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는복소평면에 [884735] · MS 2019 · 쪽지

2021-07-15 17: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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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재수, 의대합격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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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올해 21살. 현역 땐 한양공대 논술 그리고 재수 땐 정시로 지거국 의대에 왔고 지금은 삼반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정말 많은 분들이 수기에 자극을 받고 의지를 다진다는 점을 잘 알고있기에 과외가기 전 남는시간에 잠깐 '메타인지와 노력'을 주제로 수능 수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1. 노력, 메타인지

2. 수능 수기



1. 

 노력의 이유에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사랑, 원망, 분노, 책임, 복수 등등.. 

 사실 재능과 타고난 머리에 대한 부분은 수능이라는 작고 귀여운 시험에 필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노력'. 집착을 넘어서 정신병에 가까운 노력만이 수험생의 성공을 결정짓는 유일한 잣대죠. 누가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순공 15시간 찍는 사람에게 "넌 머리가 안좋으니 지방대 갈거야"라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대부분의 수험생이 노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머리속이 추상적인 걱정과 번뇌, 게으름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작하기전에 끝을 고민하고 실패에 대해 걱정합니다. 누추한 이과지만 비유를 좀 해보겠습니다. 제가 과외할 때 학생들에게 항상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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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란 '색칠'과 같습니다. a4 한 페이지를 검정색으로 가득 채우는 업무가 주어진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전체를 한꺼번에 슥슥 채우든 테두리부터 꼼꼼히 채우든 어찌 됐든 이사람은 색칠을 시작할 겁니다. 만약 이이가 "이걸 언제 다 채워.." 라며 노력을 거부한다면 이사람의 종이는 몇년이 지나도 하얀색이겠죠.


 걱정보다 앞서는 손, '노력'의 중요성입니다.


 반면, 시작했다면 종이는 얼룩덜룩 색이 메워지고 있을겁니다. 종이의 중간중간 색이 비어있는 부분, 색이 연한 부분이 이이의 시선에 들어옵니다. 그리곤 자연스레 펜을 그부분으로 향합니다. 그부분을 열심히 색칠하기 시작합니다.. 


 어디를 채워야 하는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메타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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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람의 종이가 검게 채워지는건 시간문제입니다. 이사람의 iq가 몇이고, 미술을 배웠고 안배웠고는 종이를 색칠하는데 중요한 내용이 아닙니다.




 저에게 노력이란 분노였습니다. 멍청한 나에대한 분노. 나를 무시하는 주변인들에 대한 분노. 나보다 잘하는 친구에대한 분노..

 이 분노의 방향을 공부로 트는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복수가 분노의 유일한 해결책이었고, 복수란 곧 제 높은 수능성적이니까요. 이처럼 첫문단에서 언급한 노력의 감정적 이유들을 극대화해서 공부에 쏟아내는 것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그냥 어영부영 했다. 발밑만 보고 걷다보니 수능 만점이 나오더라. 이게 말이 됩니까? 죽을만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본인만의 이유를 만드는 것이 머리속에서 걱정과 번뇌를 지우고 손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최고의 비법입니다.



 노력을 할 준비가 됐다면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어디인가. 더 단적으로 말해서, '내가 100점을 받기 위해선 어느 부분을 언제, 어떻게 공부해야 할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정확히 해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여담이지만 부모님들 대학생 과외 맡기실 때, 선생이 학생에게 동기부여를 잘 해주는지,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채워나갈 길을 잘 제시하는지를 확인하시면 학생에게 좋은 결과가 있으실겁니다.


2. 

 2020 수능, 저는 1교시 국어에서 20문제를 마킹하지 못했습니다. "5분 남았구나. 헷갈리는 문제 하나 풀고 마킹하면 되겠다." 

 조금 뒤 마킹을 시작하면서 시계를 보니 1분이 남아있었습니다. 아 ..끝났구나. 딱 느껴졌습니다. 뭐 여차저차 수능 최저가 없는 한양대 논술에 붙긴 했지만 학교에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일명 학고반수라고 불리는걸 하기로 결심했죠. 

 학원도 가지않고 집에서 했습니다. 생활패턴? 그딴건 필요 없습니다. 수험생은 순공으로 승부하는거에요. 하루에 12시간을 수학만 했습니다. 마플 수능기출총정리 수1, 미적, 확통 총 5000문제 가량 되는 분량을 2주에 1회독씩 10회독을 끝냈습니다. 그렇게 6월 모의고사를 치고나니 수학은 무조건 100점이 뜨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과목도 시작했습니다. 현역 때 지구2를 했던 걸 뼈저리게 후회하며 지구1 개념을 보고 문제를 수백개씩 풀었습니다. 틀린 문제를 세세히 분석했습니다. 6모에서 지구 1번 층리면을 단어실수로 틀렸거든요. 모든 감각을 메타인지에 집중했습니다. 무엇이 문제 였을까. 문제점을 하나씩 고쳐나갈 때마다 1점씩.. 1점씩 제 실력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공부가 즐거웠습니다. "나는 이부분이 약하니까 이공부를 하면 1점이 더 오를 것이고 결국에는 만점이 나올 것이다." 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9월 모의고사를 쳤습니다.


