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ji_Zero.M.D. [14661] · MS 2003 · 쪽지

2014-11-25 16:59:13
조회수 1,816

분위기 많이 다르네요 예전이랑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115802

확실히 오르비 초창기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학부모님들도 엄청 많이들 오시는 것 같고...

무엇보다, 먼저 의업의 길을 걷는 사람들 의견이 이렇게까지나 훌리짓으로 매도당하는게 적응이 안됩니다.

사실, 이 게시판에서 유명하신 선생님들께서 하시는 말씀 중에 적어도 의료계 상황에 대한 건 틀린건 없어요.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걸 인정하기 싫은 것 뿐이죠.
지원하기 전에 그런 것들을 알고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하는 이야기들인데 왜들 그렇게 몰라주시는지...

저만해도, 대학 다닐땐 이런 거 신경도 안썼습니다. 잘 모르기도 했구요.
그저 좋은 후배들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만 컸기 때문에 전망이 어떻다 미래가 어떻다 따위의 얘기는 일절 하질 않았죠.
근데 면허따고 의사생활 시작하면서, 그리고 이것저것 소소하지만 대외활동도 몇가지 하면서 본 의료계 현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거랑은 많이 달랐어요.

지금도 제 주위 친구들은 의사들은 다 외제차 몰고 큰집 살고 그러는 줄 알아요.
정장 제 주변 의사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아는 개원의, 교수님들 중에는 그런 분들 손에 꼽을 정도인데...
물론 일정 수준의 수입은 되지요. 
하지만 막연히 의사 하면 상상하는 그런 것들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라는 겁니다.

어느 직업이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의사가 되는 것 역시도 많은 노력과 시간, 돈이 필요하고, 과거와는 달리 그 보상이 점점 줄고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을 왜 그리들 싸우시는지...

지원하는 거 안말립니다.
근데 원서 쓰기 전에 그런건 알고 계시라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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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학교 선택에 대해서 간단히 개인적인 생각을 써 볼랬는데, 잠시 딴데로 샜군요.

학교 선택에서 고민이 많으실겁니다.
뭐, 시원하게 서울대 갈 성적이 되면야 서울대 가면 되지요.
근데 그게 안되니 고민을 하는 거겠죠?

저는 소위 말하는 지방 사립대, 즉 '지잡대' 출신입니다.
그점 감안하시고 읽어주셨음 하네요.

우선, 오르비의 수험생 및 학부모님들은 대부분 학교 선택 기준을 '전공의 TO'로 잡으시던데, 사실 그건 고려요소 중 상위에 포함시키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병원 TO가 많아도 결국 졸업할 시기에 성적이 좋은 사람이 원하는 과를 먼저 채간다는건 똑같거든요. 
어느 학교를 가든, 학교 내신이 좋고 인턴 성적이 좋으면 웬만한 과는 다 노려볼 수 있어요.
근데, 내가 1등으로 졸업하고 인턴도 A턴인데, 마침 내가 지원하려는 과에 다른병원 교수 아들내미가 꽂히면 그건 답 없는겁니다. 더군다나 그 교수 아들내미가 성적도 나랑 비슷한 경우에는 더더욱 끝이죠.
아직도 성적보다 빽이 우선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그건 지금 상황에서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또, 의대 지원 무렵 나는 무슨 과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보통 가지고 가는데, 장담컨대 그거 거의 다 바뀝니다. 아무리 못해도 임상실습까지는 돌아 봐야 대략 가이드라인이 나와요. 그런데 어느 학교 어느 병원의 무슨 과 TO를 본다는 건지...

여튼, 이러한 이유로 TO 등을 이유로 어디가 좋고 나쁘다 판단하는 건 좋지 않은 듯 합니다.
대신, 학교의 역사(가 길면 동문이 많고 선배들도 많을테니)가 어떤지, 장학금 제도는 어떤지, 학비는 얼마나 하는지,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곳인지, 그런 것들을 고민해서 결정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과를 정하고 수련을 받는 건, 극히 일부 마이너 과를 제외하면 어떻게든 가능은 합니다. 꼭 모교 병원에 남을 필요가 없어요. 극히 일부 마이너 과도 졸업 성적, 인턴 성적이 좋으면 학교와는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레지던트 생활 끝나고 의사 접을 거 아니잖아요?
수련 끝나고 날 끌어줄 수 있는 선배가 많을수록 전문의로서 일을 시작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굳이 예를 들자면, '중앙대랑 경희대랑 어디가 더 좋을까요? 이유랑 같이 말해주세요' 등의 질문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얘깁니다.


