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오리 [823972] · MS 2018 · 쪽지

2019-06-03 2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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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오고서 알게된 서울대에 와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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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오기 전에는 과연 서울대를 가는 것이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가기를 희망할 뿐, 서울대가 나에게 내가 가장 많은 것을 배우거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지는 나로써는 몰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느 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지 대중에 휩쓸려 서울대를 가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었다. 남들이 간다고 따라간 길이 낭떠러지일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하지만 어찌저찌 나는 서울대를 선택하고 서울대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왜 서울대에 와야되는지 알게 되었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어떠한 지식을 전달하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교수님이 무엇을 가르치든 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익숙치 않았다.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카톡에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마침 여친이랑 헤어지면서 연락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카톡을 하다보면 수업은 끝났다. 누가 내 앞에서 수업을 하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공부를 하지 않는데, 누가 수업을 하는지가 무슨 의미이겠는가?


교수님이 누구이든, 교수님이 무엇을 가르치든 나는 그것을 듣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인데, 어느 대학이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지가 무슨 의미이겠는가?


서울대에 오기 이전 내가 가졌던 고민은 그렇게 해소되었다. 나에게 서울대가 가지는 교육의 의미는 사라지고, 나에게 남은 서울대의 의미는 그 이름값과 주변 학생들뿐이었다.


서울대라는 이름은 과외에 있어서도, 학원 알바에 있어서도 큰 메리트가 되었다. 심지어 술자리 합석에서도... 서울대생을 잘 보지 않는 분들에겐 잘 노는 서울대는 상당히 인상 깊은가 보다.


그리고 주변 학생들. 동기들과 선배들 중 뛰어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서울대에 합격하고 가장 먼저 느낀 것. 조국의 미래가 관악에 있다면 조국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는 것이었다. 모든 서울대생들이 유능하고 똑똑하지는 않다. 무능하고 어리석은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굉장히 유능하고 굉장히 똑똑한 사람은 서울대에 존재한다는 것, 여태 내 주변에서 본 사람들과는 다른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학교에 와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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