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지를 안 보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8789072
평소에 수학 칼럼이 올라오면 거의 읽어보는 편인데
수학을 공부하는 학습법, 방법론의 경향에서 최근에 변화를 느낀 것중에 하나가
예전에는 문제가 안 풀리더라도 답지를 보지 말고 머리가 뜨거워지도록 끝까지 고민해서 스스로 풀어내는 훈련을 많이 해라, 이게 정도正道였던 걸로 기억하고
정도까진 아니었더라도 이런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걸 직접적으로 강조하시는 분은 딱 한분밖에 못 본 것 같음
물론 막혔을 때 적당히 끊고 답지를 보는 공부법도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고 좋은 전략 중 하나임
이 방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님
그러나 목적도 없이 모든 문제를 이런 식으로 공부하고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됨
이 전략의 장점은 시행착오의 경험, 그리고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발상을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다는 것임
즉 경험과 지식의 양을 늘려서 풀 수 있는 유형의 풀을 넓히고 수학적 직관력을 체득하고자 하는 것이 이 방법론의 목적인데
이게 주主가 되면 생길 수 있는 안좋은 습관 중 하나가 수학을, 그리고 문제풀이를 논리가 아닌 지식을 쓰는 활동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임
예컨데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적 지식이 많이 쌓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실전개념과 문제풀이의 양에 집착하게 되고, 문제를 못 풀 경우 이 문제를 풀어낼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몰라서 못 풀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임
그러나 알다시피 수능은 지식형 시험이 아니고, 평가원 시험은, 특히 수능에서는 수험생들의 지식적 측면이 아니라 사고력의 측면을 테스트하기 위해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문제가 출제되기 마련임
또한 해설지의 문제점은, 일반적으로 제일 깔끔하고 정갈하고 이상적인 풀이가 적혀있다는 거임
그래서 해설지로 공부할 경우, 가장 정제된 풀이만을 익히게 되고, 가장 정제된 풀이에만 익숙해지게 됨
그러나 수학적 피지컬을 기르는 데에 있어서는 짐승새끼같은 풀이도 매우 중요함
아니 언제나 제일 깔끔한 풀이를 구사할 수 있도록 그런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짐승새끼같은 풀이가 웬 말이죠?
맞음. 당연히 가장 통찰력 있는 깔끔한 풀이가 제일 좋은 풀이고 그것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든 일단 풀어서 정답을 내는 것이고, 효율을 따지는 것은 그 뒤의 문제라는 걸 생각해야 함
실전개념 못 써서 화려하게 못 푼다고 문제 안 풀 거 아니잖아?
그 유형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문제든 꾸역꾸역 풀어내는 안정적인 수학실력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짐승새끼같은 풀이라도 구사해서 어쨌든 풀어내는 연습'임
그런데 적당히 고민하다가 안 풀리면 바로 해설지를 참고하는 공부법만을 지향하게 될 경우, 이런 '짐승같은 풀이를 구사하는 연습'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됨
늘 이런 식으로만 공부하게 되면 맨날 나오는 익숙한 템플릿에만 신들린 풀이를 구사하고 처음보는 낯선 유형이 나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수준 이상으로 나아갈 수가 없음
그런 연습이 있어야 우리가 계산력, 논리력, 분석력 등등을 한데 묶어 부르는 '수학적 피지컬'을 기를 수 있는 것이고
이 수학적 피지컬이 길러져야 비로소 어떤 처음보는 특이한 문제든 '쓰여있는 논리 그대로'를 따라서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유창한" 수학실력의 경지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임
내가 "유창한" 수학 실력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수학적 피지컬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원어민과 언어를 후천적으로 학습해서 배운 사람의 차이와도 같기 때문임
근데 이 비유까지 들어 설명하면 글이 쓸데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하겠음
얘네 둘의 공통점은 첫째 기울기함수라는 발상을 알면 손쉽게 풀린다는 것과
둘째 기울기함수라는 발상을 몰라도 '쓰여있는 논리 그대로' 쭈우욱 피지컬로 밀다 보면 답이 나온다는 거임
기울기함수를 모르고 얘네를 맞닥뜨렸다고 하자
10분 보다가 안 풀려서 해설지를 본다면 얘네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건 뭐겠음?
