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2)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5493918
면경(面鏡)
철필(鐵筆) 달린 펜축(軸)이 하나. 잉크병. 글자가 적혀있는 지편(紙片) (모두가 한 사람 치)
부근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읽을 수 없는 학문인가 싶다. 남아있는 체취를 유리의 ‘냉담한 것’이 덕(德)하지 아니하니 그 비장한 최후의 학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사할 길이 없다. 이 간단한 장치의 정물은 ‘투탕카멘’처럼 적적하고 기쁨을 보이지 않는다.
피(血)만 있으면 최후의 혈구 하나가 죽지만 않았으면 생명은 어떻게라도 보존되어 있을 것이다.
피가 있을까. 혈흔을 본 사람이 있나. 그러나 그 난해한 문학의 끄트머리에 ‘사인’이 없다. 그 사람은——만일 그 사람이라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사람이면——아마 돌아오리라.
죽지는 않았을까——최후의 한 사람의 병사의——논공(論功)조차 행하지 않을——영예를 일신에
지고. 지리하다. 그는 필시 돌아올 것인가. 그래서는 피로에 가늘어진 손가락을 놀려서는 저 정물을
운전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결코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지는 아니하리라. 지껄이지도 않을 것이다. 문학이 되어버리는 잉크에 냉담하리라. 그러나 지금은 한없는 정밀(靜謐)이다. 기뻐하는 것을 거절하는 투박한 정물이다.
정물은 부득부득 피곤하리라. 유리는 창백하다. 정물은 백골까지도 노출한다.
시계는 좌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무엇을 계산하는 ‘미터’일까. 그러나 그 사람이라는 사람은
피곤하였을 것도 같다. 저 ‘칼로리’의 삭감——모든 기구(機構)는 연한(年限)이다. 거진거진 잔인한
정물이다. 그 강의불굴(强毅不屈)하는 시인은 왜 돌아오지 아니할까. 과연 전사(戰死)하였을까.
정물 가운데 정물이 정물 가운데 정물을 저며내이고 있다. 잔인하지 아니하냐.
초침을 포위하는 유리덩어리에 남긴 지문은 소생하지 아니하면 안 될 것이다——그 비장한 학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하여.
자화상 (습작)
여기는 도무지 어느 나라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거기는 태고와 전승(傳承)하는 판도가 있을 뿐이다. 여기는 폐허다. ‘피라미드’와 같은 코가 있다. 그 구녕으로는 ‘유구한 것’이 드나들고 있다. 공기는
퇴색(褪色)되지 않는다. 그것은 선조가 혹은 내 전신(前身)이 호흡하던 바로 그것이다. 동공에는
창공이 응고하여 있으니 태고의 영상의 약도다. 여기는 아무 기억도 유언되어 있지는 않다. 문자가
닳아 없어진 석비처럼 문명의 ‘잡답(雜踏)한 것’이 귀를 그냥 지나갈 뿐이다. 누구는 이것이
‘데드마스크’(死面)라고 그랬다. 또 누구는 ‘데드마스크’는 도적맞았다고도 그랬다.
주검은 서리와 같이 내려 있다. 풀이 말라버리듯이 수염은 자라지 않는 채 거칠어 갈 뿐이다. 그리고 천기(天氣) 모양에 따라서 입은 커다란 소리로 외친다——수류(水流)처럼.
월상(月傷)
그 수염난 사람은 시계를 꺼내어 보았다. 나도 시계를 꺼내어 보았다. 늦었다고도 그랬다.
일주야(一週夜)나 늦어서 달은 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심통한 차림차림이었다. 만신창이 - 아마 혈우병인가도 싶었다.
지상에는 금시 산비(酸鼻)할 악취가 미만(彌蔓)하였다. 나는 달이 있는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나는 걱정하였다——어떻게 달이 저렇게 비참한가 하는
작일의 일을 생각하였다——그 암흑을——그리고 내일의 일도——그 암흑을——
달은 지지(遲遲)하게도 행진하지 않는다. 나는 그 겨우 있는 그림자가 상하(上下)하였다. 달은 제
체중에 견디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리고 내일의 암흑의 불길을 징후하였다. 나는 이제는 다른 말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나는 엄동과 같은 천문(天文)과 싸워야 한다. 빙하와 설산 가운데 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달에 대한 일도 모두 잊어버려야만 한다——새로운 달을 발견하기 위하여——
금시로 나는 도도한 대음향(大音響)을 들으리라. 달은 추락할 것이다. 지구는 피투성이가 되리라.
사람들은 전율하리라. 부상(負傷)한 달의 악혈 가운데 유영하면서 드디어 동결하여 버리고 말 것이다.
이상한 귀기(鬼氣)가 내 골수에 침입하여 들어오는가 싶다. 태양은 단념한 지상 최후의 비극을 나만이 예감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드디어 나는 내 전방에 질주하는 내 그림자를 추격하여 앞설 수 있었다. 내 뒤에 꼬리를 이끌며 내
그림자가 나를 쫓는다.
