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과 외로움, 상상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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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포함해서 모든 인간은 상상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냐면,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의 것을 상상하는 것을 무척이나 누구나 어려워 하기 때문에 그러한 상대적 기준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예컨데 저희 아버지가 치질로 굉장히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평소 표현을 잘 안 하시던 아버지가 죽을려고 하시더군요. 치질이 그렇게 아픈 것인가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전 직접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표정과 행동, 평소 성격과 상대적인 갭 차이로 그나마 유추를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 직접 치질을 겪은 적이 없기에, 치질이 정확히 얼마나 아픈지를 잘 모릅니다. 이처럼 경험을 직접 하지 않고서는 온전히 그것을 관찰하고 묘사를 하더라도 확실하게 공감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인간이라는 생물의 한계가 그렇고, 우리는 항상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상보다 직접 겪은 현실이 더욱 더 큰 충격인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에, 우리가 아직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여전히 갭 차이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저는 남들과 다소 다른 길을 많이 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학생 설계 전공이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서 스스로 이수 기준과 커리큘럼을 만들었는데, 저도 스스로가 느끼지만 이것을 직접 하기 전과 후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통과 불확실성, 고민, 노력 등이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과정을 거친 이후에는 좀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100의 노력을 들였다 하더라도, 남들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 그러니까 뭔가 커리큘럼이 독특하다 발품을 좀 많이 팔긴 했겠구나 정도로 겉으로만 약 10정도의 노력과 성과를 느끼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보면, 예컨데 여러분이 뭐 특정 질병을 겪을 때 심각한 고통을 겪을 때는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평가를 하던 주변 사람들이, 그 질병에 직접 우연히 겪어보고 나서는 식검하고 이전에 경솔한 판단을 사과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당연히 저 또한 그런 일이 많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저도 그렇고 사람들이 상상력이 생각보다 부족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번에 제가 화가 나서 어느 악플(욕은 안 나왔으니 악플은 아닌가? ^^)러를 캡쳐해서 설명을 했었잖아요. 그 사람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제가 들이는 노력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거나 들어본, 교환학생 수준, 그러니까 정형화된 틀에서 지원서를 내고 해외의 대학에 파견을 나가는 것 정도로만 생각을 했기에 제가 들이는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 당사자가 된 입장에서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에 노출되었습니다. 뭔가 물어볼 곳도 없고, 이런 사례에 대해서 도움을 주는 기관도 없고, 그냥 저 혼자 자력으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모든 경우를 상상하고 돌파를 하여 문서를 작성하고, 상호간의 신뢰를 위하여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생성형 AI도 정말 많이 돌리면서 온갖 상황과 측면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고요.
당연히 제가 아직 가지 않았으니 이 부분에서도 제가 상상을 하는 것과, 실제 경험하게 될 간극이 매우 크겠죠. 언제나 현실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은 우리가 생각보다 상상을 그렇게 풍부하게 잘 하지 못하고 남에 대해서 공감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주로 경험이 많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 공감 능력이 발달한 것이 결국 압도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https://namu.wiki/w/%EB%9D%BC%EC%9D%B8%EB%B0%9C%20%EC%9D%91%EC%9A%A9%EA%B3%BC%ED%95%99%EB%8C%80%ED%95%99%EA%B5%90
예컨데 제가 마주한 불확실성은 1. 일단 저랑 연락하는 영국 교수님이 실수를 하셔서, 독일의 어느 대학 누구인지를 소개해주지 않으셔서 5주 동안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한국과 달리 유럽은 행정 처리 등이 매우 느리기에, 함부로 한국 기준으로 빠르게 리마인더를 보내거나 연락을 넣으면 재촉하는 것으로 보여서 무례하게 보일 수 있거든요. 누구든지 재촉하는 사람은 보기 싫어하죠 만국 공통으로.
2. 그 영국 교수님이 저를 소개를 해주셨을때, 독일 측의 인력 배정과 여유 공간의 불확실성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정말 강력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고, 영국의 교수님의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여기서도 불확실성이 하나 추가가 되죠. 그 영국 교수님이 대체 어느 정도의 권위자이자 결정권자인가를 가늠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독일에서 제공할 여력, 어떤 공간이나 교수님 여유 시간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3. 영국 교수님이 저를 소개를 해주실 때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친구의 아카데미 prowess, 그러니까 학업 능력과 연구 능력은 잘 모르는데 very keen하다(매우 주도적이고 열정적이다" 라고 매우 간단히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이 부분 또한 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으로 굉장히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상대적 차이를 이해했어야 합니다. 보니까 영국은 주로 겸손하고 과장되지 않게 오히려 더 낮게 평가하거나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서 한, 두 단계 정도 더 높이 해석을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예컨데 not bad는 괜찮다 라는 식으로 번역을 한다던지.
