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에 남기는 마지막 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5201133
저는 서울대생이라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입학 직후부터 지금까지 쭉.
제가 서울대생임을 최대한 밝히지 않으려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만함임을 느낍니다.
사실 서울대생임을 누구보다 드러내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서울대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특별한 학교가 맞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가장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그 학교에 속한다고 해서 그 학생들이 되는 것이 아님을 머리로는 알아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적이 안 좋아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서울대생이니까요.
부끄러워졌습니다.
불성실하고 배움이 부족했던 것이니까요.
필요없다고 공부를 안한 과목도 있었습니다.
그 과목 성적이 안 좋아도 전 잘 살 수 있으니까요.
부끄러워졌습니다.
필요로 학문의 가치를 따지는 우를 범했으니까요.
말로는 순수한 지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저 역시도 순수한 지식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수능이 11일 남았습니다.
여기서 또 많은 분들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시면 축하에 이어 가장 먼저 들을 이야기 중 하나는 안 좋은 성적에 낙심하지 말라는 것일 것입니다.
괜찮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네. 낙심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보다 좋은 성적을 받은 학우들은 여러분의 경쟁자가 아닌 동료들입니다.
좋은 동료를 가진 것에 기뻐하십시오.
그러나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들은 동료일 뿐 여러분 자신이 아닙니다.
성적에 목숨 걸라는 것도 아닙니다.
술도 마시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죠.
이 속에서 얻을 것도 있습니다.
그냥 그저 확실히 놀든 공부하든 하자는 것입니다.
공부를 외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많은 생각이 들다보니 정리가 되지 않아 글의 개연성이 떨어졌을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수능과 관련되지 않은 글을 올리는 것이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 대한 반성을 하고 싶었고, 저와 같이 어리석고 오만한 소수의 후배님들께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를 다닙니다"
이 말에 부끄러움도 자랑스러움도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제 학교에 대한 사랑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합리화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할 때는 하는 학생이고 싶습니다.
후배님들 미리 합격 축하드리고 후회 없는 학교 생활해봅시다.
'ㄱㅁ'이라는 말을 쓰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에 공감하지 못하는 저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ㄱㅁ'이라 말하지 못했습니다. 'ㄱㅁ'이라는 쉬운 말로 저 자신의 떳떳하지 못함을 더이상 덮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르비에 마지막 글을 쓰리라 결심하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저는 경제랑 정외예요
-
철학은 형이상학인가요?
-
내 이미지 진짜 이럼? 16
흠.
-
적어도 고1때 선행할 걸 겨울방학 때 물1 역학 화1 1단원 생1 유전 공부하는데...
-
여기 올라온 답은 저랑 답이 너무 달라서 제 답 올려봅니다 1-1 pi/12 ,...
-
공부한 거 올리고 그럴거임
-
중딩때 ㄹㅇ 2
수2까지 선행하고 물1,화1 선행하면 인생 편할 듯 과탐 선행빡세면 수2까지...
-
탐구끝나고 퇴실시간까지 폰없으면 정신과시간의방이라길래 챙겨갔었는데 퇴실때까지...
-
결국엔 0
어그로 ㅈㅅ 정시 보고 있는데 작년 기준으로 합격 최종이 상위 70퍼센트라는게...
-
학교 내신기출인데 혹시 답이 뭘까요.. 그리고 문화누리카드는 좁은의미의 문화인가요?
-
올해 국어끝나고 진짜 ㅈㄴ시끄러웠고 밥먹고 영어보는데 밖에서 떠드는거 개빡셌음뇨
-
더싸게할분?? 쪽주세요!!‘ㅜ
-
근데 젠가를 세우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 젠가를 언급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
확실히 이전이랑 운영? 자체가 폼이 달라진듯 올해 좀 기대해봐도 되려나
-
과탐도 선행할 걸 하
-
으악 비온다 3
갈려면한참남았는데...
-
23 물리 1컷 46 25 물리 1컷 47~48추정 이게 뭐죠 대체...
