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부호화 [74915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0-03-05 20: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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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공부의 2단계(2): 메타인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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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수능 공부의 1단계 (1)를 읽지 않았다면

https://orbi.kr/00028162631


(글이 좀 길긴하지만 얻어갈 것이 있을 겁니다. 글의 중요도를 떠나서도, 현재는 '난독시대'이므로 긴 글에 친숙해져 봅시다.)


1. 잠깐 패러다임에 대해 복습해봅시다


수능의 패러다임에는 ‘표준적 문제(아마도 기출)와 절대적인 규칙들(쉽게 말해 출제 의도)’이 존재합니다. 패러다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길을 아는 것, 즉 탄탄한 개념과 짜임새 있는 원리가 중요하진 않습니다. 이보다는 길을 가는 것, 즉 실제 문제를 푸는 과정 속에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하는 실제 상황에서의 대응능력이 중요합니다. 패러다임에 들어왔다면, 전체 문항 중 5, 6문항을 제외하고는 문제를 읽자마자 문제의 ‘형식’이 요구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그에 맞춰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2. 수능의 패러다임에 들어왔다면, 높은 3~낮은 2등급까지는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도약을 위해서는 메타인지가 필요합니다. 메타인지는 어려운 이론이 아닙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사고의 재귀적 개념, 쉽게 말해 ‘생각에 대한 생각’, ‘인지에 대한 인지’를 뜻합니다. 


3. 메타인지는 개념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사고에 대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개념에 대한 공부는 9등급부터 1등급까지 누구나 다 합니다. 가시적이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명확하니까요. 하지만 메타인지는 아무나 하지 않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내 생각’이란 것이 어딘가에 명시된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힘들고 지치거든요. 그러나, 모든 과목에서 킬러 문항을 정복하려면 메타인지는 필수적입니다.

 

4. 실제 문제를 틀리고 피드백을 주는 상황에서 메타인지적 사고를 살펴보죠.


예를 들어 국어라면, 

“내가 이걸 왜 틀렸지? 멀찍이 떨어져서 서술한 점을 놓쳤네. 분명 중간에 뜨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 후에 정보량이 많다 보니 흘려버렸어. 다른 지문을 읽을 때 멀찍이 떨어진 서술을 체크하려면.. 가장 좋은건 많은 정보량을 견뎌내는 것이겠지만, 이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경험치와 인지능력 본연의 문제니까 지금 당장 내 능력치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빠르게 고쳐볼 수 있는 점은.. 일단 이런 내 약점을 의식하자. 그리고 다른 문장에서 밑줄을 자제하고 중간에 뜨는 문장이 생긴다면 그 문장에 밑줄을 쳐보는 식으로 시행착오를 겪어보자.”


메타인지가 나타난 부분을 살펴보죠.


“아, 멀찍이 떨어져서 서술한 점을 놓치지 못했네.” -> 틀린 이유에 대한 객관적 분석입니다.(이것을 메타인지라 부르기는 애매합니다. 메타인지는 그 다음부터 나타납니다.)


“정보량이 많다 보니 흘려버렸어.” -> 틀린 이유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대한 주관적 분석입니다.


“경험치와 인지능력 본연의 문제니까 지금 당장 내 능력치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일단은 의식하자. 그리고 다른 문장에서 밑줄을 자제하고 중간에 뜨는 문장이 생긴다면 그 문장에 밑줄을 쳐보는 식으로 시행착오를 겪어보자.”

->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처방전을 내려줍니다. 


수학의 경우를 살펴보면, 

“아.. 여기서 그래프를 그렸어야 했구나. 이전 풀이과정에서 관성적으로 식으로 풀다 보니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을 망각했어. 이는 실제 시험 도중 깊게 몰입하는 순간에 의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평소 킬러 문제를 풀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놓아야지.” 


"여기서 그래프를 그렸어야" -> 틀린 이유에 대한 객관적 분석입니다. 


"이전 풀이과정에서 계속 식으로 풀다 보니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을 망각했어." -> 틀린 이유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대한 주관적 분석입니다.


"이는 실제 시험 도중 깊게 몰입하는 순간에 의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평소 킬러 문제를 풀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놓아야지.” ->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처방전을 내려줍니다. 



5. 메타인지는 스스로 처방전을 내려준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메타인지가 체화된 학생은 스스로에게 처방전을 내려줍니다. 만약 그 처방전이 잘못된 거라면? 상관없습니다. 잘못된 처방전을 바탕으로 또 한 번 틀렸을 시에도 메타인지를 적용하여 새로운 처방전을 내리면 되니까요. 이를 차치하더라도 잘못된 길로 걸어가 본 다음 스스로 그 길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메타인지적 학습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처방전을 스스로 내려준다는 점에서 메타인지는 궁극의 자기주도학습과도 같습니다. 


두 가지 처방전을 비교해보죠. 


 (메타인지를 체화한) 학생이 스스로 자신을 분석하여 내린 처방전 vs
 선생님이 분석하여 자의적으로 내려준 처방전


무조건 전자가 승리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메타인지를 체화한 학생은 하루종일 자신의 생각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의 생각은 자신이 잘 알고 있을테죠. 

2. ‘물리적으로’ 시간 활용에 효율적입니다. 인강을 듣든 학원을 가든, 책상 앞에 앉아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됩니다. 


결국, 메타인지를 체화한 학생과 메타인지를 체화하지 않은 학생 간의 간극은 절대 좁혀지지 않습니다. 


6. 마지막으로 ‘쓸데없는 질문’


커리큘럼 질문. 

문제 풀고 모르는 개념 메꿔가면서, 수능의 패러다임에 진입하고, 메타인지를 적용한다면... 내가 지금 어떤 문제를 풀든, 어떤 강의를 듣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직접 안 부딪혀봐서 두려운거지, 막상 스스로 해보면 두려울 건 없습니다. '내 생각이 멈추는 것'만 두려워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제 칼럼을 읽는 분들이 성공적으로 수능의 패러다임에 진입하고, 나아가 메타인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속해서 글을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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