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론에서 패턴 찾기 - 최적의 전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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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경제학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수님이 굉장히 지적이고 똑똑하며 두뇌 회전이 빠르고, 아메리칸 스타일이면서도 수학을 매우 잘하고(아 한국인이라서 그건 당연한 것인가) 사려 깊고 깊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제 일반화가 아니라, 과거 kmooc 강의에서도 게임이론에 대해서 배우면서 여러 질문을 하면서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느낀 학문 자체의 특성, 논리정연하게 수학 문제를 풀듯이 질문이든 문제든 상황이든 하나씩 푸는 습관이 되어서 굉장히 빠르게 생각이 전개되고 이해를 한다는 특성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박사를 한 유학파이셔서 그런지, 영어 강의를 진행하시고 그 덕에 외국인 학생 비중이 좀 높더라구요. 발음이 원어민 급은 아니지만 속도라던지 논리가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잠깐 전기공학부...??
제목만 보고 들어온 사람들은 게임이 보통 컴퓨터 게임이라고 생각할텐데, 경제학에서 게임은 그보다 훨씬 더 넓은 개념을 지칭하고, 컴퓨터 게임은 그 다양한 게임 중에서도 한 가지 많이 역동적이고 주로 전자기기 오락을 많이 사용하는 구체적인 예시일 뿐입니다. 강의평을 읽다보면 게임 이론의 게임이 그 컴퓨터 게임인줄 알고 신청했다가 빼도박도 못하고 박살이 났는데 학점은 후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제일 웃겼네요.
게임은 결국 전략을 의미하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이나 생각을 통해 무슨 선택을 하는 것이 최대의 이득과 행복을 가져올 것인가를 주로 수학을 통해서 엄밀하게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과목입니다. 경제학 중에서도 눈에 보이는 뚜렷한 GDP GNP 등의 숫자들과 달리, 미시경제학이라고 각 개인의 행복과 효용에 대해서 탐구하는 분야에서 파생되어 주로 2학년들이 듣는 교과목이던데 들어보니 제가 경제학 베이스가 없어서 그런지 갑자기 확 어려워지는게 늪지대에 빠진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교수님께 느낀 감상을 좀 말하자면, 만만찮은 학력에 만만찮은 코스를 밟으신 분이라서 더욱 신뢰가 가지만, 정성적인 역량 창의성, 패턴인식, 직관, 아이디어 도출, 질문, 호기심 등보다도 정량적인 구체적인 스킬 뭐 통계학 프로그램 다룰줄 아는 능력, 수학 문제 풀거나 수식 전개해서 도출하는 능력 그리고 이해하는 능력, 반복 숙달 작업 단순한 작업들 주로 대학원생이나 학부생들이 하는 노동을 익히는 것을 통해서 발전시키는 전형적인 학자의 길을 먼저 추천하시더군요. 저랑 다르다고 기분이 나빳다기 보다는, 확실히 들어보니 교수님도 만만찮은 지식인이자 천재일텐데 저렇게 겸손한 말씀 하시는 것 보니까 학문의 세계도 냉혹하기 그지없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많이 강조해주신 것 같아서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반드시 들어보셨을 죄수의 딜레마 또한 전형적인 게임 이론의 한 예시입니다. 저는 아직도 저 행렬을 읽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헷갈려요. 그나마 좀 이해한 방법은, 어느 한 쪽을 고정하고 다른 것을 변동시키면서 그 결과값을 관찰하여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는 식으로 내쉬 균형을 찾아가는 방식이 기본인 듯 합니다
https://times.kaist.ac.kr/news/articleView.html?idxno=2892
특히 제가 교수님께 좋은 질문을 좀 던져서 좋게 봐주셨는지, 이번에 총파업 시위를 나갔는데(진짜 이러다가 나라 망하는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저도 느껴지더라고요 ㅋㅋㅋ), 특별히 그 날은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도 있을테니까 출석을 부르지 않고 특강을 하겠다고 하셔서 세심한 배려가 대단히 감사하였습니다.
교수님이 앞서서 머리 회전이 엄청 빠르다고 말했잖아요? 제가 유일하게 교수님이 뜸을 들이게끔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패턴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인간은 패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가위 바위 보 같은 단순한 게임에서도 일정한 패턴이 보이는데 완전 무작위가 가장 최적임에도 불구하고 의식적으로 그게 안된다고. 실제 중국에서 대규모 실험을 했는데, 패배한 사람은 자신의 이전 결정을 뒤집고 다른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고 하던데 그게 바로 전형적인 패턴이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람마다 패턴을 가진 것을 우리는 쉽게 봅니다. 필기체, 말투, 말의 속도, 걸음걸이, 음식물을 먹는 속도 등.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의 얼굴도 각자의 패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데 남성은 주로 광대뼈가 돌출되어 있다던지, 눈썹은 주로 어디에 위치했다던지 등등. 우리의 얼굴이 완전히 무작위 기괴하게 생기지 않았잖아요? 어느 정도 보면 무슨 인상인지, 어떤 식으로 생겼는지 짐작이 가고 유추가 된다는 것 자체가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을 좀 오랫동안 연구한 것이 관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손금도 마찬가지고요.
심지어 사람마다 타자 치는 속도 뿐만 아니라 타자를 치는 스타일, 자주 쓰는 용어, 문장의 길이, 억양, 타법 등이 다 다르고 그것을 패턴화하여 사람을 유추하고 심지어 성격으로 연결지으려는 시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고, 완전히 무작위로 변칙적으로 기존의 습관을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여태 경험한 것, 오랫동안 습관이 된 것,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것, 효율적이고 나에게 편리하고 편안한 것 등등.
