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 증대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9970166
모 당에서 10년 후 의료인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어 의대 정원을 늘려야한다는 발의를 했다는데,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진짜 책상 위에서 표만 보고 만든 어리석은 정책이다'라는 것입니다.
1. 의사수 부족?
그 이유는 '의사'가 부족한게 아니라 '필요한 의사'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가까운 역 주변에 몇개의 병원이 있는지 세어보세요. 집근처 상가에 몇개의 병원이 있는지도 세어보세요. 조금 강경하게 얘기하자면의사는 여기저기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인 재난사태, 여기에는 이번 코로나 같은 감염병의 유행도 있을 수 있겠고 큰 인명사고나 전쟁과 같은 외상 위주의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응 가능한 인력이 충분하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의대 정원을 늘리면 그 필요 인력이 늘어날까요? 글쎄요..전 아니라고 봅니다.
2. 바이탈 잡는 과들의 현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탈을 잡는 과들의 의사들은 24시간 일하고 있습니다. 인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나마 전공의들은 전공의 보호법에 따라 주당 88시간의 (80시간이 기준이지만 오차 8시간은 여유를 두었는데 이를 꽉꽉 채우는게 일반적입니다.) 근무를 하고 있으나 교수는 법 예외 존재로 24시간 언제든 환자 발생시 대응해야합니다.
88시간 자체도 36시간 근무 12시간 휴식을 주당 두번씩은 해야하는 스케쥴입니다. 게다가 전공의 보호법에 따라 한명당 당직 일수가 줄다보니 당직 전공의의 업무는 비정상적으로 늘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버겁게 지나갑니다.
그나마 내과는 미래에 개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원수를 얼추 채우고 있는것으로 보이나 총 TO 자체가 부족합니다. 외과는 총 TO를 꾸준히 줄여왔으나 (10년 전의 거의 절반수준) 그럼에도 충족률이 70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는 몇년 전부터 출산률 저하로 인해 계속해서 전공의 인원 미달이 되고있습니다.
3. 의사수를 늘리면 바이탈과에 인원이 간다?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의사에는 전문의만 있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과들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인기과들, 즉 워라벨이 있거나 안정적이거나 페이가 압도적으로 좋은 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인기가 좋을것입니다. 각 과의 TO는 국가가 정하는게 아니라 각 과의 단체에서 정하는 것이기에 계속된 TO 조절로 소수가 가지는 가치를 유지해나갈것입니다. 이를 국가가 간섭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시장 간섭이 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의사수를 늘리면 남는 인원들이 바이탈과에 갈까요? 아닐겁니다. 국시를 통과하면 의사가 됩니다. 의사면허 자체로 개업을 하든, 피부미용을 하든, 요양병원을 차리든 덜힘들고 잘 살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힘든 바이탈과에 인원이 몰릴까요? 그보다는 개원의가 증가하여 경쟁이 심화되는 모습만 보게 될 것입니다. 경쟁의 과도한 심화는 비급여를 포함한 검사, 치료의 남발을 불러와 국가 보건재정에 안좋은 효과만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숭고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결국 구성원들 역시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입니다. 각 개인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길을 따라갈 자격이 있습니다.
4. 제대로된 해결방법은?
늘 얘기되는 수가 조정밖에는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인기있는 과들은 워라벨이 좋거나 안정적이거나 페이가 좋거나 하는 장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바이탈을 보는 과들은 정 반대입니다. 페이도 더 낮고 워라벨도 더 안좋고 직업 안정성도 낮습니다.
왜일까요?
결국 페이도 시장 원리에 따릅니다. 병원에 돈을 더 많이 벌어다주는 의사에게 페이도 더 많이 줍니다. 그런데 바이탈과들은 돈을 잘 못벌어다줍니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의료보험정책, 중증이면 중증일수록 모두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 따라 바이탈에 관련된 수가들이 값싸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현재의 바이탈과들의 실정은 우리나라 군대와 유사합니다. 명예를 줄테니 너희가 희생해라..같은 상황이지요. 그러니 인기가 생길래야 생길수가 없습니다. 인기를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5. 맺음말
의사수를 늘리는것 역시 거져 이루어지는게 아닙니다. 대학에도 투자해야하고 늘어난 의대 인원을 교육할 시설도 확충해야하고 현재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야합니다. 당장에 해부 실습 하나 하는데에도 카데바 하나당 8명~15명씩 붙어서 하는 대학들도 많은데 인원만 늘려봐야 교육 질만 떨어집니다.
그러느니 현재 기피하는 분과에 대한 유인책을 펼치는게 비용측면에서나 효율성 측면에서나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위급할때 찾아야 하는 의사가 늘어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정작 실검 검색하면 아무 내용도 안나오는데 왜 순위권인가요
-
난끝까지 중립기어
-
다 술마시러 갔냐?... 에휴
-
다른사람은 네 불행에 좆도 관심이 없다
-
하입보이 쿠키 어텐션이 2020년초부터 있었다고?? ㄷㄷㄷ
-
공군 붙어서 좋아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되네
-
자연지리 지구과학 연계 지렸다...
-
서울대 목표 반수 드가말아..?
-
심심해요 1
재밌는거업나
-
학원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게 확실히 도움이 되나요?
-
더프 문제가 절대적 피지컬 올리기엔 좋은 거 같아서 쫘악 풀어보고 싶은데 방법없을까여..
-
아가취침 8
ㅇㅇ
-
어둠의 방구석 반수쟁이 10 빨리 발 닦고 자세요. 4
0427 오늘 아침에는 컨디션이 많이 호전되었다. 주섬주섬 일어나서 도서관을 또...
-
기하 재밌네 2
근데 딱히 수능으로 치고싶진 않음..
-
2단원 트랜지스터,축전기까지만 들어가나요?
