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상쇄 (231114) 관련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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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가 없는 뻘소리만 늘어놓는 글은 아니니까 이 문제를 풀어보고 해설까지 완벽하게 다 이해했더라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이 문제는 처음 보면 굉장히 찝찝한 느낌이 든다.
왜냐면 우선 첫째로 좌극한에 우극한을 취하는 것이 정녕 교과범위 안에서 가능하긴 한 것인지, 즉 사교육 저격한다고 교과 외 개념을 가져오는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부터 의심이 들고(첫만남이 2022년 11월 17일 오후 12시 10분 이전이었다면 이런 느낌을 아무래도 피하기 어렵다.),
둘째로 가능하다고 치더라도 극한은 도대체 어떻게 구해야 하는 것인지, 어찌어찌 그래프를 그려 구하긴 했더라도 왠지 엄밀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첫째로 찝찝한 점은 당연히 오해이다. 왜냐면 극한에 극한을 취한 것이 아니라 (극한으로 정의된) 함수에 극한을 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함수의 극한은 입력값 x와 그에 대한 출력값 f(x)의 쌍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따라 결정되지, x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f(x)까지 이르는지는 함수의 극한을 구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알 바가 아니다. 그 중간과정에 리미트가 끼어들든 인테그랄이 끼어들든 시그마가 끼어들든 함수가 잘 정의되어 있기만 하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둘째의 의심은 문제를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본들, 문제 안에서는 명확한 답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문제의 극한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기 전에, 우선 교과범위 내에서 우리가 극한 자체를 일반적으로 어떻게 구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시를 들기는 귀찮으니 적당히 유리함수든 무리함수든 다항함수든 구간별 함수든 떠올려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극한을 어떻게 구하고 있는가?
그 답인즉슨, 확정형인 경우 x가 가까워지고 있는 값을 함수 안에 대입해서 구하고, 부정형인 경우 확정형으로 적당히 식을 조작한 뒤에 마찬가지로 대입해서 구한다.
그럼 극한은 대입인가? 아니다. 분명히 극한과 대입은 다른 개념이다.
그러면 극한과 대입은 어떤 관계가 있으며 우리는 "왜" 극한을 대입해서 구하는가? 누가 그러라고 가르쳤나?
교과개념을 공부한지 한참 오래된 n수생이라면 성적대에 관계없이 여기서 아마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원리로 극한을 구하는지는 대부분의 문제풀이에 있어서 전혀 알 필요가 없고, 알 필요가 없으니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다.
우리가 극한을 대입해서 구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로 lim x = x, lim c = c 임을 알고, 둘째로 소위 극한의 분배라고 말하는 극한의 기본 성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정리를 이용하면 훨씬 복잡한 함수도 대입해서 순식간에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의 극한은 첫째 정리를 이용할 수가 없다. 그 함수는 x와 c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함수가 아니다.
그러니 문제의 극한은 "복잡한 함수"의 극한값을 구하는 쪽보다 오히려 첫째 정리의 극한값, "lim x", "lim c"를 구하는 쪽과 더 가깝다.
둘째 정리는 "~라고 알려져 있다."로 퉁치고 넘어가는 개념이니 그렇다 치고, lim x와 lim c 는 어떻게 구하나? 이 또한 그저 "알려져 있을" 뿐인가? 교과범위 안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인가?
혹시 수2 교과서가 손에 닿는 곳에 놓여있다면 맨 앞장을 펼쳐보자. 기본적으로 극한은 그래프를 그려서 구한다. 교과범위 안에서 모든 극한을 구하는 과정의 가장 첫째 시발점은 그래프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은 극한을 그래프를 그려서 구하라고 말하고 있다.
즉, 문제의 극한과 같이, 이로부터 유도된 어떤 정리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면, 가장 기초개념으로 돌아가 가장 기초적인 수법인 그래프를 통해 극한을 구해야 한다.
