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생 팽도리 [1221939]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9-23 07:43:09
조회수 2,801

재능과 노력에 대한 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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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재능이 있어야 잘 본다

노력으로는 N등급까지 가능, 그 이상은 재능

꾸준히 공부하는 노력 자체도 재능임


저는 수험생활 동안

위와 같은 말들을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이 글은 단지 위선적으로,

“재능과 무관하게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같이


듣는이로 하여금 솔깃하게 만들고

마치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일시적 행복을 주려 감언이설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알려진 논문과 연구결과 등에 따르면

재능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노력의 범주보다

훨씬 결정적일 때도 있다는 견해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재능에 대한 상당한 지분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지요.


개개인이 가진 재능의 정도는 분야에 따라

모두 다르니 필연적으로 유불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감히 예상하건대 이 지점에서 다수의 수험생분들께서

허무함과 의욕저하를 겪으실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제 모습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요.


성공한 사람들의 수기를 볼 때면 늘상

‘해서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재능이 있으니 그런거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나긴 수능 여정 속의 지금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만 몇 년전과 비교하여 

조그마한 사고의 변화가 생겼다면


곰곰히 생각해보니 성공한 사람들의 수기는

다분히 결과론적 관점인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겁니다.


즉 성과를 얻은 사람들도

노력하는 과정에서는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한 번쯤 재능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만족하는 입시결과를 얻은 모두가

과연 수험생활 와중 단 한 번도 본인의 재능에 대한 의구심 없이

불안 없는 확신을 가졌을까요?


단연 그렇게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막연한 의심과 불안함은

책상 앞에 앉아 스스로 고뇌하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차츰 희미해졌을 테니까요.


노력이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으니

‘나는 하면 되는 사람이구나’라고 후차적으로 말하는 것이지


시작부터 ‘나는 하면 무조건 된다’는 

확신은 그 누구도 어디에서도 얻기 힘들고


설령 있다 해도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N수 진입여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과연 내가 1년 더 공부를 해서 유의미한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은 


자금과 시간이라는 리스크가 있으니

재능괴 결부하여 충분히 따져볼 만 하나,


이미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 시점 이후부터는

더 이상 본인의 영역 내에 있지 않게 됩니다.


불편한 진실일 수 있지만 재능의 차이는

바꿀 수 없는 초기값이나 마찬가지임을 인정하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에 최대한 투자하자는 겁니다.


물론 지난 제 4년을 돌아보면

꼭 노력의 양에 비례하여 결과가 나오지는 않더군요.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과정에서의 노력은

재능의 차이로 인한 회의감을 품으며 

무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보다는


결과값의 상/하방을 높이며,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데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했는데 재능이 없어 성적 안 오르면 도루묵 아니냐?“


반문하신다면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결과적으로 의미 없는 과정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도루묵인지 아닌지는 결과를 까봐야 아는 것이지,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성적에 기여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 외에는 없기에


조금이나마 현재에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행위를 함이 현명하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불변 상수인 재능은 두고

변수들을 최대한 컨트롤하여 내가 가능한 능력 안에서

최대의 성과를 뽑아내보자는 겁니다.


재능이 월등한 다른 수험생과

비교하여 우울할 수는 있겠으나


성적은 불변값인 상수끼리 비교한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노력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변수까지 모두 포함하여


최종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니 

남은 시간 결과를 바꾸는데에 최선을 다해 봅시다.


글 작성하며 파편화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스스로 다시금 결의를 굳히는 계기가 되었네요.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정해진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견해을 담은 글이라 동의하지 않는 분이 계실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생각의 노선과 무관하게 저를 포함한 회원분들,

올해 입시에서 만족하는 결과 얻기를 소망합니다


비록 당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이라도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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