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요ㅠ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3249104
김지석曰
멘탈평정=수능평정<1>
"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요ㅠㅠ"
수능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고
공부에 의욕이 급격히 떨어져서 괴로워하는 수험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상하죠?
언뜻 생각하기에는 수능이 다가올수록 가장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대체 왜 우리는 가장 공부해야 할 순간에 가장 공부하기 싫어할까요?
그것은 바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수능은 우리의 긴 학창시절 십수년간 공부한 것을 한 순간에 평가합니다.
1년 동안 공부(하는 척)를 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1주일 공부한다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의욕이 격하게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수능을 1주일 앞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 후배는 역시나 정신줄을 놓고 망연자실 놀고 있었습니다.
정신줄 후배 : 형, 지금 공부 해봤자 뭐해요.
지석이형 : 너 인마! 수능 잘 보기를 바라지마! 망해버려!
정신줄 후배 : 넹?!?!?!?!?!?!?!?!
지석이형 : 너는 지금 수능 잘 보기를 바라면 안 돼.
왜냐? 네가 바라야 할 것은 따로 있어.
솔직히 지금 열심히 한다고 시험 잘 본다는 보장은 절대 없어.
남은 기간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비슷할 가능성이 크지.
어떤 노력을 해도 결과를 보장하지 못해.
열심히 해서 절정 내공을 쌓았는데 수능 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어.
사고가 딱히 사람 사정 봐주면서 날짜를 가려서 오지 않아.
그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수능날일 수도 있어.
그나마 공부는 정직한 편이지,
다른 일들은 잘해보려고 노력한 것 때문에 오히려 너 크게 실패할 수 있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때도 있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노력해놓고 좋은 성적표 못 얻어도 괜찮다고.
왜냐? 너는 열심히 하는 너 자신을 얻을 수 있는 거잖아.
인간은 결과 앞에선 무력하지. 하지만 인간은 과정 앞에선 무적이지.
과정만큼은 네 맘대로 할 수 있잖아.
무력하게 네 주위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라며 불평하지 말고,
너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무적이 되라.
상황이 안 좋아도 그를 통해 네가 성장하면 좋은 것이고
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라면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도 된다.
단지 네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만을 바라라.
별건 아니지만 제 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수학 시험을 보기 10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수학교육과 나왔거든요.)
시험보기 10분전의 강의실은 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 없이
절망감에 휘말린 친구들이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며 날뛰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서울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에요.)
저는 책을 펴고 몇몇 문제에다 동그라미를 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 왜 동그라미를 치냐?”
제가 대답했습니다.
“이제 이거 공부해보려고.”
친구가 어이 없어하며,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다시 날뛰며 가버렸습니다.
친구의 눈에는 시험이 10분도 안남은 상태에서 수학을(그것도 대학교 수학을),
그것도 복습도 아니고 이제 처음 공부한다는 것이 헛수고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남은 10분 동안 공부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일단 전체적으로 훑어 봤습니다.
아까 10분 동안 봤던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나왔습니다.
저는 풀이법을 까먹기 전에 잽싸게 그 문제부터 풀었습니다.
한 문제를 건졌습니다.
(대학교 시험은 문제 수가 적습니다. 그때 시험이 일곱 문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 문제가 상당히 크죠.)
하지만 내가 10분 동안 공부했던 게 시험에 안 나왔어도 상관없습니다.
처음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했던 게 아니니까요. 아무렴 어떠냐 싶었습니다.
그저 나는 '응시자'였고, 시험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저는 시험 10분 남은 상태에서 뭘 하는 게
내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일일까 생각했고
시험 직전에는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 직전 10분에 공부하는 게 힘든가요?
힘듭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한다면 힘듭니다.
10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쉽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한다면 쉽습니다.
10시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0분 공부하는 것일 뿐인 걸요.
남들 엄청 잘하고 있을 때, 쉬운 것도 못하는 내가 초라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남들 엄청 많이 해 놨을 때, 이제야 책을 펴는 내가 한심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내가 잘하기를 바라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내 성적이 나아지기에 앞서서,
