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낯선 시 꿀 해석 드려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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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가능성이 높은 김소월 시인의 시입니다.
대략이해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고난도 문제가 출제될 수 있습니다.
세밀히 살펴서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삭주구성」의 시입니다. (인수 문학 B형 24쪽 참고)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시입니다. 시를 여러 번 읽어 보세요.
이과생도 같이 공부하면 좋겠네요.
(EBS 해석과 다른 내용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구성은 산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히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구성은 산 너머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 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 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밤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구성은 산 너머
먼 육천 리
1. 이 시의 특징
김소월 시인 하면, ‘7.5조, 3음보, 민요 시인’이 떠오를 겁니다.
즉, 시의 리듬감(=음악성) 속에서 시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있죠.
이 시는 7.5조, 3음보로 되어 있습니다.
5개 연 모두 4개 행으로 되어 있지만,
이 중 네 개 연은 3음보가 3개이고, 한 개 연은 3음보가 4개입니다.
3음보가 4개로 되어 있어서 변화를 준 연은 어느 연일까요?
찾았습니까?
그렇습니다. 4연입니다. 그래서 일단 4연에 주목해야 합니다.
2. 리듬감에 변화를 준 4연을 통해서 시 이해하기
4연의 1행, 2행, 3행의 끝이 ‘그리워’로 되어 있어서
1~3행까지 하나의 의미 덩어리로 묶을 수 있다고 속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2행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3-4행을 다른 하나로 묶을 수 있습니다.
1행과 2행은 대구로, 3행과 4행은 대칭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3행의 앞부분인 ‘못 보았소’와 4행의 끝부분인 ‘아니합디까’는
의문형 서술어로 같고,
각행의 앞부분과 끝부분에 대칭적으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의문형 서술어는 화자가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 우리’라는 1인칭 표현이 없어도
화자는 가상의 청자에게 말 건네는 방식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1연에서 4연까지는
화자가 가상의 청자에게 말하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죠.
1~3연까지 ‘육천 리요’, ‘오노랍니다’, ‘길이겠지요’와,
4연의 ‘못 보았소’, ‘아니합디까’가 이와 관련됩니다.
그런데 5연을 보세요.
화자는 말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에게 말하고 있죠?
‘~ 가 있을 텐고’가 이를 알려주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화자는 가상의 청자에게 말 건네면서 하소연하다가,
독백하는 말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하소연하는 어조에서 독백적 어조로 시상 마무리 또는 시상 전환)
무엇을 하소연하고, 무엇을 중얼거리고 있을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합시다.
먼저 3음보 리듬에서 살펴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짐작하고 계셨죠?
3. 3음보를 잘라낸 시행 이해하기
1연, 2연, 3연, 5연에는
3음보를 잘라내어 2개의 행으로 시행 걸침한 부분이 있습니다.
1연의 ‘먼 삼천 리’와 2연의 ‘밤에 높은 산’,
3연의 ‘먼 육천 리’와 5연의 ‘먼 육천 리’입니다.
(이것들은 시행 위치상 대칭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1연의 1행과 2행은, 2연의 3행 4행과 위치상 대칭되고,
3연의 1행과 2행은, 5연의 3행 4행과 위치상 역시 대칭됩니다.)
이러한 시행 걸침 부분은 명사로 마무리 되고 있으며,
삭주구성에 도달하는데
장벽이 되는 수평적 길이와 수직적 높이를 드러냅니다.
여기서 높이(=산)가 강조되나요, 길이(=육천 리)가 강조되나요?
당연히 길이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4개의 시행 걸침에서 세 번씩이나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2연에서 ‘높은 산’이 연속 두 번씩이나 언급되니까
높은 산의 위압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실제로는 길이가 더욱 장벽이 됩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질문 하나!
‘젖은 제비’는 ‘높은 산’을 넘고 가다가 돌아왔을까요,
아니면 넘지 못하고 돌아왔을까요?)
이 시에서는 3종류의 공간이 나옵니다.
먼저 화자가 지금 있는 공간입니다.
시에서는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삭주공간과 대비하여 벗어나고 탈출해야 할 부정적 공간입니다.
그리고 화자 가까이에 있는 공간입니다.
‘산’, ‘돌아오는 길’, ‘들 끝’입니다
‘산 너머’부터 삭주구성은 육천 리에 있습니다.
먼저 산부터 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산’은 화자와 근접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꿈속이지만 화자가 몸소 가보는 곳이고,
‘들 끝’은 화자의 시선에 잡히는 공간입니다.
마지막으로 화자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동경과 지향의 공간입니다.
바로 ‘삭주구성’이며 ‘님을 둔 곳’과 ‘집’입니다.
4. ‘오노랍니다’의 시어를 통해 화자의 하소연과 독백 이해하기
‘젖은 제비는 산을 넘었습니까, 못 넘었습니까?
