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회복기10)삶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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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병을 앓다보니,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 느낌은 참 새삼스러우면서도 무섭다. 자살하는 것이 아프지 않을 것 같아, 금방이라도 해버릴 것 같은, 또 그것을 자신에게 명령하는 듯한 공포.
삶은 그저.. 죽음의 여집합인걸까.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 기독교에서 주장하듯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게 되는 걸까. 내 영혼은 정말 있을까? 혹은 ‘무’로 돌아가게 될까?
그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죽지 않은 것은 아직 이 질문에 대해 무어라 답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애초에, 이런 생각과 사고에 잡혀사는 것 자체가 내가 우울감과 공황을 앓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뇌도 감정이 있으니까 말야.
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 처절함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면 나는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 의미를 찾는 것이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가족이 있고, 나를 떠받쳐 줄 공기가 있고(2020수능 기출), 탁구가 있고, 우울증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친구가 있고, 산이 있고, 숲이 있고, 책이 있고, 글이 있다. 죽게 되면 어디로 갈 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죽게 되면 이 모든 것들을 내 눈 속에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일상을 파괴하는 그 모든 것들을 증오한다. 내가 숨 쉬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이 작음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을 용기로 산다느니, 꿈을 이루기 위해 삶을 살아가라느니. 다 쓰잘데기 없는 말이다.
그냥,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로 남아줄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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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로 찍은 밤하늘 12
유명한 별자리들이라 다들 잘 알듯? 뭐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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