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174622] · MS 2007 · 쪽지

2014-06-25 23:27:39
조회수 1,703

나는 삼수생 이었고, 그녀는 여고생이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653012

네이트 판과 오르비를 상주하는 1인 입니다. 지난 3월에 이 글이 네이트 판에 올라와서,

오르비분들께 소개해드렸는데, 반응이 폭팔적이었는데, 이 글쓴이가 잠적을 했다가

얼마전에 다시 연재를 하기 시작하드라고요.

6월 모의고사 보고 꿀꿀한 분도 계실텐데, 이런 말랑말랑한 이야기 보시면 힘이 될법도 해서요

이글 올려요~
====================================================================================

 

때는 날씨가 화창한 어느 4월의 금요일.

 

 

나의 신분은 사회와의 단절을 위해 핸드폰 가입을 해제하고 청량리행 첫차를 타고

 

 

노량진으로 학원을 다니고 있는 삼수생중 1명 이었다.

 

 

삼수라는것이 이상하게도, 재수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재수시절에는 친구들과 같이 다니던 노량진 거리에서, 혼자 생활을 한다고 생각을 하니.

 

 

우울증이 걸린듯한 기분 이었고, 노량진역을 향하는 철로 옆쪽에 핀

 

 

만개한 벚꽃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친구들이 대학축제도 오라는것도 다 거절을 하고

 

 

묵묵히 수능 달력 하루하루를 지워나가며 지내던 시기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날은, 유난히 공부가 잘된 하루 였다. 공부 분량을 다 채웠고,

 

 

유난히 기분이 좋아, 사감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종전의 야간자율학습 종료시간인

 

 

10시를 채우지 않고, 8시 경에 중도 조퇴를 했던걸로 기억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에 버스를 타고 가는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들리지도 않는 음악을 듣고 있을 무렵이었다.

 

 

왁자찌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버스가 정차한곳은 어느 고등학교 앞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버스를 타서 그런지

 

 

마침 시각은, 그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시간 이었고, 학생들은 그 버스를 타기 위해서

 

 

서로 밀치며, 앞문 이며 뒷문이며, 밀려들어오기 시작했고, 조용한 버스속에 있었던 나로서는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앞문으로 승차한 주위 친구들에 치여, 홀로 들어 오는 한명의 여고생이 보였다.

 

 

남자들의 로망인, 찰랑찰랑한 긴생머리에, 새하얀피부, 키는 170이 넘는 늘씬한 몸매.

 

 

마치 '진지현'을 보는듯한 느낌이었고, 같이 탄 학생들보다 성숙한 느낌이었다. 

 

 

나의 가슴을 마치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지만, 순간적으로

 

 

나는 삼수생이라는 신분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무렵, 비어 있던 나의 옆자리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앉았고, 나의 얼굴과 귀는 빨개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정말 그녀와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나의 손안에는 핸드폰이라는것이 없었다.

 

 

몇개의 방지턱을 넘으면서도 수많은생각을 했고, 결국은 번호를 알아내기로 했다.

 

 

하지만 핸드폰이 없던 나로서는 번호를 적어달라고 하기에는 창피하였고,

 

 

그녀의 핸드폰을 이용하여, 집에 전화하여,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기로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훗날 그녀에게 물어보았을때,

 

내가 번호를 물어보았다면, 그녀는 거절했을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현명한 선택이었다.)

 

 

'저기요....'

 

정말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얼마나 가다듬었는지 모른다.

 

'네?'

 

'네?'라는 1음절 단어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들었던 어느 목소리보다도 맑았다.

 

'죄송한데 전화 1통화만 빌릴수 있을까요?'

 

이 한마디를 하고 그녀가 핸드폰을 줄때까지 그 1초동안의 시간은 나에게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아, 내가 지금 츄리닝만 입고 있어서 안빌려주면 어떡하지?'

'아. 안경끼고 있는데..'

 

'여기요, 저 통화 얼마 안남아서 짧게 쓰셔야되요!'

 

그녀의 핸드폰은 조금 오래된 기종이었고, 핸드폰 주변에 붙여진 여러개의 스티커는

성숙한 외모에 비해, 그녀도 같은 여고생이라는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나는 예정되로 나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우리집 전화기에 발신자 번호가 찍혔다고 생각한후에

 

 

그녀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고. 그녀는 2정류장 뒤에 하차 하였다.

 

 

집에 빨리 가서 그녀의 번호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도 신호에 자꾸 걸리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평소 발걸음인 걷는것이 아닌, 목이 타는듯한 갈증을 느낄정도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 달려가는 도중에 머리속에는. 그날따라 전화가

 

 

많이와서 그녀의 번호가 지워졌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의 발신자 번호 저장 갯수가 최대 30개였다.단 10분 동안에 핸드폰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있는 가족에게 전화 30통이 온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소리였지만

 

 

나의 가슴속에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자마 가방을 던져버리고, 집의 전화기를 통해 그녀의

 

 

번호를 확인한다. '010-xxxx-xxxx'

 

 

'엄마!, 나 핸드폰 좀, 친구한테 연락좀 하게.'

그날따라 늦게 들어온 동생때문에, 엄마에게 핸드폰을 빌리기로 생각하자마자

평소 거짓말을 하지 않는 내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여, 핸드폰을 빌렸다.

 

010-xxxx-xxxx로 카톡이 아닌 문자를 날렸다.

 

'안녕하세요, 아까 핸드폰 빌린 사람인데요...'

정말 유치한 문장이지만, 이 1문장을 작성하기 위해서 수십번을 지웠다 썻다를 반복하였다.

 

'아...네... XX버스 맞죠?'

신기하게도 그녀는 바로 답장이 왔고, 나의 이성은 사춘기시절로 돌아간 소년 같았다.

 

'네..저 실례지만.. 그쪽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요..연락드렸어요'

지금 보면 엄청난 돌직구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정말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것 같다.

 

이문자를 보내고 답장이 오길만을 침대속 이불속에서 기다리고 있던중 30초도 되지 않아

 

문자수신 진동음이 침대를 울렸다.

 

'010-XXXX-XXXX님으로 부터의 문자메시지 1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열던 문자메시지 보관함이었지만, 그 메시지는 5초간 생각하고

 

메시지함을 열었고.

 

그 메시지함에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