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RSER [980159]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2-06-25 02:52:02
조회수 8,579

삶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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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인스타 작가님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연기’라는 단어는 왜 부정적이라고 생각이 들까?

‘거짓된' 것이라는 반감일까?

내 모든 삶은 거짓이었나 보다.

스스로 '진심'이라고 생각되는 인생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진심'을 목표로 하여 살아왔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작가님의 말마따나,


나의 비극조차, 열정조차 완벽하게 연기하면

나의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더 무수히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을

온몸을 다해 연기하던 것이 아니었을까.



돈키호테는 꿈 속에서 살아서, 꿈을 통해 존재했으며, 꿈을 위해 존재했다.


사실 돈키호테는 정말 미친 것이 아니라, 꿈을 쫓는 미친 자를 연기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사람들을, 공주를, 작가를, 독자를,

결국은 자기 자신을.

속여냈던 것이 아닐까.

진정한 연기로써, 본인의 존재를 규정하였던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들이다.


나도 나를 연기하자.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정말 의사가 되기 위해 다니던 인서울 공대를 자퇴한 삼반수생.

정말 원하던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다고 믿는 말 안대 쓴 경주마.

정말 뭐든 견디고 버틸 수 있는 멘탈을 가진 사람.

정말 격일로 잠을 자며 공부할 수 있는 학생.


인척,


극의 전,중,후반 어디에서든지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척,

극 중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우는 연기를,

극의 말에서는 기가 막힌 서사시를 뽑아내는 플롯을,

그 누구보다 정교하게 연기해내자.


그게 ‘나’이며, 곧 ‘나’의 서사임을 안다.


호접지몽의 유래 자체가 덧 없어 보인다.


나비라고 믿었을 때의 자신은 나비임을,

꿈이라고 믿었을 때의 자신은 꿈 속임을,

격렬하게도 억지로 증명하고 천착하면 된다.

외연이 곧 내포라고 믿어버리면 된다.

겉을 규정하여 속을 구축하자.


내 오늘을 연기하자.

나 자신을 정교히 속여내자.

넌 돈키호테다.



저기 풍차가 있다.


격일로 밤을 지새고,

미로같은 문제들을 헤치며,

오개념들을 역설하며,

머리부터 찧는다.



오늘 찧고 빻아 찍어낸 내 연기 포트폴리오는,

열품타 색상으로 환산된다.


으레 짙어진 색상은, 아직까지는 차도가 없다.


스터디 카페 CCTV가 내 연습량을 증명한다.

연기력은 풍차가 증명해 줄거다.



내가 공부하여 연기하는 새롭게 설정된 돈키호테는,


올해 풍차를 쓰러뜨리고,


공주를 얻는다.


내가 그리 정했다.




REMORSE + ER.

자책하고 죄책하는 사람이라고 지었다.

낯 부끄러워도, 내 당찬 포부와 출사표를 던진다.


이 글이 뻘글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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