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서울로, 종합대학(university)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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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씀드리는건데 뭐 지잡대니 지방 잡대이니 이딴 소릴 하면서 제가 절대 혐오하고 비하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사실 포항에서 초등학교 고학년~고등학교까지 나왔거든요. 당시 제가 살던 곳이 지곡동인데, 거기에 포항공대(포스텍) 관련자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절친도 아버지고 포항공대 교수님일 정도로, 교수님 아드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동네였습니다.
어릴때 이공계를 가고자 했고, 또 제 자신의 수학 실력을 잘 모르던 상황에서 막연히 SPK중 하나라고 불리는 포항공대를 가고 싶었던 저에게 충격적인 조언을 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와루와치즈라는 명품 시계 가게 대표님이신데, 당시 포항공대 석사 과정을 밟고 계셨었습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556332&memberNo=5899174
제가 당시만 해도 자퇴 고민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고, 소위 생각이 많아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고, 내가 이 교육 과정을 밟고 세계인들과 나가서 경쟁하고 이길 수 있는가 등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이 있었던 때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분이 사업가이시잖아요? 사업가는 물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시간 엄수를 대단히 중요한 예의로 받아들이시는 듯 합니다. 당시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만나서 엘리베이터를 타니까 3시 1분이 딱 되더군요. 일단 거기서 좀 점수를 얻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
진로 인터뷰를 하면서, 저는 막연히 포항공대를 가고 싶다고 포항공대가 좋은 이공계 대학이니까,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니 꼭 들어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니 이과이심에도 불구하고 매우 충격적인 조언을 해주십니다.
"포항공대는 다 좋은데 인문학이 없다"
차후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된 것은, 이 대표님께서는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머리가 트이고 생각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많고 열정적으로 변하면서, 소위 미대 출신들이 가지고 다니는 큼지막한 종이 뭉치를 항상 들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거기에 질문거리나 생각나는 것들을 써내려가셨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저도 중학생 때부터 쓰던 질문노트가 있었거든요. 저도 꽤나 생각이 많은 학생이어서, 항상 질문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질문이 생기면 적고, 해결되면 취소선을 그었었습니다.
저는 이 분을 만났을 때 참 신기하고 행복했던 것이, "아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더 존재하는구나!" 였습니다. 비록 첫 만남이었으나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여러 깊은 이야기를 했었고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도 말씀하셨다죠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요. 물론 제가 제주도 사람이었어도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텐데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제주도는 정말 한국에서 유일하게 말을 특산품으로 기르던(그래서 몽골군이 제주도에도 직접 통치를 했었죠) 곳이었고, 한양 즉 서울은 모든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768982
그때 저에게 딱 2가지 조언을 해 주셨었는데 전 아직도 기억이 나고, 정말 그 조언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university 그러니까 종합 대학으로 가라. 포스텍은 공대라서 인문학이 없어서 아쉽다"
"대학은 서울로 가라. 거기 가서 미대 음대 경제학 사회학 교육학 공대 이과대 등등 다양한 친구를 사귀어라"
였습니다.
전 이때 이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거든요. 제가 원래 포항에 오래 살던 촌놈이기도 했었고, 대학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단지 집 근처에 명성과 명망이 높은 포항 공대를 막연히 가고 싶다는 허영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 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 말에 충실히 따라서 서울에 있는 종합 대학으로, 약간 점수를 낮춰서라도 갔습니다. 한번 지도를 보여드릴게요.

제가 소속된 대학 위치가 아주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딱 중간에 있어요 ㅋㅋㅋ
https://xn--bj5b8p12at9ufxf.com/24/?idx=2861759&bmode=view
제가 포항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재수를 하러 내려가니까 일단 눈이 한번 뒤집혀졌습니다. 거기서는 좋은 과외 선생님들도 정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계셨고, 서면이나 수영역 광안리 해수욕장 등 사람이 정말 많이 몰리는 곳도 많았고, 지하철도 있었습니다(물론 서울의 지하철보다는 폭도 좁고 작지만).
포항에 살 때 저는 대이동, 지곡동에서만 머물렀는데 거기에 이마트도 있고 있을 게 다 있어서 다른 지역으로 벗어날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부산은 시내라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두 군데나 있었고 정말 나름 실력이 좋은 세무사나 의사 선생님들, 날고 긴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삼수를 끝내고 서울로 가니까 이번에도 눈이 한번 더 뒤집혀지면서, 괜히 한국이 서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구나를 느꼈습니다. 당장 제가 사는 동국대입구역 앞에 장충 체육관이 있고, 주변에 신라 호텔이 있으며, 주변의 대학들에 가까우면 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강력한 입지를 자랑합니다.