4. 제가 제출한 서류가 괜찮았는지, 또한 그쪽에서 요구하지 않고 제가 선제적으로 여러 서류를 보내면서 특히 민감할 수 있는 저자권 분배 문제나 IP 배분 문제가 과연 적절했는지를 가늠했어야 합니다. 저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타국에 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른 법리와 다른 관행을 가진 사람들과 섞여서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굉장한 상상력을 발휘를 했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독일 측에서 먼저 요구는 안했지만, 주도적으로 스스로의 자기소개서라던지 기본적으 필요한 성적표나 재학 증명서 외에도, 매우 어렵고 쟁점이 될 수도 있는 연구 윤리에 대한 설계도 스스로 하여 제안을 조심스럽게 하였습니다. 그게 지난번에 보여드린 3쪽짜리 문서입니다.
대학원생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가 1. 하이그레이드넷 2. 김박사넷 이 두 가지 정도를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김박사넷은 뭐랄까... 조언을 구하기 힘들고 좀 젊은 사이트라서 그런지 날이 쉽게 서기 때문에 무서워서 하이그레이드넷에다가 물어보고 질문을 하였습니다. 제가 대충 이런 상황인데, very keen이라고 매우 짧게 말씀하셔서 좀 실망스럽다 영국 교수님이 날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닌가 싶다, 제가 연구 윤리 문서를 이렇게 스스로 구상했는데 합리적이고 공정한가 등등을 물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저도 당연히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없었고, 제 상황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특이한지 표현할 방법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 주변을 둘러 보아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봤으리라 상상이 되는 사람은 전혀 안보였고, 그나마 저를 오랫동안 봐오신 나이가 많은 분들이나 유학파 교수님들, 국제적인 연구를 많이 하시는 교수님들이 소수 생각이 나서 조심스럽게 문의 이메일을 보내보았습니다.
문제는 하이그레이드넷의 사람들은 제가 단순히 교환학생을, 그것도 학부생 입장에서 누군가 시켜서, 교수님이 제시한 연구 주제를 그냥 수동적으로 수행하러 가는 것 정도로 생각을 하고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 제가 고민하는 모든 것이 과몰입이 되고, 쓸데없는 고민이 되며 하나하나 모든 것에 의미부여를 하고 피곤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당연히 만약에 제가 일반적인 교환학생이라던지 정형화된 루트를 통해서 외국에 나가는 거였다면 뭐 영국이나 독일 교수님이 뭐라 말을 하건 크게 상관을 안했을 것입니다 어차피 학점이나 학업 이수 계획서 등의 점수로 결정이 드라이하게 될 것이기에 제가 해석을 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껀덕지가 전혀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뭐 호들갑을 떨면서 교수님이 면접에서 이런 말을 하고 이런 표정을 지었으니 갈 확률이 높겠냐고 묻는 것은 저도 과몰입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을 물어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상황은 정말 극단적으로 학부생이 1저자는 물론 공동 교신저자까지 요구하는 정말정말 극단적인 상황이었는데, 그 부분을 빼고 말했는데도 여전히 극단적이었습니다. 온갖 GAI들한테 물어보니 영국 교수님이 비록 노벨상 수상자는 아니지만, 그 분야의 원로이자 창시자격 인물이고 충분히 그 정도 수준에 비비는 사람이라고 공통적으로 여러 근거를 통해서 설명을 할 때 도저히 저도 바로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여러분이 대통령한테 초청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걸 처음에 듣자마자 곧이 곧대로 바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다들 스팸이나 사기, 보이스 피싱 정도로 생각을 하겠죠.
