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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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며 나는 문과로 갈지, 이과로 갈지 고민을 하였다.
경제학도 좋았고, 수학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학원 선생님도, 학교 선생님도, 이과로 가라며 나를 설득하였다.
나의 수학 실력이 아깝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경제학을 하고 싶더라도 우선 이과로 가서 경제학과로 진학하라고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을 따르는 것이 내 고등학교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결국 문과를 선택하였다.
나 다음으로 수학을 잘하는 사람과 나의 격차가, 나 다음으로 경제학을 잘하는 사람과 나의 격차보다 작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내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이 학문의 발전에 더 유익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였다.
서울대 경제를 가겠다는 약속과 함께, 나는 그렇게 문과 학생이 되었다.
2018년 말 수능을 마친 나는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내가 2년 전 결정했던 대로 서울대 경제에 진학하였다.
고등학교 시기, 내 진로 선택에 있어서 내 유일한 관심사는 학문이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배부른 돼지보다 낫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어느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철이 덜 든 사람들이다."
지식이라는 고귀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왜 철이 덜 든 사람이라는 것인지, 이때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단순한 자학 농담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배부른 돼지의 삶이 내가 어릴 때 생각하던 것과 같이 무가치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삶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해주기 위해, 미래의 내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클 수 있게 해주기 위해 나는 배불러져야 했다.
돼지가 되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라는 또 다른 고귀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 지식에 대한 탐구를 포기하는 용감한 결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없는 지금은 내가 어릴 때부터 추구해왔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의지하게 되었을 때, 지금 걸어가는 이 길을 걸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없다.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 전공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지켜낼 것과 포기할 것을 선택하는 하나의 갈림길일 것이다.
(물론 이 길은 되돌아갈 수도 있고,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다른 길과 합류할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하는 그 전공을 골랐을 때,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하게 될 것인가?
대학 진학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가장 가치 있도록, 마지막까지 많이 고민해보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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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대 적 백 해 한문지 땜에 설대식 4.5점정도가 왔다갔다해 에혀 수학 실수만 안하면 좋겠다
좋은 글입니다.
아무리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공부해라, 가서 잘하면 학과 상관없다, 돈때문에 고민중인거면 넌 진심으로 원하는게 아니다 등등 이야기를 하지만..
인생은 혼자 사는것이 아니기에 학문이 아닌 소위 말해 돈을 벌 수 있는 과를 고르는것도 충분히 가치있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학문을 갈망하는 학생들에게 큰 고민거리인 주제같아요
나는 뭘 하고 싶은가
나는 뭘 하기 싫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