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블링꿀빵이 [361385] · MS 2010 · 쪽지

2012-11-10 02:01:52
조회수 1,846

n수를 생각하시는 또는 수능에 실망하신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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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참 어렵죠? 정말로 노력이란 것을 한순간에 '공'으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더군요.
전 대학을 다니면서 이번에 6번째 수능을 치렀습니다. 매번 저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지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황이라는 거 없이 묵묵히 하나만 보고 달린 듯 합니다.
물론 재수 때의 마음과 6수째의 마음은 전혀 달랐어요. 신기하게도 6번의 각기 다른 느낌이 들었달까요?

여러분이 한 노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과생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세상 먼지 한톨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마 그렇게 힘들게 노력한 것들은 분명 여러분 삶의 어딘가에 다 녹아들어있을 겁니다. 다만 발현이 안됐을 뿐이지요.
일-에너지 정리 아시나요? "알짜힘이 한 일 = 운동에너지의 변화"죠. 일의 정의가 뭔지 아시나요? "W(일) = F(힘) X S(이동거리) COSθ(힘 벡터와 이동거리 벡터가 이루는 각)" 입니다. 즉, F가 크거나 S가 크거나 아님 F X S가 같을 땐 F와 S가 이루는 각이 작으면 됩니다. 여기서 '노력'의 본질을 알 수 있습니다. 물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아시겠지만, W(일)이 커지라면 F와 S의 곱이 커야 합니다. F를 노력이라고 해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아실 겁니다. 그래요... 노력이 크다고 해서 꼭 일이 큰 건 아니에요.
여러분들 열심히 공부했을 겁니다. 그걸 부정하지 마세요. 다만, 얼마나 그 노력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본질과 이루는 "θ'값이 작았는지만을 생각해 보세요.

제가 올해 느낀 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진정한 깨달음"이었습니다. 그건 조금은 김빠지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요. 정말로 점수를 올리는 것에 부합되는 공부를 했느냐를 말하는 겁니다. 아무리 노력을 많이 했어도 언어의 본질을
등한시 한 채 EBS를 달달 외우는 공부를 했다면 분명 노력에 비해 원하는 점수를 얻기란 어려웠을 겁니다. 수리도, 외국어도, 과탐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여 다시 공부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지난 자신의 노력이 그 과목의 점수를 올리는데에 본질적인
노력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느 누구나 그렇게 공부하면 잘하겠다"싶은게 본질적인 공부입니다. 요령을 부리지 마세요. "찝어주는 이거 보면 성적이 오를거야. 하루에 100문제씩 풀면 점수가 오르겠지"... 점수가 오를 수
있어요. 심지어 사설이나 평소 모의고사에서는 100점도 가능할 겁니다. 근데 다들 수능을 보셨다 싶이, 특히 수리가형 10분남기고 29번과 같은 문제 남기면 거의 못푼다고 보면 됩니다. 과연 그게 10분씩이나 걸리는 문제일까요? 평소 포모나 모의고사 볼 때면
쉽사리 떠오를 수 있는 생각도 수능 시험장의 압박 속에서는 생각할 힘 조차 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번에 8번 일차변환 문제를 너무 긴장하고 본 탓에 계산이 꼬였지만 지체없이 넘겼습니다. 전 다년간의 경험 덕분에 제가 원하는 페이스롤 시험을 이끌 수 있었고
그래서 96점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게 자랑일까요?

그렇지만, 비록 그렇게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멘붕의 상황을 극복해 냈어도 결국 한문제는 틀렸다는 겁니다. 그건 제가 지난 5년이상의 시간동안 수리라는 것을 대했던 태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늘 문제집 양과 모의고사에 치여서 정말 수리의 본질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딱 4개월 준비하는 마당에 '한완수'를 만나 그나마 수리의 본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듯 합니다. 그렇지만 96점을 100점으로 만들기에는 노력이 아닌 '본질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겁니다. 노력은 5년씩이나 했으니 부족
하지 않았겠죠..

