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4Answer [592707] · MS 2015 · 쪽지

2021-01-13 21:42:23
조회수 19,824

무휴학 반수를 고민하시는 분들께2-가능성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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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이글을 보시기 전, 무휴학반수1편을 보시고 오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orbi.kr/00034780813



2편은 주로 제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떤 경우 승산이 있는지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을 보고 너무 큰 희망을 가지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했다'정도의 글로 받아들이시고 취할건 취하되, 안맞는건 버리시면 됩니다. 


제 성공담을 듣고 무휴학반수에 도전했던 친구들이 죄다 물을 먹는걸 지켜보면서, 솔직히 이 글을 적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이 글을 보고 섣불리 +1을 결정하지는 않으셨으면 하는마음입니다. 


제가 저번 글에서도 계속 말했지만, 시간의 압박이라는 가장 큰 단점을 안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상황에서도 승산이 있으려면, 적어도 이정도의 대전제는 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한 과목 이상 특출나게 성적이 좋아서 공부를 좀 덜해도 된다

2)지금의 대학을 다녀도 나한테 크게 부담이 없다

3)당일 컨디션 등의 사유로 평소에 비해 급격하게 떨어진거라 기회만 한번 더 주면 자신있다


이유는 후술하겠습니다. 요는, 34443이런 상태에서 무휴학반수로 11111만들겠다와 같은 원대한 목표를 가지시면, 그 일년이 수험생활이 아니라 돌려돌려 등급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런드라마틱한 성공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일단 국어를 당시 난이도 기준으로 45분 안에 일회독하고 풀 수준이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보니 읽는 속도나 이해력도 좋았고, 그냥 읽고 선지를 보면 답이 보이는 수준이었거든요. 실제로 5년간 수능 성적이 100 98 100 98 100 이렇게 나왔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수능은 시간이 없어서 국어를 기출만 대충 한번 깔짝거리고 갔는데도 60분 정도만에 다 풀고 검토까지 다 하고 100점이 나왔으니(17수능입니다) 국어 하나만큼은 공부를 안해도 고득점을 받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약점이었던 탐구쪽에 올인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로, 상위권 수험생들 중 평소보다 실전가서 저조한 성적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부담감'입니다. 특히 '이전보다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의 부담감에 뇌절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휴학반수의 몇 안되는 쥐똥만한 장점이 학점을 잘 유지했다는 조건 하에, 실패해도 일년을 날리는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까짓거난 이 학교 다니면서도 잘 할수 있다'는 자신감은 평소 본래의 실력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해줍니다. 저도 새가슴 기질이 심한편이라, 이 자신감이 이전의 4년과 가장 큰 차이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당일 컨디션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의 경우 이미 어느 정도 베이스가 갖춰진 상태이기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학과 공부도 다 챙기면서 모든 과목을 올린다는 것은 꿈에 가깝습니다. 이런 것을원하시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지시더라도 휴학을 하시는게 맞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공부를 했느냐

1)창렬과목은 무조건 피한다

학점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요구하는건 드럽게 많은 창렬과목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실험, 대학영어, 쓸데없는 학교뽕 주입하기 교양들 등등이 있죠. 아마 어느 학교든 이런 과목들이 다 있을 것입니다. 제가 16학번이다 보니 그당시는 고대에 academic english(아잉)이 있었는데, 고작 2학점짜리가 뭘 오질라게 많이 시킵니다. 실험이요? 최악입니다. 1학점 짜리인데 요구하는건 2학점 이상을 요구합니다. (고대 교물실 거기는아직도 조교들 인성 터져있나 궁금하네요ㅋㅋ)

전 2학기에 과감하게 실험 두개 다 뺐습니다. 대신에 1학기 학점이 높아서 초과학점이 가능했던지라 3학점짜리 심리학 교양 하나를 신청했는데, 실제 이수학점은 20학점으로 직전 학기보다 많았지만 실험 두개를 다빼니까 훨씬 편해지더라고요. 새내기때 이런 과목은 끝내두는게 낫다, 동기들하고 듣는게 낫다 이렇게들 말하지만, 애초에 반수할거면 뭔가 하나는 버리고 가는게 맞습니다. 이거 나중에 나이먹고 듣는다고, 계절로 듣는다고 인생에 큰 무리가 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휴학하고, 던져서 학점 떨구는것 보다는 훨씬 싸게 먹힙니다. 

