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반수후기)생리학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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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이 생각밖에 안든다.
내 인생의 모든 걸 쏟았거든.
머리가 좋아도,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도
내 뇌는 수능이랑 맞지 않는 걸까.
생리학적인 메커니즘이 짜여있는 것 같다.
수능=>신경계 이상=>정상적 사고 불가능, 사고력 및 처리속도 저하
신경계 이상이라는 게 여러분들의 긴장이랑은 좀 다르다.
본인은 정신과 공익을 받았다. 군면제 신청까지 갈 수준이였지만 공익을 택했지.
고지능자이지만 ADHD와 불안증과 강박증이 심해서 먹는 정신과 약만 5종류가 넘어.
...
뭐 얘기해봤자 나만 이해할 수 있는 근원적 고독의 영역이라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이런 글 싸지르는 것도 솔직히 좀 민망한 부분이다. 약간은 관심받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마음의 공백 한 켠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것 또한 내가 정말 4수 동안 노력을 많이 했기에 존재하는 마음이겠지...
글이 왜이리 두서가 없을꼬. 아, 나 지금 혼란스러운가 보다. 항상 이성적이여야 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만큼은 그게 안되나보다.
사실 많은 걸 바란 게 아니였어.
난 그냥 내가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걸 '객관적'인 '결과'로 증명해내고 싶었어.
남들의 인정.
그래....겨우 그것이 날 4수동안 죽도록 뛰게 했는데...
이번에도...
이번에도...
이번에도.
항상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수능 날 내가 잠에 깨었을 때 하늘은 먹구름이었다.
그 때 어쩌면 난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작년과 똑같은 분위기, 공기. 신체적 리듬.
신체적 리듬. 약간의 공황과 어지러움, 현기증.
택시기사에게 애써 웃으면서 잘보고 오겠다고 했지.
근데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의 느낌이었던 건 왜일까.
입실 때 떨리지 않았던 건 본능적으로 신체가 체념했다는 것일까.
국어시험 시간.
모의평가 때는 꽤나 흥미로운 정보들의 집약체 정도로 시시하게 보이던 지문들이
의미없는 한 글자, 아니 한 음운들의 군집으로밖에 안 보인다.
머리가 핑핑 돌고 내 이성적 자아는 없다. 내 스스로가 컨트롤이 안된다.
머릿속에 정보가 들어오고 정리되는, 내가 체화시킬려고 그렇게 국어를 연구하며 연습한 거의 무의식적일 정도로 빠르고 본능적인, 그 일련의 과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내가 체화한 사고 방식과 행동영역과 루틴은 사치의 영역이다.
난 내 이성적 자아부터 잡아야했다. 그런데,
그렇게 1교시가 끝났다.
평소엔 고정적으로 90후반에서 100이었지만
항상 수능 땐 이런다.
아-
정녕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생각밖에 안든다.
내 인생의 모든 걸 쏟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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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라도 털어놓으세요...
강박증... 사람 미칩니다. 진짜로... 고생하셨어요. 남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지네요... 저도 어제 4번째 수능 봤는데 그냥 다니던 데로 돌아갈 듯해요. 남은 인생에서는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고생하셨어요 진짜...
30살?
99
진짜 눈물나는 내용입니다
저도 강박장애를 앓고있어 수능때만 되면 뇌적 메커니즘이 급락하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약을 쓰고도 있고, 남들에게 내가 겪고있는 비이성적인 생각 알고리즘을 설명하기에는 아무도 이해를 못할 것 만 같아 그냥 혼자 김내해내는 그 감각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다섯번째 수능을 치렀고, 평소보다 역시나 떨어지는 성적이었지만 매해 조금씩 강박증을 나의 일부로 여기 훈련을 통해 시험장에서 오는 공황에대해 대처하는 시물레이션을 오랜기간 해와서인지 한의대를 갈 점수 정도까지는 극복해냈습니다
저는 올해 여섯번째 수능을 도전할거고,
당신의 글을 읽고 왠지모른 서글픔이 아려오네요
글쓴이가 언제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탈퇴하셨지만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