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드 [1220944]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5-18 21:29:10
조회수 11,196

내가 그날 이후로 인강을 절대 안 듣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023116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 않으니, 꼭 읽어보자.

수학 하나 더 푸는 것보다는 쓸모 있을 거다.




공부법을 가르쳐보면 두 부류로 나뉜다.

A: 기가 막히게 흡수하고, 말도 안 될 정도로 성적 올려버림.

B: 놀라울 정도로 하나도 변화 없음.




경험상 중간이 잘 없다.

도대체 무슨 차이 때문일까?




차분하게 지난 몇 년간 만난 학생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답을 얻었다. A와 B의 가장 큰 차이.

그건 ‘활자 감수성'이다.





A 유형은 책에 익숙하다.

아무리 매혹적인 강의가 많이 나와도,

결국 자기가 진득하게 보는 책 한 권이 있다.




B 유형은 활자를 다룰 줄 모른다.

강사가 귀에 지식을 때려 박아주는 게 쉬우니까,

끝까지 그렇게만 공부한다.




그런데 음성은 뇌에 각인되지 않는다.

전달력 좋은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지만,

그건 그냥 일시적인 쾌감이다.

기억에는 시각적 이미지가 가장 유리하다.




음성은 빨리 휘발되기 때문에 이해에도 불리하다.

빠르게 휘발된 지식은 이해가 깊어지지 않는다.

처음에 지식을 ‘인지’했다면, 반복해야 ‘이해’로 넘어간다.




음성은 한 번 지나가면 끝이다. 내 마음대로 반복할 수 없다.

앞으로 돌리는 기능이 있지만, 눈알을 굴리는 것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지식은 활자화해서 요리조리 곱씹어야 비로소 이해가 깊어진다.




또한, 활자는 능동적이지만 음성은 수동적이다.

활자는 내 사고 속도대로 읽는다.

그러나 음성은 뇌가 멈춰 있어도 흘러간다.

내가 주체적으로 사고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꼰대 같이 들리겠지만,

요즘 학생보다 예전 분들이 공부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는 논술 강사님이 있다.

의대 논술 수업 중 이런 말을 하셨다.

“왠지 모르겠는데, 애들이 갈수록 수학을 못 해.”




그땐 그 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옛날엔 좋은 강의도 없이 책으로만 공부했고,

요즘엔 1타 강의를 전국에서 다 듣는데,

요즘 학생이 압도적으로 잘할 거 같은데?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아님을 안다.

활자가 학습에 주는 유용성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1타 강사 강의를 듣고 뽕에 차오르는 것보다,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숙달하는 게, 결론적으로 더 낫다.



공무원/전문직 같은 성인수험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고시 합격자들은 ‘책’을 다루는 스페셜리스트였다.

그런데 사교육 시장이 커질수록 학생들은 퇴화한다.




인강 커리를 따르느라 활자로 공부하지 않고,

어쩌다 책을 봐도, 핵심 연결 고리가 다 빠진 요약서를 본다.




활자를 다루는 능력은 점점 퇴화하고,

공부 능력치도 떨어진다.

모든 시험은 결국 활자로 치르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법을 글로 전달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공부법은 추상적이라서 여러 번 곱씹어야 한다.

그런데 음성은 한 번 지나가면 복기하기 어렵다.

눈을 왔다갔다 하면서 반복할 수 있는 활자와 다르다.




공부법은 유튜브보다는 글로 배우는 게 낫다.

그래서 난 의대에서 습득한 '공부법'을 모두 글로 정리한다




다음의 칼럼에 내가 깨달은 점을 정리해뒀다. https://orbi/medchan19/223034590100

내 모든 사고방식의 기저에는 이런 사상이 밑받침 되어 있다.




결론: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활자감수성을 키우자.




난 별거 아닌 학생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공부를 꽤 잘하게 되었다.

근데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래서 공부법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늘 있다.

“아니 그거 니가 원래 똑똑한 거라니깐...”

그 사람들은 그냥 계속 그렇게 살면된다. 딱히 할 말이 없다.





오늘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0 XDK (+1,000)

  1.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