정 학점 비우는게 아깝다면, 저런 창렬과목은 일단 피하시고 졸업요건에 있는 교양들 중에서 꿀과목을 찾아보든가 하세요. 이게 학점은 비슷하거나 더 많아도 공부 시간은 훨씬 많이 줍니다. 


2)공부할 포인트는 미리미리 조사해둘 것(특히 교내 열람실)

미리 자기가 공부할 장소를 생각해 두시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시간표를 이 공부 동선을 고려해서 짜는거죠. 예를들면 저는 영어가 문캠에서 수업이 있는데, 다른 수업은 거의 다 이과캠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월수금 마지막 수업을 영어로 해두고, 그날 오후는 문캠 열람실에서 공부, 다른날은 이과캠에서 공부 이렇게 동선까지다 생각해서 시간표를 짰습니다. 학과에서 나오는 시간표가 다 있는데 이거 몇개는 제끼고 다른과 수업으로갔습니다. 이거때문에 2학기 시작하고 하루정도를 시간표 정정하느라 날렸지만 그 이후 세이브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공부할 때 눈치보지 말것

이건 이제 비대면이라 좀 중요도가 덜해지겠네요. 여러분도 학교에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즉여러분 지갑이든, 여러분 보호자분의 지갑이든, 한국장학재단의 지갑이든 제돈 다 냈으니 학교 시설을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제발 눈치보지 마세요ㅋㅋ그리고 열람실 가보면 아시겠지만 고학년분들 본인들 시험준비 하느라 바빠서 남한테 관심 별로 없습니다. 


4)학과 과제나 시험준비를 위한 시간은 꼭 빼놓을 것

이거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수능공부가 바쁘다 보니 학과공부에 필요한 과제나 학습이 귀찮아지는 순간이 옵니다. 이거 귀찮다고, 수능공부가 바쁘다고 안하는 순간 학점들이 하나 둘 날아가게 됩니다. 처음 한 번 던지기 시작하면, 한 학기를 더 던지는 학고반수와 다를게 없어집니다. 이렇게 할 바에야 그냥 휴학하시는게 백배천배 낫습니다. 

시간부족 문제로 고민하신다고요? 원래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글 초반부에 대전제부터 깔고 얘기를시작한 것이고, 있는 시간 안에서 최대한 효율을 뽑아내셔야 하는겁니다. 그게 자신이 없으시면 처음부터 휴학하시거나 학고반수로 가시는게 맞습니다. 

이정도가 제가 일반적으로 드릴 수 있는 팁이고, 그 세부적인 노력의 과정은 개개인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제 경우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냐면

6:00 기상

6:40 집에서 출발

8:10 학교 도착. (지하철 통학 시간에는 영어단어나, 한국사, 과탐 지엽 공부)

쭉 공부(중간중간에 수업들을때만 교실가고 나머지 시간은 다 열람실)

12:10 점심식사

쭉 공부

19:00 저녁식사

쭉 공부

22:00 학교에서 출발(지하철에서 아침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공부)

1:00 취침(집에서 씻고, 자기전 하루 공부한것들 피드백하면서 공부)


수업 있으면 나가서 듣고, 다시 열람실로 돌아오고, 아무튼 열람실 다시 가고 이 생활을 2학기 개강 후 약 80여일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재종반 시간표를 스스로 통제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업시간, 과제시간 다 제외해도 여기서 풀집중하니까 하루 못해도 순공시간 4시간은 뽑을 수 있었습니다. 

주말은 저희 집이 서울대 근처라 샤대 일반인 열람실에서 최소 12시간은 있었습니다. 아침 8-9시에 도착해서 밤까지요. 


