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가망없나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2-11-08 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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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레의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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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9이니 '아홉 날'을 뜻하는 '아흐레'의 어휘사를 알아보자.


'아흐레'의 '아흐'만 봐도 '아홉'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아흐레'는 '아ㅎㆍ래'로 소급되며 17세기까지 이 형태로 쓰이다 아래아의 음가 소실로 인하여 제2음절에서 ㅡ로 변하였다. '아흐래'로 쓰이다 18세기에 '래'가 '레'로 바뀐 '아흐레'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ㅐ'와 'ㅔ'가 단모음화한 이후에 일어난 변화로 추정된다. 그 당시에는 'ㅐ'가 'ㅔ'와는 꽤나 분명히 달리 발음되었을 텐데 특이한 변화이다. '이레'에 이끌려 '레'라는 형태가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렇게 '아흐레'라는 단어가 정착하였다.  그리고 'ㆎ'와 'ㅐ'의 발음이 같아진 근대 국어 시절에는 '아흐래'가 '아흐ㄹㆎ'라는 이형태로 쓰이기도 하였다. 


이 단어를 쪼개서 분석해 보자. '아ㅎㆍ래'의 '아ㅎㆍ' 또는 '아'는 '아홉'의 뜻일 것이나 여기서 '래'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래'가 붙은 건지 아니면 'ㅇㆍㄹ'이 붙고 그 뒤에 '애'가 붙은 것으로 볼지 등의 의견이 있다. 그러나 '래'가 日의 뜻으로 쓰였다는 근거도 없고 그 당시에 있던 어휘를 보면 '래'와 비슷한 음을 지닌 어휘가 日의 뜻을 갖고 있진 않았다. 


오히려 '일흔'이나 '아흔, '여든'을 보고 '래'나 '애'가 바로 붙은 게 아니라 그 전에 'ㅇㆍㄹ'이 붙어서 '日'의 뜻을 더해 준 뒤 '-애'가 붙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예 '-애'가 日의 뜻을 지녀서 '여드레'나 '아흐레'를 각각 '여ㄷㆍㄹ'과 '아ㅎㆍㄹ'에 '-애'가 붙은 것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여든'이나 '아흔' 등의 형태를 통해 중세 혹은 고대 말의 어근을 '엳'이나 '아(/또는) 아호' 정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ㄹ이 삽입된 형태에 '-애'가 붙었다고? 그리고 그 ㄹ이 삽입된 형태가 단순히 '여덟'과 '아홉'을 뜻했고? 그닥 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 오히려 두 가지의 형태소가 연속적으로 붙은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애'가 日을 뜻했을 수는 있지만 바로 '-애'가 붙었다고 하기 전에 'ㄹ'을 설명할 방식을 먼저 제시하야 한다.


즉 '아홉'을 뜻하는 형태소에 ㄹ을 더해 줄만한 형태소 'ㅇㆍㄹ'이 붙고 거기에 '-애'가 붙어 '아ㅎㆍ래'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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