제가 처음 이 영국 교수님을 알게 된 것도, 생체 모사 공학 관련된 유명한 권위자들을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된 결과입니다. 전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고 현실 감각이 잘 안되요. 에이~ 나랑 연결이 되고 평범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극단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아니시겠지 그런 분들은 너무 바빠서 나랑 연락도 못하시겠지~ 하는 생각이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일을 기회로 만들고, 반드시 성사를 시키고 독일과 영국에 적절한 신뢰를 주며 필요한 서류 등을 선제적으로 송부하여 저의 주도성을 보여주고 설득을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벤처 기업 사업 계획서, 아이디어 특허권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투자자들에게 문을 두들기고 설명을 하고 설득하는 위치와 비슷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전 그 사람들의 말, 저를 연결해주겠다는 영국 교수님의 말씀의 진정성, 그 교수님의 권위와 명성, 독일에서 그 교수님의 말을 어느 정도로 무겁게 받아들이지 모른다는 점 등등을 온갖 도구를 활용하여 상상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했었습니다.
정해진 공부 정해진 일을 한다면 그냥 별 생각없이 무미건조하고 드라이하게 그 과정을 따라서 하면 됩니다. 뭔가 상상을 더 하거나 너무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피곤하고 시간을 지나치게 소비하는 것이고 저도 압니다 당연히 이런 드라이한 일상을 여러 종류를 해보았기 때문에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 당사자가 되어보니 생각을 하고 불확실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것들을 최대한 확실하게 만들고 정리를 하기 위해서 생각을 엄청나게 돌렸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하이그레이드넷 등의 사람들은 저한테 "학부생은 그냥 시키는거 하면 된다 의미 부여 쓸데없이 하지 마라" "너무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한다 피곤하겠다" "교수 말에 일희일비 하지 마라" "쓸데없이 예민하다" "학부생이 감히 뭐라고 먼저 선제적으로 그러한 민감한 문서와 구조를 제시하냐" 등의 비난에 가까운 반응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답답하고, 뭔가 표현하기 힘들어서 저를 오랫동안 알아온 넷상으로 여러 이야기를 자주 공유하는 분께 상황을 설명하고 공유를 했더니, 이 분마저 저에게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며 gai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생각을 좀 단순하게 하고 간단히 봐라 문제를 너무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등의 평을 받아서 큰 상처였습니다 절 바로 이해를 해주지 못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다가, 제가 왜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몰입을 하는지, 왜 위기감을 느끼고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시뮬레이션을 팽팽하게 돌리는지 등을 깨달은 바를 장문으로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어느 정도 이해를 하시면서, 본인 또한 상사가 시킨 일 중에서 비정형화된 변칙적인 일을 할 때는 다른 일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더 몰입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렵게 생각을 많이 한다고 공감을 그제서야 해주시더군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일단 영국에 계신 대가 교수님을 잘 설득을 하고 잘 보여야 했으며, 그 분의 소개를 통해서 독일로 연결이 될 때 영국 교수님의 위치와 권위 등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제가 취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정교하게 계산하였고, 독일 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자비를 부담한다던지 스스로 윤리 문서를 구상하여 먼저 제안을 하여 선제적인 태도를 보여서 신뢰를 얻는다던지, 혹시라도 안될 것을 대비해서 다른 곳에도 연락을 넣어두는 등 말만 해도 숨이 가쁜 여러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gai에게도 다양한 의견을 물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학부생 따리이고 이런 일은 처음이었거든요.
흥미롭게도 gai들은 대체로 제 의견을 잘 이해하는 듯 하였고, 제가 구상한 전략에 대해서 꼼꼼한 비판과 칭찬을 해주엇기에 그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인간 관점에서, 실제 연구를 해본 사람들의 관점에서 물어보고 자기 비판을 시도하여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키려고 하였습니다. 생성형 AI말만 듣고 모든 것을 실행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얘들이 단체로 환각을 일으켰다던지 오판을 해서 이상한 처방을 내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와중에 서글펐던 것은 ㅋㅋㅋ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이그레이드넷 등의 연구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그냥 학부생이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기 돈 내고 교환학생을 가는 것인데 모든 것에 예민하고 너무 의미 부여를 심하게 한다 등 구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생성형 AI들은 오히려 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제가 먼저 제시한 문서들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이고 건설적인 조언을 해주는 반면 인간 연구자들은 오히려 AI보다 보수적인 평가, 그것을 넘어서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절 바라보고 제가 과민하고 쓸데없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욕설 빼고 다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를 오랫동안 봐오시고 교류를 하신 분은, 제가 스스로 느낀 점, 제가 왜 자연스럽게 이렇게까지 생각을 많이 하고 시뮬레이션을 자주 돌려보았으며, 하나하나 예민하게 의미 부여를 하고 거기에 맞춰서 대응을 했는지를 설명을 듣고 나서야 좀 이해를 하시는 눈치였습니다. 하이그레이드넷의 답변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의견이 맞다고 처음에는 생각하시면서 저를 비판하셨는데 뒤늦게 제 말이 이해가 되고, 본인 또한 비정형화된 일을 하면서 불확실성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이 예민하게 에너지를 쏟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 상황을 유추를 하시고 공감을 하시더군요.