글은 길어졌는데 딱히 내용은 없는 것 같아 간단히 요약하면
1. TO갖고 학교 고민하는건 시간낭비임
2. 차라리 동문 많고 역사 긴 학교를 찾는게 나아보임
3. 현실적인 것(장학금? 학비? 학교생활의 퀄리티?)을 고려할 것.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4. 여기랑 여기랑 어디가 더 좋아요? 의 질문은 답정너의 정신승리밖에 안되는 질문임


공부 좀 하다 다시 오겠습니다.
수험생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그리고 저 의대 오지말란 소리 안했으니까 싸우지들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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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신 · 415875 · 14/11/25 17:23 · MS 2012

    "어느 직업이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의사가 되는 것 역시도 많은 노력과 시간, 돈이 필요하고, 과거와는 달리 그 보상이 점점 줄고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 까지로 끊으신게 행운이신듯.
    더 나아갔으면 악플에 무지 시달릴뻔. 죽을 뻔 했다는것 아시죠?

  • Taiji_Zero.M.D. · 14661 · 14/11/25 19:57 · MS 2003

    행운이라기보단 의도한 바죠ㅎ
    솔직히 의료계 죽어간대도 일하는거 대비 말고 임금의 단순한 절대치만으로는 아직 상위권이라는걸 부인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이걸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탈교과서적' 진료가 이루어질수밖에 없는지를 아는 우리는 자괴감에 빠지는거고, 아직 그걸 모르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님들은 계속 환상에 빠져 있는거죠.

  • 엘마르 · 470903 · 14/11/25 17:31 · MS 2013

    TO에 대해서는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분들도 많으시고 님처럼 TO상관없이 어차피 낙하산에 내가 좋은과 못가면 쌤쌤이라다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
    어쩃든간 좋은 말씀 감사요 ㅎ

  • Taiji_Zero.M.D. · 14661 · 14/11/25 20:01 · MS 2003

    그 TO라는건 사실 병원의 TO인거지 학교의 TO가 아니랍니다.

    이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知識人™ · 15977 · 14/11/25 17:33 · MS 2003

    오랜만에 오셨네요

    후배들을 위해서 깔끔히 정리됨 좋은 글 써주셨네요

    정리된 부분중
    1.도 중요하지만

    저 역시도 2.3. 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저 두부분을 제일 크게 생각해서 결정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미래의 후배들이 좋은 결정을 해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길 바랍니다

  • 岳畵殺 · 72210 · 14/11/25 19:23 · MS 2004

    1번의 경우 사실 제가 의대 다닐 때까지는 TO는 많으면 좋고 적으면 다른 병원 가면 되지...였는데

    지금은 2017년도 까지 전공의 TO 감축되는 과정 중이라서 감축이 끝나면 왠만한 병원 TO가 대폭 감축될 것입니다. (대부분 의대 지망생들, 이런 소식은 모르죠?)

    그러면 더 이상 지방의대생이 수도권 병원 가기도, 모든 의대생이 인기과 TO 가기도 수월치 않을 겁니다. (원래 이것 가지고 글을 쓰긴 했는데 또 훌리로 몰아 붙일 것 같은 느낌이라 안 올렸습니다.)

    물론 낙하산이나 과별 인기 변화 같은 문제는 항상 있겠지만 일단 TO가 많아야 선택의 폭이라도 넓어지겠죠...

    2번도 물론 중요하긴 한데 결국 그냥 학교 선배가 아니라 '전문의 과 동문 선배'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근데 병원 별로 과 역사가 다 다르니 이건 학생들이 알기 어려운 문제일테고요...

    3번을 사람들이 은근히 고려 잘 안하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 Taiji_Zero.M.D. · 14661 · 14/11/25 20:01 · MS 2003

    전공의 TO는 전국적으로 다 줄이잖아요ㅎ 어차피 여기 계신분들이 수련받을때쯤엔 감축 끝나고도 남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처럼 '의국'선배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학교 결정과는 관계도 멀고 수험생들이 알수도 없죠.

  • 岳畵殺 · 72210 · 14/11/25 20:27 · MS 2004

    전국적으로 줄이고 있긴 한데 '수도권 병원'과 '비필수과' 위주로 줄이고 있습니다.

    Big5 인턴만 해도 2012년도에 비해 이번 2015년도는 70명 정도 줄었습니다. 2017년도 감축 까지 끝나면 한창 많을 때에 비해 100명 넘게 감소될 겁니다. 이 정도면 40명 정원 지방사립의대 2-3개에 해당되는 인원이 줄어드는거죠.

    반면 의대 졸업자 수는 변함이 없으니 지방의대 출신이 수도권 오기는 더 힘들어지는거죠.

    또 비필수과 위주로 줄이다보니 인기 마이너 과 TO는 20% 정도 줄어듭니다. (필수과는 10% 정도) 그런데 보통 필수과는 인기가 없다보니 체감 TO 감소는 더 심하죠.

  • 가고싶다제발 · 535865 · 14/11/26 12:21 · MS 2014

    하필이면 이 시기에 자꾸 그런 글이 올라와서 좀 민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