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지를 안 보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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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수학 칼럼이 올라오면 거의 읽어보는 편인데
수학을 공부하는 학습법, 방법론의 경향에서 최근에 변화를 느낀 것중에 하나가
예전에는 문제가 안 풀리더라도 답지를 보지 말고 머리가 뜨거워지도록 끝까지 고민해서 스스로 풀어내는 훈련을 많이 해라, 이게 정도正道였던 걸로 기억하고
정도까진 아니었더라도 이런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걸 직접적으로 강조하시는 분은 딱 한분밖에 못 본 것 같음
물론 막혔을 때 적당히 끊고 답지를 보는 공부법도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고 좋은 전략 중 하나임
이 방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님
그러나 목적도 없이 모든 문제를 이런 식으로 공부하고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됨
이 전략의 장점은 시행착오의 경험, 그리고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발상을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다는 것임
즉 경험과 지식의 양을 늘려서 풀 수 있는 유형의 풀을 넓히고 수학적 직관력을 체득하고자 하는 것이 이 방법론의 목적인데
이게 주主가 되면 생길 수 있는 안좋은 습관 중 하나가 수학을, 그리고 문제풀이를 논리가 아닌 지식을 쓰는 활동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임
예컨데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적 지식이 많이 쌓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실전개념과 문제풀이의 양에 집착하게 되고, 문제를 못 풀 경우 이 문제를 풀어낼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몰라서 못 풀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임
그러나 알다시피 수능은 지식형 시험이 아니고, 평가원 시험은, 특히 수능에서는 수험생들의 지식적 측면이 아니라 사고력의 측면을 테스트하기 위해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문제가 출제되기 마련임
또한 해설지의 문제점은, 일반적으로 제일 깔끔하고 정갈하고 이상적인 풀이가 적혀있다는 거임
그래서 해설지로 공부할 경우, 가장 정제된 풀이만을 익히게 되고, 가장 정제된 풀이에만 익숙해지게 됨
그러나 수학적 피지컬을 기르는 데에 있어서는 짐승새끼같은 풀이도 매우 중요함
아니 언제나 제일 깔끔한 풀이를 구사할 수 있도록 그런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짐승새끼같은 풀이가 웬 말이죠?
맞음. 당연히 가장 통찰력 있는 깔끔한 풀이가 제일 좋은 풀이고 그것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든 일단 풀어서 정답을 내는 것이고, 효율을 따지는 것은 그 뒤의 문제라는 걸 생각해야 함
실전개념 못 써서 화려하게 못 푼다고 문제 안 풀 거 아니잖아?
그 유형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문제든 꾸역꾸역 풀어내는 안정적인 수학실력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짐승새끼같은 풀이라도 구사해서 어쨌든 풀어내는 연습'임
그런데 적당히 고민하다가 안 풀리면 바로 해설지를 참고하는 공부법만을 지향하게 될 경우, 이런 '짐승같은 풀이를 구사하는 연습'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됨
늘 이런 식으로만 공부하게 되면 맨날 나오는 익숙한 템플릿에만 신들린 풀이를 구사하고 처음보는 낯선 유형이 나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수준 이상으로 나아갈 수가 없음
그런 연습이 있어야 우리가 계산력, 논리력, 분석력 등등을 한데 묶어 부르는 '수학적 피지컬'을 기를 수 있는 것이고
이 수학적 피지컬이 길러져야 비로소 어떤 처음보는 특이한 문제든 '쓰여있는 논리 그대로'를 따라서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유창한" 수학실력의 경지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임
내가 "유창한" 수학 실력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수학적 피지컬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원어민과 언어를 후천적으로 학습해서 배운 사람의 차이와도 같기 때문임
근데 이 비유까지 들어 설명하면 글이 쓸데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하겠음
얘네 둘의 공통점은 첫째 기울기함수라는 발상을 알면 손쉽게 풀린다는 것과
둘째 기울기함수라는 발상을 몰라도 '쓰여있는 논리 그대로' 쭈우욱 피지컬로 밀다 보면 답이 나온다는 거임
기울기함수를 모르고 얘네를 맞닥뜨렸다고 하자
10분 보다가 안 풀려서 해설지를 본다면 얘네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건 뭐겠음?
그저 기울기함수 해석이라는 발상밖에 없음
본질적인 수학실력을 기르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기울기함수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그런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기울기함수를 모르더라도 짐승새끼마냥 드러운 풀이로 어쨌든 풀어서 스스로 답을 내본 경험, 그리고 그 풀이를 생각해내기 위해 치열하게 사고하는 과정에서 터득하고 깨닫는 것임
이 "쭉 미는 피지컬"은 그저 답지를 들춰보고 피드백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길러지지 않음
도대체 문제와 조건이 뭘 말하는지, 무슨 뜻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문제풀이의 실마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뭄에 콩 나듯 겨우 길러지는 것이고
그런 피지컬이 갖춰져야만 기울기함수를 몰랐어도 현장에서 231122를 벅벅 풀어내는 진짜 수학 잘하는 사람으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삽자루 선생님께서
예전에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정말 깔끔하게 설명하신 강의가 짤로 인터넷상에 한번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이 글의 요지는 그 말씀의 요지와도 비슷함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초등학생이 연립일차방정식의 개념을 선행학습하게 되면
그 나이대에 맞는 풀이인, 숫자를 대입하다가 발견적으로 추론해서 풀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당장의 학습해서 배운 유형은 잘 풀지 몰라도 수학적 사고력을 증진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뭐 이런 얘기였던 걸로 기억함
나는 이 논리가 해설지 공부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해설지 공부법은 목적과 효과를 분명히 인지한 상태에서 필요에 맞는 상황에서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밤 샜더니 글 ㅈㄴ 안써진다 시발 ㅈ같네
무슨 소리 하려는건지 대충 눈치까셨죠? 그냥 대충 알아들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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