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723230]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2-12-30 03: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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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수 후기 +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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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근무 중 올해 수능을 치뤘습니다)

(부모님은 반대하셔서 지원은 안받고 제가 알바와 막노동으로 벌어서 자비로 공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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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부정확으로 국어 끝나고 시험 포기 후 나왔습니다. - https://orbi.kr/00025363630


전 정말 수능, 아니 시험이랑 안 맞는 걸까요 - https://orbi.kr/00033470118


4반수후기)생리학적 한계. - https://orbi.kr/00033546564




지금 대학교에 입학할 때 사실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재수해서 들어온 건데 재수 성적이 현역 때보다 더 떨어졌거든요.


사실 그 땐 나름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 좀 억울하고 납득이 안갔습니다. 


제가 성인 ADHD라는 것을, 강박증과 우울증이 매우 심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재수가 끝나고 나서였습니다. 독학학원에서의 루틴이 저의 정신과적 질환을 더욱 악화시켰고, 자연스레 성적의 저하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아무렴, 어떻게 합니까. 대학은 가야했고 그래서 사실 들어온 곳이 지방사립 전화기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교에 들어와보니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열심히 하고 연대감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학교를 자퇴 안하고 계속 다녔던 것 같습니다. 학교 공부도 손놓지 않았구요.


하지만 역시... 제 한계를 부숴보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했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능을 계속 봤습니다.


하지만 ADHD와 강박증, 불안증이 만성적으로, 중증으로 있던 저한테 수험생활과 시험은 정말, 최악으로 맞지 않았습니다. 


시험만 보면 지적 수행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고, 정상적인 논리적 사고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 공부습관 잡는 것도, 꾸준히 공부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ADHD와 불안증의 특성상 생각에만 포커스가 가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굉장히 어렵거든요. 저같은 이들이 생각이 행동으로까지, 실천으로까지 이어지는 메커니즘은 일반인들과 다릅니다. 단순 의지의 문제가 아닌, 더욱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너무 길어지겠네요,,,


아마도 여러분은 시험에서 제 머릿속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저만 알고 있는 근원적 고독의 영역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증상이 이러하니 정신과를 가도 약 처방 이외에는 도움이 거의 안되었습니다. 제가 모두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하고, 정말 수도없는 시행착오와 데이터를 쌓아 스스로를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3수, 4수를 계속 했습니다. 


실패와 좌절의 반복이었고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포기는 안했습니다.


가슴에 모두들 낭만과 이상 한 줄기 정도는 가지고 살지 않습니까. 저에게 이것은 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과거에 사로잡혀있다고 질타해도, 친구와 지인들이 이젠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해도 저에게 이건... 뭐랄까 "꿈"이었습니다.


나를 극복하고 더 각성한 내가 되는 것.


제게 수능 도전은 단순히 입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게 올해 5수를 했고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성껏 질문과 쪽지에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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