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중시되는 대한민국(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없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1230225
입시 사이트에서, 그것도 수시와 정시가 한창 진행되는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이런 '한가한 글'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이 사이트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동량들이 본다는 점에서 올립니다.
시간되면 읽어보시고, 각자 판단하셨으면 합니다.
수능 영어에 '찌든' 분들은, 글 마지막에 첨부한 외국 언론의 기고문을 보시면서 '내 실용영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잡아보시고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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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보다 공공의 복리를 절대시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국민교육헌장’, 혹은 유교적 전통의 짙은 그림자 아래 있는 게 아닌지요.>
오늘 아침, 코비드 19 부스터 샷 예약을 했습니다. 빨리 맞기를 바랐지만, 2차 접종 뒤 딱 5개월째 되는 내년 2월 4일 이후 맞으라고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비서 구삐’가 알려주었습니다. 하여 가장 빠른 시간인 2월 4일 오전 11시에 맞기로 했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백신 접종에서 저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맞은 것은 팔이 묵직한 증상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서는 심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며칠 꼼짝도 못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아팠다.
(백신을 맞은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몸에 통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분에게 저는 그리 말합니다.
“맞지 마세요. 다 살자고 하는 것인데, 그런 통증을 감수하면서 맞을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여전히 기억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제대하고 복학한 1988년 2학기, 러시아사를 가르치시는 이인호 선생님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중국과 북한의 사회주의에 경도된 학생들이 많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시면서 하신 말씀이었지요.
“사회주의는 자유주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제도입니다.”
종의 당좌를 세게 때리는 당목(撞木)에 맞은 것처럼 제 머리에는 큰 울림이 생겼습니다.
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개인의 합’(그것이 단순한 총합일지, 시너지 효과를 통해 합이 배가 될지는 논외로 합니다.)일 수밖에 없는 사회나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돈오돈수의 순간처럼, 그때 ‘개인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국민학교(저는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5학년 무렵 ‘국민교육헌장’을 외운 이후, 저는 ‘나’가 아닌 ‘우리’를 ‘모든 올바른 판단’의 주어로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의 모든 주어는 ‘우리’ 혹은 ‘나라’입니다. ‘나’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등장하는 게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였는데, 이 역시 ‘나’는 ‘나라’보다 못한 하위개념입니다.
이인호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런 점에서, ‘나’의 중요성, 개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였지요. 얼치기 사회주의자에서 자유주의자로 저를 확실하게 변신시킨 계기는 이인호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그날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뒤 줄곧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자로 저 스스로를 생각했습니다. 한데, 지난해 코비드 19 사태 이후, 저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3월, 코비드 19를 잡기 위해 정부는 ‘강력한 통제 정책’을 세웠습니다. 초기에는 확진자에 대한 동선 공개까지 했지요. 어느덧 사회인으로 성장한 제 아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부지, 솔직히 어디서 걸린 건지 명확히 알 수 있어? 다 추정 아니야? 왜 동선 검증에서 대중교통은 제외하지? 마스크만 쓰면 정말로 괜찮은 거야? 그럼 마스크를 쓰고 출입한 상점도 제외해야지. 그 사람이 부도덕한 일을 해서 걸린 것도 아니고,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인데, 왜 개인의 동선까지 공개하면서 개인의 사생활을 노출 혹은 침해하려고 하지?”
당시 저는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이라면,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는 침해될 수 있다”고 했지만, 충격은 적잖았습니다.
아, 아해는 국민교육헌장 세대가 아니로구나. 아해는 나처럼 공(公)을 사(私)보다 무조건 앞세우는 게 아니로구나.
이제 코비드 19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어언 2년이 됩니다. 백신만 맞으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이제 돌파 감염은 뉴스거리도 안 됩니다. 부스터 샷을 매년 2회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부스터 샷 예약을 한 것이고요.
지금까지는 두 차례 접종을 마치지 않으면 사회 생활에서 ‘제약’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매년 두 차례 부스터 샷을 맞지 않으면 제약이 따르게 될 것처럼 보입니다.
한데요, 정말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건가요? 코비드 19 백신을 맞았다가 돌아간 사람이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제 혈육 중에도 백신을 맞고 며칠 고생한 사람도 있고요. 한데 백신 맞고 사망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답은 ‘백신과 사망은 인과 관계 없음’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모든 개인이 다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인가요? 백신을 맞아도 돌파 감염이 이리 쉽게 되는데, ‘개인적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사회적 제재를 받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가요? 공을 위해 사는 희생돼도 그만인 건가요? 더 나아가, 모임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나요?