-
ㅈㄱㄴ 사탐 해야할까요 과탐 해야할까요
-
xx대의대 너. 7
내가 눈여겨 보는중.
-
학군지 물리 내신 1등, 교내 물리 경시대회 금상, 고2 학평 물리 올만점인데 수능...
-
어떻게이걸꿈으로가지는지순수하게궁금함
-
옵창 판별해줌 34
댓ㄱㄱ
-
어릴 때 kmo준비도 해보고 영과고 준비 학원가서 빡세게 다녀도 보고 그랬으면...
-
친구만나고옴 0
오랜만에사회적상호작용을 대학로 많이 바뀌었네 1년반만인데
-
올해 시험장에서 현역들이 고군분투할때 한시간 풀고 누워버리는 n수생 한 명을 보면서...
-
https://m.fmkorea.com/?mid=best&document_srl=77...
-
이명학 일리? 신택스? 션티 키스타트? 영어 고정1목표인데 뭐듣는게 좋을까요
-
?
-
I특) 1
사람들이랑 말할때는 즐거운데 돌아오면 기빨렸다는 걸 느끼고 아무것도 하기 싫음
-
남1자가 자존심이 있지
-
망한 인생이 아닐까요
-
가채점표 안 써서 그냥 성적표 뜨는 순간 심장이 콰광 하고 떨어짐
-
연애할 때 메가커피가서 쿠폰적립받고 통신사할인받아서 아메살 남자 레스토랑말고...
-
2년연속 핵불로내놓고 언제그랬냐는듯 시간끌기도없이 힘빼버리니까..후회하게만드네
-
맞팔로우하실분 2
도모다치하실분 있음?
-
정시 재수 목표 2
올해 초에 정시한다고 했는데 1월부터 7월까지 허송세월 보내고 6모 66775...
-
찬우T 교재값 0
올해도 비싸려나 풀커리 타면 거의 50만원정도 나오는거 같던데
-
알람수 589개 10
사실 58932개임
-
나무공장완성 1
마크재밌다 히히
-
썩어빠진세상의마지막이과이기때문이아닐까
-
1. 환산식 자체가 미적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었다는 이유가 궁금함 그러고 확통이...
-
대학 다니면 수능생각이 안나는것도 맞고 존나드는것고 맞는듯.. 0
그냥 모든환경이 입시를 벗어나서 전공과 졸업후의 어쩌고를 얘기하니까 나도 그 템포에...
-
인스타나 만들까 8
그런 거 하다가 수트레스 쌓일까봐 안했는데 흠
-
20km 내에 있는 오르비언 만나기 << 클릭
-
스테이씨 배수민? 닮았는데 모 오르비 호감고닉이 생각나면서....눈 몇 번...
-
고1 3모 국어 1컷 "76" 당시 우리학교 국어 전교 1등 "89"점 이 해에...
-
모 커뮤 보고 하는 말임
-
ㅈㄱㄴ내아는동생의친구의고양이의친구의주인의언니의언니 이야기임
-
어떻게 협력하실건가요
-
22수능 첫 통합수능과 선택과목 체제 역대급 불수능 국어 논란 성불하지 못한 가형...
설대 가고 싶다
2222
의대는요?
ㅋㅋㅋㅋㅋ여기서도이러시넼ㅋㅋㅋ
ㅋㅋㅋ이쯤되면 의심
그건 님이 알바아님
유황오리님 오랜만이시네요.
전에 학벌에 대해 다른방향으로 많이 생각한다고 느꼈는데 좋은 다짐인것같아요.
앞으로 원하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시길 바랄게요.-태리황
의대가시기로했나요?
아니님ㅋㅋㅋㅋ 너무세상을 그리보지마라니깐
ㄹㅇ개욱김ㅋㅋ캌ㅋㅋ
익스트림 의머빌런
이분 설의임 호응ㄴㄴ
이거 읽으니까 워크맨 사람인편 생각나는건 저뿐인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