98 100 96(1) 47 50 1


 메타인지에 집착하던 제 공부법에 더욱 확신을 느꼈습니다. 국어는 고난도 지문 독해속도를 높이자. 수학은 문제량으로 감유지. 영어는 연계지문을 더 보고. 어, 화학은 2가산염기의 중화반응만 조금더 연습해보자. 지구는.. 된것 같다. 내가 출제해도 되겠어. 

 시험이 끝나자마자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쳤고 남은 기간동안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12월로 미뤄진 수능시험이 밉기만 했습니다. 내가 열심히 색칠한게 닳아서 부분부분 얼룩이 생길까 두려웠습니다. 그걸 찾아서 메우는것은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수능 전 날은 저녁으로 허니콤보를 먹고 일찍 자려고 누웠습니다. 7시에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누운채로 새벽 3시까지 잠에들지 못했습니다. 정말 너무 두려웠습니다. 내 노력이 컨디션 난조로 물거품이 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 그러고 눈을 뜨니 아침이었습니다. 박카스 두병을 챙겨서 기분좋게 배정받은 학교로 향했습니다.


 수능 날 제일 신경쓴 것은 "마킹만 실력대로 하자" 였습니다. 모르는 문제가 있다는건 제가 메타인지와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제 탓입니다. 하지만 시간관리와 멘탈문제로 시험을 조지는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장에 가서는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두번째 시험장이었지만, 긴장이 되는건 여전하더군요. 감독관님께 쓸데없이 질문을 남발했습니다. "초콜릿 먹어도 됩니까?" "화장실은 언제갈 수 있습니까" "시계는 풀어둬야 합니까" "물병은 어디에 둘까요" 다행히도 친절하게 답변해주신 감독관님 덕분에 한층 편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국어는 시작하고 30초간 명상을 했습니다. 급하게 화작을 풀다가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명상 후 문학을 풀었습니다. 근데 문학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평소면 20분안에 끝내고 비문학을 봐야하는데 30분이 넘어가는데 다 풀지를 못했죠. 정답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요. 어쩔 수 없이 화작과 비문학을 풀었습니다. 다행히 문학을 제외하고는 정답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먼저 마킹을 끝낸 후에 문학에서 헷갈리던 것들을 찍었습니다. 후에 채점해보니 92점이더군요. 솔직히 1등급이 안나오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백분위 99더라고요 ..


 수학은 전 쉬는시간에 물을 너무 마셨는지 20번을 푸는데 지려버릴것 같았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금속탐지기로 몸수색도 당하고. 근데 와서 시계를 보니까 20분밖에 안지났더라고요. 그래서 여유롭게 나머지 풀고 검토했습니다. 근데 맨앞장 검토를 안했는데 그걸 틀려버렸더라고요. 2번틀림 .. 2점짜리


 영어는 조정ㅅ선생님이 유튜브에 올리신 듣기때 독해 12개풀기(?) 그거 그대로 했습니다. 모르는 문제 체크해두고 다 풀고나서 정답개수 적은걸로 찍었더니 100점이 나왔습니다. (쓸데없이;)


 화학은 연습이 부족했던건지 20번 문제가 도저히 안풀려 찍었고 틀렸습니다. 1컷이 47이어서 너무 다행히도 1등급을 받았습니다.


 지구과학은 7~8분 동안 20문제를 다 풀고 문제 선지마다 각주를 달아가면서 검토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에 오르비에 가채점표 올리신 분들과 답이 몇개가 달라서 걱정했는데 채점해보니 다행히도 만점이 떴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누워서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메이플도 하고 그냥 잉여처럼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계기가 생겨 20키로 감량하고 과외도 다섯개나 하고 ..ㅎ 지금은 삼반수를 하고 있네요. 6월모의고사 미적분이 너무 쉬운데 1컷이 82길래.. 아무래도 전 수능 중독인것 같습니다. 


 잡담에 가깝지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문단에 제 공부의 정수를 담았습니다. 제 과외 비법이기도 하고요. 오르비분들 부디 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같이 파이팅합시다. ^^!


학습법이라던지 여러가지 질문들 받습니다. 쪽지나 댓글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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