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4-01-29 15:19:55
조회수 771

더치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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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는 것을 업(業)으로 삼은지도 이제 10년 째다. 돈되는 본업은 따로 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사명감마저 주어지는 이 직업의 매력에 매료된지도 오래다. 그러나 세월은 매료를 무료함으로 바꾸어놓았고 변색에 점점 익숙해져갈 무렵, 때마침 들어온 소개팅을 하나 하기로 마음 먹었다.

  소개팅을 앞두고, 식당을 예약했다. 못해도 한 3~4만원 나올 테지만 계산은 당연히 내가 할 것이다.
그녀는 1만원 정도 나오는 커피값을 낼 것이다. 아니면 커피도 안 마시고 헤어지거나.

  이제껏 소개팅을 하며 밥먹고 더치페이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왜 더치페이를 안 하느냐? 사실 합리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이유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이와 만난다면 밥값 뿐 아니라 집세까지 내줄 수 있는데 아직 일면식도 없으니 그렇지도 않다. 그냥 관습이니까 낸달까. 솔직히, 안 내면 그 여자에게 없어보일 것 같아서다. 쪼잔하다 욕먹을까봐. 더치페이 하자고 했을 때 받게 될 그 따가운 시선과 의뭉스러운 오해를 견딜 깜냥도, 자신도 없다.

  사실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간다. 남자가 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럼에도, 없어 보일까봐, 쪽팔려서 더치페이하자는 말은 못 하겠다.  적어도 내 주위 교양있다 여겨지는 남자, 여자들은 모두 이런 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냥 그러려니 안도하면 편하다. 남들도 다 그러니까. 나 혼자 튀면 좋을 거 뭐 있나.

  그런데,

  이 정신으로 작가 생활은 잘 할 수 있을까? 이 정도 말하기 쪽팔려서 머리로 이해가지 않는 관습을 따라야 한다면, 내 명예/직업을 거는 글을 쓸 때도 당연히 관습에, 타성에 젖게 되지 않을까?

  아주 사소한 고민에서 출발한 물음은 내 직업 윤리에까지 메스를 들이댔다.  
  머리가 하얘지기에 난 이이상 환부를 헤집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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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따까 온팩 · 346020 · 14/01/29 15:23 · MS 2010

    에쎈유 로만님 위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하나만 해도 될까요?

  • Snu Roman. · 69422 · 14/01/29 15:33 · MS 2004

    신선하군요. 좋습니다.

  • 아따까 온팩 · 346020 · 14/01/29 16:03 · MS 2010

    친구들하고 3박4일정도로 여행 다녀오려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부산은 제외하구요 ㅋㅋ
    괜찮은 여행지 추천좀해주세요!

  • 산뜻한출발 · 398688 · 14/01/29 18:21

    저 내일로 때 가본 곳 중 추천 드리면 경주 완전 강추입니다,

    어릴 때 다들 수학 여행/.수련회 때문에 한번씩은 갔다 오셨겠지만,,, 그 때는 뭣도 모르고 갔자나요 ㅋㅋ 다시가니 완전 새롭디다

  • 아따까 온팩 · 346020 · 14/01/29 22:28 · MS 2010

    아 ㅋㅋ
    제가 경주출신이라 ㅋㅋ
    음.... 다른곳 또 있을까요?
    뭐 의미가 없진 않지만!!
    먹거리 위주로 가면 전라도 인가요? ㅋㅋ

  • 산뜻한출발 · 398688 · 14/01/30 08:59

    먹거리 위주로라... 전주가 제일 먹을 게 많긴하죠.
    솔직히 3박4일동안 열심히 볼 도시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거 같아요ㅋ

    순천 안동 여수 제천 보성 이런 곳들도 하루면 충분한것 같고...

    전주 한번생각해보세요ㅋㅋ

  • Snu Roman. · 69422 · 14/01/30 17:01 · MS 2004

    후쿠오카 다녀 오세요.

    좋습니다.

    캐넌시티 둘러보다 하야트에서 스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