우리는 극한으로 정의된 안쪽 함수의 그래프를 분명히 그릴 수 있고, 그러므로 그래프에서 극한을 구할 수 있으며 그렇게 구해야 한다.
이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데, 특히 문제의 ㄷ선지를 함께 생각할 때 평가원이 이 문제로써 수험생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이런 뜬금없는 문제를 무슨 목적으로 수능 2교시 시험지에 끼워넣었는지가 더없이 분명해진다.
참고로 ㄷ선지는 최솟값의 존재성에 대해 묻고 있고, 그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며, 그 까닭은 최솟값이 존재해야 하는 자리에 구멍이 뻥 뚫려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함수 h(x)의 치역이 (a, b)꼴의 열린구간임을 의미하며, 아래로 유계인 함수 h(x)의 치역의 하한이 h(x)의 치역 밖에 존재하므로 최솟값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최솟값의 존재성이라는 어찌보면 조금 생소한 아이디어는 교과서의 어디에서 오느냐 하면, 함수의 극한 단원의 최대최소 정리 파트에서 온다.
심지어, 적당한 닫힌구간 내에서 함수가 연속이 아니므로 최솟값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아이디어는, 최대최소 정리가 성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인 "함수 f(x)가 닫힌구간 [a, b]에서 연속일 때"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최대최소 정리의 대표적인 반례(엄밀히 말하면 애초에 전제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반례가 아니지만)에서 온다.
즉 교과서에 등장하는 정리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결론 또한 성립하지 않는 대표적인 반례를 문제로 바꾸어 물은 것이다.
그러니까 공부할 때에 적당히 "이 전제가 왜 깔려있을까?" 따위의 의심을 던져보고 여러 불연속인 상황의 예시를 들어봄으로써 최대 혹은 최소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더라면 문제를 좀 더 쉽게 풀 수 있었을 거라는 교육적인 그런 얘긴데 요지는 그게 아니다.
슬슬 극한에 대한 얘기로 돌아와보자.
문제의 함수의 극한을 그래프를 그려서 구해야 했던 까닭은, "극한은 기본적으로 그래프를 그려서 구한다."로부터 유도된 정리들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근본이 되는 기초로 돌아와 극한값을 구해야 했다.
ㄷ선지의 해결과정 또한 최대최소 정리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그 반례가 되는 상황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내 나름대로, 내가 생각하는 231114 이 문제가 시사하는 바 혹은 출제 의도를 한 줄로 요약하면 "다양한 정리들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조건과, 정리들 간의 관계(위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 되겠다.
하필 이 시험의 이름과 목적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며, 대학교에서 배우게 될 수학은(실은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원래 그래서 대학교 수학 또한 그런 것이지만) 지금까지 배운 수학보다 논리성이 짙다는 (다시말해 고도의 수학적 논리력을 요구한다는)점을 생각하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긴 하나 이 또한 어느 정도까지는 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ㄱㄴㄷ 유형의 선지 배치 틀을 깬 것으로서도 의미가 큰 문제지만 이러한 점에서도 231114는 매우 의미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능수학 공부의 방향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여담이지만, 이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낯선 문제는 매년 수능에서 적어도 한 문제씩은 나왔고 (작년으로 치면 22번) 당연히 올해도 나온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것은 수능날 시험지를 책상 위에 딱 받았을 때 네가 두려움을 느끼기보단 올해는 또 어떤 개신박한 문제가 나왔을까,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차야 하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보다시피 수학에도 빈출되지는 않지만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다시말해 문제만 벅벅 풀다보면 놓치기 쉬운 지엽개념이라는 것이 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는 묵은 소리는 아니지만, 본인이 수학실력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만떨지 말고 교과서나 개념서를 가끔 생각나면 한 번씩은 정독해 주는 것이 좋다. 언제 어디서 뒤통수 맞을지는 모르는 거니까 보험 차원에서라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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