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1등급이 수능 날 증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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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가원 빈칸 문항을 분석하면서 더욱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이제 단순한 소재 매칭 중심의 이른바 '감독해'만으로는 안정적인 정답 도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소재 파악 자체가 불필요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소재 파악은 여전히 독해의 출발점이다.
실제로 2026 수능 32번에서도 수험생은 지문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핵심 소재 (writing / writers / readers / conversation) 를 비교적 쉽게 추출할 수 있다.
2026 수능 32번 [3점] 오답률: 79.2%
The basic guidelines for good style are not mysterious; in fact, you use them every day in conversation. In conversation and in writing, we all rely heavily on cooperation to make sense of exchanges, and a polished practical style makes cooperation easier. Writers develop such a style by acknowledging that readers expect the same things that listeners expect in conversation: clarity, relevance, and proportion. If you listen to someone who is not clear, who cannot stay on the topic, or who offers too much or too little information, you will quickly lose interest in the conversation. Writers, too, need to be clear, stay on the topic, and give information appropriately. In fact, this attention to audience and appropriateness may be even more important in writing than in conversation because writing does not permit the nonverbal communication and immediate feedback that are part of conversation. As writers, we have to ____________________; in effect, we have to imagine both halves of a virtual conversation.
① recognize the limitations of writing and conversation
② envision the reader’s preference for stylistic writing
③ picture the reader’s desire for more knowledge
④ develop collaborative writing with readers
⑤ anticipate the absent reader’s response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과거에는 지문의 핵심 소재가 선택지에 등장하는지만 확인해도 2~3개의 오답을 비교적 손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평가원은 정답뿐 아니라 오답에도 동일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배치한다.
실제로 이 문항의 모든 선택지는 writing, reader, conversation이라는 지문의 핵심 소재를 공유하고 있다.
즉 소재 추출 자체는 더 이상 변별력이 아니다.
최근 빈칸 독해의 핵심은 소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해당 소재에 대한 핵심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재진술(paraphrasing)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데 있다.
이 지문을 예로 들어 보자.
지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writing과 conversation의 관계를 설명한다.
필자는 writing을 conversation에 비유하면서, 좋은 글쓰기는 대화의 협력 원리를 공유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진술을 제시한다.
writing does not permit the nonverbal communication and immediate feedback that are part of conversation
즉 글쓰기는 대화와 달리 비언어적 소통이나 즉각적인 피드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용을 이해하고도 정답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유는 평가원이 동일한 의미를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제시하기 때문이다.
지문의 핵심 개념은
writing lacks immediate feedback. 이다.
그런데 정답 선택지에서는 이것이
anticipate the absent reader's response 로 재진술된다.
즉,
① immediate feedback이 없다
② 독자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absent reader)
③ 따라서 독자의 반응을 미리 예상해야 한다(anticipate)
라는 의미 구조가 형성된다.
표현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의미는 동일하다.
최근 평가원 빈칸 문항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답은 대개 지문 속 핵심 개념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동일한 의미를 다른 언어적 형식으로 변환하여 제시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빈칸 대비는 소재 찾기 훈련보다
핵심 개념의 재진술(Paraphrasing) 추적 훈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소재는 독해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정답은 소재가 아니라 의미의 재진술 속에 숨어 있다.
최근 평가원의 빈칸 문항은 "무슨 단어가 반복되는가"를 묻는 시험이 아니라
"동일한 의미가 어떤 다른 표현으로 변환되었는가"를 묻는 시험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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