이 때 무엇보다 중요했던게 집중이었습니다 몸이 힘들어서 지치기 쉬운데 그래도 끝까지 집중하고 앉아 있어야만(특히 10월에)합니다. 안그럼 시간의 부족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도 무휴학 반ㅅ는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뭔가 드라마틱한 성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소리죠.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는 상태에서, 정말로 지금 학교가 좀 아쉬운데 다른 모든 수단이 다 막혔을 때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방법입니다. 


다음은 좀 안타까운 실패 사례들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네요(본인들 허락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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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를 통한 질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만 성적 등 개인적인 얘기가 아니라, 좀 일반적인 질문은 댓글로남겨주시면 다른 분들도 보실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냥 권고입니다. 쪽지 받아요 당연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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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아나 · 741512 · 21/01/13 22:10 · MS 2017 (수정됨)

    나중에 쪽지로 반수 가능성 상담 ㄱㄴ할까요..?

  • 레이븐4Answer · 592707 · 21/01/13 22:12 · MS 2015

    네네 가능합니다!

  • 설의가자 · 922660 · 21/01/14 00:07 · MS 2019

    혹시 의대에서 무휴학반수해보신 경험도 있으신가요?

  • 레이븐4Answer · 592707 · 21/01/14 14:53 · MS 2015

    저도 있고 제 주위에도 있고 많습니다

  • 설의가자 · 922660 · 21/01/14 16:49 · MS 2019

    의대에서 무휴학 반수를 하게 되면 시험기간이랑 평가원 모의고사, 수능이랑 겹치는 경우가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시험이 안 겹친다고 해도 그냥 수업이랑은 겹칠텐데 그럴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 레이븐4Answer · 592707 · 21/01/14 19:38 · MS 2015

    수업은 빠져야죠. 사실 예2만 되어도 학교 일정이랑 수능 일정이랑 겹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1은 그렇기에 최대한 목요일을 비워야 하는데 이게 시간표가 다 짜여서 나오는 몇몇 학교들의 경우는 마찬가지로 겹칠수가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 똥빵이 · 992807 · 21/01/22 21:45 · MS 2020

    저는 학고 반수를 했는데 의대형님들 한테 비비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반수는 성고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용. 저는 2학기 휴학이 안되는 학교여서 그냥 다니려고했는데 주변에서 계속 해보라고 해보라고 너무 아쉽다고 해서 아무생각없이하다가 학고를 맞아버려서 그걸로 배수의 진치고 더 치열하게 했던거 같아요 근데 그렇게 좋은 전략은 아닌거 같아요 운도 필요하고 자신감도 필요한만큼 그만큼 더 부담이 되니까요,, 아무튼 다들 화이팅!! 건승하세욤

  • 레이븐4Answer · 592707 · 21/02/15 16:55 · MS 2015

    와 배수의 진 그게 진짜 어려운건데 그걸 성공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 의치한약슈의대 · 947353 · 21/02/05 12:26 · MS 2020

    안녕하세요 교대 다니는데 내년이면 23살이라 휴학하기가 리스크가 크더라고요 교대는 한학기 휴학하면 1년 더다녀야하고 임용도 점점 어려워져서... 무휴학으로 하려하는데 학점은 어차피 필요없어서 안챙기려해요 학고만 안맞을정도? 근데 제가 2020수능(2년전)때 22213을 맞았어요 가형지구화학 수시로 한의대가 너무 가고싶었는데 2020때 한의대를 아쉽게 못가서 미련이 남더라고요ㅠㅠ 이번에도 수시로 도전하려하는데 무휴학 해도 괜찮겠죠?? 자신은 있는데 또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글 읽어보면 정말 힘들어보여서ㅠㅠ

  • 레이븐4Answer · 592707 · 21/02/15 16:54 · MS 2015

    수시로 도전하시는거면 리스크도 적고 큰 부담은 없겠네요 이 경우는 해보셔도 괜찮다고 봅니다

  • 의대간드아잇 · 608630 · 21/02/19 01:39 · MS 2019

    안녕하세요 혹시 고대는 휴학이 되는데 왜 무휴학 감행하신건지, 실험 제외하고도 큰 문제없었는지 두개 궁금합니다. 별개로 아잉 글쓰기 진짜 극혐 ㅇㅈ합니다 이딴걸 왜 시간낭비시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