의료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 문제에 대해 제 개인의 의견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것은 지양하도록 하겠습니다. 코비드 19와 관련해서 ‘공적 의견’을 내시는 대한민국 최고 의료 전문가들이 거의 100% ‘사회적 통제 강화’를 외치시는데 제가 무슨 말을 더 할까요?
한데, 영국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Fraser Nelson이라는 ‘The Spectator’의 편집장이 지난 2일 영국 언론 ‘텔리그라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치 분야 전문 기자인 넬슨은 이리 이야기합니다.
1. 백신이 중증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돌파 감염을 막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음을 알 수 있다.
2. 사정이 이런데, 무조건 사람 모임을 통제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3.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이 소외계층이 많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넬슨은 “유럽 각국은 물론, 지난해 (각종 통제 정책보다는) 집단 면역을 진행했던 스웨덴조차 요즘은 통제 강화 정책으로 가고 있는데, 영국은 부스터 샷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유럽의 통제 우선 정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지지를 표했습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니기에, 저는 넬슨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논할 능력이 없습니다. 코비드 19와 관련해서 ‘공적 발언’을 하시는 대한민국 의료 전문가 중 거의 100% 가 ‘통제 강화’를 이야기하시니, ‘그런가 보다’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왜 대한민국에서는 넬슨과 같은 이야기가 소위 ‘공적 담론의 장’에 나오지 못하느냐는 것입니다. 과문한 탓인지, ‘사회적 통제 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자영업자 님들의 시위에서나 들어본 것 같아서입니다.
넬슨의 이야기가 텔리그라프에 실릴 수 있는 것은 영국이 ‘극도의 개인주의 국가’여서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여전히 국민교육헌장, 혹은 사(私)보다는 공(公)을 앞세우는 유교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인 것인가요?
넬슨의 글 한 번 시간 되면 읽어보십시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텔리그라프 기고문이 실린 어느 사이트를 우선 소개합니다.
https://games4you.me/europes-omicron-panic-has-left-the-continent-in-a-very-dark-place/
만약 텔리그라프 링크를 원하시면 여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https://www.telegraph.co.uk/news/2021/12/02/europes-omicron-panic-has-left-continent-dark-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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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것들이 여러 현상이 맞물린 결과 같아요.
사적인 측면보다 공적인 측면을 우선시하는 유교 사상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고, 남들과 다르게 튀면 안 된다는 것이 일종의 잠재적 교육과정처럼 학교교육 및 가정교육에서 다루어져 왔었죠.
지금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사람들 대부분이 공포로 인해 집단 최면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 생각에 일단 코로나는 걸리면 안 되는 질병이고, 그래서 그에 따르는 통제는 당연한 것이고, 통제 강화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는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이죠.. 통제가 점점 강해지는 현상에 대한 별다른 논의가 없이 많은 국민들은 그것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1~2달 전에 비하면 분위기는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조금 더 활발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예, 저 역시 활발한 토론이 앞으로는 더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우 뱃지 축하드립니다 ㄷㄷ
와,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학철학관련수업에서 위드코로나 백신패스 주제의논의가있었는데 저포함 대부분이 개인의선택으로맡겨야한다고 주장하더군요
백신의 접종이 돌파감염의 감소에 영향이없다면 백신패스의 명분은 무엇일까요
지금의 방책은 공익을 볼모로 강제로 억압하는행태나 마찬가지..
아하, 그랬군요. 역시 요즘 대학생 님들은 우리보다 틀이 넓은 듯합니다. 하여튼 요즘 방역 패스에 대해서는 많이 아쉽습니다.
제 의견은 국가나 사회라는 조직은 왜 생겨났을까 에서 시작하는데
조직은 개인의 더 나은 생존환경을 위해 최소한의 도덕,규범적 합의로 만들어진것 아닐까 라는생각입니다.
개인은 결국 스스로의 생존에 제일 유리한 선택을 할것이라는 전제이고 틀린 선택이라면 스스로 책임지게 될것입니다.
백신패스는 이런 개인의 생존에 대한 선택권을 무시하는것같아서요.
이런 논의들이 공적담론의장에 나올수없는이유는 너무 당연하다고봐요.
정부가 그동안 대규모 감염사태때 하던일을 보면 특정 세력에게 감염의 탓을 할수밖에 없게하더군요.
31번환자나 신천지 이태원동성애자들 태극기집회2030세대
백신패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국 미래감염확산의 주범 취급받을지도..
저는 올해 수능을 치렀는데요. 덕분에 몇 달 전 시간을 핑계로 나중에 읽으려고 스크랩 해둔 관계주의 관련 글들이 떠올랐습니다.
단연 뛰어난 글도 여기서 찾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님의 댓글을 이제사 봤네요. 감사합니다. 수시로 좋은 대학 붙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