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9-07-24 02:39:18
조회수 4,073

정말 심심해서 써보는 의대생활 (6) - 해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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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방식까지 쓰면


럭키 세븐으로 연재물 딱 끝내겠네요


위에껀 쓰다보니 길어져서 fail



본과 생활은 제 등수나 점수 등 


프라이버시 강한 부분은 되도록이면 짤라내고 


나머지 부분은 공부 방식에 합칠게요.


(솔직히 1학기 종강까지 공부말곤 별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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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라면 실제 시신으로 해부해...?"


"카데바 볼 때마다 막 기절하고 토하는 사람들 있다며?"



의과대학에 들어온 순간부터


제일 지겹게 들은 질문 중 하나다.


심지어 부모님마저도 매 학기마다 저 질문을 꼭 하셨다.



"요즘 의대에서 카데바를 보고 누가 기절해?"


"아니 죽은 사람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 그걸 실제로 보잖아."


"막상 보면 무서운 느낌 아니래두. 요새는 자기가 원해서 오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해부하다가 우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고


갑자기 피가 쏟구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도 있었다.


심지어는 혼자 밤에 해부실에 있으면 무섭지 않냐는 질문도 있었다.



의과대학의 상징 중 하나인 해부


이 해부를 처음 시작하는 시기는 학교마다 다르다.



과거에는 본과 시작이 곧 해부 시작이었지만


요새 들어선 예과가 '사실상' 축소되어가는 기조다보니


다른 의과대학에서는 심지어 예과 2학년 1학기 때


해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더 나아가 예과 폐지에 대한 논의도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해부 등 본과 과목들이 예과로 내려오는 현상은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개편 상황인 것으로 안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내 학번'까지는 본과 1학년 1학기가 해부 시작시기였다.


(밑 학번부터는 예2 2학기부터 해부를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즉 본과 시작과 함께 해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럼 올해 2월 말로 되돌아가보자.



골학이 끝나고 숨을 돌릴 쯤에


과대를 통해 해부 교수님의 공지가 내려왔다.



"해부학 수업 개강 전까지 서론 동영상 보고 공부해오세요. 개강 수업날 바로 시험봅니다."



공지를 보자마자 심히 당황스러웠다.


"개강도 안 했는데 벌써 시험공부야?"


서론 동영상은 총 40분.


전날에 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개강 직전은 푹 쉬었다.



전날이 되었다.


슬슬 보려고 동영상을 켰더니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정보가 등장했다.



문제 형식은 단답형 6문제와 주관식 1문제


"주관식...? 뭐 서술하는거겠지."



아니었다.


전날 저녁에 올라온 공지에 의하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림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보자.


"sympathetic/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 (교감/부교감 신경계)에 대해서 그리고 설명하시오."


그리는 법은 간단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다 그리고 명칭을 쓰는 것.




Image result for sympathetic nervous system anatomy


(수업자료가 아닌 구글링되는 다른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이런 그림을 세네개 그리고


감각뉴런에서 전달된 신호가 어떻게 중추까지 전달되고


다시 운동뉴런에 어떤 경로를 거쳐서 신호가 전달되는지



명칭, 그림, 설명을 쓰면


정답이 되는거다.



......어려운거 맞다.



개강 전날부터 시험을 보는 것도 고통스러웠지만


서론 시험도 시험 점수로 엄연히 반영된다는 공지...



"본과는 개강 전부터 시험 공부를 시키네? 사람사는 생활이 아니야 벌써..."


나의 본과 첫 소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교수 "다들 SBT인거는 공지 받았을테고 이제 각자 가지고 있는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꺼내서 링크에 접속하세요."



링크에 접속해서 이름과 학번을 구글독스를 통해 입력한 후


구글독스에 단답형 답을 입력하고


나눠준 종이에 서술형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단답형이 영어문장 속 빈칸뚫기로 나왔다보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 일단 최대한 적고 서술형 잘 적자."


(나중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에 의하면 '무어책'에서 빈칸을 뚫은 것이었다.)



어찌저찌 단답형 답을 입력해서 제출한 후


앞에서 말한대로 그림과 명칭, 설명을 적어냈다.



"후... 첫 시험 끝... ...아???"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단 사실을 떠올렸다.


방향판정 표시를 뺴먹었던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해부 주 담당 교수님이


아주대 해부학 교실 정민석 교수 제자 출신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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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석 교수는 '해랑선생'이란 필명으로 의대 만화 그리시는 교수님. 



해부학을 배우는 의치한간 학생 중 상당수가 


"빡빡이 강의" 또는 "빡빡이"라는 애칭으로 부른 적이 있을 정도로


해부학을 배운 적이 있거나 배우는 의치한간 학생들 사이에서


그 교수님이 찍으신 해부학 인강 동영상이 매우 유명하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해부학의 한석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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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계에서 학파를 창시한 교수가 있으면


그 후계 교수들의 스타일은


창시자의 강의 스타일이나 강조 중점, 연구 성향으로부터


일정 부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예시로 경제학의 '시카고 학파/오스트리아 학파/케인즈 학파', 진화생물학의 '단속론/점진론 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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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방향판정 표시 또한


스승이신 정민석 교수의 스타일을 따라서


위와 같은 그림으로 표시하라고 가르치신다.


(이게 정민석 교수의 특징인건지 국제해부학회에서 결정된 약속인건지까진 나도 모르겠다.)



문제는 저 그림이 생각보다 별로 눈에 잘 띄는건 아니어서


서론 시험 당시 내가 서술형을 작성할 때 


깜빡 잊고선 저 표시를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해부 시험에서 저 실수는 위험한 실수가 될 수 있는데


인체가 가진 3D 구조에 대해 다루는 학문인 이상


해부학에서 기준점을 잡고 그에 따라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따라서 해부학에서의 방향판정은


서론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배울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서술형에서 방향판정을 빼먹을 경우 심하면 '0점 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배점 또한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할 경우 서술형 점수 자체가 나쁘게 나오게 된다.


그런데 그 실수를 내가 해버린 것이다.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던거지..."


후회는 하지만 이미 시험은 지나간 것



그나마 서론 시험이 인체형태학(해부학+조직학) 144시간 중


단 3시간에 해당하는 점수 비중이었기에


그저 본 시험에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정도로만


마음을 그저 달랬다.



아무튼 그렇게 해부 첫 시험은 지나고


본과 1학기 '1쿼터'가 시작하였다.



1쿼터는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아침 8시 반부터 5시 반까지 꽉 차있는 날은


일찍 수업이 끝나는 날이었고



실습이 있는 날은 저녁 시간이 지나서


(때때로는 자정을 넘겨서)


끝나는 날이었다. 



그때 개강 첫 주 금요일의 해부 실습은


카데바를 옮기고 그 다음주에 실습할 준비를 마치는 정도로 수업을 끝냈다.



하지만 그 다음 주부터는


시신을 기증하셨던 고인에 대한 예를 표하며 


감사의 뜻과 함께 고인에 대한 추모를 하는 위령제를 간단하게 한 후


본격적인 해부 실습 일정이 시작할 예정이었다.



여기서부턴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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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글은 위령제나 수업 방식, 해부 시험 방식 정도만 주가 될 예정


실습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쓰는건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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