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티 [940250]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19-12-19 18:38:17
조회수 309

모험 수필 1. '네 점수의 배터리' 쿠바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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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힘들 때, 한 번씩 보면 좋을 수필 연재를 시작합니다. 

제 어릴 적 꿈 중 하나가 작가였는데.

대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도 그 꿈을 포기하지 말라 하셨지만.

재능이 없어서인지 노력을 해도 글은 엉망 ㅎㅎ 

가볍게 봐 주세요!



공산주의.


혁명. 하지만 독재. 


미국의 경제 제재. 


라틴.


아직도 배급을 받는 나라. 


민중의 혁명으로 시작된 역사. 하지만 결국은 독재. 


미국의 경제 제재로. 1950년대에 머물러 있는 그곳.


정열의 라틴. 항상 유쾌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그곳.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우리와는 정반대인 그곳.


인터넷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그곳은



그 덕에


온전히 나를


그리고 남을


그리고 우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그곳



그 어린시절 느꼈던


순수함


행복함


유쾌함


그리고 무엇보다.


매 순간 순간 느끼게 된 삶에 대한 감동





쿠바에서도 한적한 시골.


이 시골 마을에는 15달러면 무제한 뷔페와 무제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그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마을에서 도보 1시간이 넘는 거리.


자전거로도 40분은 넘는 거리.


스쿠터로도 20분은 걸리는 거리. 



1명은 자전거로


6명의 동행은 마차로


그리고 나는 렌트한 스쿠터로 이동.



제일 먼저 가던 내 스쿠터가 고장이 나서 갑자기 섰고,


그 다음 마차.


그 다음 자전거.



한국에서의 삶이 익숙한 나는


민폐 끼치는 것이 싫어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보내려 했지만.


쿠바 마부 친구에게는 가만 둘 수 없었던 일.




사실 남은 길은. 


뱀의 시체가 널부러진, 그런 밀림을 가로지르는 길.


해질 때 쯤에는 온갖 잡벌레들이 득실거리는 그 길. 




해는 지고 있었고.


스쿠터를 밀고 마을로 온다면 최소 2~3시간은 고생해야하는 길.


그 사정을 잘 아는 쿠바 친구는 가만 둘 수 없었을 거다.




결국...


동행이었던, S그룹 재직 중 휴가를 오신 한 분이 마차를 생전 처음 몰고


쿠바 마부 친구의 강아지도 마차에 오르고 


쿠바 마부 친구는 내 스쿠터를 타고, 마차를 잡고 간다.


이 생경한 풍경이 너무나도 흐뭇하고 즐거워 모두들 사진과 동영상에 담았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진을 보여줄 때면


한국 사람도


쿠바 사람도


같은 airbnb 숙소를 쓴 독일인 커플도


터미널에서 만난 독일인-중국인 동성 커플도


모두들 흐뭇한 표정, 그리고 행복한, 평온한 표정.



그리고 펼쳐지는 해질 무렵의 아름다운 해변을 지나


어느새 마을


다른 동행들은 모두 내리고


다시 내 스쿠터를 마차에 올린다.


그리고 찾아간 렌트카 회사는 영업 종료


다시 10분을 달려 렌트카 회사 사장님 집으로.



하지만 바라는 게 하나 없는 그 마음 씀씀이.


약소하지만 성의 표시를 하고.


다시 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커요미 멍뭉이도 함께.




그리고 다음 날


내 마음을 표시할만한 무엇인가를 찾다


감사의 간단한 손편지와 함께


올해 내 수강생들에게 수능 선물로 나누어 준 '네 점수의 배터리'





모든 것이 부족한 쿠바에서 귀한 보조배터리라서가 아니라.


지구 정반대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에서 온 친구가. 


자기를 도와준 일을 잊지 않고 보답하려는 그 마음에 감동받지 않았을까. 




마음과 마음이 통했고.


도움을 받았고.


보답을 했고. 


단지 이 작은 일만으로도 우린 친구가 되었고.


마을에 머물렀던 내내 


눈만 마주쳐도


"Hola! Amigo! que tal? Muy bien!" 을 외치는 친구 





눈이 마주치는 누구와도 


웃으며 "올라" 라고 인사할 수 있는 그곳.





내가 살던 그곳에서는 길가다 눈 마주치면... 유쾌한 감정보다는, 뭘까 싶은 두려움.


하지만.. 이곳은 눈 마주치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웃으며 인사 할 수 있고, 


웃으며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는 그런 곳.


마주하는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행복이 되는 그런 곳.




아름다운 석양과 해변이 있고




너와 나를 잇는 밤하늘이 있는 곳






이제 여행은 끝났고


항상 그곳을 그리지만 


그 그리움은 슬픔으로 변하기 보다는


이곳에서도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너무나 시끄러운 그곳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온전히 나와


너와


우리에게만 집중했고.




이제야.


나를 찾았고.


흔들리지 않으며 사는 법을 찾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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