그저 기울기함수 해석이라는 발상밖에 없음
본질적인 수학실력을 기르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기울기함수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그런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기울기함수를 모르더라도 짐승새끼마냥 드러운 풀이로 어쨌든 풀어서 스스로 답을 내본 경험, 그리고 그 풀이를 생각해내기 위해 치열하게 사고하는 과정에서 터득하고 깨닫는 것임
이 "쭉 미는 피지컬"은 그저 답지를 들춰보고 피드백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길러지지 않음
도대체 문제와 조건이 뭘 말하는지, 무슨 뜻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문제풀이의 실마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뭄에 콩 나듯 겨우 길러지는 것이고
그런 피지컬이 갖춰져야만 기울기함수를 몰랐어도 현장에서 231122를 벅벅 풀어내는 진짜 수학 잘하는 사람으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삽자루 선생님께서
예전에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정말 깔끔하게 설명하신 강의가 짤로 인터넷상에 한번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이 글의 요지는 그 말씀의 요지와도 비슷함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초등학생이 연립일차방정식의 개념을 선행학습하게 되면
그 나이대에 맞는 풀이인, 숫자를 대입하다가 발견적으로 추론해서 풀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당장의 학습해서 배운 유형은 잘 풀지 몰라도 수학적 사고력을 증진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뭐 이런 얘기였던 걸로 기억함
나는 이 논리가 해설지 공부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해설지 공부법은 목적과 효과를 분명히 인지한 상태에서 필요에 맞는 상황에서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밤 샜더니 글 ㅈㄴ 안써진다 시발 ㅈ같네
무슨 소리 하려는건지 대충 눈치까셨죠? 그냥 대충 알아들어주셈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한티역 스카에서 저거 할사람 구해용
-
리트 왤캐어려움 13
그나마 올해가 나름 쉬운편이라던데
-
절대 여자 앞에선 부르지 말라는 조언 들음 노래방 같이 갈 이성이 주변에 없어서 잘 실천될듯
-
???: 의대? 7
???: 넌 글러먹었어
-
너무멋있다 그와중에 이대형 2땅 ㅋㅋ
-
pre-law 제도를 만들어야함 대학별로 필수과목을 이수해 졸업시 1등부터...
-
수학은 페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쎈데 짠 국어 기준으로 얘기하면 업계 최저가...
-
새벽에 야간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열차끼리 충돌해버렸는데 하필이면 그 장소가...
-
올해 반수로 과기원 합격가능성 어케보심??
-
기하는 제가 취미로 중1때 부터 공부를 했었습니다. 기하학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고...
-
일본여행 갔는데 한국인이 일본어로 사진찍어 달라고 부탁(첨엔 일본인 인줄) 난...
-
현 상태는 김승리t 올오카 70%정도 들은 상태이고 매월승리 병행하다가 최근에...
-
문제 맞아도 지문 다시 뜯어보는 편이신가요? 뜯어본다면 어떤 정보 얻기 위해, 또...
-
답 모릅니다 풀어주세요..
-
지스트 유니스트 디지스트가 정말 연고 공대 버리고올정도로 가치있나연 2
제 친구가 과기원다니는데 거기 연고대도 버리고 온다던데
-
공부 안한다.
-
예를 들면 1컷 86~88 이런식인데 어떤경우가 86점1등급이고 88점 1등급인가요?
-
이걸 젠틀하게 깨우시네
-
타선이 이종범 이대형 양준혁 김태균 박경완 박석민 손시헌 박한이 박종호 ㄷㄷㄷ 선발은 이해천
-
21 22 29 30 거의 고정으로 틀리고 13~15,28 중에서 1개씩 평균적으로...
-
프린트 기본값을 컬러로 해둬서 30장 뽑는데 10500원 낼뻔했노 ;;
-
이거 시너지 추가효과라도 있나요?
-
답지가 없어서 채점을 못하네 젠장
-
갑자기 냄새부터 역겨워질 때가 있음 그 때 계속 마시면 다음 날 ㅈ됨
-
ㅈㄱㄴ 아오씨발
-
잠깐 현생산다고 5
오르비를 버렸네요 다시 엠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언매러분들 4
상상이감 언매모의 책 푸시는분들 해설지로도 충분히 정오답 정리 납득 가시나욤?
-
3점 42개 4점 39개 ㄴ 이거 중 킬러 6개 일케 푸는 거 님들이 보기엔 어떰...
-
오분후식 4
-
일주일간 기다려서 얻은 결과가 제 지금 성적인 2점후반대로 갈수있는 대학과...
-
공부 시작한지 3달정도됐는데 한달반까지는 개잘되다가 최근 2주사이에 글이 아예 눈에...
-
수시 개 ㅈ같음 11
쌤들 실력이 딸려서 문제 오류내고 애들 변별 못함 국어 중간 1컷 100 기말 1컷...
-
귀엽네요
-
제가 덕코 공장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
화이팅
-
제가 문제 풀고 분석하고 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데 그러다 보니까 하루에 풀었던...
-
ㅇㅇㄱ ㅇㄹㅂ ㅁㅎㄴ
-
올해 서킷 아무리 빨리 풀어도 한회 푸는데 60-65분 걸려요 푼건 거의 다 맞추긴...
-
속보 0
복권 1등 또 바뀜
-
아놔..
-
물화생지 다 하는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화지 사문 할까요? 참고로 고1 1학기...
-
(정오사항) 우로보로스 모의고사 8번, 9번, 20번, 22번 관련 4
8번 문제의 경우 분모 분자가 반대로 제시되었습니다. 9번, 20번 문제의 경우...
-
이거 결제하려니까 "ㅇㅇㅇ 선생님 7월 프리패스" 이러는데 7월 한달동안만...
-
시발점 듣게 했는데 뉴런 듣게 하는게 맞을까요?
-
사탐으로 돌리니까 10시간 반이면 끝나는거같은데 수학을 더 해서 13시간 채우는게 낫겠지 당연히?
-
어디서 배워?
-
여기도 수능국어마냥 어려운 피셋이라는 난관이 버티고 있어서 걱정임 다만 나는 국어에...
-
이 지문은 24 리트 박세당 예송변처럼 지문은 술술 읽히는데(생소한 단어가 없어서,...
-
ㅈㄱㄴ
개십상타치글이요
상특) 문제집 사면 해설지는 바로 버림
다들 급하다보니 이게참..어쩔수없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