1연에서 3연까지
화자가 하소연하는 맥락 흐름을 살펴보면서 생각해보죠.
저는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1연)
“삭주구성은 산 넘어 정말 멀리 있는 육천 리 길이에요”
(2연)
“젖은 제비도 어느 정도 가다가 비에 걸려 돌아왔어요”
“저녁에는 산이 높고 밤에 산이 높다고 생각하죠?”
(3연)
“그런데 삭주구성은 산 너머 저 멀리 육천 리에 있다니까요”
“저는 가끔 꿈속에서나마 사오천 리 정도 가다 오다 합니다”
제비는 삭주구성에 가는데 실패했습니다.
‘비에 걸려’ 실패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노라’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장중하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노라’라는 종결 어미에는 이런 뜻을 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삭주구성에 가려고 실제 행동으로 도전했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청자는 ‘높은 산’의 위압에 눌려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있겠죠.
화자는 꿈속에서나마 행동을 취하여 사오천 리 가다 오다 합니다.
(소월 시에서 꿈은 현실의 부정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현실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4연에서 화자가, ‘못 보았소’, ‘아니합디까’라고 하소연할 때
3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삭주구성은 산을 넘어 더 멀리 있다는 것이고,
둘째 ‘높은 산’에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셋째 거기에 가기 위해 실제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삭주구성에 가는 이유는
그곳이 ‘몸’이기 때문이며, ‘
님을 둔 곳’이기 때문에,
그리고 ‘집’이기 때문입니다.
(삼천리는 우리나라 조국을 의미한다는 것도 염두에 둡시다.)
이제 5연에서 독백으로 말이 바뀌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겠죠?
화자 자신을 암시하는 구름이, “들 끝을 날아서 쌩쌩 나면서
지금 어둔 밤에는 육천 리 도중 어디에 가 있을 터인고?
정말이지 삭주구성은 산 너머 먼 육천 리에 있구나!“ 라고.
이제 정리해보면 화자는,
청자에게 실상을 알려주고 또 삭주구성에 가야 할 이유를 하소연하고 나서,
그곳으로 가는 상황을 자연물과 연계하여 상상해보고,
먼 육천 리 길을 다시 한 번 가늠해보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구름은 화자와 동일시되는 자연물이라고 볼 수 있고,
화자의 소망이 이것과 연계하여 암시되고 있습니다.
즉, 화자는 구름의 운동성을 통해 그것이 삭주구성으로 가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화자는 지금의 상황에 체념한다는 해석은 적절하지 않을 겁니다.
(EBS 교재는 5연이 ‘체념과 절망’을 보인다고 해석하고,
‘높은 산’이 화자에게 절망감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재고되어야 할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5. 출제 가능한 포인트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어떤 선택지가 만들어질까요?
같이 생각해볼까요?
● 음보율의 분절을 통해 시상을 심화하고 있다.
● 수평적 거리감을 통해 공간을 대비하고 있다.
● 대구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직접 표출하고 있다.
● 자연물과 연계하여 화자의 소망을 암시하고 있다.
● 어조의 변화를 통해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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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산은 넘었지만 삭주구성에는 도달하지 못 한 존재. 제목이 삭주구성인 점으로 보아 화자와 제비는 목표로 하는 곳에 둘 다 가지 못한 존재이므로 동일시되는 존재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시는 화자가 제재를 통해 심리를 표출한다는 점에서 자연물과의 유사. 대비를 물어보니까요.
오히려 이런 점으로 본다면, 구름은 화자와 대비되는 존재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선생님의 '화자는 체념, 절망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라는 생각은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오히려 구름을 통해 소망을 내비치고 있을 뿐이지 극복 의지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다" 라고 까지만 생각하고 이 시는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진짜 어려운 시였네요 ㅜㅜㅜㅜㅜㅜㅜ이 정도면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에 출제된다면 <보기> 는 제시하겠죠???ㅠㅠㅠ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저도 대충 넘어갔는데, "그래도 김소월인데..."하고 여러 번 읽어보니 읽을수록 어려워지더군요. 저의 개인적 판단이 들어 있는 부분도 있으니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시를 깊게 공부하는 게 대단합니다. ^.^
제기해주신 질문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이 시의 주제는 '그리움'이기 때문에 삭주구성으로 가려는 소망을 구름에 연계시키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5연에서 화자가 독백의 어조로 바꾼 이유도 소망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어느 문제집에서 '새' 가 화자와 대비되는 소재라던데..동일시되는게 아니고 대비되는소재라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새들은 남북으로 오며가며한다는 것이 고향을 직접 갈수있다는 의미인건가요??????
"새들도 자기 집이 그리워서, 오며 가며 아니합디까"로 읽히는 것 같습니다. 즉 "새들도 오며 가며 하는데, 우리도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화자의 생각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새의 자유로움과 화자의 구속된 상황을 비교하기보다는 그리운 공간에 가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