-
공부 끝나고 밤에 집에 오면 아빠한테 힘들었던거랑 막막한거랑 우울했던거...
-
이건 좀 많이 바꾼듯요.
-
젤다는 신이야
-
사람 잘 안 변하는 듯 나 봐봐 폰 안 한다면서 박살낸다던 애가 지금 12시간 동안...
-
ㅠㅠㅠ
-
영어 고민 1
작수 4나왔고 현재 신택스 알고리즘 완강했습니다 근데 문제를 풀면 23, 24번...
-
사회문화 질문 8
A 질문지법 B 면접법 ㄱ. 질문지법은 양적 연구에 주로 활용됩니다. 방법론적...
-
요즘 과외 댕기는거 빼고 백수라서 심심함
-
. 1
굿나잇 뽀뽀 쪽
-
굳이굳이 지금 사회 주목 1순위인 민희진을 건드는 이유가 뭐지ㅋㅋㅋㅋ 건들 이유도...
-
강기분 듣고 바로 새기분 넘어가면 6모 전까지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강기분...
-
승룡이님 3
작년에 계셨던 승룡이님 어디가셨는지 안밝히고 떠나셨나요
-
5명이나 친구가 있다고요?
-
으아아각ㄱㄱ
-
진짜 마음이 너무 급함 사람이 살다보면 재수도 할 수 있지 난 죽어도 현역으로...
-
앱스키마 1
국어 아직 수특 시작을 안했는데 앱스키마랑 ovs랑 병행해서 지금시작해도 될까요?...
-
작년 입시때 수시로 성대 논술 응시했고 불합해서 정시로 타대학 다니고있습니다 이거 뭘까요..?
-
빈칸 순서 삽입에서 개박살나서 83점 뜸;
-
. 2
언늩 자야지..
-
수용적 사고력 - 비판적 사고력 - 창의적 사고력 (ft. 22수능 헤겔의 변증법) 0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첫 번째 독서 (독서론 제외) 지문입니다. 현장에서...
-
ㅠㅠㅠ
-
[오늘 한 것]•영단어 1201~1500 복기 •인강민철1 독서 문학 3-4~7...
-
모두들 듣고 자도록 합시다
-
떙기는 국어 수학 책 있는뎅
-
아직 201이긴 한데 와 시간 진짜 ...
-
애플케어는 신이야
-
6모를 위하여. 0
가보자잇
-
기적이 아니라 “필연”이다.
-
. 0
-
ㅋㅋㄹㅇ
-
케이팝 아예 모르는데 그냥 존나 시원하다 ㅋㅋ
-
만점의 생각으로 독학 할까요 아니면 찬우쌤 생글듣고 만점의 생각을 풀면서 양을...
-
이투스 대성에 비해 렉이 심한데 (접속 수가 많아 그런가..) 다운로드해서 보시나요?
-
느낌이 어떠셨나요??
흉부외과,외상외과한테 투자 안 하면서 의대 정원 늘려봤자ㅋㅋㅋㅋ
그니까요 응급실 환경개선이나 했으면
이런말 아무리해도
진짜
그분들에게는 아무 효과없습니다
하
진짜 현타왔어요
기적의 논리들이 많더라구요
'의사수를 늘리면 어쩔 수없이 비인기과에도 사람이 갈거다'
'인기과들이 돈을 못벌면 선호도가 비인기과랑 비슷해질꺼다'
진짜 짜증납니다
그건 전부 소위 "의사들 돈좀 잘버네 아! 배아파"
이게 저 깊은 속에 가지고 있는 마음일겁니다
변호사수 늘려서 좋은서비스 값싼가격에 잘 받지 않고 잇냐는 멍멍소리 시전하는 부류들이죠 지방로스쿨출신 변호사 선임해서(싼맛에) 소송해본 일이 있는데 제길 인터넷으로
판례 찾아보고 재판장에서 판사한테 개무시 당한거 생각하면 소름돋는다 진짜
당연히 필패했고 돈 날리고 기분나쁘고 상대 소송비용 다 물고 그래서 깨달은게
판사출신 검사출신 변호사한테 가자 사시출신한테 가자 입니다
수가 조정없이 외과의들 개인병원 못차립니다. 차린다해도 환자들이 누가 개인병원에서
개복수술을 하거나 난이도 있는 수술을 하겠습니까?
다들 대형병원으로 가려하지 그러한 인프라 구축과 비인기과 수가 조절을 하면 인력난 부족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무슨 의사를 뚝딱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16년을 해야 겨우 전문의 하나 만들어지는데
이거지
잘읽었습니다
아니 신기한게 의대 쏠림 현상을 해결하려면 공대에 대한 대우를 잘 해줘야지 의대를 죽이고 있음ㅋㅋㅋ
부족한 의사를 보충하려면 비인기과에 대한 대우를 잘 해줘야지 인기과 의사를 죽이려고 함ㅋㅋ
진짜 정책 웃기네요
무슨 롤 패치 뷰는거 같음 ㅋㅋ 너프만 오지게 하고..버프는 잘 안하고
모 당뿐만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로 거의 정권마다, 여당마다 이런 얘기 했습니다.
동감입니다
의사수 늘리면 오히려 사장에 과부하 걸립니다
의사수가 늘어나면 다들 먹고 살아야기에 과잉진료 허위진료가 늘어난대요
그래서 결국 피해는 국민과 의료보험 재정에 악영향,,,,
의사수는 적정수 유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죠
전문성도 없는 정치인들이 그저 겉만 보고 제대로 따지지 않고 정책들을 남발하는거죠 ㅋㅋ 해외랑 마인드가 다른게 해외에선 의사들의 정신적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데 우리나라는 일단 의사들을 까고 보더라구여 코로나사태로 물타기해서 어찌될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