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백록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374651
발표: 1939년(약 37세)
1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기도 함경도(咸鏡道) 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진(星辰)처럼 난만(爛漫)하다. 산 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 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육천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녀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여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리를 돌아 서귀포(西歸浦)로 달어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힌 송아지는 움매-움매-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여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틔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風蘭)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 회파람새 회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굴으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때 솨-솨-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넌출 긔여간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조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석용(石茸)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식물을 색이며 취(醉)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산맥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익여 붙인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긔지 않는 백록담(白鹿潭)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온 실구름 일말(一抹)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슬슬 들어가볼까 0
비도 그침
-
국어 방법론책 써서 논란 끝내자
-
언제죽엇을거같음??? 저는 재작년
-
덕코 안전하게 보관해드립니다
-
미적입니다.. 15 21 22 28 30을 현 시험에서 손만 데이고 끝났는데.....
-
올려줘요...
-
요점은 티팬티를 입는거임 펜은 펜촉으로 글을 쓰듯이 특이점이 필요함 승부팬티면...
-
업키 장학 성적은 맞췄는데 거기 장학 유지 조건에 벌점 80점 미만이라고 조건이...
-
현우진이 인스타로 수험생 저격하듯이, 머스크가 아무리 세계재벌 1위라도 천외천...
-
서울대 갈 걸 5
여러모로 후회되네 쩝
-
고수) 칼럼 와바박 써서 메인 먹음 오르비 망하면 내가 먹어야지
-
그때까지 공부하면 된다는걸 깨달음
-
------------------------------------- 1. 애들 수준...
-
학습글은 메인글로 올릴 수 있다는 명분으로 추천 적어도 칼럼글 올려서 덮어버리네...
-
비밀 하나 말씀드립니다 21
저 여르비임
-
저는 자살하지 않습니다. 저는 자발적으로 탈릅하지 않습니다. 18
저의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에 제 덕코를 잠시 맡아주실 한분을 모집합니다. 나중에...
-
현 고3이고 수능 159일 남았어요. 말그대로 의지 부족으로 공부시간이...
-
기본n제 0
기본n제 추천좀 해주십쇼 6평 미적 76입니다.
-
빅포텐 0
평소에 더프 4, 6평 2 떳는데 해도 될까요?
-
개짬찌는 책사기 애매해서 책이 있어도 pdf를 써야합니다.... 4규 미적이...
-
논란 추가됨
-
5등급이면 전국 평균인데 컷이 막 30점 이러네 점점 하는사람만 특히 최상위권은 개...
-
옛날 느낌 그대로
-
내용에 대해 태클 거는건 아니고, 좋은 칼럼 써주신 생명수님께는 감사하지만 왜 하필...
-
이런 이륙 알림 사라지고 추천 태그 사라짐
-
한 번 멘탈 팍 나가버리니까 다시 집에만 틀어박히게 되네
-
사설 시험 치면 보통 몇점나와여?? 상상, 한수 같은거..
-
그래서 가채점 안쓸듯 예전에 수학 7점차 난적잇음 가채점이랑
-
슬슬잘까 4
-
망했네
-
6모 이후 사문 시작 17
6모를 봤는데 미적분도 너무 부족하고 과탐 하나가 도저히 극복이 안될꺼같아서...
-
9덮 긴장해라 4
데뷔전 해트트릭 보여준다
-
기원쌤만의 관점?을 배우고 싶어서 시즌2 패키지 사서 병행할까 하는데 양 너무...
-
코기토만 출판사 분쟁 관련해서 기록말살형 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오르비 욕해도...
-
국어 양치기 할려는데 기출 5지문 나머지 5지문 채우고 싶은데 추천 있을까요?
-
그냥다음에는만표170가자
-
개웃기네 ㅋㅋㅋㅋ 시험지리뷰 그것도 평가원 6모 리뷰를 이렇게까지 난이도 뭐냐면서...
-
화이팅 0
글써지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글쓰는거래요
-
비는 왜케 오는거임
-
심X우 범X가 쟤내 얘기는 많이 나오는대.. 이코치 듣보인건가?
-
시대라이브 들으면 11
서바 말고 또 컨텐츠 뭐가있어요??
-
(투데이)<100이네..
-
비오네 5
에바
-
시대라이브 2
미적 들을까 고민인데 강기원 어떤가요? 미적 96or100 받고 싶어서
-
살아있는 전설이었는데 그걸 죽여버리면
-
부정행위예요?
-
가채점표 걍 3
수험표 뒤에다가 노룩으로 휘갈기셈 탐구 10초 국수 20초면 다씀
-
다들 뭘 하시나요 가끔씩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몰려와~~
-
무려 무료로 팔로워 수를 늘려드립니다!
님 왜 정상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