주변에 쉽게 점수가 나오는 친구들이 있을겁니다. 그들은 다행이게도 처음부터 본질적인 학습법대로 공부했기에 노력을 하는 것에 그리 어려움이 없었던 겁니다. 위의 일-에너지의 예시를 생각해 보세요. 제가 2만큼의 노력을 했지만 수리100점의 본질과 이루는 θ가
60도라면 노력을 1만큼 한 친구와 그 결과의 값은 똑같습니다. 이제 이해가 되시는지요? 여러분들이 머리가 안좋아서, 노력을 덜해서 결과가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다만 수능을 잘보는 것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던 겁니다. 평소 학습에서 각 과목별로 본질적
으로 점수를 올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막판에는 '수능'을 잘보기 위한 본질적인 노력도 중요합니다. 즉 멘탈관리죠. 수능을 잘보는 것은 모르는 것이 없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는 것을 멘붕 당하지 않고 푸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능을 잘보는 본질적 노력이란
끊임없이 멘붕당하는 상황을 IMAGE-TRAINING을 해서 대처법을 익혀두는 겁니다. 그렇게 멘붕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미리 자기 자신과 약속했다면 수능시험장에서는 철저하게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 겁니다. 기계적으로요. 그럼 확실이 멘붕을 줄일 수
있더군요. 실수 또한 끊임없이 정리하고 실수를 유발하는 상황을 정리한 끝에 이번 시험에서는 단 한문제의 실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각 과목에 대한 본질적인 노력이 부족해서 틀린 문제가 있었을 뿐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공부량이 많으면 더 떨린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마냥 재수를 생각하기보다는 무엇이 문제였고 그 문제점을 잡기위한 노력이 아닌 '본질적인 노력'을 고찰해 보는 겁니다. 누구는 애초에 태도가 그렇게 잡혀있어서 그런 생각없이 평소 하던대로하면
잘나오는 사람도 있고, 또 어느 누구는 태도가 올바르지 못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원하는만큼의 결과가 안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건 지식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그게 무엇이든 자연에서 말하는 "일"의 본질을 잘 생각해 보세요.
"일W"란 결코 F를 크게한다고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그렇지만 극단적으로 θ=90도면 노력을 해도 전혀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90도가 되는 경우는 수리영역 공부를 초등학교 수학으로 준비하는 것 정도 되겠네요. 고로 여러분이 올해 한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θ를 줄이는게 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세요. 어떤 과목이든 양치기는 본질이 아닙니다. 양치기가 왜 점수를 올려주는지는 생각은 해보셨나요? 양치기 과정 속에서 개념이 체화되기 때문이지 결코 오늘 푼 100제 그 자체가 여러분들의
점수를 올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인강을 들으면 많이 배운 거 같지만, 과연 그게 그 과목의 점수를 올리는 것의 본질일까요? 인강을 들어서 접근법과 태도를 익히는 것이 본질이지 결코 인강강사가 말하는 것이 본질이 아닙니다. 고로, 여러분들이 어떤 걸로 공부를 하든
그게 본질적으로 점수를 올려주는 공부라면 상관이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옆의 친구가 100문제를 푼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이 30문제만 풀고서도 개념이 체화된다면 30문제만 풀어도 결코 100문제 푼 학생과 결과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이젠 왜 노력을 하고서도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했는지 좀 이해가 되셨나요? 여러분들 스스로가 열심히 했다고 느끼신다면 열심히 한겁니다. 노력이란 남들이 그 정도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각자의 '가슴'이 느끼는 겁니다. 정말로 열심히 노력했다면 가슴이
압니다. 그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뿌듯함...정말로 그런 경험을 하셨다면 결과와는 별개로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결과가 좋아도 그 결과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감동해서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자만이 제대로 공부한겁니다. 물론 결과는 좋은게
좋습니다. 그렇기에 큰 노력없이 결과를 얻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알았으면 합니다. 다만, 일의 결과를 '운'과 '머리나 유전자'로 치부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과연 남들이 아닌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을만큼
노력했는지를요. 그래서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분이라면 결과를 떠나 올해 대학을 가셨으면 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이기 때문에 미련 둘 필요없습니다. 그런 태도로 살았다면 뭘하든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약간의 망설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대신 제가 위해서 언급했던 "일"의 본질에 대해서 고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θ만 줄일 수 있다면, 수능은 4개월만 공부해도 정복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물론 교과과정이 바뀌기에 내년에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θ가 0에 가깝게 노력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어떤 시험이나 일을 해도 성공합니다. 노력한 족족 결과로 나오니깐요. 하지만 θ가 0에서 많이 벗어난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빨리 교정하길 바랍니다. 수능 자체는 좋은 대학을 가기위한 수단에
불과하지만 더 나아가 인생자체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진정한 거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여러분들이 보낸 지난 시간들을 헛수고라 폄하하지 마시고 절대 그것들이 헛되지 않은 것이라는 걸, 더 큰사람이 되기 위해 들인 '힘'이라는 것을 알고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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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맴맴 · 382224 · 12/11/10 02:06 · MS 2011