내 앞에 달이 있다. 새로운——새로운——
불과 같은——혹은 화려한 홍수 같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
3시 수면열차 ㄹㅇ로 출발 0 0
꺼야제 댓글 대답 아마도 못한다
-
비갤관련 뭔 사건이 있었구나 0 0
메인 이제야봄
-
. 1 1
ㅋㅋ
-
ㄴ이사람 병신임 4 0
ㄹㅇ
-
솔직히 술 안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군것질도 안 하고 운동 자주 하는거 아니면...
-
ㄴ 마지막으로 아사람 의대감 3 0
-
현직교사 중 40살 처먹고도 6 1
시야 좁고 인생 쉽게 보는 사람 많음 특히 여교사가 심함 애초데 반경이 적은데...
-
내 동생이 나보다 발이 큼 0 0
ㅈㄴ 슬프노
-
이대 내가 문과 여자면 5 0
중은 몰라도 경외시는 버릴 거 같음 자교 로스쿨 위상이 ㅈ댐
-
ㄴ계약학과 갈거임 0 0
ㅇㅇ
-
오르비 중복닉 되나요? 4 1
전에 똑같은 닉 두 명 본 것 같은데 동시에 바꾸면 되는건가
-
지과 고수님들 좀알려주세용 1 0
식현상 문제개념인데 잘 이해가안가요ㅠㅠ 왜 t2 관찰부터 t24 관찰까지...
-
이분은 프사를 자주 바꾸시네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었네 심지어 둘다 센츄라서 동일 인물인줄
-
ㄴ고려대 갈거임 0 0
ㅇㅇ
-
ㄴ연세대 갈거임 2 0
ㅇㅇ
-
솔직히이대가 10 2
그렇게막와막ㅇ막막.그런건아닌데 심하게.내려치기당하는꼴을몇번보긴함 본인은 현역으로...
-
ㅇ 2 0
ㅇ
-
엽떡맛은 뭐임
-
ㄴ 서울대 갈거임 0 1
-
지방교대 역대급 꿀통인데 4 1
연고 점수로 설교 간 나도 가만히 있는데 건동홍-국숭세단 점수로 지방교대 머리로...
-
와우
-
ㅇㅈ 1 0
-
이대 어느정도임? 4 0
중경외시랑 건동홍 사이?
-
오듣노 46일차 0 0
Mrs. Green Apple - Cheers
-
진짜 국어 어케 잘하지 13 0
연고 노릴라면 진짜 국어 높2만 떠줘야하는데 ㅅㅂ
-
사실 산전수전 다 겪은 입장에서는 교대 훌리는 애교로 보일 수밖에 없는게 17 5
그동안 ㅇ대 ㅅ대 ㅍ대 ㄱㄱㅇ ㅈㄱㄱ ㄱㄷ ㄱㄱㄷ ㅇㄹㅋ ㅇㅊㄷ ㄱㅊㄷ의 정병 농도...
-
오랜만에 ㅇㅈ 0 0
명
-
탐구별 배울때 풀때 채점 4 0
-
ㅇㅈ메타 ㄱ 0 0
ㄹㅇ
-
대치에서저를발곀하세요 1 1
사진은많이올림
-
생각해보니 0 0
여의도 갈일이 딱히 없었네 그동안
-
폰질때매 잠을못잠 0 0
내일 관독에 하루종일 쳐박혀야되는데
-
배아프다 0 0
파묵기
-
ㅇㅈ 3 0
-
언론사에서 가끔 여의도의 몇배면적 이러는데 감이잡힘? 도통 감이 안잡히는데 여의도...
-
사탐...사탐...사탐.... 4 0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거들어보셈 1 1
-
7덮 세지 리뷰 2 0
시간은 딱히 안 재긴했는데 10-15분 정도 걸린 거 같네요 집모라 의미는 없다만...
-
새벽의 장점 4 3
1. 길에 사람이 없다 2. 길에 사람이 없다 3. 길에 사람이 없다
-
7모이지랄나니까우울해 7 0
국어를잘하고싶어요 기하를다맞고싶어요 사문개념을끝내고싶어요
-
난 초딩때부터 지금가지 연하가 취향이었음
-
난 또 엄빠 싸우는데 0 1
자살하고 싶가 진짜
-
통통쌍사로 3 0
과탐 가산 뚜까패고 연대자연 쟁취하여 새로운 적폐가 되어보자
-
간만에 노래들으려는데 4 0
뭐 들을만한거없나
-
새르비는 맞팔 잘 안구해지네 11 1
맨날보이던놈들만있어서 너말이야 너
-
십지선다vs옵티마vs사만다 3 0
윤성훈 십지선다 최적 옵티마 사만다 엔제 중에 하나 하려는데 사문이 선지는 쉽게...
-
사문1주일안에완성가능? 4 0
나 1단원만들음ㅇㅅㅇ
-
270622 해설 보충(k값이 겹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0 0
수열 {a_n}은 a_1 = 1, a_3 = 4 이고 모든 자연수 n에 대하여...
-
공대 갈건데 2 0
물리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