물론 제가 하이그레이드넷이라던지 이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욕을 하고 억울하다고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전 당사자로서 모든 정보를 직접 받아들이고 온갖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었으니 정보가 많잖아요. 그런데 반면 제 축약된 이야기 심지어 제가 공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러 얼버무리고 공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아 이 친구가 교환학생을 가는거구나~ 라고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를 가르치시는 통계학과의 똑똑한 교수님은, 제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 과거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너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니까 당연히 거기에 맞는 일자리가 없고 니가 노력한 것에 비해서 기회가 적고 일자리가 딱 맞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어렵다 만약에 이미 일자리가 존재하는 것이었다면 그건 새로운 길이 애초에 아니지 않겠냐" 라고 말씀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존감이 낮아져서 내가 노력을 안하고 공부를 덜 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좀 더 객관적으로 잘 파악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학생 설계 전공을 할 때는 그나마 이러한 제도가 생소하고 잘 안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존재는 하는 제도였으니 어렴풋이 사람들이 듣고 이해를 하고 조언을 해주실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때 교수님들을 토나오도록 많이 만났거든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커리큘럼을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은 몰랐습니다 새로운 조합을 통해서 학문을 하나 설계한다는 것이요.
대부분의 학부생들은 당연히 교수님이 제안하고 추천한 주제를 따라서 뭔가 실험을 한다던지 연구를 수행하여 그에 맞는 결과를 내놓지, 저처럼 제가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교수님을 설득하고 그것을 통해 기회를 창출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제가 후자임에도 불구하고 전자라고 생각하기에, 대체 니가 뭔데 무슨 자격으로 교수한테 그런 제안을 먼저 하느냐, 교수한테 소위 싸가지 없게 니가 월권을 하고 지나치게 생각이 많게 쓸데없는 행동을 한다는 공격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환장하는 것은 저 스스로도 이것이 새로운 길이고 일반적인 과정이 아니니까 스스로도 함부로 의심을 거두고 확신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에게 좀 더 검증을 받고 확실한 근거를 모아서 좀 안전하게 갈려고 하는데, 문제는 제가 조언을 구하는 순간 사람들은 제가 기존의 틀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공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입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의 생성형 AI덕분에, 제가 작성한 서류라던지 내밀한 어떤 정보,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학습시켜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망정이지 생성형 AI도 없었으면 멘탈이 터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생성형 AI들이 논리적이고 정합적인 반대 이야기, 그러니까 제 행동과 전략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진단을 해주니까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가 심각한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니구나 라고 안심을 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들한테 전 단순히 제 상황만 묻는 것이 아니라, 저를 다른 직책으로 치환을 해서(제가 학부생이 아니라 공동 연구를 진행하러 가는 포닥이나 교수라던지), 아니면 정말 하이그레이드넷 유저들의 생각대로 제가 일반적인 교환 학생을 지원하는 시나리오에서 제가 이렇게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것은 비판을 받고 공격을 받아 마땅한지 등등을 계속 물어보면서, 여러 독립적인 AI 모델들을 동원해서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를 하게끔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원래 한국이란 나라가 남들과 다르면 망치질을 하는 나라인 것은 알았는데, 이 정도로 살벌하고 소위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어서 생성형 AI만도 못한 판단력과 공감 능력, 상상력으로 공격을 할 줄은 잘 몰랐습니다. 저도 이번 일을 직접 겪고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야 알게 된 것이지, 저 또한 다른 사람의 독특한 행동 틀을 벗어나는 규범에서 돌출된 행동에 대해서 생각없이 공격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참 소름이 돋고 뜨끔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제가 뭐 제가 잘났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자식을 키운다면 당당하게 제가 걸어간 길과 비슷한 길을 가라고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 고생스럽고 억울하고 화딱지가 나거든요. 새로운 길이 힘든 것은 새로운 길 자체가 주는 불확실성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공격과 편견이 더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한풀이 하듯이 글을 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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