    오 벡터로 표현한 부분 되게 공감되네요.

  • noTHX · 370589 · 12/11/10 02:14 · MS 2017

    여러분이 한 노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과생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세상 먼지 한톨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라는거 진짠가요ㅠㅠ 진짜엿음 좋겟네요 정말 위로로 건네는 말 말구 진짜루요ㅠㅠㅠ

  • 블링블링꿀빵이 · 361385 · 12/11/10 02:23 · MS 2010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포기하거나 주저앉지만 않는다면요. 실망했다고 거기서 포기하시면 안됩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반드시 생각해보세요. 살면서 지금 느낀 실망의 크기만한 좌절은 적어도 한손으로는 부족할 만큼 겪을 수도 있어요.
    지금 잘못된 태도를 바로 잡지 않으면 또 다른 실패를 불러옵니다. 이번에 비록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잘못된 태도가 드러나는데 쓰인 것이라 생각하세요. 그렇기에 지금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공들인 노력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열매를 못맺었다고 '공'치는 것이 아닙니다. 열매를 맺으러면 필연적으로 그 정도의 힘듬은 필요합니다. 인생 전반을 돌이켜 보는 기회로 생각하세요. 저 역시 재수, 삼수 때는 인생 뭐같다는 생각 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조차 사실은 다 견디고 버틸만한 것들이었습니다. 되려 그런 시련과 고통이 있었기에 지금은 결과를 떠나 스스로가 행복하고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거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면 지금 '공'친거 같은 노력들이 한순간에 열매로 결실을 맺는 날이 온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태도더군요.

  • Letinol · 417510 · 12/11/10 02:53 · MS 2012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는 1년동안 언외는 거의 안하고 수탐만 팠는데도 언외는 백이고 탐구는 후쿠시마네요. 수리 실수한것 역시 세타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태도라는 말씀 너무나도 공감합니다. 맨처음 항상 11나오던 탐구를 망친 뒤 순간은 허탈함이 들었지만, 지금생각하니 이토록 무언갈 열심히 한적이 없었던것 같아요. 그게 중요한거 같고요.

    특목고 준비를 끝까지하다 떨어지는 학생과 중도포기하는 학생이 가는 ㄷㅐ학이 다르다죠. 나중에라도 그 결실은 오는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예전엔 후자였던 제가 이젠 전자가 된것 같아 스스로 만족합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요. 그것은 진실이라 생각하고 믿습니다.
    기다리다 제풀에 지치면 모를까 언젠가 꼭 와요.

    그나저나 누가보면 저시험 ㄷㅣ게잘본줄 알겠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