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4Answer [592707] · MS 2015 · 쪽지

2021-01-05 22:20:13
조회수 13,725

무휴학 반수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4780813

이제 수시철도 다 끝나고 정시 원서를 준비하시거나 올해의 수능을 위해 준비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보입니다. 

일전에 무휴학 반수에 관한 글을 쓰면 읽으실 분이 있으신지 여쭤본 적이 있었는데 은근히 필요하신 분들이많을듯 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르비에 저의 무휴학 반수와 관련한 성공담(무용담?)을 쓴지가 벌써 4년전입니다. 

그때는 나름 반수가 성공했기에 그만큼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여러분께 저의 경험을 공유해 드렸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저, 그리고 무휴학 반수를 도전했던 친구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개중에서는 성공한 친구들도있지만, 일정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던 친구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기에 제 글은 '이렇게 하세요'보다는 '이런 리스크도 있음을 감안하세요'에 가깝기도 합니다. 


무휴학반수란 참으로 고된 과정입니다. 이걸 염두해 두시는 분들도 쉽지 않으리라고 다들 알고는 계실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거치려고 하는 분들이면 아마 아래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나이가 너무 차서 일년을 온전히 입시에 쏟을 경우의 리스크가 무섭다

2)학교에서 2학기 휴학을 막아놨다

3)이 정도 학교면 만족을 하는데 그래도 뭔가 더 높은 곳을 한번은 바라보고 싶다

4)의치한약수교(+농협대) 등 나름 괜찮은 과에 다니지만 더 높은 급간을 원한다

5)학생부가지고 한번 더 넣어볼 생각이다


일단 이 글을 쓰는 저의 경우는 1, 3번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얘기는 뒤에 좀 더 자세히 다룰 것입니다. 


여기서 4번, 이미 전문직관련 혹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취직 걱정은 없겠네 하는 과에 다시니면서 상대적으로 널널한 예과 혹은 1학년때 반수를 하고자 하신다...저는 이런 경우는 해도 괜찮다고 얘기합니다. 이미 이정도 학과에 갈 성적이라는건 어느 정도 최상위 급간을 바라볼 만한 베이스가 있다는 것이고, 최상위 티어에서는 순수 실력 만큼이나 당일 컨디션이나 운 등이 굉장히 중요해서 운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노려볼만 합니다. 다 던져서 유급할 수준까지만 안만들면요. 


5번, 그냥 하세요. 제가 웬만해서는 '해도 괜찮아요...'까지는 얘기하는데 하고 싶으면 해보세요라고는 잘 안합니다. 그정도로 요즘 입시 메타에서 탄탄한 학생부는 무적이고 치트키입니다. 솔직히 무휴학으로 정시파이팅 해서 간 사람보다 전략적으로 학생부 잘 써서 2학기 종강할때 빠이빠이 한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2번, 휴학안되는 학교의 경우는 일단 최대한 이런 학교를 피하는게 맞으나, 피치 못할 경우겠죠. 수시를 여기만 붙었다거나, 정시 반영비때문에 여기를 써야만 한다거나


자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1번, 3번인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사실 진짜 이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알아보시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딱 까놓고 얘기할게요. 추천 안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건 나름 성공해서 입시판을 뜬 사람들도, 실패한 사람들도 다 하는 얘기입니다. 


왜 추천을 하지 않느냐면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유혹. 

새내기 생활을 시작하면 공부 이외에 재밌는게 너무 많습니다. 보통 학교 싫다고 반수한다고 하던 친구들도1학기에 놀다가 보면 태반이 포기합니다. 저도 1학기때 과제 좀 하고 학과공부 좀 하는것 제외하면 행사도많았고, 학교 앞 칵테일바 단골손님으로 살다시피 했습니다. 저도 1학기 말에 특별한 계기로 현타가 진짜 개쎄게 오지 않았다면 반수 안했을겁니다. 수험생활만 하신 분들은 이걸 잘 모르십니다. 기껏해야 간단하게 치맥이나 하던게 클럽이고 유흥이던 시절에서 한번 노는맛 보면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내가 손만 뻗으면 재밌게 놀던 그 시절로 돌아가거든요. 이게 첫번째 관문입니다

아 물론 나는 진짜 천성적으로 어울리는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해당사항 없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라행사도 없고 학교에 애정 갖기도 쉽지 않은 현 세태상 이쪽문제는 좀 해결될 수 있겠습니다. 


둘째, 진짜진짜 조온나게 힘들다. 

저도 설카지망 학종러였고, 현역때 내신도 당연히 챙겼고, 자소서쓰랴 공부하랴 힘들긴 했습니다. 근데 학생부 챙기면서 수능공부 하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듦입니다. 진짜 수능에만 전념할 수 있던 시기가 그리워지는 시간들일겁니다. 시간도 촉박하게 늘 쫒겨야 하고요. 이게 두번째 관문입니다. 


