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9-10 17: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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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회복기39)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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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태어났어요. 왜냐하면.. 다시 삶의 의지를 가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어린 아기들은 뽈뽈거리면서 이 세상에 온갖 호기심을 표출해요. 그러다, 언어라는 것을 습득하고 부모를 정신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끝없이 그네들에게 질문도 합니다.


‘엄마, 저건 뭐야?’ ‘아빠, 이건 뭐야?’


-응 그건, 장난감이라고 하는 거고, 아기가 방금 가리킨 건 기호라고 하는 거야. 조금 어렵지? 


삶이란 이렇듯 언제나 질문하고, 답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 호기심과 질문하는 마음가짐은, 절대로 아이의 시절에서 멈추어선 안 됩니다. 사회의 어른이 되어서도 나 자신을 되묻고, 또 되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퇴락적인 존재가 되어버리니까요. 단, 세상은 그렇지 않은 성싶습니다. 이 퇴락이라는 것이 하이데거 철학에서 일상적 현-존재의 존재양식이라 불리우는 걸 보면 말입니다.


하여튼, 삶은 늘 질문의 연속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내가 잠시 넘어졌었습니다. 우울증이란, 공황장애란, 병의 나이테 때문에요. 세로토닌의 결핍현상과, 솔기핵의 호르몬 분비/수용 과정의 이상...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 내 뇌는, 삶은 죽음의 여집합일 뿐이라는 명령을 내리며 내 순수를 공격했습니다.


운동과 좋은 사람들을 늘 곁에 두어온 덕이었을까. 나이테에 발이 걸려 넘어진 후 50여일이 지난 지금, 내 몸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예전의 어린시절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에 질문을 던지게 되었거든요. 불안과 심리적 좌절감이 생기면 난 산책을 하고 탁구를 치면서 나와의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살까?’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죽으면 이 세상에 영혼이 되어 남을까?’


‘그 전에는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왔었지?’


‘생각해보니, 난 이 세상에 생성된 지 20년이 흘렀네.’


‘결혼이란 건, 아무래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할 듯 해.’


‘그래, 생 앞에선 꿈도 목표도 다 의미없는 거야. 삶은 중요해.’


‘우리 엄마, 그리고 아빠가 나에게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은, 내가 여자친구를 대하는 사랑과 무엇이 다른 걸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 그럼에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사고 방식의 간극은 잘 좁혀지진 않아. 그렇지만서도 내 갈 길은 오로지 내가 정하는 거야.’


부교감신경이 민감하게 반응한 나머지, 그 누구도 나에게 얘기하지 않던 걸 내가 직접 내게 얘기하게 되었어요. 우울증과 공황덕분에요. 난 다시 태어난 느낌입니다. 그 정도로 이 나이테에 발이 걸리기 전과 후는 사뭇 다릅니다. 저에게는요.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본질적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그래서 나는 우울증과 공황을 스승이라고도 여긴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우리네 삶이 질문의 연속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관성에 의해 당연시 여겨졌던 것들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용기는, 우리에게 상대성 이론이란 진리를 선물해주었지요. 뿐만일까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얘기했던 갈릴레이의 그 지적 순수함은 우리에게 태양계의 수적 질서를 가르쳐주었습니다.


패러다임 쉬프트.


우리 젊은 세대가 질문하고 행동하면서, 기존의 세대가 만들어왔던 잘못된 생각들을 뒤엎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름 아닌, 우리를 위해서요. 끝없이 질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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