나라는 인간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자, 바로 지금이야! 이제 좋아요를 눌러!)
나는 당신에게 꼭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당신 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자기 자신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그 사람이 되어 나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길 기원합니다.
제가 항상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0 XDK (+10)
-
10
-
[수학 모의고사 배포] 9월 모의고사 대비 문제지(공통) 12
안녕하세요. 원점입니다. 9월 모의고사를 대비해, 약 두 달 동안 만든 자작...
-
최근 오르비북스에서 다양한 국어교재가 출시된데다가, 저번에 배포했던 국어 오르비...
-
[국어배포] 짧은 홍보 + 9월모의 대비 연계 모의고사 10
(4개월만에 왔다는 뜻) 안녕하십니까. 오르비에서 ‘시선국어 하프 모의고사’를...
-
우일신(又日新) 파본형 월간 N제 1월호 :...
-
나 유빈 닮은 이모가 다시보게되는게 다시 그때처럼... (어쩌구...) 12
? (눈 비빔) (할먼이가 되) 킬러문항도 아니고 이게 먼소리여... 저도...
-
오르비1회 공통해설 (문아현T) :...
-
http://youtube.com/post/UgkxbVZKuVuJxJQzvttQWju...
-
(자극적인 제목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국어 독해를 가르치는 소테리아의 길...
-
[Zola] 유빈님과 함께 할 수 있으려나????? 22
저는 실모 저자입니다. [Zola] 예사롭지 않은 모의고사 출간게시글 주소:...
-
다음 주 수능인데... 58
얍~~~!!!!!ㅇㅁㅇ/☆ 축하합니다! 당신은 짱르비요정의 축복을 받아, 수능 세...
-
안녕하세요 범작가입니다 :) 위와 같은 문의가 꽤 있었는데, 오늘부터 오르비에서 도...
-
안녕하세요. 인턴2입니다! 지난번에 올렸던 문학 작품 영상에 많은 관심과 따뜻한...
-
감사하게도 유투버 악어 오름님이 책 리뷰를 남겨주셨습니다. 책 구매에 참조하셨으면...
-
https://orbi.kr/00034952393 학원하며 봤었던 괴물들 2026...
-
안녕하세요, 영어 강사 김지훈입니다. 어느새 8월 중순이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
[사회•문화]2026학년도 6월 모의평가 분석 자료 7
늦게나마 인사드립니다. 2026학년도 6월 모의평가 분석 및 해설과 자체 변형...
-
[수학] 시간 없는 학생들을 위한 '수학 개념 총정리 노트' 30
안녕하세요, 오르비 유저 여러분. 수학 콘텐츠를 만드는 매쓰그라운드입니다....
-
안녕하세요. 작년 이감수학으로 배포했던 모의고사를 한 번 더 배포합니다. (현재는...
-
2026 사회・문화 Headmaster N제 최종본 배포 19
안녕하세요? [Prime] Headmaster입니다. 2026 사회・문화...
-
우일신(又日新) 파본형 월간 N제 1월호 :...
-
2026 Hesco 사회·문화 실전 모의고사 판매 시작! 14
안녕하세요. [Prime] Headmaster입니다. 작년 많은 분들께 사랑을...
-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나오는 물리학1 컨텐츠 의 집필진 TEAM...
-
라는 이름의 모의고사가 나왔습니다....
-
[Key Trend] 빈칸 (난이도 상) 9005~9007 (문제+해설) 1
*** 아래에 있는 "팔로우"를 클릭하면 매일 빈칸 3문항 (난이도 상 3문항)또는...
-
안녕하세요? [Prime] Headmaster입니다. 확률과 통계 미니 모의고사...
-
https://youtu.be/9gewlwxTJks?si=nOUj01lfy9It3Uo...
-
♥경주고등학교♥ ♥광주동성고등학교♥ ♥동원동우고등학교♥ !! 이게 다...
-
이번엔 내가 직접 왔다 - 문학작품 정리 영상 1분으로 끝 13
안녕하세요. 인턴2입니다! (1도 계셔서 제가 2입니다.) 저는 오르비에서 현재...
-
안녕하세요, 수능 국어를 다루는 정지환입니다. 드디어, 이번 주부터 제 문학 교재를...
-
(뻘글) 국어 사설 점수는 '진짜로' 의미가 없다 61
보통 수능이든 무슨 시험이든 사설 점수 그거 의미없다~ 라는 글이 많긴 하지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tw4B...
-
평가원 시험지 한컴 HWP 양식 (국어, 수학, 영어) 56
안녕하세요. 파급효과입니다. 아마 문항이나 자료 제작을 하려는 분들 중 평가원...
-
안녕하세요, [스나이퍼] 제작자 네모의 꿈입니다. 요즘 열심히 스나이퍼 정시합격...
-
[수학 실모][Epsilon] 2026학년도 Epsilon 1회 모의고사 배포 (+ 후기 이벤트) 26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수학교육과 문제연구학회 '엡실론(Epsilon)'입니다!...
-
안녕하세요 :) 디올러 S (디올 Science, 디올 소통 계정) 입니다. [수능...
-
안녕하세요 프로섬레이블입니다! 저희는 지구과학 1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팀입니다....
-
D-99 이마짚지 말고 혜택 잡자 너무너무 더운데 열심히 공부하는 너희들 정말...
-
2026학년도 9평 대비 사피엔스 모의고사 2회분 배포 32
안녕하세요? [Prime] Headmaster입니다. 2026학년도 9평 대비...
-
[성적 인증] https://orbi.kr/00071836019 [칼럼글 모음]...
-
(이륙..?) D-100, 수능 영어 지문 '이해'의 모든 것 7
안녕하십니까. 한대산 영어입니다. 오늘, 2025년 8월 5일은 2026학년도...
-
[들어가는 말] "N제? 실모? 기출 분석 제대로 안 했으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
문학을 20분 이내로 털어내고 싶다고? (2)(판매 페이지 오픈) 37
드디어 교재가 출간됩니다. 지난번 글에서 말씀드렸던 문학 교재가 드디어 완성 단계에...
-
안녕하세요. 독서 미니 모의고사 투척 합니다. (모의고사라고 하기엔 부끄럽고...
-
하루를 남겨두고 30
최근 들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몇 월을 지나고 있는지 잊을 때가 많습니다....
-
2026 Sapiens 사회•문화 기초 & 실전 개념서 24
안녕하세요? [Prime] Headmaster입니다. 2026 Sapiens...
-
2026학년도 수능 수학 대비 녹색지대 모의고사 배포(공통+확/미/기) 24
시간이 나서 2년만에 모의고사를 만들어 배포합니다. 모든 수험생의 건투를 빕니다....
-
23년 6월 22번 메가 미적 선택 기준 정답률 8%로 당시 시험지에서 제일 어려운...
-
8월 중순까지 해외 일정 중이라 소식을 늦게 전해드립니다. 드디어 모의고사를...
-
안녕하세요. 유투버 겸 조선어형(?) 생윤 강사 Zola임당. 매년 반복되는...
-
https://youtu.be/4-qFco4BmWc?si=LONcf6MIYFXHVHf...
여~ 수학 만점자들 어서오고

