 경우처럼 생각할 수 있다.' 라는 표현도 문제가 될까요?
잘못된 부분은 없지만 굳이 등속 팽창 모형이라는 워딩을 넣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Hr=cz가 z=(a/a’)-1의 우주론적 적색 편이 식에서 a(t) 그래프를 선형근사하여 나온 것이긴 하기에 ‘등속 팽창’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는 하나, 등속 팽창 모형의 결과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등속 팽창 모형을 언급할 경우 (0,0) 모형과 v=cz가 일치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a(t)그래프를 선형근사한것이라 '등속팽창과 거리-z 관계가 동일하다'라는 워딩을 쓴 것인데, 물론 (0,0)모형과 cz=Hr이 서로 다르긴하지만, low-z(z<<1 정도) 충분히 그렇게 설명 가능하지 않나요? 애초에 교육과정에서 설명되는 상황 자체가 low-z 를 전제하고 있기도 하구요...! 앙팡과 상팡님이 올리신 글 따로 찾아서 잘 읽어보았습니다. 모두 이해하였으며, 전체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low-z 상황에서는 앞서 말한 논리로 인해 '거리-z관계를 등속일 때와 동일하게 생각 가능하다'라는 설명이 저는 가능해보여서 여쭙습니다!
사실 이게 다 동일한 말을 하는 것인데,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경험상 등속 팽창을 v=cz와 엮으면 잘못 오해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기길래 등속 팽창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개인적으로는) 지양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잘 전달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칼럼이랑 이번 9월 해설강의 잘 들었습니다!
읽어 보고 궁금증이 생겨 이곳에다 질문해도 되는지 모르겠으나 질문 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요 .. 올해 수능완성 116p문항인데
ㄷ선지 판단할때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 = 등속 팽창하는 우주 = 우리은하에 대해 a가 일정한 속도로 멀어짐 = 같은 시간동안 두 은하 사이의 거리 동일 이렇게 해석하면 안되는 건가요..?
해당 문제는 오류입니다. 이투스 학습 자료실에 올려놓은 분석서 '사구'에 왜 오류인지 설명해놓았긴 한데, 이미 왜 오류인지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바로 어제인가 정오표 올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