셋째, 유혹2

둘째 이유로 존나게 힘들다 보면 던지고 싶게 마련입니다. 그럼 여기서 두 가지 길의 유혹에 들어서게 됩니다. 첫번째는 당연히 포기죠. 두번째는, 이게 더 위험한건데...학과공부를 던지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시간을번다 이거죠. 차라리 드랍제도-중간에 수강포기하고 나가는거-가 있는 학교면 그냥 학년 진급 못하고 마는건데, 드랍제도가 없는 학교의 경우 학점까지 조지게 됩니다. 학고반수하고 다를게 없는 것이죠. 지금 이 글을쓰는 순간에 제 주위에 이런식으로 던지고 입시까지 실패한 친구들 지금 양손으로 꼽는 중입니다. 이친구들지금 뭐하냐고요? 그 던진 학점들 메꾸느라 뭐빠지게 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도 2학기에 전공과목 하나 던졌습니다. 과제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병행 불가능하더라고요. 안되면 시험 한방으로 메꾸지라는 생각으로과제 다 백지로 냈고, 수능성적 뜬 순간 기말고사 안가고 에프 때려맞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던진 경우 학년 진급이 안되어서 필연적으로 수강신청에 문제가 생깁니다. 보통 수강신청 우선권은 고학년부터 있다 보니, 졸업을 위해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들에 자리가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럼 진짜 4학년때 취준에 올인해도 모자랄 시기에 그 전에 들었어야 할 과목들 수강하느라 더 피터지게 되는겁니다. 


넷째, 꼬이는 시간표

수능 일정과 겹치지 않기 위해 시간표 조정 졸라게 해야 합니다. 하필 수능날에 어떤 과목 퀴즈(점수 배점 적은 시험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라도 있다? 걍 그과목 성적 망하는겁니다. 그리고 시간표를 위해서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있는 곳에 혼자 강의들으러 가시는 것도 해야 합니다. 제 얘기를 하자면, 일반생물학이저희과 분반이 따로 있었는데, 그게 화, 목 수업이라 어쩔 수 없이 수강정정때 월, 수 시간표인 다른과 분반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수능 전 주 토요일에 일반미적분학 2차시험 보고, 수능 전날에 일반생물학 2차 시험보고, 수능 다음날에 일반물리학 2차 시험 보고, 그 다음날에 경희대 논술보러 갔습니다. 직접 해보면 아실겁니다. 저도 제가 그 때 어떻게 저 시험을 다 공부하고 잘볼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그럼 장점은 뭐가 있느냐? 솔직히 머리 짜내고 짜내도 단점들은 마르틴 루터 95개조마냥 읊을 수 있겠는데장점은 진짜 딱 두개밖에 없네요. 


첫째, 실패시 리스크가 그나마 적다. 

위에 서술한 학과공부를 던지는 유혹을 견뎌낸다면, 실패해도 큰 문제는 안생깁니다. 


둘째, 성공할 경우 본래같으면 학교 갈 시간에 내맘대로 살아도 됩니다. 저는 지금과는 다르게 당시는 집에서빈둥거리는걸 정말 싫어했습니다. 나름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학교 가서 시험도 다 마무리짓고 시원한 마음으로 자퇴했는데, 요즘 집에서 랄로 유튜브나 두번씩 돌려보고 넷플릭스로 깡패 영화나 보면서 싸나이의느와르를 느끼는 저를 보면 사람 바뀌는거 순식간이다 싶네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입시의 메타도 바뀌고 주변에 성공사례나 실패사례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4년 전 비슷한 글을 쓸때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더 필요해 보이네요. 


그렇기에 이 글은 일단 이정도로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다음 글은 주로 세 가지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이 무휴학으로 도전해 봐도 괜찮은지, 저는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는지, 어떤 실패사례가 있는지. 그야말로 무휴학 반수 희망과 절망편이 되겠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와드 한번씩 박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외) 제가 최근에 와서 이런저런 글을 쓴 이후 쪽지로 문의하시는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문의는 언제나 환영입니다만 저번에는 하필 시험기간이었고, 방학인 요즘은 잠만보마냥 방안에서 퍼질러 자는게 일상이다보니 쪽지 답변이 느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르비 쪽지 기능이 좀 확인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지시면 따로 상담용 오픈톡을 파던가, 아싸리 유튜브 라이브 같은걸로 사연 받아서 방송 진행할 생각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거 링크 올리면 홍보성으로 젖지님께 철퇴를 때려맞을까봐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ㅋㅋ


번외2) 아까 말씀드렸던 1번, 나이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은 제가 일전에 쓴 글인

https://orbi.kr/00033736427/한번%20더%20시험을%20준비하시기%20전에%20꼭%20보셨으면%20하는%20글

이 글을 한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장수였고, 이런 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동질감을 느끼는지라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제가 20대 후반이고 오래 산 사람은 아니다만 그 짧은 삶 동안 느낀점들을 적었습니다. 단순히 일년 더 어떻게 할까보다는 근본적으로 본인이 입시판에 한번 더 진입해도 되는가를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