어서오고
ㅋㅋㅋㅋ저녁 먹으면서 봤는데 힐링... 마지막까지 쥐어짜낼게요 수능 날 미련 없었으면 좋겠다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 하루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충실한 하루가 되길
조아여 누르기~
의욕이 바닥을 치고 되는 일 하나 없이 절망적이었는데
글을 읽으니 긍정적인 기운이 좀 느껴져서 나아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새길게요

도움이 되서 기뻐요. 힘내요 응원해요!화이팅! 화이팅!

올해 꼭 댜박내길 기원해요감사합니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멋져요! 내일 하루도 멋진 하루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맞는거 같아요 저도 최근에 많이 불안해 했고 집의 형편이 안좋아서 절대 재수 없이 무조건 한방에 가야되는 강박이 있었는데 오히려 맘을 내려놓고 공부하니까 더 잘되는거 같아요
맞아요 의외로 스스로를 압박하는 게 별로 도움 안되는 것 같아요.
평온한 마음으로 평상심으로 남은 기간 보낼 수 있길!
맞아여 그냥 공부하는 도중에
수능치러가는 느낌으로 시험 치는 애들이
성적도 좋더라구요 ㅋㅋ
전날에도 모의고사 기출 ebs 보는 그런 친구들..
네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ㅎㅎ 08님도 평상심으로 남은 기간 보내서 꼭 대박내길 바라요!
어맛 감덩
근데 진짜 틀린말 하나 없네요
명심하겠슴니다!
이 게시물에 댓글 쓸려고 로그인 까지 했어요! 오늘 따라 위로가 많이 되네요!

도움돼서 기빠요진짜 딱 제상황인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힘내요!
진짜 선생님 글읽을때마다 공감되고 항상 잘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다에 물한컵 부어서 해수면이 올라가지는 않음
물한컵 부어서 수면이 올라가지 않을 것 같으면 부은 곳이 바다라는 뜻임 내가 한 공부를 과소평가하지 말자

우와 멋진 말!정말 좋은 글이네요 이 시기에 이 글을 보는 저 말고도 많은 수험생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글인거 같습니다 ㅜㅜㅜ 좋아요 눌렀습니다~~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시간이길!

힘내요! 응원해요!뭔가 예전에 봤던 글같은데 저 화석인가요?

네 화석입니다 ㅎㅎ감동적이네요ㅠㅠ 오늘도 열심히!

화이팅 화이팅!
선생님 감사합니다남은기간 화이팅,, !

강인하게! 치열하게! 남은 시간 보내길 바라요학교 기숙사 나오고부터 약 1주일 반동안 유튜브보다가 심심하면 공부햇는데.... 이글을 보니까 의지가 다시 타오르네요! 실력도 없는거 의지나 타오르길 바랫구요... 가장 중요한 시간을 날린것같군요.......

정말 기운을 주는글이네요!너무 멋있다
요즘 공부를 해도 제자리걸음인 느낌에 안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내가 지금까지 뭘 한거지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그냥 될 대로 되라 마인드였는데 이 글 보니까 남은 기간도 마저 열심히 살아야겠네요ㅎㅎ 감사합니다!

네넹 남은 기간 강인한 멘탈을 갖춘 자기 자신을 얻어내길 바라요!요즘 너무 불안했는데 좋은글 고맙습니다! 낼부터는 편한 마음으로 공부해야겠어요
쌤... 지금 이시기에 확통 평가원 3개년 풀어도 ㄱ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