찾아보니 동국대랑 다른 어느 대학 하나가, 유일하게 서울 사대문 안에 존재하는 대학이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정약용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대문 안에 사니까 교통도 편리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너무나도 쉬웠습니다.
특히 전 대학원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서울대와 고려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교수님들께 이메일을 보내고(타 대학 교수님들꼐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꽤 흔합니다) 면담을 하고 학부생 인턴이나 대학원 관련 상담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에 훨씬 더 좋은, 카이스트나 포스텍에 입학했다면? 어디 모텔 잡아서 1박 2일을 무조건 보내면서 교수님들을 만났어야 했겠죠.
때문에 전 개인적으로 제가 다니는 대학의 위치가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이건 약간 잘난 척인데 주변 사람들은 제가 동국대보다는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포텐셜이 있음을 알지만, 전 그런 것에 후회가 전혀 없이 아주 열심히 잘 다니고 있습니다 교수님들도 아주 좋으신 분들이 많구요.

아마 동국대에서 가장 입결이 높고 유명한 학과가 바로 경찰행정학과 아닐까 싶습니다. 제 친구도 경찰대학에 붙었는데 서울대는 최초합인데 경찰대는 추합이더군요 ㅎㄷㄷ 동국대 입결표를 보면 경찰행정학과는 다른 대학 소속인 마냥 저 멀리 위에 있습니다
https://koreapolice.tistory.com/4
어쩌면 제가 신경과학으로 분야를 틀 수 있었던 것 또한 동국대, 그리고 서울 소재 대학을 다녔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국대는 국어국문학과부터 문과대가 꽤 강하기로 유명합니다(예전에 그 댓글 조작하던 박모씨도 동국대 출신이기도 하고... 동문으로서 수치입니다). 특히 이전 칼럼에서 설명한 장환영 교수님을 비롯한 교육학과의 다양한 교수님들은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가지셨더군요.
그래서 평소 교육학에 관심이 많던 저는 교수님을 통해서 사범대 4학년이 듣는 전공 수업을 쉽게 듣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엇고, 면담도 자주 하면서 제가 가진 문제(우울증이나 행복 부재)라던지, 인문학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적절한 처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 아까 말씀드린 김준영 형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동국대가 완전한 대학은 아니라서 제가 가고 싶은 심리학과나 뇌과학과가 없기에, 학생 설계 전공이라는 제도를 진짜 피똥 싸면서 만들어서 지금 이수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제 개인 경험 뿐만 아니라 입결로도 증명이 됩니다. 단지 서울권에 있는 대학들은 서울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도 계속해서 입결이 올라가며,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포스텍 카이스트 마저도 입결이 올라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의대 증원도 한 몫을 한 것 같네요.
최근에 어느 학생의 입시 진로 상담을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부산 토박이셨는데, 전 그 분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강하게 서울 소재 대학을 추천해드렸습니다.
부산 토박이셨기에, 제가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서 겪은 컬쳐 쇼크라던지, 타 대학의 교수님들을 만나러 가기 매우 쉬운 위치라던지 등등 강력히 추천을 해주었더니, 정시 3군데 중에서 한 군데만 약간 안전빵으로 부산 소재의 대학을 걸치고 나머지는 서울에 쓰시더군요.
저 또한 서울 공화국을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정도전>에서도 말이 나왔죠 힘 없는 사람의 용기는 공허한 것이라고. 저는 서울 공화국인 한국에서 서울 소재 대학에서 살면서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얻고 나서, 나중에 서울 공화국을 해체하고 지방 균등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 포항 -> 부산 -> 서울 이들간의 격차가.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이긴 한데 전 행정 수도를 애매하게 세종이 아니라(세종이 되면 서울에서 출퇴근을 해요 (ㅅㅂ ㅋㅋㅋ) 아예 더 남쪽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나 서울이 다시 행정 수도로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 서울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서 리스크도 큽니다
https://namu.wiki/w/%EC%84%9C%EC%9A%B8%20%EA%B3%B5%ED%99%94%EA%B5%AD
전 어릴때 그때 대체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대학을 왜 단과대 college가 아닌 university로 가야 하는지 몰랐었습니다. 그 효과를 제가 지금 당장 쉽게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제 칼럼을 여태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뭔가 느끼는 바가 있으실 것입니다 제가 만약 포항공대에 갔더라면 이런 글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을 듯 해요.
조만간 정시 결과가 나온다는데 꼭 다들 붙고 싶은 데 붙길 바라고, 제 의견도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잘 설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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