만약 여러분이랑 제가 게임을 하는데 가위 바위 보 중에서 어떤 것을 주로 내는지, 어떤 규칙성이 있는지 발견한다면 저는 그것을 이용하고 악용하거나 최대한 활용해서 이득을 많이 볼 수 있겠죠? 손바닥 위에 놀아난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순간 든 생각이 뭐였냐면, 그럼 게임 이론에서 중요한 한 갈래 중 하나는, 인간이 항상 패턴을 남기고 일련의 규칙성을 남긴다는 것을 바탕으로 그것을 추적하고 찾아내어서, 최대한의 이득을 뽑아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인가? 였습니다.
이를 혼합 전략 균형 MSE 같은 개념으로 이어진다고 하더군요. 위와 같은 그림은 생소하죠? 저도 대학 와서 처음 봤습니다(물론 불교 등에서 자주 보긴 했지만) 저기 교점이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https://people-analysis.tistory.com/20
제가 그래서 그 질문을 던지니까, 보통 교수님이 워낙 머리 회전이 빠르셔서 바로바로 빠르게 대답을 해주시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해주시는데(진짜 경이로움 와 난 저 사람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ㅋㅋ), 제 질문에 잠깐 눈동자가 왼쪽 위로 돌아가더니 잠깐 뜸을 들이고서는 차분히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궁금해서 좀 찾아보고 gai의 도움도 받아보고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까, 실제로 제 말이 맞긴 한데 단순히 맞다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질문이기도 하고,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원리를 간파한 중대한 내용이라서 빠르게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르더군요.
우리가 만약 전쟁을 나갔는데 상대방의 패턴, 취향, 습관 등을 안다면 굉장히 수월하게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데 상대방은 비가 오면 진창이 되고 체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이런 때에는 항상 기습을 하지 않는다는 일련의 규칙성이 발견된다면, 비가 내리는 날에는 편안하게 긴장을 좀 풀고 체력을 보충하고 안심을 해서 다음 날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전쟁이 아니더라도 주식 등에서 경제 현상에서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우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겠죠(특히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나만 알고 있어야겠죠 ^^). 항상 저 기업의 주식은 5% 포인트 떨어지고 나면, 반드시 10% 포인트 반등하더라! 그것을 알기만 하면 단 며칠만에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나이브하고 순진하질 않아서, 모든 사람들이 그걸 찾길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돈을 때려 박고 있으며, 그것이 알려지는 순간 순식간에 그것을 다시 역이용하는 메타적인 전략과 메타 패턴이 급부상하는 등.... 세상은 끊임없는 균형점을 향한 진동인 것 같습니다.
약간 더 확장해서, 어쩌면 이 세상의 다양한 학문들은 이런 현실의 무작위가 아닌 패턴을 찾아내고 그걸 일반화하고 설명하는 이론을 만드는 것, 모형을 만드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데 뉴턴은 사과도 떨어지고 바나나도 떨어지고 원숭이도 떨어지네? 그럼 다 떨어지는데 왜 달은 안 떨어질까? 떨어지는 것이 패턴일까? 쟤는 왜 패턴의 예외일까? 에서 출발하였겠죠. 과학이라고 부르기에 매우 애매하지만 관상이나 손금도, 보통 이런 경우에는 이런 성격이나 이런 습관이 있다더라~ 면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 패턴에 대해서 분석을 같이 매칭을 시켜두고 해설을 해둔 것을 통해서 그걸 딸딸딸 암기하고 이제는 동물적인 감각까지 올라가서 사람을 딱 보자마자 바로 파악하는 능력까지 도달하는 고수의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겠죠.
저는 자연계에서 프랙탈이라는 유명한 구조가 굉장히 자주 보인다는 점에서, 이것을 일종의 패턴이라고 생각하고 어디까지 일반화를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패턴이 이어질까를 중심으로 공부를 해보고 있습니다. 재료공학에서 시작했지만 신경과학이나 경제학까지 지금 넓혀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은 프랙탈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우주의 구조는 프랙탈은 아닌거 같다는 말도 있고 확신이 안갑니다
https://allsicence.tistory.com/54
이 세계는 분명 무질서해 보입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들어보진 못했는데 <삼체>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카오스, 혼돈과 관련하여 불규칙성, 계산 가능성 등에 대해서 어디까지 우리가 예상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절대로 예상할 수 없는 불규칙성이 나타나는지. 그런데 그러한 불규칙해보이는 흐름 속에서도 규칙성이 부분부분 보이고, 그것을 이용하면 조금씩이나마 예측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것이 학문에서 말하는 이론의 의의인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가 두 점을 이용해서 연장선을 긋고, 미래에는 어디까지 도달할 지 기울기를 통해 가늠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세상이 완전히 무작위라면,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미신과 기도에 의지하면서 살아야 했겠죠. 항상 번개가 치니까 천둥 소리가 들린다는 일련의 패턴을 통해서, 어쩌면 번개는 신의 분노가 아니라 강한 전정기가 빠르게 흐르면서 소리와 빛을 내는 현상 아닐까~ 하는 식으로 이 세상에 대해서 하나씩 분해하고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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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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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그래
게임이론은 경제학 과목인가요? 산업공학 과목인가요? 산업공학과 전공으로 알고 있었는데 출처는 경제학이었군요. 두학과는 유사하게 배우는 과목이 많네요..
원래는 경제학 교과목인데 아마 산업공학 교수님이 복전 출신이시거나 아니면 경제학 분야에 좀 특화된 분 같습니다. 산업공학은 원래 좀 자유롭고 인문학처럼 넓은 느낌이 강합니다
글 써주신 날 이 글 알림을 보고 경제학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재밌어 보여서 시간 날 때 꼭 읽어봐야지 해서 방금 보게 되었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